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수라기(獸羅記) 20번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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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으음.."
자세히 듣지 않으면 들릴 듯 말 듯 한 신음소리가 방안에서 흘러나왔다. 별 기력이 느껴지지 않은 낮게 흘리는 음성.
천천히 눈꺼풀이 들렸다. 조금씩 눈으로 들어오는 희미한 빛, 그리 밝지는 않지만 사물을 보져주기에는 충분한 명도의 빛이 사물에 반사되어 아환은 눈에 맺혔다.
아환은 눈을 천천히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방안의 천정이었다. 어디서 본듯하지만 지금까지 보아온 것과는 달리 보이는 단아하면서 반듯한 평평한 면, 천정이라 생각하기엔 지금까지 허름한 민가에서 살다온 아환으로선 왠지 익숙하지 않은 천정이었다.
닟설음..
아환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방안이 눈안으로 들어왔다. 그리 크지 않는 방안, 단촐하게 옷을 넣는 옷장과 간단한 협탁하나, 그리고 의자와 자신이 누워있는 침상이 전부. 가구의 색은 상아빛을 띄고 있는게 다르다면 다를까 서민들의 살고 있는 보통의 공간과 같았다. 단지 색 만이 다른 것은 아닌 듯 싶었다. 은은한 현기가 느껴지기까지 하는 가구의 모양과 배열이 아환에게 이질감을 가져다 주었다.
'검후의 방안인가?'
대충 추리가 되었다. 자신의 희미한 기억속에 남아 있는 시각은 쓰러지기 직전까지 그리곤 아환은 혼절상태에 있었다. 또 시간도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으나 밖을 보니 밤이 이미 깊어져 보였다.
'얼마 동안이나 잔거지?'
부시시 아환은 몸을 일으켰다. 스르르 몸을 덥고 있던 이불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아환의 상체가 드러났다. 발을 옆으로 돌려 침상밖으로 내린후 몸을 일으켰다.
휘청.
아직 원기가 회복되지 않은 탓이리라. 아환은 몸에 기운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지만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으응?'
아환은 이상한 기분에 시선을 아래도 내렸다.
'내가 바지를 입지 않았던가?'
지금 아환이 걸치고 있는 옷가지는 아무 것도 없었다. 틀림없이 자신이 읍소할때에는 바지를 걸치고 있었는데..그러고 보니 몸도 깨끗해진 것 같았다. 이틀을 꼬박 여름 날의 밖에서 땀을 흘렸고 이런 저런 먼지도 몸에 붙어 있을텐데 목욕을 한 듯 몸에 오물이 없었다.
아환은 천천히 상황을 추측하기 시작하였다.
'틀림없이 난 바지를 입고 있었고, 초옥밖에서 기절했었다. 거진 삼일간을 몸을 씻지 않았는데 지금은 몸이 씻겨져 있다. 그리고 바지가 벗겨진채로 침상..아마 검후의 침상이겠지? 이 침상에 내가 뉘어져 있다. 그렇다면..?'
검후가 그랬을것이다. 그녀가 혼절한 아환을 이리로 옮기고 목욕을 시키고 그 와중에 옷을 벗기고 간단한 치료를 한 것이리라.
나름대로 추측을 정리한 아환의 입가가 살짝 위로 올라갔다.
'그랬단 말이지..검후가 그랬단 말이지..'
아환은 몸을 돌려 자리에 돌아가서 수면을 더 청했다.
휘리릭.
옷자락 휘날리는 소리와 함께 초옥밖에 하얀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뒤로 흩날리는 흑발이 인영이 내려섬에 따라 해초처럼 퍼지며 그 인영의 몸을 감쌌다. 그 사람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어 뒤로 넘겼다. 드러난 얼굴, 검후였다.
금방 수욕을 한 듯 머릿결과 옷밖으로 드러난 얼굴과 교수등의 살결에선 약간의 물기가 촉촉히 배어났다. 희디흰 비단 장포로 몸을 휘감고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초옥 밖에 곳곳히 몸을 세우고 있는 검후의 자태, 가히 달의 여신이라 할 미모와 신비로움으로 전신이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검후는 긴 속눈썹을 살짝 들어올려 자신의 방을 쳐다보았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서 떠오르는 난감함.
