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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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링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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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part 3




바쁜 하루가 지나가고 퇴근준비를 하고있었다.
사무실 분위기는 여느때보다 평화로워 보인다.
사장은 휴가를 떠났고 이제 곧있으면 나역시 휴가를 간다.
얼마전 사당에서 가계약을 했던 점포만 개발하면 이번달 수당도 꽤 될것같다.
이번 휴가는 나름대로 즐거울듯하다..
며칠전 양규에게 연락이왔다. 술이나 한잔하자는 말과함께..
양규가 사무실위치를 가르쳐달라고했다. 자기가 찾아오는게 편할것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얼마전 정은에게 한소리 먹은뒤로는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덕분에 지겨운 전철을 다시타게 됐지만 말이다.
핸드폰이 울렸다.

-뭐하냐?

-어, 퇴근하려고...넌?

-어딜것 같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우리집 근처냐?

-너희 회사 근처다 임마...내려와라...

-아,,그래 금방 내려갈께! 서류정리 하나만 해놓고...

-바쁘냐?...기다려 내가 올라갈께.

-올라온다구? 금방이면 되는데...

사실 양규가 올라와서 해될건 없지만 아무래도 껄끄러운 감정은 있었다.
녀석에게서 건달같은 이미지가 풍겨올까 싶은...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가 들리고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한명이 아닌것 같은데...?
유리 도어가 열리고 양규가 들어왔다. 뒤에 따라들어오는 사람은... 기철이었다.
난 양규가 똘마니들을 데리고 오는줄알고 가슴이 조마조마하던 터였다.

-안녕하세요..수고하십니다!

양규의 굵은 음성이 사무실에 울려퍼졌다.
정애와 정은은 아까 나의 전화 통화를 들은뒤라 그들이 내 친구들인지 짐작한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차 드릴까요?
정애가 인사를 받으며 말했다.

-주시면 고맙지요.
양규가 웃음을 띄며 말했다.

다행히 양규는 내가생각했던 그런 이미지를 풍기지 않았다.
감색 점잖은 양복에 의외로 넥타이까지 매고있었다.
며칠전 봤을때완 이미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확실히 돈과 여유는 사람을 180도 바꾸는 힘이있는 모양이다.
손님용 소파에 걸터앉은 기철과 양규는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좋은 회사다니네? 어여쁜 여사원들도 두분이나 있고...재포야 나랑 회사
바꾸자..응?
기철이 농담을 했다.

-나 금방 끝나거든, 쫌만 기다려라.

-천천히해라. 시간도 넉넉한데...

서둘러서 서류 작업을 진행했다. 빨리하면 10분안에 끝날것 같았다.
녀석들은 정애가 내놓은 차를 후루룩 마시며 사무실 안을 둘러보고 있다.

-차맛이 끝내주는데요..아가씨 우리 회사에서 일해보지 않을래요?

양규가 농담섞인 한마디를 던졌다.
정애는 예의 그 미소로 답할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모니터를 바라보다 기철이 쪽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정은과 정애를 번갈아 바라보더니 나중엔 흘끔흘끔 정은만을 훔쳐보는
것이었다.
녀석도 정은이 곱게 보이는 모양이다.
하기야 다소곳하게 앉아서 업무 보는 그녀의 모습은 왠만한 남자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니까..
기철이 한참 정은을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서류철에서 눈을 떼고
기철을 바라보았다.
녀석의 눈이 순간 당황함에 벽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저기 담배는 조금 자제해 주시겠어요? 금연은 아니지만 제가 요즘 기관지가
약해서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철은 담배를 재떨이에 부벼껐다.
하지만 양규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남아있는 한모금까지 빨고 재떨이에
끄는 것이었다.
난 속으로 약간 못마땅한 정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왠지모를 고소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약간 더디게 일처리가 끝나고 사무실에서 나왔다.
난 나를 찾아온 녀석들에게 술을 사고싶었다.

-야..뭐 마실래? 내가 쏠테니까...

-아서라...오늘은 내가 준비했다.

양규가 택시를 잡으며 말했다.
택시에 오른 우리는 기집애들 처럼 조잘조잘 떠들어댔다.

