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수라기(獸羅記) 31번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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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장 행보(行步)

(1)

강서성의 성도, 남창(南昌) 또다른 이름으로 홍도(洪都)라 불리우는 곳에 한 칠척 거한이 등에 커다란 도를 매고 들어섰다.
장대한 체격, 굵은 팔과 왠만한 여인의 허리통같은 두꺼운 허벅지와 아이 머리만한 주먹을 쥐고 여유로운 걸음으로 찬찬히 주변을 쓸어보며 홍도의 저잣 거리를 걷고 있는 사내, 아환이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보기힘든 장신의 사내가 길을 지나가자 힐끔 힐끔 보면서 그 큰 체격을 훔쳐보고 있었다. 게다가 굳게 다문 입술과 적당히 자란 수염은 얼굴을 상당 부분 덮고 있어 갓 스물의 나이를 훨씬 더 들어보이게 하고 외가무예를 상당히 숙련한 무사로 보이게 하였다.
아환은 절강성의 항주에서 강서성으로 길을 정해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강서성의 성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지리상 절강성과 강서성은 이웃하고 있어 아환은 자신의 병기를 소유하자 마자 일단 강서성으로 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환은 자신이 자라왔던 곳, 구문현을 찾아보고 싶었고 또 자신에게 원한을 준 단체 청룡보를 알아 보기 위하여 강서성으로 들어왔다.
남창은 성도답게 상당히 번화한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과 각종 고루거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좌우를 쓸어가며 살피듯 시선을 돌리며 남창의 중심지로 들어가서 한 반점내로 들어갔다.
끼니도 해결하고 정보도 얻을겸. 아환은 남창 거리에서 제법 규모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시기가 점심때가 지났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반점을 메우고 있었다. 아직 낮이지만 여러 군데어서 술판도 벌어지고 있었다.
"어서오십쇼."
어디나 점소이의 말투는 비슷한 모양이었다. 어려보이는 소년하나가 손에 수건을 두르고 아환을 맞이하였다.
"이리 오십쇼."
자리가 몇 남아 있지 않아 아환은 가운데 위치한 탁자로 안내되어 의자에 앉았다.
반점내가 조용해졌다. 여기 저기서 숙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크군."
"난 저렇게 큰 사람은 처음봐!"
"그리고 저 칼 좀 봐! 저건 용이라도 잡겠는걸."
"무림인인가봐. 왕칠이 보다도 크겠는걸?"
다들 아환의 장대한 체격에 놀라서 저들끼리 아환을 힐끔힐끔 쳐다보며 수군거렸다.
"식사를 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술을 드릴까요?"
"계사면 하고 소채 좀 갖다주게."
"예. 금방 내옵죠."
점소이가 인사를 꾸벅하고 물러갔다. 반점내에도 사람들이 이제 아환에게서 관심을 돌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다시 소란스러운 반점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곧 식사가 나오자 아환은 저를 들어 음식을 찬찬히 먹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귀를 기울여 사람들의 잡담을 들어보았다.
"참! 이번에 청룡보와 하북 팽가가 사돈을 맺는다며?"
"자네 이제 그 소식 들었나? 자네 너무 느리군."
이런 저런 얘기를 듣던 아환에게 귀가 번쩍뜨이는 말이 들려왔다. 청룡보, 어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으랴?
"근데 이번에 혼례를 맺는 이가 누구야?"
"아마 큰 영애인 유란 소저일꺼야. 둘째는 다른 세가와 혼담을 넣고 있다고 하던데?"
"그 쌍검비봉(雙劍飛鳳)이라 불리우는 첫째? 그래. 하북팽가는 누구야?"
"차남이라고 그러더라. 나도 잘 모르겠어. 이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 곧 알게 되겠지."
"청룡보가 이제 점점 커가는 구만. 십삼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강서성을 완전히 손에 쥐게 되었어. 게다가 하북팽가와 사돈을 맺게 되었으니 그 위세가 더욱 커가겠네."
"그렇지. 둘째가 다른 세가와 또 사돈을 맺게되면 아마 더 할껄?"
"그건 그렇고 혈도문에서 가만 있을까? 청룡보가 팽가와 연관되면 더 힘들어질텐데..십년전에 완전히 멸문된 줄 알았는데 새로운 문주가 대단하다며?"
"쉿! 조심하게. 혹시 청룡보 무사나 혈도문에서 들으면 큰일나네. 혈도문이 워낙 은밀하게 활동을 하고 있어 청룡보가 골치가 꽤 아플거야. 이번 혼사를 서두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것 같으니."
"청룡보나 혈도문이나..언제쯤 남창이 좀 조용해질려나?"
