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책1-꿀단지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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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단지 7권1

[어떼요 이방, 맘에 드는지......?]
노파가 돌아서고 방문이 닫히자 그녀의 첫마디가 이러했다. 그리고 내 대답같은 건 처음서부터 아혜 관심이 없는 것 같은 태도로, 그녀는 방바닥에 손을 짚어 본다. 따뜻한 모양인 듯했다.
[자, 우선 그 가방은 이리주고 여기 앉아요, 네?]
나는 그녀가 손을 짚었던 그 자리에 앉았다. 장판빛이 흑갈색으로 견고한 윤을 보이고 있다. 사방 여덟자 쯤이나 될까 말까한 작으만 방이다. 방 하나를 이등분 했던 것인지, 옆방과의 사이에 베니야판으로된 엷은 벽이 쳐져있는데, 이 벽이 천정높이에 비해 너무 낮았다. 게다가 커다란 구멍이 한가운데 뚫여있으니 마치 일부러 그렇게 해 놓은 것 같은 인상을 짙게했다.
구석에는 사이다병과 소주병, 그리고 능금과 빵과 계란등이 정연하게 놓여있었다. 그 옆엔 호청이 객끗한 이불 요가 개이져있고 그위엔 벼개가 둘 있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이 궁금했다. 물어볼까 말까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아이, 일일이 말 안해도 모자하고 상의를 벗으세요. 후두뜸스럽게 앉아만 있음 어떻게...]
하고 내 모자를 슬쩍 벗긴다. 웃고 있었다. 나도 웃으면서 그렇게 하는데 무심히 나온 말인 듯..
[아주머니, 이름은 뭡니까?]
했더니, 뜻밖에도 뚱딴지 같은 대답이 나왔다.
[디스 나잇.]
[......예?]
[내, 이름은 디스나잇 이에요. 물론 닉 네임이지만 여기서는 이걸로 통해요.]
<별놈의 닉 네임도 다 있군. 금야(今夜)? 이상한 데, 금야면 오늘 밤이란 단어가 아냐...>
[난, 매일 오늘 밤이애요. 이상하죠? 호호호......]
[왜 그런걸 붙였지요? 무슨 특별한 의미라두......]
있는냐는 듯 물었다.
[글세...... 그건 두고보면 알게되죠. 내 동무들의 이름은 더 걸작이애요. 모두 이 집에 자주 들랑거리는 단골인데 알으켜 드릴까?]
[예.]
[하나는 아니말이고 또 하나는 챠렌지에요. 둘 다 오늘밤에 여기 오기로 돼 있는데 아마 나처럼 짝궁을 데리고 올거애요. 아 참, 학생의 이름을 그대로 불러서는 안 되겠는 데 다른 이름 있어요?]
[......거대라고 하죠.]
나는 자리에 도루 앉으면서 그리 명예롭지도 못한 별명을 말해주었다.
[어머, 거대라니, 크다는......?]
머리를 극적거리면서 그렇다고 해주었더니 싱겁게도 또 묻는다.
[뭐가 크다는 걸까?]
<대략 짐작은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데...... 어떻게 내 입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네?]
또 독촉이다. 그건 내 심볼이 여늬사람보다 크고 굵다는 뜻입니다 하고, 대답해 줄 수가 없어서 머뭇거렸다.
[대답 안 해줘도 알아요, 난 똑똑히 봤으니깐--.]
[예?...... 언, 언제요?]
그렇잖아도 먼젓번 대밭에서 그녀가 한 말이 마음에 걸려있었던 참이다. '나이 많은 여자하구 재미본다. 나는 다 알고 있다.'는 그녀의 입에서 이번에는 똑똑히 보고 알고있노라 하니 기가 막힌다.
싱글벙글 하면서 내 얼굴을 훔쳐보던 그녀는
[잇따 애기할께요. 그것보다...... 뭐좀 드실까?]
하면서 구석에 놓아둔 사과하고 소주병을 앞에 갖여와 마개를 딴다. 얼굴이 벌개지는 것을 순간 엿볼 수가 있었다. 섹스적인 장면을 상상한 것일까? 나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면서 이 여자 하고, 지난날 대밭에서 내게 베푼 테크닉의 향연을 거짓말같은 심정에서 더듬고 있었다.
[술 마셔봐요.]
마실 줄은 몰랐지 만 한모금 들이켰다. 급없이 독한술을 병채 들고 마셨더니, 지독한 알콜의 위력을 목에 받고, 금새 끽끽거렸다. 가슴과 얼굴이 확끈 달아올랐다. 비이루보다 산뜻한 맛은 있었지만 자극이 심해서 달갑잖았다.
내가 고개를 짤짤 흔들면서 병을 방바닥에 놓으니 디스나잇이 늘름 받아 꿀컥 들이키기 시작, 꽤 많이 마신다. 주량에 맞게 마시는 건지 아니면 술 기운을 빌려 아침부터 그녀 특유의 어떤 묘기(妙技)를 행사해 보일 작정인지 벌써부터 아기자기한 흥분을 느낀다.
[......술 좋아합니까?]
[좋아하진 않아요.]
[좋아하지 않는 술을 왜 마십니까?]
[지금은 아침이니까 대담해져야 되잖아요? 난 유부녀 애요. 우리 어머니와 좋아 지내는 학생, 아니 거대씨와 재미봐야 겠어요. 시아버지를 곁에 두고서도 그러는데, 나도 재미 좀 보겠다는 거애요. 무력한 남편이나 노쇠한 남편을 가진 우리 고부(姑婦)를 거대씨가 맡아요. 난 남편과의 성생활에 불만이 큰 여자니까---.]