-야...너는 어느정도 꼬붕들 데리고 있다면서...뭐 기사딸린 차같은거 없냐?
기철이 능글맞은 미소로 물었다.

-짜식이..영화는 많이 봐가지고..난 체질적으로 그런거 않키운다. 곧있으면 새로
뽑은 차가 나오긴 하지만 기사같은건 안둔다..

-에이..

-뭐가 임마?

-난 니가 기사두면 나 채용하라고 말하려 그랬지...

-하하하..

우리들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듯 유쾌하게 떠들었다.


양규가 우리를 데려간 곳은 고급 바였다.
1층짜리 가게였는데 인테리어만해도 돈좀 들었을만한 바였다.
기철과 난 휘둥그레진 눈을 껌벅이며 양규뒤에 달라붙어 들어갔다.
단층인줄로만 알았던 바가 지하까지 연결되어있었다.
지하는 대부분 단체 손님용 룸이었다.
우린 그중에서도 VIP룸으로 안내되었다.
웨이터가 들어오고 양규가 몇마디하자 꾸벅 숙이고 나간다.
우리들만 남게되자 내가 물었다.

-여기 술값 비싸지 않냐? 보통이 아닐것 같은데...그냥 맥주 한잔하려했는데
무리하는거 아니야?

-그래...양규 너 무리하는거 같애..

-괜찮아....너희들은 맘껏 마시기만 해...

녀석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곧이어 양주 몇병과 푸짐한 안주가 들어왔다.
술 한잔씩을 따라주며 양규가 말했다.

-오늘은 니들하고만 마시려고 여기 비워놨다. 내가 말했잖아. 받아놓은 가게가
있다고...

-그럼,,여기가 거기란 말이야?

우리둘은 눈이 휘둥그레져 말했다.
기껏해야, 조그만 가게 한두개일줄 알았던 나는 입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거말고 하나 더있어..

양규는 술잔을 비우며 말했다.
순간적이지만 예전에 녀석이 빈털털이인줄알고 동정했던 내가 한심해졌다.
아파트 하나 마련하고 기뻐 어쩔줄 모르던 내가 떠올랐다.
양규가 내 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않 마시냐?.....여자 없으니까 흥이 않나지? 불러줄까?

양규가 테이블위에있는 알람 버튼을 누르려하자 내가 막았다.

-우리끼리 마시자. 나중에 시간남으면 부르고......

기철이가 못내 아쉬운듯 나를 힐끔 쳐다보았으나 솔직히 이상한 자존심 때문에
난 거절하였다.
'띠리리리~' 벨소리가 울렸다. 거래처 번호같다.
받지않고 전원을 꺼버렸다. 오늘은 그냥 친구들과 즐겁게 마시고싶었다.
서로의 술잔을 따라주며 채워주고 기분좋은 얘기가 오갔다
어렸을적 얘기에 서로 웃고떠드는데 어느덧 양주도 세병정도 축나가고 있었다
기철이 물었다.

-야,,아까 너희 사무실에 있던 기집아 예쁘더라...결혼 않했지?

-누구,,? 둘중에...

-차 타준애 말고..

-정은이? 그 가시나 말이구나?

-정은이가 이름이냐? 이름은 별로네? 나좀 소개시켜주라...

-그 가시나 애인 있어. 그리고 소개시켜주고 싶지도 않고...

-아니..왜? 니가 찍었냐? 설마 벌써 꿀꺽한건 아니지?...

-그 기집애가 어떤 기집애줄 알고,,,

-왜? 어떤 기집앤데?...

-몰라 임마 ...술이나 마셔...

잠자코 듣고있던 양규가 한마디했다.

-그 년 콧대가 여간 아니겠던데...기철이가 니가 감당할수 있겠냐? 큭큭..

-그래 임마, 넌 상대도 않해줄걸,,,,

나도 맞장구 치며 말했다.

-차라리 아까 차 따라준 애가 참하니 괜찮다...애인 있는줄은 아직 모르겠는데..

-갸는 됐어,,내 타입아니야...여기 화장실이 어디냐...?
기철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일어섰다.