"모르지.."
나지막히 목소리를 깔아서 대화를 하는 사람들. 아환은 뜻하지 않은 정보에 귀가 솔깃해졌다. 혈도문. 어찌 그 이름을 잊을 수 있을까? 청룡보와 더불어 아환의 집안을 망하게 한 두 원흉이라 할 수 있는 곳. 그 성격이 사파로 규정되어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단지 백성들은 빨리 소란이 가라앉기만을 바랄뿐, 두 문파의 오랜 싸움으로 백성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입는 피해는 상당했기 때문이다. 어쩌다 오해를 받아 억울한 죽음이나 부상을 입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럴때마다 힘없는 삶을 탓하고 속으로 원망을 하였지만 감히 그들에게 대들 용기는 누구에게도 없었다. 게다가 몽고인 강서성주는 뇌물과 세금을 걷는데만 몰두할뿐 두 문파의 싸움에 별 관여를 하지 않은 것도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각 지방마다 농민들의 반란이 숱하게 일어났고 홍건적이라 불리우는 제법 조직체계를 갖춘 저항군들도 생겼다.
아환은 음양조화역을 나와서 절강성을 거쳐 이곳 강서성까지 오는동안 그러한 실상을 많이 보고 들을 수 있었다. 현 원나라의 황제는 혜종(토곤테무르), 등극한지 스물 다섯해가 되었다. 나라의 풍기가 문란해질대로 문란해져 황실에는 간신들이 득세하고 변방에는 거란, 여진등을 비롯한 각 소수 민족들의 침입이 빈번하여 나라의 모양새가 썩 좋지 않았다.

'혈도문이라..'
아환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조금전의 사내들이 하는 말을 귀기울여 들어보면 청룡보는 무림의 세가와 사돈을 맺을겨로 하였다. 그리하면 말그대로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은 뻔한일. 그것도 현 오대세가에서 수위를 다투는 하북팽가였다. 무림칠왕중의 하나인 진천도왕이 아직 버티고 있는 곳, 하북 팽가. 혈도문에 책사가 있어 약간의 계획이라도 세울줄 안다면 이 혼사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진 않을 것이다. 또 하나 혈도문이 강서성에서 한때 청룡보와 패자를 다툴 위치 였지만 감히 팽가를 건들이지는 못할터 방향은 뻔했다. 틀림없이 남유란을 노릴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환은 추이를 보아가며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기로 하였다. 구문현으로 갈려고 했던 일정은 잠시 접고 이 곳에서 상황을 보기로 하였다.
"이보게."
아환이 점소리을 불렀다.
"예. 부르셨습니까?"
"깨끗한 방하나 주게."
"예. 별채에 하나 마련하겠습니다. 지금 들으실 예정입니까요?"
"아니. 저녁 무렵에 오지."
아환이 방값을 치르고 반점을 나왔다.
거리로 나서 사람들에게 말을 물어 쳥룡보의 위치를 알아내곤 아환은 청룡보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청룡보(靑龍堡)
검은 바탕에 금색으로 쓰여져 있는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웅장한 구조물로 장식한 대문이 보이고 그 뒤로 언뜻 고루거각들이 눈에 띄었다. 그 위세를 나타내는지 청룡보의 건물들은 크고 높으며 그 갯수가 적지 않아 꽤 규격있는 단체로 보였다.
그 청룡보를 멀찍이서 바라보는 아환의 눈에 핏발이 맺혔다.
'청룡보..청룡보..후회하게 해주마.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어주마. 다시 일어설수 없을 정도로 혈도문 보다도 더욱 더 처참하게 해주마.'
아환이 스스로 마음을 다지듯 이를 악물고 청룡보를 노려보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2)

밤이 깊어졌다.
아환은 객점에서 몰래 빠져나와 객점의 지붕을 밟고 경신술을 발휘하여 청룡보로 향했다.
아무래도 큰 칼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뜨이기 쉬워 칼을 나두고 갈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혹시 모를 접전이 발생할 수도 있어 아환은 칼을 등에 맨체 가능한한 사람들의 눈에 뜨이지 않게 청룡보로 신형을 날렸다.
각 건물들의 지붕을 밟으면서도 소리가 거의 나지 않고 높이 뛰지 않게 일직선으로 지붕과 지붕을 딛고 청룡보로 다가갔다. 아환은 지금 청룡보에 한번 잠입을 하려고 하는 참이었다.
이윽고 아환은 청룡보의 서쪽 외곽 담이 보이는 곳에 다달았다. 경비무사들이 순찰을 하는 것이 보였다. 아환은 일단 몸을 숨기고 순찰을 도는 무사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제법 군기가 있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혼사를 얼마 남기지 않아 불미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혼사를 치를려는 청룡보의 노력을 엿보여 주는 단면이었다.