'이런 이를 어쩌지? 아직 자고 있는가 본데..'
조금전까지의 도도한 모습과는 달리 초옥을 응시하는 검후의 안색엔 당혹감이 흘렀다.
'어떡하지? 그 소년을 깨워야 하는데..'
아환을 깨우고 자신의 규방에서 내보내야 겠다는 원론적인 이치와는 달리 검후는 안절부절하지 못하였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평안을 깨뜨리고 현재는 자신의 침상까지 점령한 사람..중요한 것은 그가 남자라는 것이다. 꽤 긴 세월을 살아온 검후였지만 자신의 침상에서 남자가 잠을 자본 경험은 당연히 없었다. 검후가 이름을 날리기 전에는 검후가 소속된 곳이 남자가 없는 곳이었고, 세월이 지나 그녀가 칠왕의 하나로 무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갖게된 이후에는 감히 그녀를 여자로 보고 접근한 이가 없었다. 그 이유중의 하나가 그녀가 무공 수련을 할 과거에는 '가꿈'이나 '치장', '화장'따위의 단어와 거리가 먼 여자아닌 여자인 것도 한 몫을 했다. 어쨌든 지금 자신의 침상을 남자가, 비록 소년이지만 장성한 사내가 차지하고 있다. 남자..
'남자'라는 어휘가 머리에서 떠오르자 아까 낮의 상황이 머릿속에 되살아났다.
검후는 아환의 바지를 벗긴 상태에서 눈을 꽉 감은채 한동안 꼼짝도 하지 못하였다. 잠깐 본 것이지만 자신이 바지를 벗기는 자세는 아환의 허리춤에서 옆에 몸을 숙여 손을 바짓춤에 넣고 내린 상태라 아환의 양물이 모습을 드러낼때 바로 검후의 눈앞이었다. 거뭇한 수풀에 쌓여진 검붉은 살덩이가 불과 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위치에 불쑥 나왔을때 검후의 놀람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꽤 시간이 흐르고 검후는 간신히 실눈을 뜨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채 아환의 옆으로 가서 바지를 마저 벗겨내렸다. 마치 학질걸린 사람처럼 몸은 왜 그리 사시나무 떨듯 떨어대는지..검후는 어떻게 자신이 아환의 바지를 벗겨내렸는지 그 다음에 무얼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을 차렸을땐 검후는 초옥의 밖에서 아환의 바지를 움켜잡고 가쁜 숨을 내 쉬고 있었다.
'하아하아..'
그녀의 무공 수준을 볼때 남자를 옮기고 바지를 벗겨내리는 것 쯤은 약간의 진기를 운용하기만 하여도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중요한 격전을 치른 것같이 땀을 흘리고 숨을 들이내쉬었다.
'어쩌지..어쩌지...'
한참을 망설이다 검후는 부엌에서 물을 떠다가 아환의 몸을 수건으로 씻기고 침상의 깔개를 갈고, 아환의 전신을 추궁과혈하여 원기를 회복시켜주었다. 아환을 씻기며, 추궁과혈을 하며 아환의 전신을 보고 만지고..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검후는 몸이 재차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조화인지 모르게 열기가 아랫쪽에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차츰차츰 유두가 단단해지며 입가에선 단숨이 배어져 나왔다. 눈이 반개된 상태에서 초옥을 향해있고 검후의 손길이 살며시 옷속으로 스며들고..
'안돼!'
세차게 머리를 흔들던 검후! 발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6)
여는 아침과 마찬가지로 아환은 해가 뜨기전 눈을 떴다. 크게 기지개를 한 후 아환은 침상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무언가를 살피듯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린 아환은 그리곤 아환은 옷을 입을 생각도 침상에서 일어날 생각도 하지 않은채 그냥 앉아서 운기토납을 하기 시작하였다.
대략 시진가량을 조식을 취한 후 눈을 뜬 아환, 여전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어났나요? 소협?"
안에 있는 사람의 기의 운용 쯤은 손쉽게 감지할 수 있는 검후가 밖에서 아환이 조식을 마쳤음에도 옷을 입거나 밖으로 나올 기척이 보이지 않자, 부드러운 음성으로 방안을 울렸다.
