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동(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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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동(14)

때로는 원하는 일이나 계획했던 대로 되지않는 것이 있나보다. 항상 그런 사람도 있지만…

대기가 의도했던 난영의 모습, 그러니까 연희에게 했던 것처럼 사무실에서의 섹스요구, 그리고
그 반응의 차이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왜냐하면 대기가 사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엔 이미 다른 객들이 와 있었기 때문이다.

-어서 오셔요.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시간이 많이…

쇼파에 앉아서 손님들과 이야기하던 난영이 반색하며 일어선다.

-아..예,손님들 계시네요…다음에

-아니예요,여기 안으로 가셔서 잠깐만 ..잠깐이면 돼요.

되돌아 가려는 말을 하려던 대기의 말을 짜르며 난영이 집무실로 안내한다.사장실은 응접실과 집무실로 나뉘어져 있다.

-아니,바쁘면 난 갔다가..이따가 저녁에…

-곧 끝나요..잠깐이면 돼요.저 오늘 꼭 대기씨 보고 싶었단 말예요.어제도 대기씨 원룸에 갔다가 두 시간이나..그래도 안오시길래..잠깐만요.차 드실래요?

대답도 듣지않고 나간 난영은 홍차를 가지고왓다. 평소 같으면 비서를 시킬텐데. 아니었다.그것은 대기가 다른 일행들과 왔을 때고 그가 혼자일 때는 난영이 직접 차를 날랐다.그것을 대기는 감지하지 못했던 것일 뿐이다.

차를 마시며 대기는 응접실 쪽에 흥미를 느꼈다.
사무실에 들어서며 느꼈던 느낌.쇼파에 앉아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칠 때 느꼈던 것은 낯익은 느낌이었다.

대략 오십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 아님 오십 중반?
안경을 벗으면?

그랬다.그 녀는 허난영을 너무 닮은 얼굴이었다.아니 허난영이 그녀를 닮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난영이의 언니인가
대기가 주의를 집중하며 생각할 때 여자의 옆에 앉아있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이 번 한 번만 양해를 해주세요.이모도 알다시피 요즘 형편이 아주 좋지를 못해요.그리고 민선이 대학 등록금도 못낼 형편이고요.

이모라면…난영의 조카인가보다.
그런데 안경낀 여자의 소리는 조금 이상해 보였다.

-그래,그러니까 민주 애미가 한 번만 양해를 해줘라. 사실 민선이 아빠는 죽어도 오기싫다는 것을 내가 억지로 모시고 왔어.내가 사기를 당해서..그래서 우리가 하던 음식점이 ..내가 빼앗긴 거야..어떡하니? 그러니 한번만..흐윽흑흑흑

-그만좀해. 여기까지와서 울고 그래. 나가있어.

-아..알았어요.울지 않을께요.

많이 이상했다.
그냥 지나치면 이상할 것도 없지만,대기의 생각으로는 종잡을 수가 없는 대화였다.
남자는 난영의 조카인 것 같다.아니 확실하다.방금 전에 난영에게 이모라고 했으니까.그런데 여자는 어떤 관계일까? 난영에게 민주 애미라고 하는 것을 보아서는 난영보다는 윗전일 것이다.민주는 난영의 딸이고 그 딸의 이름에 엄마나 어머니가 아닌 애미라는 말을 붙인 것은 분명 아랫사람에게 하는 호칭인 것이다.
그런데 난영의 조카인 남자가 하는 말이나 억양은 이해가 가지않았다.
나가있어
이건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하던 대기의 귀에 들려온 난영의 목소리는 대기의 생각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어머니,제가 다른 모든 것..그 어떤 것이라도 다 양보하고..그래도 그것은 좀더 생각을 해보고요
차라리 내가 손을 써서 돈을 융통하던지 해서라도 해드릴께요.

어머니라.분명 난영의 입에서 안경낀 여자를 어머니라고 호칭했다.그렇다면 더욱 이상하다.
여자의 나이는 대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을 것이다.어머니라면 아마 육십은 넘었으리라.그것은 가능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여자든 남자든 평소에 치장하고 관리를 잘하면 십 년이나 오 년 정도는 젊어보일 수도 있으니까.