'쉽지 않겠는데..'
외곽은 어찌 처리하고 들어간다고 해도 청룡보의 구조를 전혀 알지 못하고 그 속의 경비상황 역시 조금도 모른 상태. 자칫 잘못하다가는 타초경사(打草驚巳)의 우를 범할 수도 있었다. 아직 자신의 무예수준도 정확히 모르는 것도 문제였고 청룡보의 무인들의 무위 역시 겪어보지 못하였다.
'이거 너무 쉽게 생각했군..'
아환은 쉽사리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몸을 숙여 여기저기를 살펴보았다. 경비의 순환 주기며 인원,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각종 구조물등을 세밀히 눈여겨 보았다.
시간이 꽤 흐르자 아환은 일단 철수를 하고 다음을 기약하고자 자리를 벗어났다.

다음날 밤 역시 아환은 그 자리에서 청룡보를 살피고 있었다. 어제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느슨해지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대로 포기해야 하는가?'
자시가 넘어 축시가 가까와 졌다. 아직 봄인지라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가시지 않았고 밤으 깊을대로 깊어져 이제 사물이 깜깜해져 경비를 위해 켜 놓은 불빛만이 암흑을 젖혔다.
난감한 마음으로 청룡보를 주시하다 아환은 문득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의 인기척과 기세가 느껴졌다. 급히 아환은 몸을 더 숙이고 그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무언가 희미한 금속의 빛이 보였다. 한두개가 아닌 제법 수가 되는 물체들이 언뜻 언뜻 빛을 내며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며 청룡보쪽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환이 안력을 돋구워 자세히 그 쪽을 보자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십여명의 사람들이 복면을 하고 손에 칼을 들고 청룡보쪽으로 조심스레 발을 옮기는 것이 보였다.
'누구지? 저들은..도적인가? 도적이라면 감히 청룡보를 저런 인원으로 강탈하기엔 터무니 없고, 또그렇게 보기엔 제법 무예를 익혔고 조직체계가 잡혀있는 모습인데..혹시 혈도문?'
아환이 사태의 진행을 보고 자신의 방향을 결정하려 어둠속에서 숨어 무리들의 행동을 보았다.
선두에선 한 사내가 청룡보와 십여장 거리에 접어들자 손짓을 하였다. 일사불란하게 몸을 숙이는 무리들. 틀림없이 무언가를 노리는 모양이다. 선두의 사내가 손을 입에 가져 대더니 새소리를 흉내내었다.
그러자 청룡보 외곽에서 순찰을 돌던 사내 중 하나가 다른 조의 무사들의 시선이 없음을 고개를 돌려 확인하더니 뒷춤에서 비수를 꺼내었다. 그리곤 자신과 한 조의 사내의 입을 막고는 목에 칼을 찔러 넣어 순식간에 처치해버렸다. 무사를 처치한 사내 역시 손을 입에 대고 새소리를 내자 외곽에서 대기하던 무사들이 일제히 달려나가더니 재빨리 한명이 준비한 옷을 갈아입고 경비서던 무사와 짝을 이루고 다른 사람들은 담을 훌쩍 뒤어넘어 청룡보 안에 잠입을 해갔다.
사전에 구조와 첩자들을 심어넣어 치밀한 계획을 세운후 감행한 일인듯 싶었다. 조금의 군더더기가 없는 정제된 동작들. 아환은 따라서 들어갈까 생각하다가 상황을 더 두고 보기로 하였다. 어차피 청룡보는 자신의 적. 아환이 들어가서 그 무리들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소란의 발생가능성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무리들이 들어간지 한식경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까지도 아무런 소요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청룡보에서 큰 소리가 들려왔다.
"대소저가 납치되었다.!!"
청룡보 이곳 저곳에서 순식간에 불이 켜졌다. 금방 대낮같이 환한 불빛들이 청룡보와 그 주위를 밝혔다.
"혈도문이다! 혈도문의 침입이다!"
"혈도문!"
"와아아아!"
여기저기서 무사들이 튀어나와 청룡보내를 뛰어다니고 직책있는 사람들은 미처 옷도 제대로 갖추어 입지 못한채 손에 병기를 들고 뛰쳐나와 보의 무사들을 지휘하며 사태의 정황을 파악하려 하였다.
휘리릭!
두 사람이 무언가를 메고선 청룡보의 담을 뛰어넘는 모습이 보였다. 곧이어 그 안에서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챙..챙..챙채챙..