"예. 선녀님."
"그렇다면 이제 그만 옷을 입고...밖으로 나와요."
옷을 입는 다는 말을 하다가 잠시 말을 멈춘 검후, 아환에게 나올 것을 말하였다.
"예."
아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제 옷이 없는 데요?"
아차! 싶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어제 검후는 아환의 바지를 벗기고 들고 나온 후 방에 되돌려 놓지 않았다. 검후는 뛰듯이 신형을 날려 부엌에서 아환의 바지를 가져온 다음 문앞에 놔두고 뒤로 물러섰다.
"문앞에 있어요."
"예."
아환이 옷을 입고 초옥밖으로 나섰다.
"구해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아니예요. 이제 상태가 호전된 듯 싶으니 마을로 내려가서 조리하도록 해요."
말을 빠르게 내뱉고는 검후는 서둘러 방안으로 들어가려고 발을 옮겼다.
"잠깐만요. 선녀님."
흠칫!
검후가 옆을 지나가자 아환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검후의 팔 어림을 잡았다. 잡힌 검후나 잡은 아환이나 돌발적인 상황에 서로 주춤한 상태에서 움찔했다. 밤이슬을 맞았는지 검후의 옷가지에서 습기가 느껴졌다. 밤새 문앞에 서 있었던 일까?
"죄송합니다. 선녀님"
"아..아니예요."
"선녀님!"
".."
"제게 무공을 가르쳐 주십시오."
"안된다고 했잖아요."
거절하는 검후의 말..그러나 태도에선 처음과 같은 단호함이 없다.
"선녀님!"
정중하면서도 간절하게 아환은 검후를 불렀다.
"휴~"
"선녀님. 저는 고절한 선녀님의 무예를 배우고 싶습니다."
"글쎄.."
"선녀님. 이 못난 소생에게 제발.."
아환이 넙죽 무릅을 꿇고 상체를 숙여 절을 하였다.
"이러지 말아요."
"허락하시는 겁니까?"
"그건.."
"선녀님..제발 제게 무공을 가르쳐주십시오."
"..."
자신의 앞에서 무릅을 꿇고 머리를 숙인 아환을 묵묵히 내려다 보던 검후, 이윽고 말문을 연다.
"그렇게 무예가 배우고 싶은가요?"
"예! 선녀님."
"왜 무예를 배울려고 하지요?"
"저의 소중한 것을 지키려고 합니다."
"소중한 것..소중한 것이라.."
"예."
검후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뗀다.
"좋아요. 무공을 가르쳐 주겠어요."
"예?"
순순한 승낙에 이번에는 아환이 놀라 반문을 하다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녀님."
"단, 조건이 있어요."
"예. 말씀 하십시오. 선녀님, 아니 이제 사부님이라 불러야겠지요."
"아니, 사부라 부르지 말아요."
"그럼..선녀님이라.."
"아니 선녀님이라고 부르지도 말고..그래요. 선배라고 불러주세요."
"예. 선녀..아니 선배님."
"주환!"
"예! 선배님."
"조건을 말하겠어요."
"말씀하십시오. 제가 지킬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일단 주환은 자신이 거쳐할 곳을 저 움막이 아닌 내 집에서 십장 이상 떨어진 곳에 거처를 만드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두시진 무공을 같이 연구하겠어요."
"예."
"그리고..항상 예의를 잃지 말아요."
옷을 항상 입고 있어요라고 말할려다 검후는 그 말의 전달하는 바가 이상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돌렸다.
"예. 선배님."
"이상이예요."
조건이라 할 수 없는 조건, 이미 검후는 아환에게 무공을 가르쳐 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순순히 쉬운 조건을 내걸고 아환을 받아들였다.
"예. 선배님."
아환은 안면에 희색을 띄고 검후에게 넙죽 절을 올렸다.
검후는 부담스러운듯 진기를 돋우며 아환을 일으켜 올렸다.
"선배님. 이런 것도 무공입니까?"
"예. 그래요."
"아!"
"주환도 나중에 할 수 있게 되겠지요."