몽롱해져가는 머리속에 그녀와 사장일이 생각났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나를 양규가 툭치며 말했다.

- 니 와이프는 언제 출산이냐?

-석달정도 남았어..아니 더 남았다...

-와이프한텐 자주 가냐?

-아니..요즘 통 못갔지..가긴 가야되는데...

-그래...그건 그렇고 너,,회사 맘에 드냐?

양규가 술기운때문에 붉어진 얼굴로 말했다.

-왜? 맘에 안들면 어쩔것이냐..다녀야지..

-우리 가게에서 일해볼 생각없냐?....불법으로 장사하는것도 없고,,,,믿을만한
적임자가 필요하거든,,,

-......

-생각해보고 연락한번 주라...기철이는 은행다니니까...이 일 권하긴 힘들고,
니가 주류에 대해서 경험이 조금 있으니까 권하는거야..보수는 월 300정도고,,,,아마 너희 회사보단 더 나을것 같은데...

-.....생각해보고,,,,아직 돈에 대한 미련은 많지않거든...어쨌든 생각해줘서 고맙다.

-너랑 같이 일하면 좋을것 같아서 그래..꼭 신중히 생각해봐!

-............"


300 이라면 작은돈은 아니다.
월급쟁이로서 연봉3500벌기가 쉽지않다는것도 알지만 선뜻 그러마 라고 대답할순 없었다.
그냥 자존심 때문이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11시가 넘자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이미 눈치챈 양규가 우리를 위해 택시를 대절해놓고 있었다.
멀쩡한 우리에 비해 기철은 술이 세지않아서인지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으로
바를 걸어나왔다.
양규가 손수 택시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조심히 가라.. 연락주고,,

-그래,,,오늘 고맙다..담엔 내가쏘마.........맥주로..큭큭..

-기대하마...재포야..아까 말한거 생각해봐라..

-...응

우리를 태운 택시는 요란한 불빛을 가로지르며 달리고있다.
간혹 오토바이 탄 폭주족 양아치들이 우리옆을 씽씽 지나갔다.
옆에서 조는줄 알았던 기철이 말했다.

-양규 지금 좋아보이지?

-글쎄..넌 그렇게 보이냐?

-흠...모르겠다. 예전엔 몰랐는데..녀석과 조금씩 동떨어져가는 느낌이 든다.

-나도..그래..그런데 녀석도 그걸 걱정하는것 같더라. 녀석도 사람이니까...

-티내면 않될것 같아서 그냥 웃고떠들었다. 사실 아직 그렇게 심각한건 아니니까..

-..........

기철이 녀석도 내가 하는 걱정을 그대로 느끼는듯했다.

-오늘 니집에서 자자..

-너희 은행하고 멀잖아? 아침에 출근을 어떻게 하려고?

-전철갈아타면 얼마 안걸려..

집에 들어와 전등을 켜자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깨끗이 청소가 돼있고 밥상도 차려져 있었다.
식탁에 메모지가 놓여있었다.

"오늘 늦나보네? 배가 제법불러서 다음주부터 회사쉴려고
신청해놨어. 오늘 자기 보려고 왔는데 않오네?
연락도 않돼고,,,,,일이 바쁜가봐? 얼굴 못본지 꽤됐잖아.
나 담주부터 여기와있을까? 라면그릇보니까 속상하다.
엄마가 자기혼자있다고 걱정 많이하더라. 연락좀해라!
오늘은 그냥갈께.
일 마무리 지어놓을게 너무 많아서 며칠은 회사 더 나가야
될거같애.
라면만 먹지말고 밥챙겨먹고 해라..응?

아내올림 "


핸드폰 꺼놓은게 생각났다.
파워를 켜고 시계를 보았다.
전화하긴엔 너무 늦어버렸다.
배부른 몸으로 청소하고 요리하고 나를 기다렸나보다.
돌아다니기도 힘들텐데......

-기철아 밥 먹을래? 우리 집사람 왔다갔나봐.

-그래? 재수씨한테 혼나겠다..?

-짜식이...밥 먹을래, 않먹을래?

-됐어...배불러...잠이나 잘란다.