"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네놈들이 혈도문에 한 짓거리를 잊었느냐?"
"비겁한 놈들..어찌 혼사를 앞둔 여인을.."
창..츠캉!
"어억!"
칼이 부딪히는 소리, 곧 이어 연이은 비명소리가 청룡보안에서 들려왔다.
청룡보의 담을 무사히 넘은 두 사람은 경비를 서는 사내들과 눈을 마주친후 고개를 끄덕이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전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갔다. 이어서 몇몇의 무사들이 청룡보의 담위로 솟구쳐 올랐다.
"게 섰거라!"
"이놈들 대소저를 내려놓고 가거라."
"야이! ...억!"
담위에 올라선 무사들이 미처 자세도 잡기 전에 날아든 비침으로 인하여 그 자리에 무너져 내렸다. 사전에 다 임무를 부여한 모양인지 경비를 서던 사내들은 손에 각종 암기들을 꺼내들고 도망친 사람들의 뒤를 봐주기로 한 모양이었다.
담위로 올라서는 청룡보의 무사들이 족족 쓰러져 나갔다. 그러던 와중에 무언가를 둘러멘, 아마 대소저라는 여자이리라, 사람들은 한참을 달려나갔다. 아환은 마음을 정하고는 그 사람들 뒤를 추적하여 따라갔다.

혈도문의 무사들은 사람을 하나 메었지만 결사적으로 발을 놀려 남창의 외곽을 벗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아환은 거리를 두고 그 들을 따라 가고 있었다. 체격이 크고 또 자신의 덩치만한 병기를 메고 있는지라 자칫하다간 사람들의 눈에 띌수도 있어 한번 멀찍이 달려간 후 숨어 있다 또 빠른 경신술로 쫓아가고를 반복하였다.
혈도문도들은 한참을 달려 그 들이 목표로 하는 곳에 도달하였다. 그곳에는 미리 준비를 해 놓은 듯 두필의 말이 메어져 있었다. 혈도문도들은 그 곳에 도달하자 잠시 숨을 몰아쉬고는 바로 말을 타려 하였다. 그러자 마음이 급해진 것은 아환이었다. 단거리야 경신술로 잡을 수 있지만 말을 타고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추적이 어려워졌다.
아환은 등뒤의 칼을 빼어들고는 앞으로 내던졌다.
쉬이잇!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아환의 등뒤에 메어 있던 여섯자에 달하는 칼이 쾌속하게 날아갔다. 그 목표로 하는 사람은 여자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닌 다른 혈도문도였다. 그 사람은 무언가가 자신에게 날아온다는 느낌이 들었는지 고개를 들다가 어슴푸레한 시야에서 무언가가 거대하고 시커먼게 일직선으로 다가왔다는 생각이 날 즈음에 그 칼은 자신의 머리를 뚫고 지나갔다.
퍼억.
마치 수박이 터지듯 산산조각나서 부서지는 혈도문도의 머리통. 허연 뇌수와 붉은 핏물이 사방으로 튀여 올랐다. 머리를 잃은 사람의 몸이 잠시 말위에 있다가 스르르 쓰러져 땅에 떨어졌다. 머리가 사라져 버린 곳에서 끊임없이 솟구쳐 나오는 선혈들..
한 사람의 머리를 뚫고 나간뒤에서 그 칼은 위력이 죽지 않고 그 옆의 암석을 산산히 부수고는 박혔다. 청룡보의 대소저를 말위에 태우고 출발할려던 혈도문도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칼이 날라온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 그쪽에는 거한하나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어느새 아환이 다가와 말고삐를 한손으로 움켜잡았다.
"당..당신은 누구요?"
음성이 떨려나왔다. 일단 그 장대한 체격만으로도 위압이 가는데 조금전에 칼을 던져 처참하게 자신의 눈앞에서 머리가 터져 나간 동료의 모습까지 눈에 아른거려 공포심이 극에 달했다.
"나? 네 놈들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
"누구길래 우리 혈도문을 이리 적대시 하는 거요."
"그건 일일히 말해줄 필요가 없지."
아환은 대답대신 손을 내밀어 말위의 사내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렸다. 신장이 큰지라 말위의 사내의 멱살을 잡는데도 큰 무리가 없었다. 그때까지도 반항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던 혈도문도는 그제서야 생각이 나는지 발을 휘둘러 아환을 공격하려 하였다.
아환은 다른손으로 발을 막고는 주먹으로 정강이 부분을 후려쳤다.
빠각.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혈도문도 사내의 다리가 정강이 부분에서 기역자로 꺾여 뒤로 젖혀졌다.
"크아악!"
