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환타지]천부경 2부 1장 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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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링크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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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야설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야설은 저말고도 많은 고수분들이
활동하시니 다른 것을 읽어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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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력 1억8천년.
세이키리아력 5천년.
10년간 진행된 대제국이었던 세이키리아와 그와 대비하면 약소국이었던 미소니테르국의 전쟁은 환타리아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패전국인 신성국 세이키리아의 몰락과 승전국 미소니테르국의 엄청난 약진과 함께 주변국가들의 미소니테르국에 대한 대우의 변화였다. 그전까지 환타리아를 4등분으로 지배하던 4대 왕국중 한 곳의 왕국의 몰락과 한 곳의 국의 엄청난 약진은 그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얘기하고 있었다. 평화롭던 5천년의 시간은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로 말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미소니테르국의 승전에 앞장서서 싸웠던 사람들. 활과 마법대신 검과 고스트를 이용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신성국쪽의 편인 드래곤조차 그들앞에서 패하게 만들었던 그들. 환타리아에선 그들을 이세계의 악마...라고 불렀다.
중년의 마법사와 그의 여제자. 그리고 수백여명의 검사와 마법사들...그들은 갑자기 나타났다고 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제 1장 2절 환타리아라는곳...
"여기가 환타리아라는곳인가. 과연 생각했던대로 중원과는 많이 틀리군."
사람. 중년의 남자.
"그래요. 여기는 당신이 지금동안 지내왔던 곳과는 틀린곳이에요. 말도, 습성도, 그리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요. "
아무것도 없는 허공. 여자의 목소리.
"잘 적응할수 있을까?"
"물론이에요. 그래서 제가 있는거 아니겠어요? 전 선녀라 모든 세계의 말을 다 알고있죠. 물론 환타리라의 모든 생활습관 같은것도 이곳에 오기전에 충분히 습득했고요. 단지..."
"단지...?"
"전 선녀이기 때문에 외모가 워낙 뛰어나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면 안돼요. 그래서 어쩔수없이 당신의 검의 손잡이의 보석으로 들어가야해요. 선녀는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라는게 몇천년전 나무꾼에게 욕보인 선녀 때문에 붙여진 불문율이죠..."
"선녀? 모르겠군. 아무튼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군. 애니...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남자는 손에 끼워진 반지를 다른 손으로 만지며 중얼거렸다.
"글쎄요... 그건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도 잘모르겠어요. 단지... 그냥 저쪽에서 무슨 운명이 느껴지는듯하다는 말밖에.."
해검의 말에 애니화선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의 끝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그 눈빛을 따라 바라보던 해검은 이내 몸을 돌려 그쪽으로 옮겼다.
"어차피 죽었던 운명 저쪽에 무슨 운명이 있든 가야한다면 가야겠지."
"네...그럼 저는 이만 검속에 들어갈께요. "
애니의 몸이 잠시 희끗해지더니 이내 해검의 검의 손잡이에 조그마한 꽃문양이 새겨졌다.
"검이라... 겨우 화경에 이른 수준으로 이 험한 세상을 해쳐나갈수 있을까..."
나직한 말. 천경이 없는 지금 해검은 그리 강하지 못한 상태였다. 중원에서의 내공도 거의 없는 상태였기에 그는 굳이 구분을 하자만 초급무사. 일종의 삼류무사였던 것이다.
"걱정마세요. 설마 그분이 아무런 준비없이 일을 벌리시지는 않으셨을테니까요."
해검. 죽음에서 부활해 중원이 아닌 환타리아로 온 무사.
애니. 그런 해검을 도와 몇가지 퀘스트를 이끌어가는 도우미.(이딴게 무슨 필요있냐하면요 너무 오래기다리셔서 까먹었을까봐. ㅡㅡ;)
아무튼 두 사람은 어딘지는 모르는 환타리아의 어느곳에 한줄기의 빛으로 화해 나타났다. 그리고 길을 떠났다. 어디론가...
******
"후와...덥군."
몇월인지는 몰라도 여름은 틀림없었다. 하루종일 찌는듯한 더위. 그것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벌써 3일째 걸어왔는데 마을이란곳은 도통 보이지 않는군. 이래서야 내 운명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수없지 않는가..."
3일째. 환타리아에와서 애니가 가르킨 방향으로 걸어온지가 벌써 3일째다. 그러나 그동안 해검은 사람은커녕 동물하나 구경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기에 당연히 그에 입에서 그런 푸념이 나오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음...아마 지금은 좀 혼란스러워서 그럴꺼에요. 이곳에는 얼마전까지 전쟁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다 끝났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는곳을 정비하기도 바빠서 그럴지도 몰라요."
해검의 검의 손잡이에서 애니는 쏟아지는 태양을 보며 말했다. 그녀로서도 별로 말이 많지 않은 해검과 함께 3일을 같이 보내서 여간 심심한 터여서 조금 짜증이 섞인 말투였다. 또 햇빛 때문에 살도 타니까.
"전쟁이라...여기도 역시 그런 관계인가. 죽이고 죽고 뺏고 빼았기고..."
애니의 말에 해검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의 끝을 보며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일대기는 혼자있을 때 빼고 거의 다 싸움으로 일관되었었다. 처음 강호에 나왔을때부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드레브안 일행과 싸울때까지...
'이드레브안... 그러고 보니 사드로프와 푸이빼고 나머지는 마지막 싸움전에 다 환타리아로 차원이동을 했다고 했던가? 그럼 지금 그들이 이 세계에 있던가 아니면 그들의 후예가 있겠군.'
문득 전생의 기억을 생각하던 해검은 이드레브안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들이 이곳으로 넘어왔다면 적잖은 전력이었을테고 어쩌면...
"어쩌면 그들이 이 전쟁의 중심에 있었을수도 있었겠군. 시간이 그들을 죽지 않을만큼 지나지 않았다면..."
