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과 설사에 얽힌 꼴리지 않는 이야기(야하지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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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대학시절 후까시 만빵의 꼴사나운 뮤지션으로 통하던..
머리가 길었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한 6년은 된 이야기 일거다.


이름도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하여간 지명도도 꽤 있었던 올드락 취향의
모 그룹에서 키보디스트와 보컬리스트를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연락을 했고
동시에 두가지 다 할수 있으면 더욱 좋다는 말에 오디션 날짜까지 잡았다.
두가지 다 한다는 이점때문인지 지정곡 없이 자유곡만으로 오디션을 볼수 있다는
특혜까지 받고 말이다.

그래도 그 당시는 건강 상태가 양호했었고, 지금처럼 손가락이 굳어버리거나
목소리에 숨찬 쇳소리가 끼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같잖은 실력에 대한 자만심으로
가득찬 머리속에 똥만 잔뜩 들은 사이비 락커였던 시절이라서 그다지 연습을 한것
같지는 않다. 그냥 코드와 가사만 외우는데 그쳤고, 적당히 후리면 되겠지 하는
자만심이었나 보다.

별 신경쓰지 않고 여전히 엽기적이고 방탕한 생활속에서 허우적 거리던 와중
날짜는 다가왔고, 마침내 당일 아침 집을 쓰린속을 달래려 우유나 한잔 마시고
오디션보고 와야지 싶었는데, 엄마가 달걀을 하나 챙겨주는 것이었다.
노래시험보러 가는데 목청이라도 틔우라고 날계란 하나 먹고 가라길래
귀찮은 생각에 먹던 우유에 깨 넣고 마시려는데, 특유의 역한 비린내가 풍겨
참기름까지 한방울 쳐서 후루룩 마시고는 친구를 만나 함께 갔다.

내가 유명해지면 열심히 차도 몰아주고, 옷도 챙겨주겠다는 자칭 매니저타입의
그 녀석과 함께 합주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꽤 있었고, 경계의 눈초리로
나와 친구를 한번 흘겨보고는 열심히 악보를 들여다 보는 그 분위기는 흡사
학력고사장에서 느낄수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순번을 받고 친구와 노가리를 풀던중 갑자기 아랫배에서 약간의 미동을 느꼈으나
아침에 먹은 우유와 날계란의 혼합물때문에 잠시 그러는 것이겠지 싶어 무시한채
대장속의 농축된 기체를 방출하는 것으로 속을 달래었으나, 그것은 나의 착오였다.
쇼파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하던일을 멈추고 자리를 피하거나, 담배를 빼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녀석은 나에게 귓속말을 건네었다.

"야 너 혹시 바지에 흘렸냐"

그 즉시 아랫배에서 통증을 느낄수 있었으며, 아스팔트를 부수는 굴착기의
진동과도 흡사한 격렬한 진동이 오기 시작했다. 급히 화장실을 향하려 했으나
오디션을 보는 방의 방음판으로 되어있는 문이 빼꼼히 열리면서 누군가 머리를
내밀고 다음차례 들어오시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짜식 잘 해라"

라면서 나의 엉덩이를 툭 치는 그녀석 때문에 순간 아주 미량의 액상 엑기스가
분출된것 같았다. 나의 포커페이스도 그 상황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긴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최대한 고개를 숙이면서 다리를 꼬며 진땀을 흘리고
있는 나에게 긴장되시나요 묻는 그 그룹의 리더에게

"너도 한번 X마려워봐 얼마나 죽을맛인지" 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으례 나의
그 포커페이스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하하 좀 덥군요"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때는 한참 추울 2월이었는데 말이다.

우선 키보드부터 쳐보라고 했고

"저 리프는 생략하고 솔로 프레이즈만 하면 안될까요"

"안되요, 전곡을 다 쳐보세요"

그 긴 곡을 다 치는동안 나의 대장속은 아비규환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으며, 그 와중 조금씩 나의 자제력은 무너져가고 있었다.

"자 그럼 노래해보세요. 참 자유곡만 하시기로 했죠, 그럼 반주 넣어드리죠"

라면서 'Since I've been loving you"의 그 긴 인트로를 다 치는 것이 아닌가.
눈알이 뒤집어지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와중에서 노래가사가 맞는지, 음정과
박자는 맞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오로지 어서빨리 이 지옥의 순간이 끝나고
나의 대장속의 이물질들과의 이별을 맞이하고 싶었다.

잠깐의 정적이 끝나고 "Sin~~ce I've been crying~~" 이라고 절규하는 부분에서는
난 아예 무릎을 꿇고 몸을 뒤로 젖히는 오버액션을 펼쳐보였다. 그러나 그 동작은
멋있게 보이려는 의도에서였거나, 감정을 참지못해 벌인 퍼포먼스가 아니었고,
오로지 폭발 직전의 그 상태를, 외부와의 단절을 더이상 참지못하고 바깥공기와
접촉하려는 직장속의 이물질들의 분출을 발뒤꿈치로 틀어막기 위한 고통의 몸짓
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반주가 다 끝나기도 전에 난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가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중문도 아닌, 단 한칸뿐인 합주실 한가운데
위치한, 그것도 문 위에 한뼘쯤의 공간이 있는 방음이나, 방향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그 조악한 화장실은 설상가상으로 문도 잠기질 않았다.

