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날의 첫경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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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접근을 하지 못하고 바라만 보던 때는 그녀와 나 사이
에 무슨 일이 있 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항상 드세고 지적으로 최
고인 미선이었 으니까. 겨울 방학을 1달여 앞두고 어느 토요일에 학교 소운동
장에서 운동을 하다가 옆 벤치에서 쉬고 있었다. 그곳은 숲 속에 벤치를 많이
설치해서 연인 들이 자 주 찾는 곳이었다. 어둠이 한참 주위를 메워버린 10시
쯤이었을 것이라 고 생각 땀을 식히는데, 금새 온몸이 떨려왔다. 그런데, 내 옆
자리에서 두 사람 이 두런 두런 얘기하는 것이 보였는데, 남녀였다. 연인이려
니 생각했지만, 뜻 밖에도 미 선이와 동아리 후배가 함께 앉아 있었고, 두 사
람 모두 취한 거 같았 다. 특히 미선이는 내가 그녀와 함께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이 많 이 취해 있 었다.
누군가 술을 먹였거나 무슨 일이 있었
는가 보다 생각하며 조 용히 빠져나 가려고 일어났다. 서너걸음도 못 가서 "**
아"라고 부르는 소리에 몸이 굳어버 렸다. 돌아보니 미선이가 자꾸만 나를 불
렀다. 후배의 설명으론 그날이 미선이 생일인데 레스트호프에서 좀 많이 마셨
으며, 사람들을 다 보내 고 나서 술을 깨 려고 이곳에 왔는데, 미선이가 집에
못들어간다는 것이었다. 거의 횡설수설에 가까운 그들의 말을 종합하여 자초
지종을 파악하였다. 그녀 는 나도 아는 선배누나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이유
는 모르겠지만 그날은 집에 못들어 간다고 우기는 것이었다. 별 생각없이 나
의 자취방으로 가자고 했 다. 후배랑 양 쪽에서 그녀를 부축하며 집으로 걸었
다. 한 5km쯤 되는 거리였 는 데, 후배는 취했기 때문에 거의 나 혼자 그녀를
데려갔다. 그녀는 흥겨운지 연 신 노래를 불렀고, 내가 거의 본 적이 없게 흐트
러진 모습을 연출하였다. 그 녀 의 한 손을 내 목에 걸치고 한 손을 허리에 감
았는데, 내 쪽으로 당길 때마다 대나무보다도 더 잘 휘어지며 다시 탄성있게
원형을 되찾았다. 나는 대여섯 번 정도 허리를 잡아당겼다. 재미있었다. 그녀
가 취하지 않았다면 과연 그렇 게 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보기에 따라서 그것
은 부축하는 행동 이상을 넘지 는 않 았었다. 다만 내가 거기에 의미를 두고 그
녀와의 밀착에 영광의 흥분을 감추지 못한 머 그런 거였으므로 지나가는 사람
들 누구도 우릴 이상하게 보지 는 않았 다. 그냥 취한 사람들이 집에 늦게 가는
구나.
쯧쯧 술이 문제다 그런 눈빛들을 뒤로 하고 방문을 열어제꼈다. 이불을
펴고 우린 또 한바탕 이야기 를 했다. 그 녀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이야기였으
므로 셋은 쉴새없이 떠들어댔 다. 미선이 는 심각한 얘기를 주로 많이 했다. 분
위기를 한껏내며, 생머리로 한 쪽 눈을 가 리곤 했다. 후배는 요즘 알바를 하는
데, 새벽에 무슨 배달을 한다 고 했다. 그 는 일의 고단함을 하소연하였고 우
린 다독거림을 잊지 않았다. 미 선이는 특 히 누나처럼 엄마처럼 아량있게 후
배의 말을 경청해 주었는데, 그 런 모습도 꽤 매력적이었다. 그 동안 나는 커피
를 내왔고 후배는 콜라를 마셨 다. 커피의 안개 너머로 미선이의 터질 것같은
허벅지부분이 보였다. 너무 타 이트하게 입 는 습관을 가진 그녀였다. 그녀의
마크 버버리 남방은 패딩을 벗 은 뒤 방안을 환히 밝혔다. 얘기소리가 1시간
이상 계속되고 난 다음에 우린 자기로 하였다 내가 가운데, 미선이 벽쪽, 문쪽
에 후배가 잤다. 술취한 여자가 자는 중에 무슨 짓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 그때까지도 나는 그런 일은 생각도 못하였다 잠꼬대를 하면서 잠버릇을 위
장할 수도 있지만, 노골적으로 그녀곁으로 갈 수 도 있지만, 우린 멀찍이서 잤
다. 후배도 그녀도 많이 취해서 심각하게 잤다. 창 문이 빛을 주어 나는 잠든
그녀를 옆에서 볼 수 있었다. 자 는 모습마저도 이뻤 다.