"네?"
해검의 나지막하게 중얼거림에 애니가 물었지만 해검은 그 물음을 무시한채 다시 발길을 옮겼다. 빨리 인가를 찾아야 했다. 배가 고팠으니까...
5일째.
"크크... 집인가..."
해검은 막 고개를 넘자마자 보이는 집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투에는 무한한 감격의 말투가 섞여있었다. 그렇다. 환타리아에 온지 5일동안 그동안 주변에서 얻은 물과 주변의 동물들의 고기만을 먹으면서 걸은 끝에 지금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것을 본 것이다.
빨간 머리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햐안 피부.
'푸이...세이니아라고 했던가... 그녀가 생각나는군.'
처음보는 옷을 입고 등에 검을 차고 들어온 낯선 이방인을 경계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 붉은 머리 소녀를 보며 해검은 씨익 웃었다.
"으아앙!"
"......"
자신의 웃음에 울며 도망치는 아이. 황당했다. 자신의 웃는 모습에 울음지으며 도망이라니... 아무튼 해검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꼬마를 잡아서 달래려고 앞으로 나섰다.
"무슨 짓이야! 설마 미소니테르국의 병사인가? 그런데 왜 이 시골의 작은 마을까지..."
아이의 울음에 부모인듯한 남자가 손에 검을 든채 뛰어나와 소리쳤다. 그의 눈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계가 너무나도 짙게 깔려있었다.
"오해이오. 나는 단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오."
해검은 살의가 보이는 남자에게 최대한 예의있게 말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처음 보는 사람과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
'조심하세요. 이곳은 얼마전까지 전쟁이 한참이었고 사람들의 행동을 보아 아마 패전국인 세이키리아국일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기에 아마 상당한 경계의식이 있을거에요.'
해검의 말을 해검의 음성으로 그 남자에게 동시에 전달하며 애니가 해검에게 전음을 보냈다. 물론 텔레파시였지만.
"정말인가? 그래도 미안하지만 네 등에 매어있는 검을 빼서 이리로 던져라"
해검의 말에 계속 검을 해검을 향한채 남자는 소리쳤다.
"잠시만 저쪽으로 가줘야겠군. 이따 다시 회수할테니 좀 기다려."
해검은 남자의 말에 따라 중얼거리며 검을 던져주었다.
철컹..
남자는 그 검을 조심스럽게 집으면서 자신의 검도 거두어 들였다.
"미안하오. 하지만 지금은 워낙 힘든 시기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소. 여행객인거 같은데 집에서 차나 한잔 하고 가시오."
해검이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르며 악의가 없다는 것을 보이자 남자는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호의를 배풀었다.
"괜찮소. 지금 상황이 그러니만큼 어쩔수없으니 당연한일이 아니겠소."
남자의 말에 해검은 조용히 웃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쪽은 내 아내 에스리나고 붉은 머리 공주님은 소슬리이오. 그리고 나는 엠텔푸스라고 하오. 아깐 너무 심하게 한 것은 미안했소."
방에 들어오자 따뜻한 차와 함께 몇가지 간단한 음식을 차린 식탁에 앉아 남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라도 그렇게 했겠죠.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이곳까지 오면서 사람을 한명도 보지 못했고 또 처음 본 사람도 이렇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허허... 설마 10년동안 치뤄진 전쟁을 모르시는 말투이군요."
설마 그것도 모르느냐라는 듯이 남자 엠텔푸스가 묻자 해검은 머쓱은 웃음보이며 중얼거렸다.
"사실 그게 한 몇십년동안 제가 세상과 단절된 곳에 가있어서 말입니다. 그동안의 일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전과 너무나도 달라져서요."
해검은 마치 전에는 이곳에서 살았다는 듯이 말하며 애니를 한번 슬쩍 보았다. 마치 얘기를 듣기 위해선 어쩔수없이 하는 거짓말이라는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듯이..
"흠...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씀 드리지요. 현재의 세계는 1제 2왕 1소국의 세력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1제는 미소니테르 제국을 칭하고 2왕은 피테르 왕국과 에루스 왕국을 말하는것입니다. 그리고 1소는 지금 제가 속해있는 이곳... 세이키리아 소국을 칭하는 것이지요 휴..."
잠시 말을 하다 엠텔푸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는 마치 무언가 커다란 것을 잃은듯한 의미가 느껴졌다.
"알다시피 원래 우리나라는 소국이 아니었소. 아니 4개의 왕국중에 가장 세력이 센 왕국이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한 집단에 의해 무너진것이오 10년동안의 싸움 끝에 말이오. 그때까지는 우리 왕국은 참으로 평화로운 곳이었소.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나타나면서 미소니테르국이 우리 왕국에 대해 조금씩 도발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소. 이드레브안과 셀레나... 그들은 생전 처음보는 무시무시한 미스릴로 뒤덮힌 괴물과 이곳에서도 얼마없는 마스터급의 엄청난 검술을 지닌 수십명을 앞세우며 조금씩 우리 왕국과 싸움을 걸더니 결국에는 전면전을 일으킨것입니다. 물론 처음의 예상 결과는 다들 우리 왕국의 우세였습니다. 당연한 생각들이었죠 근 5천년동안 우리 세이키리아는 절대적인 왕국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전쟁을 하면서 드러난 그들의 전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소. 병력상으로는 우리가 압도적이었지만 능력으로는 절대적으로 뒤졌고 결국 우리의 최후의 보류지였던 골드 드래곤마저 그들에 의해 산화 되버리자 10여년의 싸움은 국왕이 자결함으로써 끝났소 우리의 패배로... 참담한 결과였지요... 아직 전쟁이 끝난지 1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많이 어수선 하오. 그래서 아까 내가 외부인에 대해서 과민반응을 일으킨것이고. 사과하오."
