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터시 (8)
작성자 정보
- 유튜브링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170 조회
-
목록
본문
- 엑스터시 --------------------------------------------- (8)
6월 7일 정오. 유키에와 미사코는 긴자로 향했다.
서로 두 자녀에게 열쇠를 쥐어주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유키에도 미사코도 신쥬쿠에 자주 가는 탓인지 긴자와는 별 인연이 없었다.
둘다 몇 달만에 가보는 긴자 거리였다. 유키에는 원피스를 입고 미사코는 기모노를 입었다.
니시야마 쿄스케는 미사코를 모른다. 아마 미사코가 그의 눈에 뜨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사코는 정장을 하고 강연을 들으려 한다. 갸륵한 여자의 마음인 것이다.
유키에는 니시야마 쿄스케에게 대해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의 작품조차 거의 읽은 적이 없었다. 강연이 지루할 거라고 미리 각오를 하고 가는 것이었다.
그것보다도 오래간마에 긴자에서 외식을 하고, 돌아올 때 쇼핑을 하는 것이 유키에에게는 더 큰 즐거움이었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도 벌써 정했다.
곧 장마인데다가 오늘도 구름낀 날씨라는 것도 유키에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못했다.
강연회 전 긴자에서 식사를 했다.
유키에는 양식을 먹으려고 했으나, 미사코는 일본 음식을 주장했다.
아무래도 미사코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식을 원했던 것 같았다. 덕분에 점심은 정식이라는 글자가 붙는 식사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미사코는 3분의 1을 남겼다. 가슴이 벅차서가 아니라 조급해서였다. 15분 전에는 입장해서 맨 앞줄에 앉고 싶어하는 것이다.
하지만 유키에가 식사도 오래하고 수다도 많이 떨어 긴자문화센터 홀에 도착한 것은 2시 5분 전이었다. 영화 시사회 등으로 많이 쓰이는 이 홀은 정원 300명으로 그리 넓지 않다.
그러나 벌써 홀은 청중에 의하여 꽉 차 있었다. 다행이도 맨 앞줄에 빈자리가 눈에 뜨였다. 유키에는 미사코와 함께 맨 앞의 한가운데에 앉았다. 좌우의 빈자리고 점점 메꾸어져 갔다.
만원이다. 초대권을 버린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았다.
이것도 니시야마 쿄스케의 인기덕분이라는 생각에 유키에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남자가 한 명도 없는 객석에는 30대 여자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평일 낮인데도 불구하고 20대의 젊은 여자도 적지 않았다. 아마도 단상에 나타날 사람만이 남자일 것 같았다.
정각에 시작되었다.
사회자가 자기소개와 함께 여성문화교실의 취지를 설명하고 계속해서 신문사의 문화사업부장이 주최자로서 인사를 했다.
드디어 니시야마 쿄스케의 차례다.
"괜찮아요?"
미사코에게 유키에가 속삭였다.
"예. 조금 긴장되긴 하지만....."
미사코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며 대답했다.
"부인은 그의 얼굴만 바라보면 되는 거에요."
"딴 생각을 하느라 그의 이야기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들을 필요는 없어요. 마음 편히 가지세요."
"그래요."
미사코는 끄덕였다.
'나까지 긴장하는 것 같아......'
유키에는 좌우 그리고 뒷자리를 쳐다보았다.
몇 여자의 시선을 느꼈다. 니시야마 쿄스케의 강연에 앞서 잡담을 한 것에 대한 비난이 주위의 시선에 담겨있었다.
유키에는 자세를 바로하고 단상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나 아직 사회자의 강사소개도 없고 단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무대뒷편에서 발자국 소리만 바쁘게 들렸다.
사회자가 종이를 펴면서 서둘러 마이크 앞에 섰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실은 여기서 5분 동안만 쿠키 마사히코라는 분의 호소를 들어주십시오. 이것은 니시야마 선생님의 부탁으로, 주최측도 기꺼이 허락하여 지금 정해진 것입니다. 그럼 쿠키 마사히코씨를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자는 종이로 시선을 떨어뜨렸다.