-씻고자 임마...

-않해..귀찮아..

-디런 자식...

샤워를하고 나왔다.
피곤하다는 녀석이 TV를 보고있었다.

-안자냐? 열두시 넘었어 새꺄...진짜 않씻을거냐?

-자야지...야! 최 지우 예쁘지 않냐? 청순 가련형,,,나도 저런 애들이랑 사겨봤으면...

-최 지우?...혀 짧은 계집애 말하냐? 실땅님 실땅님..하는...

-그것도 내눈엔 귀엽게 보이더라...글고 보니 아까 너희 회사 가시내 생각난다.

-그 가시나는 안 순진하다니까. 건방지기만 하지…

-그래도 그런 계집애랑 한번 자봤으면 좋겠다.

-그..여자.........우리 사장이랑 그렇고 그런사이야….


술이 취한 탓일까…아니 어쩌면 나만 알고 있던 비밀을 누군가에게 폭로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내 입에선 그녀와 사장과의 관계가 빠짐없이 애기되고 있었다.

나의 이야기가 끝날즈음 녀석은 언제 술이 취해있었냐는 듯 또렷한 표정으로 내눈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럼 너한테 그 녹음된거 있겠네?

-응…

-들려줘.

-.....기다려봐…

내키진 않았지만 열심히 얘기해주고 싫다고 할수 도 없었다.
왠지 나만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어 그 즐거움을 빼앗기는
그런 기분이었다.

녹음된 파일을 찾아서 녀석에게 들려주었다.
기철은 숨소리도 조용하게 그것을 듣고있다.

-이것 밖에 없냐?

-응

-와…정말 사람 잡네…

-정말 좆 같은 세상이지? 누구는 돈 있어서 여자도 ,,,

-아니…그런 말이 아니야. 그러면... 이 사실을 그녀 약혼자도 알까?

-너…바보 아니냐? 이걸 알면서도 결혼 하려고 할 남자가 있겠냐? 것도 능력있는
남자가…

-그렇지? 이 여자 정말 나쁜 여자네….

-누가 아니래냐….

기철과 나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기철은 지각했다.



회사에 멍하니 앉아 컴퓨터를 두들겼다.
어제의 여파가 오늘 뚜렷히 나타났다. 피곤함이 밀려와 눈이 감기는걸
참을 수 없었다.
그런 나의 졸음을 쫓아준건 아내의 전화였다.

-나에요....왜 어제 늦게 들어왔어?

-응.친구랑 술 한잔 했다.

오랜만에 듣는 아내 목소리다.
집에 돌아갈까? 라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왠지모를 기분이 들어 그냥 장모님댁에
더 머물러라고 했다.아내는 무슨말을 하고싶은지 머뭇거리다 그냥 전화를 끊었다.
저 건너에서 정애가 바라보고있다.

-사모님이신가봐요?

-어..그냥 잘있는지 전화했나봐..

-어머,,같이 않사세요?

-처가집에 있거든...

-외로우시겠네요?

-왜 다들 그렇게 얘기하지? 난 편하고 좋은데..

-피...하여튼 남자들은..

-하하,,농담이고,,,그런데 미스김 애인있어?

-있을것 같아요? 없을것 같아요?

-음,,글쎄..있을것 같은데?

맘속에 없는 말을 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자존심 상해할까봐.....

-땡!,,,없어요,,

-어,,그래? 이런,,미스김 주위에 있는 친구들이 눈이 삐었나봐? 이렇게 일등
신부감을...

-헤헤...

웃는 그녀의 얼굴이 어느새 정이 들어버렸다.
가만보니 예전보다 훨씬 날씬해진것같다. 통통한 몸매가 적당히 살이빠져 군살이 없어보인다.

-요즘 운동하나봐? 살이 많이 빠진것 같네?

-이야..정말요? 저요즘 수영하거든요...두달 넘었는데, 헬스장도 이용할수 있어서 수영하고 꼭 런닝해요, 30분씩 하루도 않빼먹고 뛰었는데 몇킬로 빠졌어요.

-그래? 나도 그거나 할까...어디다니는데? 나도요즘 뱃살이 느는것같아서..