"예! 선배님."
씩씩하게 아환은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장 거(居)
(1)
새로운 일과에 금방 아환은 익숙하여졌다.
새벽녁에 일어나서 아환은 체력단련과 호흡법을 익히고 숲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준비하고 검후의 아침을 차린 후 다시 체력단련에 나섰다. 기마세를 위시로 권법과 병장기를 쓰기 위한 기수식 맟 자세를 반복하고 검후가 일어나면 같이 조반을 먹은 후에 검후로 부터 무예를 배운다. 그런 후 정리를 하고 점심을 먹고 잠시간의 휴식. 그 후 검후에게서 배운 기초 무공을 익혔다. 사냥이나 다른 생활관련 일을 하고 저녁이 되면 져녁을 먹고 가벼운 수련과 검후와의 대련..조식..그리고 수면에 들었다.
처음에 아환이 검후의 식사를 준비하였을때 검후는 그러지 말라고 하였지만 계속하여 아환이 과일이니 사냥이니 하여 음식을 마련하여 끼니를 차리자 이제는 으례 그러려니 하고 같이 식사를 하였다. 이렇게 일과를 보낸 것이 벌써 여섯달가량의 시간이 흘렀다.
과연 명사로부터 무공을 배움은 무예를 익힘에 매우 중요함을 아환은 체감하였다. 미처 이해하지 못한 무리(武理)가 새록새록 껍질을 벗듯 아환의 눈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후가 아환에게 가르쳐준 무예는 지금까지 네가지였다. 육합검법과 삼절검법, 그리고 육합권과 육합행이라는 신법이었다.
일반 무림에 널리 퍼져 있는 세가지 무공과 그와 이름이 비슷한 보법하나..나름대로 신공비결을 기대한 아환에게 다소 실망이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아환은 마음을 다스리고 검후의 지도를 묵묵히 따랐다. 과연 그 노력에 걸맞게 아환은 무공을 익히며 배우는 바가 컸다. 흔히 삼류무공이라 알고 있는 육합권, 육합검, 삼절검이지만 검후는 동작하나하나의 정확성과 그 의미, 그리고 상응하는 초식등을 일일히 설명하고 보여주었으며 그 이치를 설명함에 있어 초보자나 마찬가지인 아환에게 맞게 쉽게 설명을 하여 주었다. 그 결과 아환은 나름대로의 정수에 가까운 무리를 얻을 수 있었다. 또 이 육합행이라 하는 보법은 현 무림에서 실전된 무공이었다. 육합의 이치를 따라 방위를 밟아나가는 보결로서 이 육합행이 갖추어져야 비로소 육합검이나 육합권이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터엇!"
아환은 육합진천의 초식으로 크게 발을 구르며 정권을 앞으로 내질렀다.
"좋군요."
검후는 초식도 없이 아환의 정권을 소매를 이용하여 걷어 올린후 구수로 아환의 턱을 쳐 올렸다. 아환은 빗나간 정권을 걷어 들이며 몸을 옆으로 틀어 이권으로 검후의 손을 막은후 연환의 수법으로 연달아 두 주먹을 뻗었다.
"좋은 수법"
하나하나 주먹을 손으로 막아내며 검후는 탄성을 질렀다.
아환은 연환권을 갈무리하고 우측팔꿈치를 몸을 틀며 쭉 내뻗었다. 검후는 두 팔을 교차하여 그 공격을 막은 후 오른 다리로 아환의 정강이 부분을 걷어차 갔다.
"이얏!"
아환은 발을 들어 검후의 밟을 누르고 반대쪽 발을 들어 비스듬히 검후의 어깨춤을 찍어내렸다.
"여기가 비는군요."
팔로 전사(轉斜)로 퉁겨낸후 다리를 들어올려 옆구리를 걷어차는 검후.
"욱!"
아환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주저 앉았다.
"이제 육합의 묘리가 어느 정도 주환에게 잡혀있네요. 육합행도 그렇고 육합권도 그러하고.."
숨을 고르며 검후는 아환에게 대련 후의 평가를 해주었다. 따스한 느낌이 느껴졌다. 지난 육개월 가량의 시간동안 꽤 친숙하여졌는지 검후는 미미하지만 친밀감이 느껴지는 어투를 보였다.