<하하아앙...... 이제 듣고보니 그녀가 엿본 건 옆집 할머니와 내가 관계한는 장면이었구나! 그렇다고 자기가 덤벼드는 이유가 뭣일까? 비밀을 지켜주는 대가로서가 아닌 것 같은데.....>
[남편이 알게되면 어떻게 할려구요? 또 옆집 할아버지도 그냥 있질 않을겁니다.]
[그땐 나보다--- 음, 괘심하다! 치가 떨린다. 이 놈을 어떻게 해 줄꼬? 당장 질근질근 짓씹어 줄까?---- 하던 바로 그 장본인이 더 문제가 되겠죠 뭐.]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얄미울 정도까지 솔직히 말해 버리는 디스나잇은, 과연 술을 최대한으로 활용시킬 수 있는 여장부일지도 모른다. 허나 그녀의 그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아주 부끄러웠다.
왜냐하면 그녀의 말인즉, 내가 그녀의 시어머니인 여인을 범하다가 본인에게 들켜서 혼났던 바로 그 사실을 폭로하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5권속에 자세히 나와있음.)
[얼굴은 멀쑥하게 잘도 생긴 녀석이 모양좋고 예뿐 놈을 달지 않구서, 이렇게 익은 호박껍질 같은 추물을 달고 있다니 정말 뜻밖이야.] 온갖소리 다 듣던 그날의 일이 되살아나 얼굴이 화끈거리며 귀밑까지 발개지는 것같다. 그리고 보니 그녀가 내연장을 똑똑히 봤다는 말은 확실히 수긍이 간다. 제기랄 것--.
붉그락 푸르락 얼굴이 금새 칠면조같이 된 나를 보고있던 디스나잇은 미얀한 듯이
[남의 비밀을 엿봤으니 밉죠? 복수하고 싶어요? 복수하세요. 복수하도록 해 드릴게, 오늘밤에...]
[......예? 복수라니......]
[이따 보시라구요.]
[?]
[저녁 때 아니말이 짝궁과 같이 오거던요. 그 짝궁하고 나하고 노는걸 거대씨는 아니말하구 구경하시라 이말이애요. 그럼 복수가 되잖아요? 나도 빛갚을 수도 있고......]
재미로 본다는-- 제길, 짐승도 아닌데......
[싫으세요?]
<짐승도 아닌데 차마 어떻게...?>
[그러길래 그 이름과 같이 아니말이 아니애요. 이것도 아니말이 제의한 걸요. 남편이 학자애요. 미국에 가 있지만......]
멍멍해 진다.
[서로 파트너를 바꿔서 놀기로 약속된 거애요. 어떻게 하죠? 싫으세요, 거대씨?]
[.........]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서로 바꿔가지고 서로 엿본다? 짐승이니 짐승같은 착상을 한다는 애기다. 아니말이란 여자가......
[마아. 나쁘게는 안할 테니깐 모든걸 이 디스나잇에 맡겨두세요. 어차피 내친길이니 재미있게 놉시다 네? 자아......]
하더니 내게 입술을 내 밀었다. 지분냄새가 향긋하니 코를 찔렀다. 입술을 대니 달큰한 루즈 맛에 소주냄새가 물씬하다.
"찌육"
입을 땔 때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를 내었다.
[아까 그 노파가 듣겠어요!]
내가 밍망해 하니
[그 노파는 귀가 먼데다 벙어리니깐 걱정없어요. 여남살 먹은 손자와 단 둘이서 살아요.]
[아들이나 며누린?]
[아들은 죽고 며누리는 도망갔대요.]
디스나잇은 일어나 요를 깔고 이불을 편다. 그리고는 눈짓을 보내면서 옷을 벗었다. 저고리를 벗고 치마와 속치마에 속옷까지 벗으니 남는 건 즈로오스 하나다.
이불속에 들어가 눕더니 나더러 벗고 들어오라고 했다. 미운 여자같으면 박차고 나갈 수도 있지만 어쩐 일인지 이 부인의 매력에 마비당한 것같은 나였다. 게다가 그녀와의 약속 이후 줄곧 이날이 오기를 학수 고대한 터이니만큼 싫을 리가 없다.
눈 깜짝할 사이에 옷을 벗고 알몸이 된 나는 그녀의 곁에 들어 누웠다. 가슴이 울렁거렸다. 얼굴이 달아 오른다.
손이 나의 하복부에 더듬어 온다. 무슨 신경질이라도 발끈 내듯이 페니스가 발기해 버린다. 이만큼 기막힌 감수성을 갖인 근욕체는 인체내엔 다시 없다. 엷은 춘추 이불이 삼각산을 이루고 치켜들렸다. 그야 말로 거대다운 힘의 과시였다.
[날 안아 줘.]
원래가 성량이 좋은 그녀라 이 한마디의 말도 무슨 음악같은 여운이 있다. 짜릿짜릿한 쾌감이 온몸을 바짝 조이게도 했다.
나는 그녀를 보물단지나 만지듯 사르르 안았다. 이 땐 벌써 그 포들한 손으로 치켜든 놈의 모가지를 움켜잡은 디스나잇--.
그녀의 숨결도 오르가즘적 쾌감으로 해서 뜨겁게 벌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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