야구모자 스무살 그녀 세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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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링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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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일요일 밤에도 

내가 재촉을 하면서 그녀와 만남을 가졌다.

드라이브를 하거나 다른 장소로 유도를 해보려해도

그녀가 계속 동네를 고집해서 어쩔 수 없었다.

 

 

 

 

열마디로 치면 한두마디는 내가

여덟 아홉마디는 그녀가 할 정도로 그녀는 자기중심적이었다.

실제로 마나 얘기하면서 그녀를 알게 된건 이틀...

내성적일 줄 알았던 그녀는 필요에 따라 색기를 드러내기도 하고

말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참 알다가도 모를 성격이었다.

 

차라리 그녀의 진정성 있는 얘기라면 모를까

얘기를 많이 해도 우리는 정작 우리에 대해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나도 어지간하면 내 신상에 관련된 얘기는 하자는 주의였지만

그녀가 또래친구들이랑 할 법한 가십거리들만 주구장창 얘기하니

공감이 가지 않거나 이해할 수 없는 얘기가 많았다.

 

어느 정도 쯤 되면 사람이 염치라는게 있어야하는데

그녀는 그것을 집에 두고 온 마냥

자기 좋을대로 계속 재잘재잘대는게 아닌가..

사람이 상황에 따라 보여지는 게 다르다하더라도

이건 뭐 정신적인 거와 관련해서 문제가 있지 않을까....하면서

계속 콧숨을 내쉬었다.

 

어느 정도 얘기를 받아쳐주는 듯하다가

안되겠다싶어서 이번엔

내가 그녀에게 화두를 던졌다.

"오늘 어디 차타고 바람쐬러 갈까?..."

 

 

내가 던진 떡밥에

그녀는 예전에 톡에서 얘기한 것처럼

여행지를 대며 어디어디 가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말이 나왔다.

 

그녀는 동의를 할 것인지 말것인지의 답을 떠나

얘기가 또 산으로 가는 듯 했고

바로 끊어면 이상하니 조금 호응하고 있다가

다시 얘기를 했다.

 

"지금 바람쐬러 가자"

 

내가 얘기를 하자마자 바로 그녀는 피식 웃은마냥

"내가 오빠를 어떻게 믿고?"

 

 

 

이쯤되면 알거 다 알건데

모르는 것마냥 하는 척도 

참는게 한두번이지..

그래도..... 직접적으로 말을 할 순 없었다.

나는 그녀와 비록 이렇다 할 관계였지만 사람대 사람으로 

머릿속에 필터 거치지 않고 말을 함부로 내뱉는 성격은 되질 못했다. 

내가 화두를 던졌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대화는 또 산으로 가는 듯했다.

거래업체 나이어린 사장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그의 인생담을 들어야하는 것보다 더 고욕적이었다.

목적도 없었고 실체도 없는 폭력같은.

 

대화의 공백이 생길 즈음 

나는 재빨리 화제전환을 하고 싶었다.

"그..그 어제 니가 흥분만 잔뜩 씌워놓곤 죽는 줄 알았다"

 

그녀는 알면서도 되묻는 척

"...응?.. 뭐?....뭐가 말이야"

 

나는

"아~... 알면서"

 

그녀는 계속해서

"뭐를 말하는건데?... 

 

나는 그녀가 알아들었겠다싶어서 다음 말을 던져버렸다.

"아.. 진짜 어제 집에 가서 혼자 풀었잖아..!"

내가 말하고도 얼굴이 후끈거렸다.

 

그리고 살짝 뜸을 들이다 다시 그녀는 깔깔깔 웃으며

"와~... 오빠 완전 변태다... 아 더러워ㅋㅋ~ 설마 나 생각하고 그런건 아니겠지?..

 오빠 와이프있잖아. 왜 혼자 해?...ㅋㅋㅋ 아 잘 안 선다고 했지. 어젠 잘 서더만?ㅋㅋㅋ"

 

늦은 시각의 공원, 그리고 공원 구석쪽 벤치에 있었던 터라 

한층 더 커진 그녀의 말에 당황스럽진 않았다.

당황스러웠던건 도무지 갈피를 못잡을 것 같은 그녀의 성격.

갑작스런 방어인지.. 아니면 내가 말하게끔 기다리는건지..

그녀의 말을 이어 나는 다시 박차를 가했다.

결국 그녀는 피곤하다며 고개를 저으며

집에 가서 바로 자야할 것 같다라며 얘기를 끊었다.

 

앱에서의 첫 만남..

나를 홀리던 그녀..

그리고 상품권을 구걸하던 그녀..

동정을 하며 용돈을 준 나..

그리고 다시 나를 홀렸던 그녀..

또 다시 용돈을 준 나..

어떤 작품의 시나리오 구성도 이렇게 막장일 수는 없을 테다.

나도 어떤 상황인건지 알았지만

본능이 머리를 압도한 순간 그런건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나도 가정에서도 그렇고 바깥에선 사회적 지위가 있다고 할 만한 직급을 가졌지만

그 무서운 본능은 오늘만 살 뿐일꺼라는 참담한 놈이었다.

 

급작스레 피곤을 난색하는 그녀에게

나는 주머니 속 지갑을 꺼냈고

지갑 속의 지폐들을 꺼내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쥐어주는 찰나 그녀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던 건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표정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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