객석은 조용해졌다. 다소 놀랐겠지만 니시야마 쿄스케의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었다. 객석에는 결정권이 없는 것이다.
"쿠키씨는 서른 여덟살로 카와사키시에 살고 계십니다. 직업은 종업원이 몇 명 있는 술집을 경영하는 사장이십니다. 니시야마 선생님과는 대학시절 선후배였습니다. 여러분 중에 기억하는 분은 적으시겠지만 5년 전 코타로우 사건이라는 비극이 있었습니다. 당시 두 살이었던 쿠키씨의 자녀가 자동차에 치인데다가 그 운전자에게 유괴당한 사건입니다. 그 일로 쿠키씨는 여러분에게 비극적인 이 사건을 알리고 협조를 부탁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5분 동안이지만 잘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한 설명을 한 다음 사회자는 무대뒤로 사라져 버렸다.
한 명의 남자가 등장했다. 크림색 양복이 그 남자의 검은 피부를 더 눈에 띄게 했다. 그것은 햇빛에 타서 검어진 것으로 그것이 보통사람에게는 그 남자가 고생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은 장신으로 어깨가 넓었다. 이목구비가 뚜렸한 얼굴은 어두웠고 그의 시선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런 인상 때문에 서른 여덟이라는 나이보다 늙어보였다.
"쿠키라고 합니다."
남자는 무대 중앙에 서서 짧게 깍은 머리를 숙였다.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그러나 큰 박수는 아니었다. 청중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 몰라 성대하게 박수를 칠 수 없었던 것이다.
코타로우 사건이라는 것은 유키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금방 떠올리지는 못하였다.
"여러분께 일부러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하여 죄송합니다. 저는 니시야마 선생님과 관계자 여러분의 인도적인 배려로 모여계신 분들게 협조를 부탁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외에는 아버지로서 자식을 위해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쿠키라는 남자는 말문이 막히거나 표현을 정정하는 일이 없었다.
실수없이 줄줄 말한다는 것은 지금처럼 말할 기회를 많이 가져봤기 때문일 것이다. 짧은 시간동안 정해진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쿠키 마사히코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쿠키 코타로우는 제 자식입니다. 약 5년 전 8월 26일 코타로우는 정확하게 두 살 10개월 이었습니다.
그 날 저의 부부와 코타로우는 치바현의 친척집에 가기 위하여 새벽 5시에 일어나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현관에 있던 코타로우가밖에 나갔다가 교차로 부근에서 차에 치였습니다.
새벽이어서 도로에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코타로우가 차에 치인 것을 목격한 사람은 세 분의 남자분과 여자분 뿐이었습니다.
목격자는 모두 지나가던 운전자였습니다. 하지만 세 분 다 사고가 있었다는 것은 목격했지만 자세하게 구체적으로는 기억을 못했습니다.
코타로우를 친 남자는 차를 급 브레이크로 멈췄습니다.
남자는 코타로우쪽으로 달려가 안아오려 자기 차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남자는 차를 달렸습니다.
친 아이를 일부러 들어 올려 자기 차에 싣고 도망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차리 도망갈거면 멈추지 않고 아이를 둔 채 그대로 스피드를 올려 도망갑니다.
사람이란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에 목격자들도 범죄라는 인식을 하지 않았던 겁니다. 새벽에 어린아이가 혼자서 교차로를 걷는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도 목격자에게는 있었을 겁니다.
결국, 남자와 어린아이가 친척관계라면 범죄도 사건도 아니라고 목격자들은 생각한 것입니다."
------------------------------------------------------------------------
< 계속 >
쩝.
글이 좀 짧습니다.
책에 나누어진 단락별로 번역을 하고 있는데...그에 따르다 보니
어중간한 장면에서 끊어지는군요.
대신에 다음 단락은 좀 많습니다.
지금 열심히 번역 중이니 이번 글이 짧다고 돌던지지 말아주시길....^^
요즘은 좋은 글도 자주 올라오고 참 보기가 좋군요.
이 분위기가 쭈욱 이어지길 .....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