대기의 관심은 그들이 무슨 문제로 저토록 심각한 것인지가 아니었다.그들의 관게가 도대체 어떤 관계이냐는 것이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어차피 그 땅이 세 사람 공동 명으로 되어있으니까,여기 이 사람,민선애미 몫으로 되어있는 삼분의 일만 처분 할테니 동의해주세요.삼분의 이는 이모하고 외삼촌 것이니까 건들지 않을께요.저도 이런 염치없는 일은..더구나 이런 일로 가족들한테 얼굴 안내밀려고…이번
한번 뿐이니까 이모가 해주셔요.

-그럼 이렇게해요.어머니 제가 기영이한테 말을 해볼께요.삼분의 이가 아니라 삼분의 일만 안팔면 선산은 지키니까. 그리고 모자라는 돈은 제가 보충해줄께요.그러니 안심하고 가세요.늦어도 이 삼일 안에는 해드릴께요. 그렇게알고 계약 추진하세요.그리고 얼마간은 내일 송금할테니까
우선 쓰도록하시고요.

아,그렇다면?
무언가 관계가 정리된 대기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그건..글쎄 그럴리가.

도대체가 말이 안되는 결론이었다.대기의 생각으론 그랬다.
분명 여자는 남자가 민선이 엄마라고 했다.그리고 안경낀 여자가 말했다.민선이 아빠라고.그렇다면…그런데 남자는 난영에게 이모라고 했다.그리고 난영의 동생자 이 호텔의 지배인인 허기영에게는 외삼촌이라고 했다.

대기가 정리가 되지않는 생각으로 있을 때 일행이 나가는 소리가 들렸고 잠시 후에 난영이 맞은 편 쇼파에 앉았다.

-왜 차를…다른 것으로 타 드릴까요?

-아..아니,그 사람들 갔어?

생각을 접으며 바라본 난영의 안색이 창백하다.

-어디 아파?

-저..대기씨..저 흉보면 안돼요? 저..술 마시고 싶은데.대기씨하고 둘이서…돼요?

-지금? 낮인데.

-예…안돼요?…그렇죠? 대낮에 술이라니.

-왜 무슨 일 있어? 그럼 나가.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난영씨가 술 마시자면 마셔야지.

대기가 일어서며 말하자 난영이 환하게 웃으며 따라나선다.


난영의 호텔에서 한시간 거리의 한 모텔.

-그나저나 좋은 호텔 놔두고 이 멀리,그것도 모텔까지 오다니.

-미안해요 근처엔 사람들 이목이 많아서…괜히 대기씨 불편하게 해서

-하하, 농담이야 우리 시원하게 맥주나 하자.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 내가 풀어줄께.

-전 이미 풀렸는걸요.대기씨하고 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편하고 좋아요.

-오호 그래? 그럼 매일 같이 있어야 겠는걸.

-피이,그러는 분이 왜 나가서 살아요? 어제도 원룸 앞에서 두 시간이나 기다렸는데…그나 저나
식사는 잘 하세요.왜 제가 소개해준 파출부는 돌려보내셨어요.휴우 대기씨 때문에 걱정돼서 어제는 한숨도 자지 못했단 말에요.

대기는 보름 전에 송회장 저택에서 나와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아무래도 난영과의 일이 마음에 걸렸고 난영의 딸인 민주의 행동도 마음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수능이 끝난 후부터 민주는 어쩐지 의도적일만큼 대기에게 접근하는 것이었다.평소에도 대기에게 좋아한다거나 하는 따위의 말들을 하였고 가벼운 스킨쉽 정도는 대기도 묵인하곤 하였지만,
요즈음의 난영은 조금 지나칠 정도의 행동을 하곤하였다. 늦은 시간에 대기의 방으로 오는 것은 기본이고 그 차림새가 노골적이었다.가슴이 거의 드러나고 뿌연 허벅지가 다드러나서 팬티까지 보일정도의 복장을 하고 방으로 들어오곤 하였다.그리고 뺨에다 하는 정도의 키스에서 요즘은
아예 대기의 입술에다 키스를하였고,나오기 삼 일 전에는 대기의 입속에 자신의 혀를 집어 넣기도 하였다.자기의 처녀는 대기의 것이라느니,혹은 대기와 결혼할 것이라느니 하는 말도 서슴치 않는 열 아홉의 처녀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인데, 그런 것을 차마 민주의 생모인 난영이나 만석에게는 말할 수 없었다.

