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회야화 0008 - 내 차마 이러다가 죽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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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
"오늘은 왜 그렇게 맛이 갔냐 젊은 놈아?"
"영감도 이주일 연속 술 마셔봐요 뒤지지 않는게 다행이지."
"넌 고삐리가 무슨 술을 그리 쳐먹냐?"
"고삐리니까 술을 먹지 누가 술을 먹어요."
"그렇게 술 쳐먹고 자지는 서냐?"
"아침마다 졸라 크게 서요!"
"그래서 떡은 치냐?"
"......"
천회야화 0008
"내가 다시 이렇게 술을 마시면 개다."
군대 고참이 제대를 축하하는 술자리에서 폭음을 하고 화장실에서
뱃속에 든 것들을 몽창 게워내면서 했던 말이다. 밑도 끝도 없이 그때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오늘 낮의 Nakadasi 역시 화장실에 머리를 박
고 저 소리를 했기 때문이다.
밤에 술 먹고 놀 때는 신났지만 다음날이 되면 이리도 괴로운 것을.
Nakadasi라는 놈은 학습능력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모르겠다.
:: Real Mckoy 6 [ 내 차마 이러다가 죽더라도. ]
사실 토요일의 폭음은 그럴만한 것이었다. 즐거운 토요일을 맞이하여
퇴근하려는 Nakadasi를 이사가 붙잡았고, 오후 3시부터 이어진 회의
겸 신세한탄이 저녁 8시가 되어서야 끝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회사를 나서니 비는 추적추적 쏟아지고. 비를 맞으며 역으로
걸어가 지하철을 탔더니 정신이 반쯤 나간 놈이 Nakadasi가 탄 칸 안
에서 깽판을 치는 바람에 여자들이 전부 다른 칸으로 가버리고 홍대
앞에 도착할 때까지 줄창 스트레스 상태로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토요일 저녁때 같이 만나기로 한 사람들과 모 양에게서
숨가쁘게 문자 메시지가 날아들어 울적함과 미안함까지 머릿속에 가득
했으니 술집에 들어간 순간 고기에 앞서 소주잔에 손이 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일본변태가 생리혈 빨아먹듯이 소주를 퍼먹고, 2차로 병맥주를 마셨다.
근처 클럽에서 선배들이 술을 마신다길래 가봤더니 반년 동안 지방에
내려가 거국적인 프로젝트 노가다에 투입되었던 선배가 상경하여 놀러
와있는 것이 아닌가. 새벽 4시까지 선배가 주는 데킬라를 한번 사양도
않고 줄창 퍼먹었으니 Nakadasi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다.
일요일 새벽 5시에 신촌 모텔 골목으로 기어가 빈 방을 찾는 한심한
짓을 저질렀으나, 신도 무심치 않으셨는지 정품게임 돈 주고 사는 당
연한 선행 덕분에 귀여움을 받았는지 요행으로 남아있던 방에 안착하
는데 성공하였다.
그러나 모 양과 Nakadasi는 이미 폭음으로 반 시체가 되어 있었기에
신성한 떡 행사를 치루지도 못 하고 묵묵히 침대에 쓰러져야 했다.
"인간아 출근한다고 그렇게 깨워도 안 일어나냐. 나 지금 너무 배고프
고 머리 아파. 약 싸들고 빨리 회사로 와."
오후 1시가 되어서야 모 양의 전화를 받고 일어날 수 있엇지만, 일어
났다 한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여관 변기에 온갖 음식물을 집
어넣은 뒤 비틀거리며 여관 문을 나설 수 있었고, 모 양과 자신이 먹
을 약을 산 다음 카페에서 그걸 먹고 아이스 티를 마셨다가 티가 너무
달아서 또 토하고, 너무 피곤해서 Nakadasi의 집에 가서 한숨 자고 집
에 가야 겠다는 모 양의 말에 택시타고 집 근처까지 가서 택시에서 내
리자마자 또 토했다.
정신없이 토하다가 횡단보도 신호가 바뀐 것을 보고 길을 건너가자마
자 또 전봇대에 머리를 박고 토했으니, 태어나서 살다살다 토하다가
길 건너서 또 토하는 짓은 정말 처음 해보는 짓거리였다. 이런 짓을
자주 하면 누가 Nakadasi를 인간의 유전자 덩어리로 인정해 주겠는가.
아무튼 그렇게 집에 들어와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뒤 모 양을 데리고
방에 들어가 깊은 잠을 청했으나...
자다가 속이 거북해 일어나서 또 토하기를 서너 차례, 이제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극한 상태까지 도달한 것이다. 나름대로 참아보려고 해
도 머리가 지끈거리고 뱃속이 타오르니 어찌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고통에 시름하던 Nakadasi는 결국 한 가지 계안
을 떠올렸으니.