고통에 겨워 울부짖는 혈도문도. 아환은 혈도문도의 멱살을 잡고 얼굴에 바싹 가까이 가져갔다.
"혈도문의 지금 본거지는 어딘가?"
"크윽..내가 말할 것 같으냐?"
뼈가 부서져 신경을 찔러내는 아픔이 전신을 울렸지만 사내는 꿋꿋하게 버틸려 하였다.
"그럼 천천히 듣지."
빡!
아환은 다른 쪽의 다리에도 주먹을 한방 날렸다.
"끄억!"
눈을 허옇게 까뒤집으며 게거품을 물어대는 혈도문도. 얼마나 그 고통이 심한지 눈물, 콧물이 얼굴에 범벅이 되어 있었고 몸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 자네는 기개가 있으니 이 정도는 까딱 없을꺼야."
퍼억!
이번에는 아랫배였다.
"쿠억...우웩!"
숨이 탁막혔다. 온통 속이 뒤집어졌다. 오물과 핏덩이가 입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럼. 그렇게 버텨야지."
"잠깐..끅..으악!"
아환이 갈비뼈를 움켜잡고는 악력에 힘을 주어 하나를 뿌려뜨렸다. 조금도 손에 인정이라곤 없었다.
"말..말하겠소. 제발..말..을 들어주시오."
"벌써 조금만 더 참지. 이제 막 흥이 오를려고 하는 참인데.."
아환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니오..아니오. 이제 그만 하면 되었소. 내 다 말하리다. 혈도문은 구문현이라는 곳에 있소. 또 무얼 알고 싶으시오."
"구문현? 이것들이..혈도문의 문주는 누구냐? 혈도문은 총 인원수가 얼마냐?"
피가 싸늘히 식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감히 구문현이라니. 다른 곳도 아니고 구문현이라니. 원흉이 감히 구문현을 본거지로 했단 말인가? 이가 갈렸다.
"문주는 전 문주의 영애인 현원가령입니다. 총인원은 삼십이명이고 그 곳에서 홍하장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제발 그만..제발.."
"그만해달라구?"
"예..제발.."
"싫어."
퍽!
혈도문 사내의 머리 뒷부분을 주먹으로 세게 내지르자 뒷통수가 깊게 함몰이 되었다. 사내는 끄으윽 하는 괴이한 신음을 내며 그 자리에서 즉사하였다.
"혈도문. 네놈들이 구문현에 있단 말이지..좋아."
아환은 멱살을 쥐고 있었던 사내를 아까 머리가 터진 사내의 옆에 던져 놓았다. 그리곤 말을 끌고 와서 시체둘을 말에 싣고 자신의 병기에 묻은 피를 닦고 갈무리 하였다. 주변을 대충 정리를 하고는 아환은 말을 끌고 근처에 야산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서 사내들의 옷을 다 벗기고 던져 놓았다. 아마 들짐승들이 처리를 해주리라.
아환은 벗긴 사내의 옷가지를 잘 싸서 말에 묶고는 청룡보의 남유란이 실려 있는 말을 손에 쥐고 구문현쪽으로 발을 옮겼다.
길게 이어진 핏자국이 이제 파르스름한 야산의 길가에 남아 있어 조금전의 상황을 말해줄뿐 이내 정적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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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실수를 하나 말씀드립니다. 아환의 칼의 무게가 백이십근이라 정했는데 잊어주시길..
쇳덩이가 그 정도 크기면 일반 쇠도 수십킬로는 더 나가지 않겠습니까? 하물며 천고의 이물인데...

군에는 곧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어떤 분이 군에 가면 응응응 이 없다고 우려하셨는데 실제로 전쟁터에는 각종 무법이 판을 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잔혹한 일들도 많이 벌어지고요. 강간이나 윤간등은 흔한 일이지요.
원나라의 마지막 황제는 혜종입니다. 이름도 토곤테무르(Togontemur)로 되어있지요. 재위기간이 서기 1333~1368년입니다. 그 이후에는 주원장이 명을 건국하지요. 항상 그렇듯 그 나라가 망하는 시가가 임박하면 풍기가 문란하고 여러 곳에서 민란이 일어나지요.
야설주제에 이런 내용을 다룬다고 뭐라 하지 않으셨으면...

그리고 원나라의 황족과는 어떤 관계로든지 사건을 벌일 예정입니다. 단지 그것은 3부에 가야 나올듯..
남유란과의 관계는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이것 저것 찾아보느라 시간을 좀 써서..
수라기를 워드패드로 쓰고 있는데 930KB가 되었네요. 제법 썼죠.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은 조금인데 부연이 더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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