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안에서 2...

(지난줄거리)
직장때문에 전라도 광주에 1년여간 생활하게 된 97년 9월경, 서울 집에 올라왔다가 오후 8시쯤 광주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서대전역을 지날무렵 수수해 보이면서 귀여운 듯한 23~25세 가량의 여인이 창쪽 바로 내 옆자리에 앉게 되었고, 그녀는 술에 취한듯 그녀의 고개를 내 어깨위에 떨군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30여분쯤 지나 화장실을 갔다온 그녀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 보았다.
"저, 어디까지 가세요...."

제 2 부

" 음료수 드세요.. 술을 드신 듯한데 아마 조금은 나아질 겁니다."
그녀가 화장실을 갔을때 샀던 음료수를 건네 주었다.
" 죄송합니다. 추태를 부려서.."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하며 음료수를 받아들었다.
얼굴에는 다소의 취기와 부끄러움이 교차하는듯 붉은 홍조가 물들여 지고 있었다.

" 집이 원래 광주세요.."
" 네.."
" 대전엔 웬일로.."
" 친구 결혼식에 왔다가 술도 좀 먹게 되었고..."
" 아! 그러셨구나.. 하하하"
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분위기는 더욱 고조되었고 기차가 광주에 다다를 때까지 그런 분위기는 계속 되었다.
" 전 남구 **동에 사는데 미희씨는 .."
이미 통성명에 왜 내가 광주엘 가는지, 그리고 직업, 명함까지 전해준 터라 스스럼 없이 물어볼 수 잇었다.
그녀는 잠시 머뭇하더니
"**동에 사는데.." "
잠시 침묵이 흐르고
" 혼자 왜지에 홀로 와서 외롭지 않으세요..."
라고 물어 보는 것이었다.
대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분위기는 화기애애 그 자체였다. 지루하다면 지루한 장시간의 기차안에서 우리는 허물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가는 줄 몰라했고, '이 여자를 어떻게 해 볼까'란 마음이 자리잡을 수 없을 정도의 즐거움이었다.
기차가 막다른 종착역에 다다를 즈음 그녀가 던진
'외롭지 않으세요...'란 말,
그것은 바로 그녀가 외롭다는 말의 반증이라는 것을 직감한 나는 그제서야 기차에서 내리고 난 다음의 일들을 머리속에 그리게 되었다.
그것은 나와 그녀에게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첫 단추를 꿰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다음은 '기차에서 내리고'란 제목으로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