살짝 잠든 상태로 숙취를 식히고 있던 모 양의 곁에 파고들어가 귓볼
에 버드키스를 해준 뒤 앙알앙알 부탁을 청한다.
"자기야. 나 지금 속이 너무 안 좋아. 꼬추 주물러줘."
이것이 무슨 소리냐? Nakadasi의 생각은 이러하다. 모 양이 꼬추를 만
져주면 기분이 좋아져서 몸 안에 가득한 고통을 잊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목욕을 안 해서 몸에 가득한 악취를 향수를 뿌려서
가려보겠다는 중세 프랑스 귀족 나부랭이같은 작상이 아닐 수 없다.
이래서 못 배운 놈은 티가 난다는 것이다. 언젠가 모 게시판에서 누군
가 "대학도 안 나온 것들이 경력 좀 있다고 윗자리에서 일 시키는데
정말 짜증난다"고 써놓은 글이 생각난다. 이 얼마나 맑은 혜안을 가진
잡것이란 말인가. 그래 너희 마음껏 윗자리 올라가라. Nakadasi는 눈
에 안 띄는 아랫동네에서 다운타운하게 살련다.
"우웅..."
속도 안 좋은 놈이 갑자기 왜 꼬추를 만져달라는 걸까-의아해진 모
양이었지만 인간이 측은해 뵈던지 손을 뻗쳐 Nakadasi의 꼬추를 조물
딱거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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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남자의 고구마는 어찌 주물러야 제 맛이 나옵니까?"
육즙문 십육강귀 중 십오강귀인 마수천녀 유화령이 사강귀 강철공알
태청화에게 물었다.
"고구마를 주무르는 것은 풍림화산이라 할 수 있다. 손을 움직일 때는
바람이 일어날 듯한 역동성이 있어야 하며 고구마 곳곳에 섬세한 감각
을 전하는 그 손바닥에는 숲에 가득한 나뭇잎보다 더 풍부한 깊이가
묻어나야 한다. 그리 움직이는 손에 의해 고구마에서는 불이 일어나야
하며 사정을 할 때는 산에 오른 듯한 성취감이 느껴져야 한다."
무공을 몸에 지닌 여인의 법도를 설하던 태청화. 지난날 강호에서 만
나 운우의 정을 통한 칠강귀 철퇴동자 마육봉이 생각났는지 잠시 두
뺨을 붉게 물들이며 자신의 몸을 기초로 한 춘화를 그리는데 더욱 정
성을 기울였다.
훗날 태청화가 그린 춘화의 애호가가 된 일본인이 밤마다 태청화의
춘화를 보며 자위를 하였으니, 그가 바로 전국시대 영웅 중의 하나인
다케다 신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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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바보같은 생각이 아닐 수 없었으나, 모 양의 손길 덕분에 기분
은 좋아졌고 통증도 어느정도 가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실로 인체
는 신비롭지 아니한가. 옛 우리 조상들도 전란 속에서 몸에 화살이나
칼을 맞은 흉상이 생기면 여인에게 고추를 주물러 달라고 했을 것이
분명하다.
"...야, 좀전까지 화장실 가서 토하던 애가 어디서 힘이 나서 이게 딱딱
해져?"
내 말이 그 말이다.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는 신체이다. 아직도 몸이
허하거늘 어찌 고추는 딱딱해진단 말인가. 그 만큼 모 양의 핸드 테크
닉이 뛰어나단 이야기인가. 아무튼 모 양의 부드럽고 강렬한 손길 덕
분에 기분이 좋아졌으니 이쪽에서도 답이 없을 수 없다.
"자기야 나두 만져줄까?"
"...음."
"응?"
"...응."
모 양도 숙취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래도 부드러운 터치 정도는 괜찮다
고 생각했는지 승낙을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Nakadasi는 전날
밤 술에 떡이 되서 여관방에 쓰러질 때부터 모 양의 냄비를 만지고 싶
었다. 왜냐 하면 모 양이 올인원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패션잡지에
서나 볼 수 있었던 올인원. 닥터 봉에서 김혜수가 입고 나왔던 올인원.
그 동안 Nakadasi가 그렇게 보고 싶어했으면서도 볼 수 없었던 속옷
중 하나인 올인원을, 모 양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다리 사이에 똑딱이 단추가 달려있어 냄비 부분만 노출시킬 수 있는
대단히 합리적인 설계구조. 이렇게 사랑스러운 옷이 어디 있단 말인가.