거의 1년 가까이 숭배
의 대상이었던 그녀가 내 옆에 서 자고 있다. 하지만 당시 나에게서 자는 동안
의 무슨 짓을 기대하는 것은 어 리석은 일, 잠은 잘 오지 않았지만, 우린 그냥
잤다. 새벽이 왔는지를 후배의 부스럭소리로 알았다. 그는 아침 배달을 위해
양말 을 신고 있었다. 나도 조금 해 보았지만, 그런 일은 하루도 거르면 안되
는 경 우가 많다. 후배는 나를 한 번 쳐다보더니 허겁지겁 달려나갔다. 오토바
이를 학교에 두고 왔으니 빨리 뛰 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마 그날 그 후배
힘뺐 을 것이다. 미선이가 속이 아 프다면서 일어났다. 나는 얼른 수퍼로 달려
가 콩 나물을 샀다. 속풀이국을 들 고 가자 그녀는 그새 일어나서 베개를 가슴
에 깔고 내 방에 있는 책을 읽고 있 었다. 두 권은 옆에 쌓아두고 내가 내미는
국을 잡으 면서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세상은 밝아졌지만, 우린 이불을
개지 않고 그녀가 숙취에서 깨어날 동안 누워있었다. 별 말은 없었지만, 그녀
가 쉬는 동 안 방해할 생각은 없었 고, TV를 틀어놓았다. 일요일이라서 재밌
는 프로가 나 왔고 나는 팔을 괴고 누 워서 시청했다. 그녀는 여전히 책만 보았
다. 평화로운 공기였고 별 말이 없었 다. 서로.
그녀가 자고 일어난 이불에는
남자 가 잔 것과 달리 긴 머리카락이 몇 올 흩어져 있었고, 마치 향기가 나는
것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리고 어떻 게 1년 넘게 내가 존경(?)해오던 미선이
가 나와 이렇게 같이 있게 되었는지 참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벼랑보다도 더 깊
은 저 곳 에서 팔이 저리고 다리가 저린 것처럼 무언가 전류처럼 온 몸을 통과
한다. 1시 간쯤 그렇게 있다가 문 득 고개를 그녀에게로 돌렸다. 어젯밤 보았
던 그 옆 얼굴 저 배경엔 여전히 생 머리가 커튼을 치고 있었다. 그 코는 남자
보다도 더 높았고 책을 바라보는 눈 빛에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왜 그리고 책
을 좋아하는지 나도 이해가 가지 않 는 것이었다. 혹시 나처럼, 책에 서 미묘
한 쾌감을 느끼는 사람인지 어떤지 생 각해 보았다.
문득 이불 위에 떨 어진 머
리카락 한 올을 집어서 향기를 맡아 보 았다. 그녀의 향수가, 남자의 머 리카락
에서는 도저히 나지 않는 그녀의 향기 가 났다. 내가 즐겨 읽었던 신화 속의 사
랑의 여신이나 냇물의 님프가 세상에 흘리고 흔적으로 남겨놓은 그리 하여 인
간들이 그들의 존재를 어렴풋이 추측 할 희귀한 증거, 그것이 그 머리카 락처
럼 느껴진다. 나는 그녀를 다시 보았 다. 몇 가닥의 머리가 흘러 그녀의 오 른
쪽뺨을 가린다. 내가 그녀의 오른편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왼손을 들어 몇 올
을 쓸어서 뒤로 넘겨주었다. 상아로 만 들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턱이 부
드러운 곡선을 내밀었다. 미선이는 내 가 무슨 일을 하든 무슨 상관이냐는 듯
시큰둥하게 책에만 눈을 두었다. 아마 날 친구니까 별 생각이 없이 대했던 것
이리라.
나는 다시 손을 들어 이번에는 머리카락 한 올의 끝을 잡고 내쪽으로
당겼다. 긴 머리가 팔 하나가 닿을 거리 에 있는 그녀와 나 사이에 검은 밧줄처
럼 늘어 져 벼랑에 다리를 놓았다. 가만 히 당겨보니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머
리를 빼앗 아 가버렸다. 다시 한 올을 잡 고 당긴다. 다시 빼앗아 간다. 다시
두 올을 잡고 살짝 당겨본다. 10번도 더 그 러니까 그녀는 내쪽을 갑자기 쳐다
봤다. 그 눈빛 잉크보다도 검고 서늘했다. 나는 힘차게 돌던 심장이 덜컥 멈춰
버리고, 마치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녀석 처럼 그 눈만 순박하게 쳐다봤다.
온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이었다. 순간, 그녀 는 내게 자비를 베풀었다. "내 머리
가 그렇게 좋아? 자, 그럼..." 그녀는 한 올 을 떼어내더니 내게 주었다. 이거 가
지고 놀아. 하지만 나는 다시 책으로 눈길 을 돌리는 그녀의 머리로 다시 손을
뻗쳤다. 그리고 몸이 가까이 다가갔다. 마 치, 머리카락 장난이라도 다시 치려
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