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머니가 되어보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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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의 고통과 희열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볼만한 일생일대의 중대사 중의 중대사져....

저 역시 수술로 울 애기를 낳았습니다...

1997년 5월 23일 새벽 5시경...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는데 밑에서 뭔가 주루룩 흘러나오는 느낌에 '아.. 드디어 올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여... 예정일에서 며칠 지난 후 였거든여... 사실 저는 주위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전혀 본적이 없는 그야말로 완죤 문외한 초보 예비엄마 였습니다... 아는거라곤 그저 출산관련 책에서나 몇줄 읽어본 정도였져... 때문에 그때 흐르던 그 액체가 양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긴가민가 했던 것이 나보다 먼저 엄마가 된 친구의 경우나 당시 윗동서의 경우를 이야기로 들었을 때 양수란 한번 터지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양이 나오는 걸로만 알고 있었거든여... 그런데 제 경우는 그저 팬티를 약간 적시는 정도의 양이었기 때문에 아닌가 보다 하는 마음에 바로 병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진통도 전혀 느껴지지가 않았거든여....

또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괜히 남들에게 주워들은 얘기중 하나가 5분마다 한번씩 아플때 병원에 가야한다는 말만 믿고서 미련을 떨었더랬져....

그러다가 그날 오후2~3시경... 점심식사를 하고 얼마 후 화장실에 갔는데 이슬이 비쳤다고 하나?? 머 그런게 보이더군여... 해서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을 하고는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간호사가 별 대수롭지 않는다는 듯
"그럼 병원으로 오세요" 이러길래 그렇게 급한 상황은 아닌가보다 하는 생각으로 그냥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진통은 없었구여...

그러다가 저녁때쯤 해서 아무래도 좀 이상한 생각이 들길래 이웃에 사는 친하게 지내던 애기 엄마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일단 식사부터 하고 얼른 병원으로 가보라고 하더군여.... 초산이라 진통시간이 길어질지 모르니까 허기지면 안된다구여... 그래서 일단 식사를 한 후 병원으로 갈까 하다가 진통이 올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도 미련했는지.... 후후후...

밤 11시 쯤 잠자리에 누웠는데 한 시간 정도 지났나?? '아.. 이게 진통인가..?' 싶은 정도의 느낌이 들더군여.. 나중에 친구한테 들은 얘기로는 그게 가진통이라고 하데여.. 암튼.. 머 그런 비슷한 불규칙한 고통이 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시간이 줄어들면서 정말 듣던대로 5분에 한 번씩 아파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져.... 간호사의 내진.. 태아의 심장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치 연결... 의사의 초음파 검사 등.... 이것저것 해보더니 병원 간호사가 하는 말이 "이건 순전히 엄마 잘못이야... 양수가 터졌으면 빨리 병원으로 와야죠.." 이러는 겁니다... 양수가 없어서 아이의 심장박동이 불규칙 하대나 어쨌대나... 그러면서 의사는 양수가 터진 후 12시간 내에 아이를 낳아야 된다대여.. 참내... 내가 전화했을 땐 그런 소린 아예 없더니 이제와서.... 어휴...

그러면서 자기들 끼리 뭔가 말을 하는데 수술을 해야될거 같다는 쪽으로 이야기가 오고가더군여.... 의사가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고 한 뒤 얼마 후... 양수가 없어서 아이가 위험하다며 예정일도 지났기 때문에 수술을 하는게 안전하다는 의사의 말과 괜시리 겁을 주는 간호사의 말에 몇 시간을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결국 수술대 위에 눕게 되었습니다...

후훗... 그런데 한 가지 울 애기를 낳기 전 에피소드가 있는데여... 애 낳을 때 정말 "악" 소리 한번 안내고 낳는 여자가 있다더니 제가 바로 그런 경우를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거 아닙니까...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초여름에 들어선 따뜻한 바깥날씨와는 다르게 썰렁한 병원 지하의 수술실... 차디차게 느껴지는 수술대... 그 위에서 무슨 형틀에 묶여있는 죄인처럼 사지를 묶인 채 수술준비를 받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무지하게 급해보이는 산모의 "음...음..." 하는 신음소리가 들리더니 간호사 몇명이 부축을 해오더군여.... 겨우겨우 애를 낳기 직전에 병원으로 왔는지 거의 주저않을 듯이 하던 산모는 "맨 바닥에서 애 낳을 거에요!"라는 간호사의 호통치는 소리를 들으며 침상에 오르더군여... 그때까지 내 옆에서 수술준비를 하던 간호사가 잠시만 기다리라는 소리와 함께 그 쪽으로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찰싹찰싹 때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난 아까 그 산모가 애 낳다가 혼절을 했나 싶어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고 하는데 우잉?? 왠걸... 이내 갓난아기 우는 소리가 "응애~~" 하고 들리더군여...

결국 그 산모 덕분(?)에 약 30분 정도 더 수술대에 묶여 있던 나는 생전 처음 구경한 그야말로 팔뚝만한 전신마취용 주사기를 보며 주사약이 내 몸속으로 다 들어오기 전에 의식을 잃었더랬져...

수술이 끝난 후 입원실로 옮겨 졌을 때 마취가 덜 깬 상태로 가물가물하게 정신이 들더군여...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동안 희미하게 나마 이모와 이모부가 보이길래 인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입이 안떨어지고 몸이 전혀 움직여지질 않더군여.... 그리고 나서 다시 그대로 잠이 들었던거 같습니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지만 잠에서 깨어보니 아까보다는 또렷하게 정신이 들고 이모의 얼굴이 확실히 보이고 말도 제대로 나오더군여...

사실... 이렇게 답장을 달게 된 이유가 예비님은 그래도 친정어머니가 계셔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부럽기도 한 마음에 몇자 적는다는 것이 이렇게 나의 출산 경험담까지 올리게 되었군여... 저의 친정엄마는 일찍 돌아가셨거든여...

암튼 정신이 들자마자 난 무엇보다 애기가 보고싶더군여... 그래서 이모한테 애기좀 보게 일으켜 달라고 했는데 그게 여의치가 않더군여... 몸을 일으키기 위해 배에 힘을 주려는데 훅~ 하는 느낌이 드는게 수술부위에 통증이 느껴지더군여....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좀 더 있다가 보기로 하고 그냥 누웠습니다...

오후 늦게쯤 이모는 내일 다시 오마 하시며 돌아가셨습니다... 병원에 계속 계실 수 없는 이모의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럴 때 친정엄마가 계셧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괜히 서글퍼 지더군여...

지금도 내 품에 안겨 초유를 빨던 갓 태어난 울 애기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답니다... 지금은 어느덧 자라서 5살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언제 저렇게 컸나 싶을 정도로 신기하기만 하네여... 애가 커가는 것과 비례해서 나는 늙어가는 거지만 아직은 그 사실이 그리 슬프게만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그래도 아이가 별 탈 없이 커주는게 고맙게 느껴지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모쪼록 예비님 께서도 님의 아이디 만큼이나 예쁘고 튼튼하고 총명하게 아이를 키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 살아계실 때 효도 많이 하시구여....


PS: 괜한 사설이 길어졌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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