열심히 음식을 먹으며 남자의 말을 듣고있던 해검은 이드레브안과 셀레나라는 이름이 나오자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결국...이번일은 자신과도 연결이 되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이드레브안과 셀레나라...그들이 온지가 10년이 넘었다고 했습니까?"
"네. 그들은 정확히 10년전에 모습을 드러냈죠. 그리고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가한지는 9년전이었고 말입니다. 혹시 그들을 아십니까?"
10년... 해검은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이 죽기 며칠전에 차원이동을 했다. 그리고 자신은 사계에서 얼마 있지 않았고. 그런데 그 사이에 10년이 지났다고?
'이계와 사계의 시간차이가 나는것이겠지. 그나저나... 그들이 여기에 있다면 결국 모든 매듭을 지으라는 카오스의 말은 그들과의 해결을 보라는 뜻이었나? 적으로서?'
이드레브안... 지겹도록 질긴 악연의 이름. 그 사람과 또 몇십년의 악연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해검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아... 잘 모르오. 단지 그냥 어디서 들어본듯한 이름인 것 같아 그냥 물어본것이오. 그런데 이런 외진곳까지 병사들이 옵니까? "
해검은 남은 음식을 입에 넣으며 집안에 있는 몇가지의 무기들을 보며 물었다.
"아직까지는 그런적이 없지만 왕자와 몇몇 대신들이 도망을 쳤으니 그들을 찾으려고 미소니테르국의 병사들이 몇몇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지라 대비한 것이오.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요"
"그렇군요..."
엠텔푸스의 말에 해검은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운명의 종착지는 역시 전쟁이란 것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아마 이드레브안이라는 사람과의 싸움으로...
"그럼 이드레브안은 미소니테르국에 가면 만날 수 있겠군요."
"글쎄요... 그 사람은 항상 어딘지 모르게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확실하게는 가르쳐 드릴수가 없네요. 이 시골에 사는지라.."
"아닙니다.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0년동안 참 많은 것이 변하였군요. 세상이.."
떨어지는 태양이 일으키는 노을을 보며 해검과 엠텔푸스는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들은 저 태양과도 같으리라. 피같이 붉은 노을같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의 몸에서 나오는 피를 내뿜는 것이......
그날밤 해검과 애니는 그들의 권유로 하루밤을 그 집에서 지냈다. 그리고 서로 술을 마시며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소박한 사람들.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평안히 살고 싶은 사람들. 해검은 그들고 얘기를 나무면서 그런 정을 느꼈다.
'환타리아든 어스계든 모든 인간들은 다 똑같구나...'
그날밤 해검은 오랜만에 달콤한 잠을 잤다. 자신을 시시때때 노리는 적도 없고 또한 자신이 지켜여할 사람도 없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아침에 인사를 하고 그들이 싸준 점심을 들고 집을 떠났다. 이제는 목표가 확실히 정해졌다. 이드레브안이 있는 미소니테르국으로...
"애니... 카오스는 왜 날 이곳에 다시 살려놓은것일까. 단지 이드레브안과 싸워서 결말을 지으라고? 아니야... 왠지 그것만으론 부족해. 뭔가 다른 것이 있을것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고..."
"그리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자신들을 배웅하는 엠텔푸스 가족을 보며 나직히 중얼거리는 해검의 꼬리말에 애니가 궁금한 듯 말했다. 왠지 그의 말투가 너무 서글프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은 나도 잘모르겠다. 모든 것은 내가 이드레브안을 만나면 밝혀지겠지. 그런데 말이야. 애니."
"네? 무슨 질문이라도 있으세요?"
"지금의 내가 과연 이드레브안을 이길수 있을까? 천부경을 9단결까지 깨달았다고 하나 그것은 저쪽 세계에서의 일이고 지금의 나는 평범한 검을 잘쓰는 무사일뿐인데. 그리고 천경도 없고..."
문득 싸운다는 생각을 하던 해검은 자신이 별볼일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 해검은 중원에 있을때의 해검이 아니었다. 중원에 있을 때 그는 상상할 수 없는 내공과 천부경의 9단결의 돌파. 그리고 천경이 있었기에 무적이었다. 그러나 육체자체가 재구성된 지금의 그에게는 내공이라고는 6일동안 틈틈히 쌓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중원에서 거의 60년 가까이 수련했던 무공 성취도였던만큼 6일동안 쌓아놓은 것이 비록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한심할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이드레브안은 자신과 마지막으로 싸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찾아갈때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힘을 길러야 했다.
"그래요. 지금 해검님의 내공이나 무공성취도는 거의 없으니까요. 지금 이드레브안을 찾아간다거나 그들에게 존재가 노출된다면 금방 죽겠지요. 음...그럼 우선 무공부터 키울까요?"
해검의 걱정스런 말투에 애니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글쎄..무공을 다시 익힌다하면 수십년이 걸릴텐데... 그때까지 그들이 살아있을까? 그들이 죽는다면 나의 매듭은 누구한테 풀지?"
어렵다...라고 해검은 생각했다. 자신에게 모든 운명의 매듭을 풀라고 했던 카오스. 그러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그 절대자..
'젠장할 놈.'
해검은 속으로 나직히 욕을 해댔다. 그러던 그의 눈에 문득 자신의 왼손에 끼어져있는 반지가보였다.
"혹시 이 반지가...?"
해검은 천천히 왼손을 들어올렸다. 태양에 반사되어 붉게 빛나는 반지. 해검은 그 반지에 조금씩 내력을 주입해보았다.
"......"
아무 소식이 없었다.
"혹시 천부경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천경처럼?"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이번에는 서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않아 눈을 감고 천부경을 외우며 그 기를 반지에 주입시켜보았다.
"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천일일지일이인일삼일적십거무궤화삼천이삼지이삼인이삼대삼합육생칠팔구운삼사성환오칠용변부동일묘연만왕만래본심본태양앙명인중천지일종무종일......"