"후우후우..감사합니다. 선배님."
옆구리를 부여잡은 채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예를 취하는 아환. 그 동안 심신이 적잖이 성장한 듯 보였다. 육척정도로 보였던 신장은 이제 육척을 훨씬 넘어보이고 그 동안 체력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아환은 단단한 근육이 상체와 하체에 더더욱 고르게 균형을 이루며 자리를 잡았고 태양혈도 불쑥 솟아올라 아환이 제법 무위를 갖추었음을 보여주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무리하지는 말아요. 그럼 이만 들어가지요."
말을 맺고 자연스럽게 검후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몇발자국 걸어가다가 아환이 그자리에 가만히 있자 뒤를 돌아본다.
"왜 거기에 서있죠?"
"아! 예. 아니 몸을 좀 씻을려구요."
"그래요? 그럼 나 먼저 들어가지요."
"예. 선배님.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친후 검후는 초옥으로 아환은 발을 돌려 물이 흐르는 개울가로 걸어 갔다.
개울가에서 천천히 옷을 벗고 아환은 개울에 몸을 담근다.
지금은 이미 겨울에 접어들어 정말 살이 발려내는 듯 한기가 느껴지지만 아환은 그리 수욕에 큰 불편함을 갖지 않는 듯 눈을 감고 천천히 몸을 문질러 땀과 오물을 닦아내었다.
'이제 무상심결을 익혀야겠다. 그동안 검후가 설명해준 무리에 비추어 볼때 내가 익히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금방 검후가 알아차릴 터, 차라리 검후에게 무결을 알려주고 배울까?'
고민하던 아환,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야. 아직은 때가 아니야..아직은..그래! 일단 체력훈련을, 건곤형에 있는 체력훈련을 더 수련하자.'
한동안의 얼음수욕을 즐기던 아환, 몸을 일으켜 물가로 나갔다.
준비한 수건으로 몸을 닦고 아환은 발을 자신이 거처하는 검후의 옆의 통나무집으로 향하였다.
아환이 자리를 벗어나고 얼마후 한 인영이 개울가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휴~내가 왜 이러지.."
처음부터 아환의 수욕을 지켜보다 아환이 사라지자 검후는 자리에 내려섰다.
고운 아미가 살짝 찡그려져 있어 지금 그녀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안색이 밝지 않은 상태로 검후는 조금전까지 아환이 자리를 잡았던 개울을 쳐다 보았다. 안색은 그리 좋지 않지만 연한 홍조가 피어 올랐다.
"아서라..네 나이가 얼마인데.."
나이에 생각이 미치자 검후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절레절레 머리를 흔들면서 검후는 땅을 박차고 신형을 솟구쳤다. 아환이 도착하기전 돌아가 있어야 했기에..
어느 덧 겨울이 지나 다시 봄이 돌아왔다. 아환이 화연봉의 기슭에 집을 짓고 생활한지도 벌써 여덟달이 훌쩍 지났다. 검후에게 무예를 전수 받은지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간 변하지 않는 일과를 되풀이하며 검후와 아환은 십여장 떨어진 곳에 같이 살았다. 작은 변화는 있었다. 검후가 상가진에 주기적으로 내려가던 일정이 없어졌다. 처음 아환에게 무예를 가르쳐 줄때 그 달에 내려갔다 온후 지난 달에 한번 상가진에 내려갔다왔다. 그리곤 계속하여 초옥에 머물렀다. 식사는 아환이 준비하여 주었고 검후는 매일매일 아환에게 무예를 가르쳐 주었다. 처음에 약속하였던 두 시진이란 한정은 이미 깨어진 지 오래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 무예를 익히고 가르쳐 주었다.
"엽!"
아환이 크게 검을 휘둘러 옆으로 내친 후 거둬들이며 좌우로 쓸 듯 휘둘렀다.
"설라은현(雪羅銀鉉)"
낭랑한 음성.
아환은 그 소리에 검을 빠르게 펼쳐내었다. 마치 은으로 만든 줄로 그물을 펼치듯 하얀 선들이 꼬리를 물고 잔영을 남긴채로 아환의 주위를 감싸갔다.