-오라 나 때문에 그런거야? 그렇담 내가 풀어주는 수밖에 없네.우선은 시원하게 한잔하고.

-아니…그게 아니라 ..휴우 자 건배해요.

우유 빛이 감도는 피부.유난히 입술이 빠알갛고 검은 머리결 아래의 이마가 둥근 듯 반듯하다.
이마 아래로 긴듯하면서도 적당한 길이로 오똑하면서도 어딘지 둥근느낌이 드는 코.서글서글한 두 눈의 쌍꺼플이 유난히도 이쁜 여자.
파스텔톤의 위 정장을 벗자 레이스가 달린 아이보리색의 부라우스를 입었다.길고 하얀 목에는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진주목걸이 사이로 여자의 W라인이 스치듯 보이고 타이트하면서도 부드러운 실크 위로 선명한 두 봉우리의 모습을 한 여자는 웨이브진 머리를 감아올려서 고정시켜 놓았다.역시 타이트한 스커트로 인해 둥근 곡선을 이룬 힙과 앞의 둥근 곡선이 풍요로운 아름다움을 발산한다.무릅아래의 하얀 피부와 매끄러운 종아리의 곡선을 검은 실로 엮은 스타킹이 가리우고
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고 보세요?

-응, 난영이의 아름다운 모습…후후 난영이는 정말 예뻐, 내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이 부끄럽게.

17세 소년의 한 마디에 금새 볼에 홍조를 띠며 얼굴이 뜨거워지는 마흔 셋의 아름다운 여자.

-무엇이 우리 난영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내가 난영이를 지켜줄께. 난영아 사랑해.

자신보다 조금은 커보이는 여자를 옆에 앉히고 마치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아이 다루듯이 풀어 제친 머릿결을 쓰다듬는다.자신의 체구가 남자보다 큰 것이 민망한듯 중년의 아름다운 여자는
잔뜩 몸을 웅크리고 소년의 가슴으로 파고든다.마치 주먹으로 감싸안은 조그만 새가 떠는 울림처럼 여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는 듯 파들함이 느껴진다.

-저도 사랑해요.

수줍은 목소리의 울림에 스스로 놀란 여자의 핏줄이 보이는 희고 긴 목에 사내의 손길이 스치고
이어 붉은 혀가 다시 스치자 짧게 몸을 경직시키는 여자.

-난영인 음탕한 여자야.벌써 젖었어.내가 보고 싶었어?

목을 스치고 가슴에 머물러있던 손을 무릎위의 허벅지를 문지르다 사내가 손길을 멈추며 말한다.
여자의 스타킹이 끝나는 지점의 살이 검은 스커트 사이로 희멀겋다. 아슬한 천조각을 사내의 손이 막고있다.토실한 허벅지의 살과 그 사이의 사내의 손,뜨거움이 배어 나오는 순간에 여인의 끈적한 비음이 함께 흘러나온다.

-아음,난영인 대기씨만 보면…난영이는 음탕한 여자예요.

-그래 난영이는 음탕해.이렇게 젖어버린 것을 보면.아무 때나 이렇게 젖는거야?

-아니,흑 거긴..아..음..예민하니까,대기씨가 만져주니까 그런거..흐윽 아음

-후후 난영이는 음탕하고 또..아픈 것도 좋아하지..이렇게

-아앗 하아 그렇게 세게하면 아앙 아훗 그 그래요 난영인 대기씨가 아프게해도 좋아해요..어떻게 해도 아..아앗

-난영이는 내꺼야.그렇지?

-그래요..아아 하아 난영이는 대기씨거..난영이의 몸은 대기씨가..마음도 대기씨 거..,아흑 후아

사내에게 기대어 앉은 것조차 힘이들었던 것일까. 여자는 몸을 가누지못하고 쓰러지듯 누워버린다. 그 때서야 허벅지 깊은 곳에 있던 손을 거두어 들이는 사내의 손엔 전리품처럼 여자가 입었던
팬티가 들려있다.그 큰 엉덩이를 가리기엔,입엇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조그만코 앙증맟은 물건.검정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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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결국 오늘도 사건의 시작을 알리지 못하고...

좀 길게 써야 하는데...두 손가락의 비애.
마음은 벌써 저만큼 가는데...생각은 벌써 사건의 종착역으로 가고 있는데..
두 손가락은 아직 시작도 못하는 마음...그래도 참고 기다려 주시길...
즐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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