정말 오랜만에 풀어보는 천부경. 81자 모두 한자한자에 뜻이 있고 우주가 있고 결국에 내가 있는 하늘의 경전...
우웅...
조금씩 반지에서 붉은 빛이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반응을 보익 시작한 것이다. 해검의 얼굴이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지어졌다. 그때..
"까약!"
정신이 극도로 고조되있던 해검의 귀로 꼬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린 소슬리...?"
비명소리와 함께 병장기의 소리가 함께 들리자마자 해검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다시 걸어온길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공을 깨닫는것도 중요하지만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워낙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헉헉...젠장.!"
그러나 온몸의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그로서는 아무리 내공이 필요없는 경공술이라지만 빠른 속도를 낼수 없었다. 그러기에 그가 다시 집으로 도착한 시각은 약 30분정도 걸린후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싸늘히 식어가고 있는 세사람...
터벅터벅...
해검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외지에서 소박하게만 살아가고 싶어했던 사람들. 그들이 죽은 이유가 뭐였을까...
"크크... 설마 망설이던 나의 마음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이 사람들을 죽인건 아니겠지. 그렇지? 만약 그랬다면 난 절대 당신을 용서 못할것이오. 카오스..."
어쩌면 지금 이 모든 것이 카오스에 의한 각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어떠한 증거도 없었기에 그 화풀이를 풀사람은 다른곳이었다.
챙!
해검의 등에 계속 걸려있던 검집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시리도록 투명한 검. 그런 해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은채로 막 집을 떠난듯한 살인자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가 그들을 발견한건 그렇게 5분을 쫓아간후였다. 그들의 수는 총 15명. 한결같이 가슴에는 머리에 뿔이 달린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을 한 문양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아마 악신 ...이리라.
"헉 누구....?"
스윽. 가장 뒤에 있다 해검을 저 발견한 사람은 채 말도 끝내기전에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쓰러졌다.
"적이다."
"왠놈이냐!"
챙!
순식간에 한명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쓰러지자 나머지 사람들은 황급히 무기를 꺼내며 해검을 향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아무리 내공이 미천하다고는 하나 그는 천부경으로 신화경에 이르렀고 검으로 화경에 이르렀던 해검이었다.
"왜..."
챙!
"으악!"
해검이 내리치는 공격을 검을 들어 막으려던 검사가 검채 통채로 잘려 나가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도대체 왜!!!"
곧바로 또 한사람을 밴 해검은 위로 뛰어올라 적들의 중간에 뛰어들은후 왼발을 축으로 크게 검을 돌렸다.
"봉황무적(鳳凰無敵)!"
화천화의 사부였던 검황의 무공중 최고로 강하다는 3가지중 한초식. 비록 내공이 거의 없어 위력이 약하다 하지만 해검을 둘러싸며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적들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퍼퍽...
순식간에 검사 10명이 믿을수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다.
철커덕...
해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 조금 떨어진곳에서 벌벌떨며 손에 이글거리는 불덩이와 하얀 얼음덩어리를 만들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들을 죽여야 했지? 그들은 아무죄도 없었다. 단지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어했을뿐. 그런데 왜 죽였지? 심심해서? 아니면 너희들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서!!!"
덜덜...
해검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몸을 사시나무떨듯하며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주문을 완성시켰다. 자신들은 5, 적은 1. 그리고 충분한 거리...
콰쾅!!
순식간에 해검이 있던 자리에 화염과 얼음의 기둥이 솟구쳤다. 그러나 그들의 바램과는 다르게 이미 해검은 그 자리에 없었다.
"으아악!"
슈악...
한줄기 빛이 그들 5명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의 적막...
"왜......."
모두가 쓰러진채 혼자서 남겨진 해검의 얼굴위로 물이 흘러내렸다. 뭘까 이 감정은... 중원에 있을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 이건 마치... 화천화가 죽었을때의 감정...인가?
자신도 놀랄만큼 엄청난 분노를 느끼며 해검은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마치 화천화가 죽었을때의 감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왜지...? 단 하루의 만남이었는데 화천화와 같은 감정을 느끼다니......"
터벅터벅...
"......"
애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사람이라도 살려서 자백을 받을 생각조차 못하게 할정도의 해검의 분노를 느끼면서...
세이키리아력 5천 1년 여름. 한 사내가 환타리아의 세이키이라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사람은 중년인이었고 손잡이에 꽃문양을 한 검을 등에 매고 다녔다.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사람의 등장. 그것은 피를 부르는 전주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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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마감이라는 독촉을 받습니다. ㅜ.ㅜ
쓴다쓴다하면서도 첫 타자를 쓰기가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대충의 시나리오. 대충의 사건들의 요약들을 완성하며 다시 글을 씁니다. 쓰면서 다시 세분화와 확장과 축소를 해야겠지요. 지금보다 더욱 미흡한 글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빠져나가셨을리라 생각합니다. 끝까지 남아서 이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주까지 4권이 완성되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by 해검 올림.
활동하시니 다른 것을 읽어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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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력 1억8천년.
세이키리아력 5천년.
10년간 진행된 대제국이었던 세이키리아와 그와 대비하면 약소국이었던 미소니테르국의 전쟁은 환타리아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패전국인 신성국 세이키리아의 몰락과 승전국 미소니테르국의 엄청난 약진과 함께 주변국가들의 미소니테르국에 대한 대우의 변화였다. 그전까지 환타리아를 4등분으로 지배하던 4대 왕국중 한 곳의 왕국의 몰락과 한 곳의 국의 엄청난 약진은 그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얘기하고 있었다. 평화롭던 5천년의 시간은 지나가고 새로운 시대로 말이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미소니테르국의 승전에 앞장서서 싸웠던 사람들. 활과 마법대신 검과 고스트를 이용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신성국쪽의 편인 드래곤조차 그들앞에서 패하게 만들었던 그들. 환타리아에선 그들을 이세계의 악마...라고 불렀다.