"은하관천(銀河貫天)"
검을 앞으로 뻗은채로 기이하게 떨리 듯이 움직이자 검끝에서 무수한 칼 그림자가 앞으로 쭉 밀려갔다.
"단하(斷河)"
아환이 검을 마무리하는 듯 하다가 쾌속하게 그어대었다. 극쾌라 할 수 있는 검초. 흰빛이라 느껴지는 선이 순간 나타났다 스러졌다.
짝짝짝..
가볍게 손을 마주치며 검후는 아환에게 다가갔다.
"훌륭하군요. 벌써 삼성에 다다른 위력을 보이네요. 주환은 자질이 대단하군요."
"무슨 말씀을 다 선배님께서 이끌어주신대로 따라했을뿐인데요. 선배님의 지도능력이 뛰어나서 그런것입니다."
"아니예요. 아니예요. 아환이기에 이정도의 성취를 보여주는 것이예요. 은하검의 후삼식을 벌써 삼성가량 성취하다니.."
검후는 아환이 어느 정도 육합검과 삼절검의 겅취를 보이자 은하검이라는 산검(散劍)계열의 검공을 전수하여 주었다. 아환은 육합검과 삼절검으로 인하여 기초 무리를 깨닫자 마치 솜이 물을 빨아들이듯 검후가 가르쳐주는 무예를 빠른 속도로 익혀나갔다. 그러면서도 틈틈히 건곤형을 연구하였는데 이 건곤형의 무예가 다른 무공과 상응하여 서로간의 발전 속도를 가속화시켜주고 있었다.
"선배님의 은혜가 큽니다."
"무슨.."
"감사합니다. 선배님."
의식적인가? 아님 무심결에..아환은 다가가 검후의 두 손을 덥썩 움켜잡았다. 무척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지 검후의 두 손을 꼭 움켜잡은 아환..처음에 몰랐다 차차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손이 아환에 잡혀있는 것을 깨달은 검후의 붉어지는 얼굴과는 대조를 이루었다.
"이게 다 선배님의 은혜로.."
감사의 표시치곤 조금 과장되어 있어 보이지만 손을 붙잡혀 있는 검후로선 미처 거기까지 신경을 쓰지 못하였다. 단지 자신의 손이 아환의 손에 있다는 것만 신경이 집중될 뿐..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환이 점점 손을 몸에 가까이 가져갔다. 그리곤 자신의 가슴어림까지 갖다대며 거듭 검후의 은혜를 이야기하였다.
"이 손을 좀.."
한참만에 검후가 손을 뒤로 빼려 힘을 주며 아환에게 말끝을 흐렸다.
"예?..아! 예."
힘을 주어 그녀의 교수를 잡고 있던 아환, 아쉬운 듯 천천히 손을 빼내었다.
그리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전 수욕이나 해야겠습니다. 땀이 많이 흘렀네요."
어색한 감정을 삭일려는지 아환은 과장된 몸짓과 말투로 검후에게 말을 하곤 황급히 뒤를 돌아 자리를 벗어났다.
"나도 좀 거닐다 자야겠어요."
검후도 몸을 돌려 아환이 걸어간 방향과 반대로 걸어갔다. 무엇이 그리 급한지 발을 서둘러 초옥으로 가더니 이내 무엇인가를 들고 나와 아환과 다른 방향으로 땅을 박차 몸을 날렸다.
아환은 천천히 걸음을 걷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고 검후가 날아간 방향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저쪽은 폭포가 있는 쪽..그렇다면..'
아환은 무언가 결심한 듯 발을 돌려 검후가 사라진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2)
아환은 느리지도 그렇다고 빠르지도 않게 걷기 시작하였다.
그가 지금 향햐고 있는 곳은 폭포, 검후가 사라진지 얼마 차이를 두지 않고 뒤를 따르고 있었다. 그러한 아환의 머릿속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몸도 잔뜩 긴장이 된 듯 걸음걸음이 무거워 보였다.
'도박인가? 아니면 적절한 시기인가?'