-요밑에 사거리있죠? 그 앞에 스포츠타운에서 해요. 나 혼자 다니기 심심했는데..정말 하실거예요?

-.....그래..어차피 나도 운동하려했었는데...같이 다녀볼까?


점심시간에 회사앞 스완스 매장에서 물안경과 수모, 백을 구입했다.
정애가 동행해주어서 같이 골라주었다.
퇴근을마친뒤 스포츠 센타엘갔다.
수영을 해본게 대학 2학년때가 마지막 이었었으니 거의8년만이다.
몸을 풀고 물장구치는 연습부터 다시했다.
물에 들어간지 5분도 않돼서 헥헥거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운동부족이다...
정애는 두달된것치고 제법 잘한다.
자유형하는걸보니 자세도 제법 나오고...
어렸을땐 잠수하는게 그리도 재밌었는데...
푸른 물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고요함이 느껴진다.
여자들의 두다리들이 바삐 움직이는것이 보인다.
이런것 보는것도 제법 재미있는 것 같다.
뭐~ 이상한 상상을 하다가 발기라도 해버린다면 곤란하지만...

도저히 오래 있을수 없어서 풀 밖으로 나왔다. 벤치에 앉아서 정애가 수영하는걸
구경했다.
아니 사실 그녀의 몸매가 어떤지 구경하고 싶었다.
물안에 있던 그녀가 손을 흔들길래 같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애인사이라고 생각할까?
혼자 멍청히 웃다가 옆에 있던 40대 아줌마가 이상히 쳐다보길래 괜히 어색한 기분
이들어 물안경 닦는 시늉을 했다.
어느새 정애가 옆으로 다가와 앉았다.

-이대리님. 체력이 딸리죠?

-어떻게 알았어?

-나도 첨엔 그랬거든요. 내일은 다리가 좀 아플걸요?

-한 일주일 있으면 적응될라나?

-그렇겠죠, 남자들은 아무래도 더 빨리 배우는것 같던데..오늘은 첫날이니까 이만 나갈 까요?

-나 신경쓰지말고 정애씨 할만큼 더 하고 나와.

-아니에요, 저도 힘들어요, 나가요...우리..

그녀가 벤치에서 일어서더니 앞장서서 밖으로 나간다.
내 눈은 본의 아니게 그녀의 뒷모습에 시선이 쏠렸다.
예상 외다. 통통한 몸매가 아니다. 글래머에 가깝다고 해야될까?
아마 사무실에선 정은과 같이있어서 통통해보인 것인지도....
정애의 몸매는 20대 초반의 몸매답게 탄력이 있어보인다.
걸어갈때의 그녀의 힙과 다리가 내눈을 뗄수없게한다.
간혹 통통하다고 놀렸었는데 이젠 놀리지도 못할것 같다.

샤워를 마치고 대기실로 나왔다.
그녀는 아직 않나온 모양이다. 맥도날드에서 아이스 크림을 사서 먹었다.
그냥 집에 가고 싶었지만 예의상 기다렸다.
맥도날드 통유리 너머로 스포츠 센타에서 나오는 그녀가 보인다.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간혹 핸드폰을 쓰다가 전화번호 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외우는 나의 영특함(?)에
놀라곤한다.

아이스 크림 하나를 그녀에게 사서줬다.
그녀가 눈을 땡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본다.

-아이스 크림 싫어해?

-아니요....감자튀김도 먹고 싶어요..

-........."

사줬다. 아까 물안경도 골라줬으니까..내일은 내가 사달래야지.
그녀가 감자튀김을 다 먹고 말했다.

-양 않차요...우리 저녁 먹으러 가요. 제가 맛있는데 알아요.

-저녁?


그녀와 같이 간 식당은 흑두부 전문점이었다.
아마 그녀의 단골식당인듯 그 곳의 카운터보는 아줌마와 연신 떠들어댄다.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물었다.

-여기 단골인가봐?

-네..자주 오는 편이에요.

-그런데 운동하고 이거 먹으면 살 빼는데 도움이 안될텐데..?

-그만큼 운동하면 되죠...그리고 저 이제 신경않써요..

