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모다모다 샴푸 위해성 논란… 염색약은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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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본 문제점은?
“이번에도 지면 정말 해외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지난 25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에서 열린 규제개혁위원회에 모다모다 샴푸를 개발한 이해신 KAIST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이 모여 앉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해 12월 모다모다 샴푸의 국내 생산을 사실상 금지한 식약처의 조치가 합당한지를 두고 양측이 팽팽한 논쟁을 벌였다. 조만간 확정될 심의 결과에 따라 모다모다 샴푸의 국내 생산 및 판매도 판가름 난다. 이날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공정한 절차에 따른 처분이라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식약처의 조치는 기업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공정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국내 생산이 막히면 규제가 없는 미국 등으로 생산 기지와 본사 등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 8월 출시된 모다모다 샴푸는 폴리페놀의 갈변 효과를 이용해 샴푸를 쓰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새치가 사라지는 효과로 출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곧 위해성 논란이 불거졌다. 모다모다 샴푸에 든 ‘1,2,4-THB(이하 ‘THB’)’라는 성분이 잠재적인 유전독성, 즉 인체에 흡수되면 유전자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그러자 식약처는 자체 조사와 전문가 회의를 거쳐 지난해 12월 말 THB 성분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게 한 고시를 행정 예고했다. 출시된 지 단 5개월 된 제품에 국내 생산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처분을 내린 것이다. 전례가 없는 신속한 결정에 여론도 “위해성이 있다면 미리 금지하는 게 맞는다”는 쪽과 “잠재적 위험을 앞세운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혁신을 가로막는 과도한 조치”라는 쪽으로 갈라졌다.
각계 전문가들은 “근본적으로 식약처의 일관성과 합리성이 부족한 행정이 논란을 키웠다”고 말한다.

논란이 된 THB의 위해성을 두고 식약처와 모다모다의 입장은 첨예하게 맞선다. 식약처는 THB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인체 내 유전자가 변형될 수 있고, THB가 피부를 자극해 피부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예방적으로 사용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핵심 근거로 유럽의 소비자 안전 관련 전문과학위원회(SCCS)가 THB 성분의 위해성을 검토해 작성한 보고서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은 THB가 잠재적으로 유전독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한 이 보고서를 근거로 2021년 9월부터 THB가 든 화장품 생산을 금지하고, 2022년 6월부터 THB가 든 제품의 판매를 중지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모다모다 측은 “식약처가 THB의 위험성을 과도하게 해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SCCS의 보고서는 THB가 든 염색약을 박테리아에 실험한 결과 유전물질에 변이를 일으키는 독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란 주장이다. 이해신 교수는 “EU에서 사용을 금지한 건 염색약은 크림처럼 100ml 이상을 두피에 바르고 30분 이상 두는데, 그러면 성분이 두피에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모다모다 샴푸는 2~3분을 쓰고 세정하기 때문에 THB가 두피에 남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모다모다가 식약처 공인 실험 기관인 ‘캠온’에 의뢰한 실험에서도 THB가 든 샴푸로 박테리아 실험을 한 결과 유전독성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가장 명쾌한 해결법은 논쟁이 아닌 실험”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처분위원을 맡고 있는 박상영 한국교통대 화학과 교수는 “모다모다가 실험 비용을 내고 식약처가 직접 유전독성을 실험해서 결과를 내면 해결될 일을 두고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산자부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면 기업이 비용을 내고 정부가 중립적인 기관에 실험을 의뢰해서 결론을 낸다”며 “유전독성도 빠르면 2~3개월 내로 실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미 전문가 회의에서 EU의 보고서와 해외 실험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만큼 자체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상영 교수는 “미국과 캐나다 등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THB가 든 화장품의 생산·판매를 허용하는 걸 감안하면 자체 검증의 필요성이 있다”며 “산자부의 대응과 비교하면 식약처의 대응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모다모다 측은 “타 제품과 비교했을 때에도 식약처의 처분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염색약에 이미 유전독성이 확인돼 EU에서 오래전 사용을 금지한 성분들이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식약처가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무튼, 주말>이 시중에 판매 중인 염색약 제품들의 성분표를 살펴보니 문제 성분 3개를 확인했다. 오-아미노페놀(o-aminophenol), 2-아미노-5-니트로페놀(2-Amino-5-nitrophenol), 엠-페닐렌다이아민(m-phenylenediamine)이다. 이 성분들은 다량을 장시간 사용할 경우 인체 내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유전독성이 확인돼 EU에서는 이미 오래 전 사용을 금지한 물질이다. 분석 결과 오-아미노페놀은 국내 10개사 22개 염색약 제품에서, 2-아미노-5니트로페놀 성분은 5개사 12개 제품, 엠-페닐렌다이아민은 11개사 27개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식약처가 염색약의 주요 성분으로 3개 성분의 제품 내 1~3% 함유를 합법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THB에 전면 사용 금지 처분을 내린 것과는 확연히 대조된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3개 물질의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2024년까지 이뤄지는 정기 위해성 평가 대상으로 포함해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3개 물질에 대해 마지막으로 위해성 평가를 한 게 언제냐”는 질문에 “정기 위해성 평가에 따라 사용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는 답변만 반복했다. 실제로 3개 성분의 위해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식약처가 국내 염색약 성분에 대한 정기 위해성 평가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 1월 29일. THB 사용 금지 고시를 확정한 지 사흘 만이다.
유전독성이 있는 염색약 성분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2024년에 나올 평가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미 EU에서 유전독성 물질로 확정돼 사용금지된 물질을 2년 넘게 국내에서 생산·사용하도록 사실상 방치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모다모다 샴푸의 위해성 논란이 일어난 후 약 2개월간 전문가 회의를 거쳐 곧바로 생산·사용 금지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THB 성분에 대해서는 이미 2019년부터 위해성 평가를 해서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이후 절차대로 처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2019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THB 성분의 위해성 평가 연구 사업을 거쳤고, 1여 년간 THB를 포함해 성분 25개를 검토하다 보니 처분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가 지난 1월 배포한 보도 자료를 보면 식약처가 THB 사용 기준 변경을 위해 1차 전문가 회의를 연 시점은 지난해 12월 9일. 평가 연구 사업이 끝나고 1년이 넘은 뒤다. 배형진 모다모다 대표는 “THB는 국제화장품성분사전에 등재된 성분이라 신제품 개발에 활용한 것인데, 정부에서 사용 금지를 검토한다는 말도 없다가 제품이 나온 뒤에 갑자기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뒤통수를 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축구 경기 도중에 경기 규칙을 바꾼 것”이라고 비유했다.
경제학계에서도 “모다모다에 대한 식약처의 처분은 합리적 규제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THB가 ‘긴급한 조치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독성’이 있는 건지 명확히 검증해서 규제하는 게 합당하다”며 “국내외에서 200만병 이상 판매됐다면 규제 전에 소비자에게 발생한 실질적 피해와 문제를 먼저 파악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규제와 처분이 반복되면 이 땅에는 혁신이 뿌리 내릴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생산 금지 결정에 해외 이전 고민
그러나 계속해서 싸움은 이어지는 중
http://n.news.naver.com/article/023/000368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