중년의 마법사와 그의 여제자. 그리고 수백여명의 검사와 마법사들...그들은 갑자기 나타났다고 했다. 하늘에서... 갑자기.....
제 1장 2절 환타리아라는곳...
"여기가 환타리아라는곳인가. 과연 생각했던대로 중원과는 많이 틀리군."
사람. 중년의 남자.
"그래요. 여기는 당신이 지금동안 지내왔던 곳과는 틀린곳이에요. 말도, 습성도, 그리고 사용하는 모든 것들이요. "
아무것도 없는 허공. 여자의 목소리.
"잘 적응할수 있을까?"
"물론이에요. 그래서 제가 있는거 아니겠어요? 전 선녀라 모든 세계의 말을 다 알고있죠. 물론 환타리라의 모든 생활습관 같은것도 이곳에 오기전에 충분히 습득했고요. 단지..."
"단지...?"
"전 선녀이기 때문에 외모가 워낙 뛰어나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면 안돼요. 그래서 어쩔수없이 당신의 검의 손잡이의 보석으로 들어가야해요. 선녀는 모습을 들어내지 않는다...라는게 몇천년전 나무꾼에게 욕보인 선녀 때문에 붙여진 불문율이죠..."
"선녀? 모르겠군. 아무튼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군. 애니...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하지?"
남자는 손에 끼워진 반지를 다른 손으로 만지며 중얼거렸다.
"글쎄요... 그건 전에도 말씀 드렸다시피 저도 잘모르겠어요. 단지... 그냥 저쪽에서 무슨 운명이 느껴지는듯하다는 말밖에.."
해검의 말에 애니화선이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의 끝을 가리키며 중얼거렸다. 그 눈빛을 따라 바라보던 해검은 이내 몸을 돌려 그쪽으로 옮겼다.
"어차피 죽었던 운명 저쪽에 무슨 운명이 있든 가야한다면 가야겠지."
"네...그럼 저는 이만 검속에 들어갈께요. "
애니의 몸이 잠시 희끗해지더니 이내 해검의 검의 손잡이에 조그마한 꽃문양이 새겨졌다.
"검이라... 겨우 화경에 이른 수준으로 이 험한 세상을 해쳐나갈수 있을까..."
나직한 말. 천경이 없는 지금 해검은 그리 강하지 못한 상태였다. 중원에서의 내공도 거의 없는 상태였기에 그는 굳이 구분을 하자만 초급무사. 일종의 삼류무사였던 것이다.
"걱정마세요. 설마 그분이 아무런 준비없이 일을 벌리시지는 않으셨을테니까요."
해검. 죽음에서 부활해 중원이 아닌 환타리아로 온 무사.
애니. 그런 해검을 도와 몇가지 퀘스트를 이끌어가는 도우미.(이딴게 무슨 필요있냐하면요 너무 오래기다리셔서 까먹었을까봐. ㅡㅡ;)
아무튼 두 사람은 어딘지는 모르는 환타리아의 어느곳에 한줄기의 빛으로 화해 나타났다. 그리고 길을 떠났다. 어디론가...
******
"후와...덥군."
몇월인지는 몰라도 여름은 틀림없었다. 하루종일 찌는듯한 더위. 그것이 말해주고 있었으니까.
"그나저나 벌써 3일째 걸어왔는데 마을이란곳은 도통 보이지 않는군. 이래서야 내 운명이고 뭐고 아무것도 할수없지 않는가..."
3일째. 환타리아에와서 애니가 가르킨 방향으로 걸어온지가 벌써 3일째다. 그러나 그동안 해검은 사람은커녕 동물하나 구경하고 있지 못했다. 그러기에 당연히 그에 입에서 그런 푸념이 나오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음...아마 지금은 좀 혼란스러워서 그럴꺼에요. 이곳에는 얼마전까지 전쟁이 있었거든요. 물론 지금은 다 끝났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사는곳을 정비하기도 바빠서 그럴지도 몰라요."
해검의 검의 손잡이에서 애니는 쏟아지는 태양을 보며 말했다. 그녀로서도 별로 말이 많지 않은 해검과 함께 3일을 같이 보내서 여간 심심한 터여서 조금 짜증이 섞인 말투였다. 또 햇빛 때문에 살도 타니까.
"전쟁이라...여기도 역시 그런 관계인가. 죽이고 죽고 뺏고 빼았기고..."
애니의 말에 해검은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평원의 끝을 보며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일대기는 혼자있을 때 빼고 거의 다 싸움으로 일관되었었다. 처음 강호에 나왔을때부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드레브안 일행과 싸울때까지...
'이드레브안... 그러고 보니 사드로프와 푸이빼고 나머지는 마지막 싸움전에 다 환타리아로 차원이동을 했다고 했던가? 그럼 지금 그들이 이 세계에 있던가 아니면 그들의 후예가 있겠군.'
문득 전생의 기억을 생각하던 해검은 이드레브안을 생각하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들이 이곳으로 넘어왔다면 적잖은 전력이었을테고 어쩌면...
"어쩌면 그들이 이 전쟁의 중심에 있었을수도 있었겠군. 시간이 그들을 죽지 않을만큼 지나지 않았다면..."
"네?"
해검의 나지막하게 중얼거림에 애니가 물었지만 해검은 그 물음을 무시한채 다시 발길을 옮겼다. 빨리 인가를 찾아야 했다. 배가 고팠으니까...
5일째.
"크크... 집인가..."
해검은 막 고개를 넘자마자 보이는 집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투에는 무한한 감격의 말투가 섞여있었다. 그렇다. 환타리아에 온지 5일동안 그동안 주변에서 얻은 물과 주변의 동물들의 고기만을 먹으면서 걸은 끝에 지금 처음으로 인간이라는 것을 본 것이다.