-뭐를?

-아니에요. 어서 드세요 여기 김치 진짜 맛있거든요. 이것도 맛있고..이것도...

식사를 하는동안 그녀가 오늘따라 달라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에선 전혀 느낄수 없었던 그런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아직 덜 마른 그녀의 물기어린 머리카락에서 풍기는 샴푸냄새도 좋고,
그녀의 화장기 없는 얼굴은 뽀얀 아기 피부처럼 깨끗해보인다.

저녁을 잘 먹지않는 나였지만 정말 이곳의 음식은 맛이있었다.
한그릇을 깨끗히 비우고 일어섰다.
계산하려는 나를 앞서 그녀가 카운터에 돈을 내버렸다.
내일 불고기 버거 사달란말은 못할것같다.
포만감에 부른배를 어루만지며 아직도 여름더위가 채 가시지않은 밤거리로
나왔다.

-오늘 덕분에 잘먹었어. 담에는 내가 맛있는거 사줄께.

-정말요? 그럼 기대할께요.

싱긋 웃는 그녀가 내맘을 설레게 한다. 왜 지금까지 그녀의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걸까.
시계를 보니 어느덧 9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전철 타고 갈거지?

-네...

-.........그럼...

-이대리님....생맥주 한잔하실래요? 않늦으신다면,,

-......어........그럴까?

그녀와 식당 2층에 있는 호프집으로 올라갔다.
배가 많이 부르긴 했지만 오늘은 왠지 두세잔 정도는 거뜬할거 같다.
주문을 하려는데 바지 뒷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그녀가 대신 주문을 하는사이 전화기액정을 봤다. 집사람 핸드폰 번호다.
망설이다가 그냥 전화를 받았다.
어디냐고 묻는 그녀 목소리가 제법 밝았다.
좋은일 있느냐고 물었더니 지금 집에 와있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세일하길래
내 신발도 한켤레 샀으니 와서 신어보랜다.

-지금?

-응...왜 바쁜거야?

시선을 올려보다 정애의 눈과 마주쳤다.
그녀의 눈은 "가야돼요?" 라고 묻는것 같았다.

-어,,,나 조금 늦을수도 있는데...오늘 집에서 잘거야?

-아니..내일 회사땜에 오늘은 엄마집에 가야돼...그런데 어디야?

-여기 ....회사동료하고 스포츠 센타에 갔다가 맥주한잔 하려고...

-왠 스포츠 센타?

-뱃살땜에 수영좀 하려고 티켓 끊었거든..

-그래?....그럼 어쩔수없지..오늘은 자기 얼굴 보나했는데...기다릴까?

-내일 출근하려면 피곤하잖아...오늘은 그냥 들어가!

-알았어,,,일찍 들어와,,,,너무 많이 마시지 말구,,,,

-응...

전화를 끊으며 왠지 아내에게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그녀가 물었다.

-사모님?

-응..

-들어가셔야 되는거 아니에요?

-조금만 마시고 가야지, 이미 주문도 했잖아....내 신발 샀는데 치수 확인해보라고
그러는거야.

-대리님은 좋겠다. 그렇게 챙겨주시는 사모님도 계시고.....

-그런가?......

생맥주 맛이 무척 시원하다.
오늘 갑작스럽게 그녀와 친해진 기분이다.
그녀도 기분이 괜찮아 보인다. 술이한잔 들어가더니 말이 무척 많아졌다.

-그런데 미스김은 왜 애인 않사귀는데?

-미스김이라 부르니까 사무실 같잖아요...그냥 이름 부르세요.

-알았어,,,

-애인...사귀고 싶죠...아니 있었어요.

-그래? 과거형이네?

-헤어졌어요.

-헤어져? 언제?

-이번 휴가갔다 온 뒤에요...

-어,,,그랬구나...그럼 얼마 않됐네?

-네...잊으려고 노력은 하는데..쉽지않은거 있죠. 하루에 울리지도않는 핸드폰 바라보는데도 이젠 지쳐가요.

-...왜 헤어졌는데?

그녀의 300cc빈잔에 맥주를 따라주며 물었다. 한컵을 쭉 마시더니 컵을 만지작 만지작 거리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내가 재미없대요...