아환은 자신할 수 없었다. 비록 그동안 거의 아홉달을 검후와 같이 지내며 아환은 황제의를 끊임없이 암송하며 심결을 되뇌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에 합일기켰다. 그 결과 아환에게서 은연중에 웅패한 기상이 흘러나왔다. 이와 같은 기도는 자신뿐만 아니라 바로 자신의 곁에 있던 검후를 계속하여 자극하였고 검후는 알지 모르지만 아환, 자신은 어느 정도 검후와의 감정의 교차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아환은 어느새 자신이 폭포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는 위치까지 당도했음을 알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몸의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는 태연하게 발걸음을 폭포로 옮기기 시작하였다.
'헛!'
검후는 지긋이 눈을 감고 손으로 유방과 비부를 가볍게 쓰다듬다 다른 기척이 느껴지자 바싹 긴장하였다. 해가 이미 저물어 저녁인데 이런 산중에 누가? 검후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 앉히고 신경을 집중하여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응? 이는 주환 같은데...'
검후는 문득 혼란스러웠다. 이 곳에 주환이라니? 주환은 저 쪽의 개울가에서 수욕을 했었는데..이런저런 생각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환은 점점 폭포가로 다가왔다. 빨리 동작을 취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자 검후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급기야 아환의 신형이 폭포근처에 나타났다. 그 순간 검후는 물속으로 작은 몸을 집어 넣었다. 어디에 숨을까 망설이다 때를 놓치자 다급히 아환의 눈에 몸을 감추려 폭포앞의 깊은 물속으로 들어간 것이었다.
"이야..지난 번에도 왔었지만 이 곳은 정말 운치가 있어."
감탄사를 발하던 아환이 주섬주섬 옷가지를 벗었다. 옷이라고 해야 상의를 가린 저고리, 그리고 바지뿐. 재빨리 옷을 벗은 아환은 물속에 뛰어들다시피 몸을 던젔다.
풍덩.
"어! 시원하다."
기분좋은 듯 아환은 눈을 지긋이 감으며 차디찬 산중의 물에 전신을 담그고 머리만 내놓은채 수욕을 즐겼다. 잠시 앉아있다 아환은 손을 들어 가볍게 근육이 가득한 상반신을 씻어 내렸다. 손이 움직임에 따라 아환의 근육도 미묘한 움직임을 보였다. 뭉쳐진다 싶으면 다시 풀리고 그러다 탄탄하여 지고...
아환은 앉아있던 몸을 일으켜 물속을 천천히 유영하였다. 헤엄을 치면서 아환은 폭포앞에서 왔다갔다 하며 차가운 기분을 기분좋게 즐기고 있었다.
그 밑에서 검후는 아환의 팔과 다리가 움직임에 따라 움직임을 반복하는 팔과 다리의 근육을, 그리고 굳강한 상체와 거뭇한 곳에서 몸과 물의 움직임에 따라 흔들거리는 양물을 몽롱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아환은 어느 정도 유영을 즐기곤 소 중간쯤에서 다리를 계속하여 움직여가며 멈추어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몸을 뒤집어 물속으로 자맥질하여 들어갔다. 두 팔과 다리를 힘차게 휘저으며 아환은 물속에서 여유있게 흐름을 감미하였다. 그러다 숨이 어느 정도 차자 고개를 물위로 내밀고 몇번 숨을 내쉰 다음 물속으로 다시금 들어갔다. 아환이 지금 반복하여 물속에 자맥질을 하는 것은 조금전에 발견한 흰 빛을 보이는 물체때문이었다. 폭포의 가장자리에 걸려 있는 하얀 비단의는 얼마전 바람을 쐬러 간다고 한 검후가 입었던 의복이었다. 저 의복이 저기 걸려 있다면 아마 검후는 이 근처에 있을터, 그것도 수욕중에 나신으로 있을만한 곳은 물속일 가능성이 많았다.
"푸우~ 아! 시원하다.."
고개를 물위에 내 놓은채 탄성을 질러대는 아환, 어느 새 폭포에서 가장 깊은 곳위에서 발을 휘저으며 떠있었다. 몇번을 물속에서 검후를 찾았지만 아직 찾지 못한 아환은 오늘은 그만 포기하여야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이왕 내친 걸음 좀 더 찾아보자며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 아래에 검후가 쪼그리고 앉아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어쩌지? 그냥 빨리 도망갈까? 혹시 나를 발견하면 어쩌지? 만약 그가 나의 벗은 몸을 본다면..'