빨간 머리에 커다란 눈. 그리고 새햐안 피부.
'푸이...세이니아라고 했던가... 그녀가 생각나는군.'
처음보는 옷을 입고 등에 검을 차고 들어온 낯선 이방인을 경계의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 붉은 머리 소녀를 보며 해검은 씨익 웃었다.
"으아앙!"
"......"
자신의 웃음에 울며 도망치는 아이. 황당했다. 자신의 웃는 모습에 울음지으며 도망이라니... 아무튼 해검은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꼬마를 잡아서 달래려고 앞으로 나섰다.
"무슨 짓이야! 설마 미소니테르국의 병사인가? 그런데 왜 이 시골의 작은 마을까지..."
아이의 울음에 부모인듯한 남자가 손에 검을 든채 뛰어나와 소리쳤다. 그의 눈에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한 경계가 너무나도 짙게 깔려있었다.
"오해이오. 나는 단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이오."
해검은 살의가 보이는 남자에게 최대한 예의있게 말하며 뒤로 한발 물러섰다. 처음 보는 사람과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
'조심하세요. 이곳은 얼마전까지 전쟁이 한참이었고 사람들의 행동을 보아 아마 패전국인 세이키리아국일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기에 아마 상당한 경계의식이 있을거에요.'
해검의 말을 해검의 음성으로 그 남자에게 동시에 전달하며 애니가 해검에게 전음을 보냈다. 물론 텔레파시였지만.
"정말인가? 그래도 미안하지만 네 등에 매어있는 검을 빼서 이리로 던져라"
해검의 말에 계속 검을 해검을 향한채 남자는 소리쳤다.
"잠시만 저쪽으로 가줘야겠군. 이따 다시 회수할테니 좀 기다려."
해검은 남자의 말에 따라 중얼거리며 검을 던져주었다.
철컹..
남자는 그 검을 조심스럽게 집으면서 자신의 검도 거두어 들였다.
"미안하오. 하지만 지금은 워낙 힘든 시기라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소. 여행객인거 같은데 집에서 차나 한잔 하고 가시오."
해검이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르며 악의가 없다는 것을 보이자 남자는 자신이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호의를 배풀었다.
"괜찮소. 지금 상황이 그러니만큼 어쩔수없으니 당연한일이 아니겠소."
남자의 말에 해검은 조용히 웃으며 집으로 들어갔다.
"이쪽은 내 아내 에스리나고 붉은 머리 공주님은 소슬리이오. 그리고 나는 엠텔푸스라고 하오. 아깐 너무 심하게 한 것은 미안했소."
방에 들어오자 따뜻한 차와 함께 몇가지 간단한 음식을 차린 식탁에 앉아 남자가 말했다.
"아닙니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저라도 그렇게 했겠죠. 그런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이곳까지 오면서 사람을 한명도 보지 못했고 또 처음 본 사람도 이렇게 적개심을 드러내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허허... 설마 10년동안 치뤄진 전쟁을 모르시는 말투이군요."
설마 그것도 모르느냐라는 듯이 남자 엠텔푸스가 묻자 해검은 머쓱은 웃음보이며 중얼거렸다.
"사실 그게 한 몇십년동안 제가 세상과 단절된 곳에 가있어서 말입니다. 그동안의 일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전과 너무나도 달라져서요."
해검은 마치 전에는 이곳에서 살았다는 듯이 말하며 애니를 한번 슬쩍 보았다. 마치 얘기를 듣기 위해선 어쩔수없이 하는 거짓말이라는것이라는 것을 인지하듯이..
"흠...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지금까지의 상황을 말씀 드리지요. 현재의 세계는 1제 2왕 1소국의 세력으로 나누어져있습니다. 1제는 미소니테르 제국을 칭하고 2왕은 피테르 왕국과 에루스 왕국을 말하는것입니다. 그리고 1소는 지금 제가 속해있는 이곳... 세이키리아 소국을 칭하는 것이지요 휴..."
잠시 말을 하다 엠텔푸스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한숨에는 마치 무언가 커다란 것을 잃은듯한 의미가 느껴졌다.
"알다시피 원래 우리나라는 소국이 아니었소. 아니 4개의 왕국중에 가장 세력이 센 왕국이었지요. 그런데 그것이 한 집단에 의해 무너진것이오 10년동안의 싸움 끝에 말이오. 그때까지는 우리 왕국은 참으로 평화로운 곳이었소. 그런데 갑자기 그들이 나타나면서 미소니테르국이 우리 왕국에 대해 조금씩 도발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소. 이드레브안과 셀레나... 그들은 생전 처음보는 무시무시한 미스릴로 뒤덮힌 괴물과 이곳에서도 얼마없는 마스터급의 엄청난 검술을 지닌 수십명을 앞세우며 조금씩 우리 왕국과 싸움을 걸더니 결국에는 전면전을 일으킨것입니다. 물론 처음의 예상 결과는 다들 우리 왕국의 우세였습니다. 당연한 생각들이었죠 근 5천년동안 우리 세이키리아는 절대적인 왕국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전쟁을 하면서 드러난 그들의 전력은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소. 병력상으로는 우리가 압도적이었지만 능력으로는 절대적으로 뒤졌고 결국 우리의 최후의 보류지였던 골드 드래곤마저 그들에 의해 산화 되버리자 10여년의 싸움은 국왕이 자결함으로써 끝났소 우리의 패배로... 참담한 결과였지요... 아직 전쟁이 끝난지 1년이 채 안되기 때문에 많이 어수선 하오. 그래서 아까 내가 외부인에 대해서 과민반응을 일으킨것이고. 사과하오."
열심히 음식을 먹으며 남자의 말을 듣고있던 해검은 이드레브안과 셀레나라는 이름이 나오자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결국...이번일은 자신과도 연결이 되는 일이구나라는 것을...