-재미?

-네....자기는 재밌고 즐겁게 해주는 여자가 좋대요..

-.......교제하는 의미가.. 재밌고 즐겁게 해주는 상대를 찾는다는건 좀 그런데?

-그 사람 때문에 수영도 배우고 다이어트도 했는데...막상 헤어지고 보니까 너무
우스운거 있죠...지금까지 열심히 그를 위해 한일들이 너무 초라해져 버렸어요.

-........

-그래서 정말 그 사람을 미워하기로 했는데 ...자꾸만 연락하고 싶어지고 보고싶고 그래요...나만 비참해지는것 같아서....

얘기하던 그녀의 눈망울이 촉촉해졌다.
손수건을 꺼내서 그녀에게 주고 싶었지만..언제 빨았던건지 기억이 나질않아 참았다.
술을 더 주문했다. 내가 아닌 그녀가..
그녀의 얘기를 들어주다가 힐끔 시계를 보니 11시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이젠 전철도 못탄다.
아까운 택시비가 또 나가는구나..

-나,,,어쩌면 좋아요? 그냥 잊어버릴까요?

-글쎄...내가 뭐라고 말해줘야할지.. 결국은 정애씨가 결정내려야할텐데...

그녀의 눈을보니 초점이 흐려져있었다.
피처잔에는 아직 추가주문한 맥주가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마시면 곤란할것 같았다.
카운터에 계산을 하고 바깥으로나가 화장실에간 그녀를 기다렸다.
곧 세수를 한듯한 그녀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많이 마셨잖아...집에 갈수있겠어?

-네...

순간 그녀가 기우뚱하며 백을 땅에 떨어뜨렸다.
백을 주운 나는 어쩔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주기로 했다.
그녀의 백을 오른손에 들고 왼팔로 그녀를 감싸안았다.

-나 한테 기대..술이 약하네? 주량이 얼마길래.....

-미안해요..

-....집은 어디야? 우선 택시부터 잡자...

그녀를 안은 팔에서 부드러운 그녀의 허리가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나의 팔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에 밀착시키고 있었다.

-집?,,지금가면 안돼요...이렇게 취해서 ...들어가면,,

그녀의 혀가 조금씩 굳어진 소리를 냈다.

-무슨말이야? 술깨고 들어가려면,,시간이 너무 늦어버린다구,,

-...저 그냥.....놔두고 가세요....쉬었다가 알아서 들어갈께요...

-..........."

여기 쉴때가 어디있어.....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저멀리 달려오는 택시가 보였다.
우선 택시를 잡고 그녀를 뒤좌석 안쪽에 태웠다.

-어디 가십니까?

-아,,,,예...우선 00동으로 가주세요.

창문을 조금 내렸다.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그녀는 눈을 감고 창에 기대어 있다.
바람에 나풀거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이 내 뺨을 간질렀다.
내일은 꼭 무슨 샴푸쓰는지 물어봐야겠다.
핸드폰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핸드폰이다.
액정을 바라보더니 그냥 받지않는다.
누구냐고 물어보려다 그냥 아뭇소리 하지않았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택시를 잠깐 대기시키고
그녀에게 술깨는 약이라도 사다줄까했는데 약국문이 닫아버린 관계로
포기했다.
택시에서 내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조심히 들어가. 아마 택시타고 들어가다보면 술이 좀 깰거야. 택시비는 내가 기사에게 줄테니까 , 정 안깨면 편의점에서...

-여기가 어디...?

-우리집 근처....어?

그녀가 택시문을 열고 내려섰다.

-여기서 내리면 택시 다시잡아야 돼잖아..

-........"

택시 기사가 창문을 열고 말했다.

-갈겁니까? 말겁니까?

어쩔수 없이 택시를 보내고 그녀와 단둘이 도로가에 서있었다.

-여긴 택시도 잘 않 잡혀..

-....가기 싫어요..

-.....?

-귀찮게 안할께요. 오늘...

-......"

서류 가방을 든 손가락이 떨렸다. 무슨말을 하는거야?

-재워 주시면 않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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