혼란스러웠다. 어떤 것이 최선일지 빨리 이 순간을 모면하기만을 바랬다. 바로 자신의 머리위에서 발을 놀리고 있는 저 사내가 어서 떠나 주었으면 했다. 아니면 나를 발견하길 바라는 것일까? 검후는 움츠리고 물속에 주저 앉아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가볍게 가로 저으며 눈을 뜨고 아환이 무얼 하나 시선을 들었다.
'헛!'
'앗!'
"웁! 켁켁..콜록.콜록.."
"악!..어푸..어푸.."
물속에서 번개처럼 뻗어나가는 검후의 눈빛. 미처 진기를 갈무리 하는 것을 잊었는지 눈을 뜨자 신광이 눈에서 뻗쳐나와 수중을 헤집을때 마침 물속에 잠수한 아환과 그 시선이 마주쳤다. 검후는 차치하고서라도 아환마저 순간 당황하며 놀라 호흡을 놓쳐 물을 들이켰다. 검후도 마찬가지. 놀람은 검후가 더 하였을 것이다.
"켁..푸아.."
"켈럭..쿨럭.."
물이 얕은 곳으로 나와 한참을 둘은 콜록이며 식도와 기도로 들어간 물을 토해내었다.
"후~"
"하아~"
가볍게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돌리자 자연스럽게 시선이 마주쳤다.
둘은 마치 처음부터 고정된 사물처럼 움직일 줄 몰랐다. 그냥 그렇게 해야만 되는 것처럼 마주보고 있을 뿐이었다. 검후는 어깨가지 물에서 드러난 채 아환은 상반신이 거의 드러난 채 물가근처에 몸을 담그고 서로를 말없이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에 일장가량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의 거리가 어느새 반장이 채 되지 않는 거리로 좁혀졌다. 아환의 손이 천천히 들렸다. 물속에서 손을 들어 올려 물기가 흘러내리는 손을 서서히 내밀었다. 느릿느릿 그 손이 당도한 곳은 바로 검후의 얼굴, 뺨이었다. 가볍게 손마디마디로 아환은 검후의 볼을 쓰다듬었다. 천천히..부드럽게..
다시 한 손이 물속에서 올라왔다. 움직여 다른 쪽의 얼굴로 다가갔다. 아환은 매우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 두 손으로 검후의 양볼을 쓰다듬듯 매단졌다. 그러더니 한손을 살며시 귀밑으로 집어넣어 부드럽게 머릿결을 빗어내리다 검후의 머리뒷부분에 손을 가져다 대고 슬그머니 끌어당겼다.
아환의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다. 차츰차츰 밑을 향하는 얼굴, 그 속의 눈은 바로 앞의 검후의 얼굴을 향해 있었다. 추운 것일까? 검후는 전신을 미미하게 떨고 있었다. 이미 눈은 살폿 내려감아 무엇을 기다리는지..
두 사람의 얼굴이 자연스레 포개어졌다. 아환의 두툼한 입술이 빨간 검후의 입술을 덮었다. 아환의 두팔은 검후의 얼굴에서 내려와서 검후의 어깨를 지나 등쪽으로 내려가 검후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무너지듯 아환의 품에 안겨가는 여체..
아환은 두 팔에 점점 힘을 더 주고 강하게 검후를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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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어느 분께서 그 당시 상황이 하드코어가 있었는가? 하고 물으셨는데..그냥 야설이겠거니 하고 봐주세요. 그 시절에 화인(火印)이나 문신등은 있었지만 피어싱까지야 있었겠습니까? 그것도 성을 위한 피어싱이..쓰는 이의 취향이겠거니..하구..^^;
한번 글을 전반적으로 손을 본다고 하지만..제가 게으른 탓인지 잘되지 않습니다. 이해하세요.
그럼 가능하면 목요일에 뵙지요..혹시 못올려도 뭐라 하시지 않기를..(불가피한 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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