"이드레브안과 셀레나라...그들이 온지가 10년이 넘었다고 했습니까?"
"네. 그들은 정확히 10년전에 모습을 드러냈죠. 그리고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가한지는 9년전이었고 말입니다. 혹시 그들을 아십니까?"
10년... 해검은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이 죽기 며칠전에 차원이동을 했다. 그리고 자신은 사계에서 얼마 있지 않았고. 그런데 그 사이에 10년이 지났다고?
'이계와 사계의 시간차이가 나는것이겠지. 그나저나... 그들이 여기에 있다면 결국 모든 매듭을 지으라는 카오스의 말은 그들과의 해결을 보라는 뜻이었나? 적으로서?'
이드레브안... 지겹도록 질긴 악연의 이름. 그 사람과 또 몇십년의 악연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해검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아... 잘 모르오. 단지 그냥 어디서 들어본듯한 이름인 것 같아 그냥 물어본것이오. 그런데 이런 외진곳까지 병사들이 옵니까? "
해검은 남은 음식을 입에 넣으며 집안에 있는 몇가지의 무기들을 보며 물었다.
"아직까지는 그런적이 없지만 왕자와 몇몇 대신들이 도망을 쳤으니 그들을 찾으려고 미소니테르국의 병사들이 몇몇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지라 대비한 것이오. 자신의 목숨은 스스로 지켜야 하니까요"
"그렇군요..."
엠텔푸스의 말에 해검은 나지막한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운명의 종착지는 역시 전쟁이란 것이 확인되었던 것이다. 아마 이드레브안이라는 사람과의 싸움으로...
"그럼 이드레브안은 미소니테르국에 가면 만날 수 있겠군요."
"글쎄요... 그 사람은 항상 어딘지 모르게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확실하게는 가르쳐 드릴수가 없네요. 이 시골에 사는지라.."
"아닙니다. 참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0년동안 참 많은 것이 변하였군요. 세상이.."
떨어지는 태양이 일으키는 노을을 보며 해검과 엠텔푸스는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의 자신들은 저 태양과도 같으리라. 피같이 붉은 노을같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자신들의 몸에서 나오는 피를 내뿜는 것이......
그날밤 해검과 애니는 그들의 권유로 하루밤을 그 집에서 지냈다. 그리고 서로 술을 마시며 오랫동안 얘기를 나누었다. 소박한 사람들. 세상에 구애받지 않고 그저 평안히 살고 싶은 사람들. 해검은 그들고 얘기를 나무면서 그런 정을 느꼈다.
'환타리아든 어스계든 모든 인간들은 다 똑같구나...'
그날밤 해검은 오랜만에 달콤한 잠을 잤다. 자신을 시시때때 노리는 적도 없고 또한 자신이 지켜여할 사람도 없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리고 아침에 인사를 하고 그들이 싸준 점심을 들고 집을 떠났다. 이제는 목표가 확실히 정해졌다. 이드레브안이 있는 미소니테르국으로...
"애니... 카오스는 왜 날 이곳에 다시 살려놓은것일까. 단지 이드레브안과 싸워서 결말을 지으라고? 아니야... 왠지 그것만으론 부족해. 뭔가 다른 것이 있을것같은 느낌이 들어. 그리고..."
"그리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자신들을 배웅하는 엠텔푸스 가족을 보며 나직히 중얼거리는 해검의 꼬리말에 애니가 궁금한 듯 말했다. 왠지 그의 말투가 너무 서글프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니... 지금은 나도 잘모르겠다. 모든 것은 내가 이드레브안을 만나면 밝혀지겠지. 그런데 말이야. 애니."
"네? 무슨 질문이라도 있으세요?"
"지금의 내가 과연 이드레브안을 이길수 있을까? 천부경을 9단결까지 깨달았다고 하나 그것은 저쪽 세계에서의 일이고 지금의 나는 평범한 검을 잘쓰는 무사일뿐인데. 그리고 천경도 없고..."
문득 싸운다는 생각을 하던 해검은 자신이 별볼일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렇다... 해검은 중원에 있을때의 해검이 아니었다. 중원에 있을 때 그는 상상할 수 없는 내공과 천부경의 9단결의 돌파. 그리고 천경이 있었기에 무적이었다. 그러나 육체자체가 재구성된 지금의 그에게는 내공이라고는 6일동안 틈틈히 쌓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중원에서 거의 60년 가까이 수련했던 무공 성취도였던만큼 6일동안 쌓아놓은 것이 비록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자신이 생각하기에는 정말 한심할 정도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그에 비해 이드레브안은 자신과 마지막으로 싸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찾아갈때가 아니었다. 어디선가 힘을 길러야 했다.
"그래요. 지금 해검님의 내공이나 무공성취도는 거의 없으니까요. 지금 이드레브안을 찾아간다거나 그들에게 존재가 노출된다면 금방 죽겠지요. 음...그럼 우선 무공부터 키울까요?"
해검의 걱정스런 말투에 애니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글쎄..무공을 다시 익힌다하면 수십년이 걸릴텐데... 그때까지 그들이 살아있을까? 그들이 죽는다면 나의 매듭은 누구한테 풀지?"
어렵다...라고 해검은 생각했다. 자신에게 모든 운명의 매듭을 풀라고 했던 카오스. 그러면서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은 그 절대자..
'젠장할 놈.'
해검은 속으로 나직히 욕을 해댔다. 그러던 그의 눈에 문득 자신의 왼손에 끼어져있는 반지가보였다.
"혹시 이 반지가...?"
해검은 천천히 왼손을 들어올렸다. 태양에 반사되어 붉게 빛나는 반지. 해검은 그 반지에 조금씩 내력을 주입해보았다.
"......"
아무 소식이 없었다.
"혹시 천부경과 관련된 것이 아닐까? 천경처럼?"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이번에는 서있던 자리에서 그대로 주저않아 눈을 감고 천부경을 외우며 그 기를 반지에 주입시켜보았다.