난 한손으로 문고리를 부여잡고, 얼른 자켓을 문을 잡고있는 한팔에 걸쳐놓은후
한손만으로 바지를 내리려 애를 썼다. 아아 그러나 내가 왜 그날따라 버튼플라이
진을 입고 온것인가, 지퍼도 아닌 4개의 은색의 단추로 여미어져 있는 그 바지를
한손만으로 푼다는 것은 역부족이었으며, 나의 인내는 이미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

그리고 가까스로 단추를 쥐어뜯듯 하며 푸르고 바지를 내린후 포즈를 잡으려 하는
그 찰나....... 난 아직 쪼그리지도 못했는데..... 마치 화장실의 타일벽과
바닥을 굴착기로 부수는 듯한 우뢰와 같은 소리를 내면서, 대장과 소장을 통해
직장으로 내려와 항문에서 잔뜩 움츠리고만 있던 황색의 점액질 액체는 드디어
폭발하고야 만것이다.

아아 한 팔에 걸고있던 자켓 이외의 모든 옷은 무용지물이 되어버렸으며
나의 복부를, 아니 나의 정신까지도 지배하고 있던 그 고통은 사라졌으나,
또 다른 고난이 찾아오고야 만것이다. 순간 난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었고
이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한몸에 짊어지고 있는 처절한 패배자가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이럴때일수록 이성을 찾고 위기를 넘겨야만 한다는 생각에
일단 쪽팔림을 무릅쓰고 소리높여 친구를 불렀다.

방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 화장실의 여건때문이었는지 오디션을 대기중인
사람들은 사태를 파악한듯, 밖에서는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끊어지질 않았으며
친구녀석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 화장실 문 안잠기는줄 아까부터 알고, 네가 들어가자 마자 문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까, 걱정하지마"

아아 이런일이 있었단 말인가.친구녀석이 문앞을 지키고 있는줄 알았다면 난 한손
만으로 모든일을 처리하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나의 옷과 나의 위신을
버리는 일도 없었을 것인데.
그러나 이미 후회를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일이기에, 다급히 그 친구에게 말했다.

"나 지금 실수했거든, 빨리 집에가서 네 옷좀 가져와, 바지하고 셔츠면 된다.
그리고 오는길에 쇼핑백하고 물티슈도 준비해와라"

이제까지 살아오는 동안 한시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길줄은 몰랐다.
그 한시간동안 난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에 대한 고찰을 했으며, 다시는 달걀을
입에도 대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다. 물론 그 덕에 난 노른자를 익히지 않은 달걀은
여전히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저기요, 휴지라도 좀 드릴까요"

웃음을 참는듯한 어떤 여성의 목소리와 노크소리가 함께 들렸지만, 난 아무런
대답조차 할수 없었다. 그 상황에서 휴지를 받으려 문을 조금 여는것 조차
용납될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녀석이 도착했다.

"미안하다. "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을 해야할 사람은 나인데, 그녀석이 미안하다는 말을 하니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어쨌든....

"미안하다니, 정말 넌 진정한 친구다, 고마워 정말. 나중에 술한번 거하게 사마"

물론 고마움의 표시가 아닌 입막음으로써의 술대접을 약속하면서, 봉투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물티슈로 대충 닦아낸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천조각들을
담은후, 그녀석이 가져온 옷을 입으려 꺼내는 순간....
난 그자리에서 쓰러지고 싶었다. 아니 그냥 알몸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60년대에나 입었을법한 무척이나 농촌지향적인 디자인과 가을하늘 보다도
더욱 짙고 깊은 푸른색, 그리고 팔에는 약동적인 기상을 보이는 흰색 두줄이
그려져 있는, 지퍼마저 고장난 츄리닝 웃도리와,역시 같은 색깔에다가
마치 거들과도 비슷해 보이는, 노팬티에 착용하면 남성의 윤곽이 환히 들여다
보이는 사이클선수들이 입는 바로 그 반바지 였던 것이다.

그 친구의 배려에 너무도 감동받은 나는 일단 그 복장이나마 챙겨입고
한시간만에 그곳에서 벗어날수 있었으며, 아까의 "미안하다"라는 말의
의미를 그제서야 깨달을수 있었다. 그 눈물겨운 우정을 보여준 친구는 이미
그곳을 뜨고 없었으며, 난 많은이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 합주실을 뛰쳐나갔다.


지퍼가 여미어 지지 않아서 아랫부분을 묶어버린 파란색 츄리닝과
거들같은 사이클 반바지위로 검은색 가죽가켓을 입고, 부츠를 신은 긴 머리의
사내가 냄새를 풍기며 만원 지하철으로 들어서자, 난 하나의 기적을 볼수
있었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모세의 기적"이 바로 이것이다 라는 것을 말이다.

더이상 어떠한 단 한명의 진입조차도 거부할것만 같았던 틈새하나 없던 그곳이
바닷물이 갈라지듯 갈라지면서 내 주위에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 그들의 배려로
인하여 난 편안한 귀가를 할수 있었다.

그 친구는 그 사건 이후로 자취를 감추었으나, 그 사건은 이미 걷잡을수 없을만큼
빠른 속도로 많은이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몇일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리고 그 합주실은 그 사건이후로 화장실을 증축하였으며, 오디션의
합격 여부는 차마 물어볼수 없었기에 그냥 지나쳤다.



이젠 기억조차 희미해진
그때 그 친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 합주실은 아직도 번창하고 있을지
그 그룹은 여전히 돈벌이와 상관없는 음악성을 고수하고 있을지
하는 옛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며 오늘도 옷깃을 적시고야 만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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