똑-딱-
소리도 경쾌하다. Nakadasi는 모 양의 올인원을 따내고 냄비를 만지기
시작한다. 아직은 건조한 상태지만 부드럽게 만져대자 점점 촉촉해지
기 시작하더니 2분 쯤 지나자 시트가 젖기 시작한다.
"!?"
갑자기 모 양이 Nakadasi의 팔을 움켜쥔다. 왜지? 그만 하라는 경고인
가. Nakadasi는 서운하다. 한참 보답하고 있는 중인데 제지를 당하다
니. 너무나 서운하다.
"자기야... 안 되겠어 쑤셔줘."
아.
아.
아.
그렇군요.
모 양의 몸이 극한의 상태에 도달한 모양이다. Nakadasi는 고통을 극
복하고 신념에 가득찬 핸드 테크닉으로 봉사할 것을 마음 속으로 맹세
하며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모 양의 냄비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순간, 모 양의 손이 다시 한번 Nakadasi의 팔을 움켜쥔다.
"자기야 손가락 말고... 자지로..."
속도 안 좋고 머리도 아직 띵한데 떡을 쳐야 한단 말인가. 이럴 땐 잠
시 고민을 해야 하지만 Nakadasi의 몸은 이미 모 양의 몸과 하나가
된 뒤였다. '속도 안 좋고 머리도 아직 띵한데...'하는 생각은 몸을 움직
이면서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한 다음에야 떠오른 생각이다. 참으로
Nakadasi는 내다팔 구석도 없는 속물이 아닐 수 없다.
"으으 자기야 너무 좋아 더 쎄게 쑤셔줘."
제가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부지런히 할 일만 할 뿐입니다. 하지만
Nakadasi는 떡을 치며 매우 시끄러운 사람이다. 떡치면서 떠들길 좋아
하는 남자. 떡치는 토크쇼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자기야 키 작은 나지만 퍽퍽 소리가 나게 해도 좋아."
"...아, 네."
이것은 또 무슨 소리인가. 얼마 전 모 양과 함께 미장원을 갔을 때
가게 안에 있던 GQ에 그런 기사가 있었다. '키 큰 여자와의 섹스'. 키
작은 남자가 키 큰 여자와 섹스를 하는 과정의 어려움과 나름대로의
좋은 점을 풀어놓은 극도의 가쉽성 기사였다. 키 큰 여자는 후배위를
할 때 까치발로 서야 한다던가 69 자세가 어려워진다는 등의 단점이
있지만, 평소에 허슬러 등을 통해서나 볼 수 있었던 자세를 재현 가능
하다는 점 등이 장점이라는, 뭐 그런 화장실성 조크로 채워진 기사였
다. 그 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
장이었다.
-그리고 키 큰 여자와는 퍽퍽 소리가 나게 섹스를 해도 되서 좋다(키
작은 여자는 부숴질까봐 조심조심 해야 하지 않았던가!).
여자가 무슨 레고 블럭이냐. 떡 좀 친다고 부숴지게?
그렇게 '퍽퍽' 소리가 나게 떡을 치던 Nakadasi. 몸을 움직일 때마다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지만 두통이 느껴질 때마다 고구마로 전해지는
냄비의 촉감이 척추를 타고 올라와 그 두통을 덮어대니 시간이 조금
흐르자 예상할 수 없었던 기묘한 쾌감이 전신에 가득 차는 것이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읽었던, 독을 제거하지 않은 복어를 먹으며 '극한의
별미였다'는 메모를 남기고 죽은 일본의 미식가 엔카가수 이야기가 떠
오르는 순간이었다. 그래. 이게 바로 그 맛이구나. 죽음을 각오한 다음
에야 느낄 수 있는 쾌감이구나.
모 양 역시 성감이 높아졌는지 자세를 바꿔 Nakadasi 위에 올라가 냄
비를 깊게 눌러 둔부를 비비며 승마위를 만끽하셨으니, 이를 악 물고
고통을 극복하며 오르가즘을 느끼는 그 모습은 가히 투지가 느껴진다
고 할만한 것이었다.
언젠가 죽는 순간은 침대와 여자 위에서라고 결심했던 Nakadasi, 실패
도 많고 후회도 많았지만 인생의 대업 중 하나에 한 발자국이나마 다
가갈 수 있었던 하루였다.
"이 해안에는 딱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이미 죽은 자와 곧 죽을 자
다. 앉아서 죽겠는가, 싸우다 죽겠는가?"
미육군 제 16연대장 조지 테일러 대령 -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오
마하' 비치에서 부하들을 독려하며. 그는 저 말을 외치며 독일군 벙커
에 선봉으로 돌격하였다.
-알기 쉬운 세계 제2차대전사 5권 '심판의 날' 중 (1999. 도서출판 호
비스트. 이대영)
:: Take D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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