"일시무시일석삼극무진본천일일지일이인일삼일적십거무궤화삼천이삼지이삼인이삼대삼합육생칠팔구운삼사성환오칠용변부동일묘연만왕만래본심본태양앙명인중천지일종무종일......"
정말 오랜만에 풀어보는 천부경. 81자 모두 한자한자에 뜻이 있고 우주가 있고 결국에 내가 있는 하늘의 경전...
우웅...
조금씩 반지에서 붉은 빛이 하늘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무언가 반응을 보익 시작한 것이다. 해검의 얼굴이 희미하게 미소가 지어지어졌다. 그때..
"까약!"
정신이 극도로 고조되있던 해검의 귀로 꼬마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린 소슬리...?"
비명소리와 함께 병장기의 소리가 함께 들리자마자 해검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곧바로 다시 걸어온길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무공을 깨닫는것도 중요하지만 들려오는 비명소리가 워낙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헉헉...젠장.!"
그러나 온몸의 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그로서는 아무리 내공이 필요없는 경공술이라지만 빠른 속도를 낼수 없었다. 그러기에 그가 다시 집으로 도착한 시각은 약 30분정도 걸린후였다. 그리고 그 앞에서 싸늘히 식어가고 있는 세사람...
터벅터벅...
해검은 천천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외지에서 소박하게만 살아가고 싶어했던 사람들. 그들이 죽은 이유가 뭐였을까...
"크크... 설마 망설이던 나의 마음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이 사람들을 죽인건 아니겠지. 그렇지? 만약 그랬다면 난 절대 당신을 용서 못할것이오. 카오스..."
어쩌면 지금 이 모든 것이 카오스에 의한 각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 어떠한 증거도 없었기에 그 화풀이를 풀사람은 다른곳이었다.
챙!
해검의 등에 계속 걸려있던 검집에서 검이 뽑혀 나왔다. 시리도록 투명한 검. 그런 해검의 눈은 차갑게 가라앉은채로 막 집을 떠난듯한 살인자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가 그들을 발견한건 그렇게 5분을 쫓아간후였다. 그들의 수는 총 15명. 한결같이 가슴에는 머리에 뿔이 달린 일그러진 사람의 얼굴을 한 문양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아마 악신 ...이리라.
"헉 누구....?"
스윽. 가장 뒤에 있다 해검을 저 발견한 사람은 채 말도 끝내기전에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쓰러졌다.
"적이다."
"왠놈이냐!"
챙!
순식간에 한명이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모를정도로 쓰러지자 나머지 사람들은 황급히 무기를 꺼내며 해검을 향해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그러나 아무리 내공이 미천하다고는 하나 그는 천부경으로 신화경에 이르렀고 검으로 화경에 이르렀던 해검이었다.
"왜..."
챙!
"으악!"
해검이 내리치는 공격을 검을 들어 막으려던 검사가 검채 통채로 잘려 나가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도대체 왜!!!"
곧바로 또 한사람을 밴 해검은 위로 뛰어올라 적들의 중간에 뛰어들은후 왼발을 축으로 크게 검을 돌렸다.
"봉황무적(鳳凰無敵)!"
화천화의 사부였던 검황의 무공중 최고로 강하다는 3가지중 한초식. 비록 내공이 거의 없어 위력이 약하다 하지만 해검을 둘러싸며 어찌할바를 몰라하는 적들을 날려버리기에는 충분했다.
퍼퍽...
순식간에 검사 10명이 믿을수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쓰러졌다.
철커덕...
해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검을 들고 조금 떨어진곳에서 벌벌떨며 손에 이글거리는 불덩이와 하얀 얼음덩어리를 만들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보았다.
"왜 그들을 죽여야 했지? 그들은 아무죄도 없었다. 단지 소박하게 살아가고 싶어했을뿐. 그런데 왜 죽였지? 심심해서? 아니면 너희들의 힘을 자랑하고 싶어서!!!"
덜덜...
해검의 무시무시한 살기에 몸을 사시나무떨듯하며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주문을 완성시켰다. 자신들은 5, 적은 1. 그리고 충분한 거리...
콰쾅!!
순식간에 해검이 있던 자리에 화염과 얼음의 기둥이 솟구쳤다. 그러나 그들의 바램과는 다르게 이미 해검은 그 자리에 없었다.
"으아악!"
슈악...
한줄기 빛이 그들 5명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의 적막...
"왜......."
모두가 쓰러진채 혼자서 남겨진 해검의 얼굴위로 물이 흘러내렸다. 뭘까 이 감정은... 중원에 있을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감정. 이건 마치... 화천화가 죽었을때의 감정...인가?
자신도 놀랄만큼 엄청난 분노를 느끼며 해검은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마치 화천화가 죽었을때의 감정이라는 것을 생각하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왜지...? 단 하루의 만남이었는데 화천화와 같은 감정을 느끼다니......"
터벅터벅...
"......"
애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사람이라도 살려서 자백을 받을 생각조차 못하게 할정도의 해검의 분노를 느끼면서...
세이키리아력 5천 1년 여름. 한 사내가 환타리아의 세이키이라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사람은 중년인이었고 손잡이에 꽃문양을 한 검을 등에 매고 다녔다.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사람의 등장. 그것은 피를 부르는 전주곡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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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일 마감이라는 독촉을 받습니다. ㅜ.ㅜ
쓴다쓴다하면서도 첫 타자를 쓰기가 그렇게도 힘들었습니다. 대충의 시나리오. 대충의 사건들의 요약들을 완성하며 다시 글을 씁니다. 쓰면서 다시 세분화와 확장과 축소를 해야겠지요. 지금보다 더욱 미흡한 글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빠져나가셨을리라 생각합니다. 끝까지 남아서 이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이번주까지 4권이 완성되는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by 해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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