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켰다!-7] '짓누름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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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게시판에 가시면 성인유머 게시판이 있읍이다. 이곳에 (들켰다1 - 6)편이 있읍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그날 이후 세녀는 이정현의 '바꿔'를 몸소 실천하기 시작했다.
젤 먼저 욜라 알바해서 번 돈으로 컴퓨터를 최신형으로 바꾸더니
느려터진 전화모뎀을 케이블 모뎀으로 갈아치웠다.
짜장면을 먹어도 곱빼기 하나 시켜서 둘이 나눠먹는 짠순이한테
그런 과감성이 있을 줄이야...
어느 한순간 남자도 저렇게 한방에 갈아치우지나 않을까
가슴이 서늘해지까지 했다.

어쨌건 그렇게 시스템을 갖춘 세녀는
밤을 꼴까닥 새가며 인터넷의 바다에 풍덩 빠져 허구헌날 밤을 꼴딱 새가며 헤엄을 치는데...
세녀의 인터넷 프로그램은 대충 추정컨대 10%쯤은 자료조사,
20%쯤은 잡지 신문 구독과 메일,
그리고 나머진 죄다 뽀노로 채워진 것 같았다.
(세녀의 50개쯤 되는 즐겨찾기 항목에
무려 38개의 뽀노 사이트가 그를 증명해준다.)
일반적으로 뇨자덜은 뽀노는 벨로 안좋아한다고들 하는데
세녀하고는 상관없는 얘긴듯...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세녀에게 뽀노 사이트를 가르쳐준 게
그다지 큰 실수를 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첨엔 신기하다느니 징그럽다느니 하면서
같이 뽀노를 보며 시시덕거리다 삐리리해져서 엉기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뽀노에 열중해 있는 세녀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옴싹거리는 작은 입술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는 재미는 아주 각별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행복은 짧고
기나긴 불행의 시간은 순식간에 다가오기 마련.
새로 영화가 기획되고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되면서
일 때문에 며칠을 졸라 정신없이 보내고 난 뒤
문득 그 며칠 동안 한번도 세녀로부터 전화가 없었단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야 바빠서 그랬다지만 세녀는...?
이젠 노예놀이도, 뽀노 보면서 낄낄거리는 짓도 시들해졌단 말인가?

며칠을 못본 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한구석과 몸 한군데가 비비 꼬여 견딜 수가 없었던 나,
저녁에 장미꽃 한다발 사 들고 카페에서 만나자 대뽄이를 때리는데,
세녀왈,

"나가기 귀차나..." (심드렁) 하는 것이다.
"지금은 집으로 가도 못보자나?" (애처로운)
"담에 보지 머..." (하품하다가)
"난 지금 보고 싶은데..." (흑흑)

결국 난 앤에게 전화를 걸고 집으로 찾아갔다.
다른 때 같으면 내가 온 기척이 나면
세녀는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한번은 나와서 나와 눈을 마주친다.
물 마시러 나온 척 하며 나에게 이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리기도 하고
어쩔 땐 마치 시위라도 하듯 치마를 슬쩍 올려
안에 아무것도 안 입은 모습을 보이곤
혀를 쏙 내밀곤 제 방으로 들어가기도 하곤 했던 세녀다.
그런데 오늘은... 감감무소식이다.

세녀를 위해 준비했던 꽃을 받으며 신이 난 앤은 홍홍...
연신 입이 귀에 가 걸리고...
얼른 샤워하고 오라더니 새로 산 향수라며 내 몸에 칙칙 뿌려댄다.
(이건 앤이 나에게 '키스 유 올 오버'를 하겠단 신호다.)

그날 밤,
몸으로는 앤을, 마음으론 세녀를 안고 뒹구는 괴로움을 몸짓으로 풀었던 나...
결과는 다음날 아침에 나타났다.
앤은 아침의 그 바쁜 출근 시간에도
날 위해 계란에 파를 송송 썰어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놓고
볼따구에 립스틱 도장도 잊지 않았다.
간밤에 치렀던 짓누름의 미학이 거의 퍼팩트했다는 뜻이다.

달콤한 피곤에 젖어 늘어지게 자고
오후 다 돼 일어나 샌드위치를 먹는데
방에서 나온 세녀와 뜨악 마주쳤다.
두둥--!
긴장, 초조, 불안...
여느때 같으면 표독스런 눈초리로 날 째리며 뭔가 쌔릴 세녀건만...
나의 기대를 사정없이 깔아뭉게며 세녀,

"오랜만에 김치찌개나 먹어볼까?" 한다.

나보고 요릴하란 소리여...?
아무 말도 않고 마뜩찮은 눈길로 째려봤더니
세녀, 소 닭 보듯 날 힐끔 보곤 냉장고의 문을 연다.

"먹다 남은 삼겹살이 있나...?"

세녀의 그말에 그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던 샌드위치 조각이
나무토막이 되어 식도에 걸리고 만다.

서, 글, 픔...

어쩌다 세녀와 나 사이가 이렇게 됐나?
질투로 욜 받아 밤을 꼴딱 새곤
머리채 휘어잡고 목간 시켜주던 그 님은 어디 가고,
한 십년 같이 산 남편이 무릎 축 처진 추리닝 입은 마누라한테
사타구니 벅벅 긁으면서 해야 할 소리나 하고 자빠졌단 말인가?

나,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

"이럴 순 업써!!"

비닐로 싸인 삼겹살 덩어리를 꺼내던 세녀,
깜짝 놀라 고기덩어릴 떨어트린다.

"너 솔직히 얘기해. 뭐 때문야?"
"모가?"

세수도 안한 꺼벙한 눈으로 날 보는 세녀에게 다가간 나,
느닷없이 세녀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입술을 물어버린다.
웁...!
세녀가 반항할 틈을 주지 않고 나의 손은 거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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