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수라기(獸羅記) 49번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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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하아..”
달뜬 교성이 고즈넉한 한 밤의 산중속에 은은히 퍼져 나갔다. 허연 동체, 잘록한 허리선에 매끄러운 피부, 그리고 급격히 퍼져나가는 탐스러운 둔부의 선을 가진 여체가 움직이고 있었다.
욕정이 담겨있지만 어찌 보면 침잠되어 있는 눈빛으로 아환은 앞에서 출렁이고 있는 두개의 소담스러운 살덩이, 유방을 응시하며 아래의 육봉에서 번져나가는 마찰에 의한 쾌감을 즐기고 있었다.
칠흑같이 검고 긴 머릿결이 달빛에 반사되어 윤기를 뿌려대고 어깨를, 가슴을 가리며 흩뿌려진 상테에서 악서령은 다리의 근육을 움직여 아환의 살덩이를 아래에 물은채로 허리를 위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장대한 사내의 실체가 악서령의 엉덩이가 들릴 때 그 아래에서 악서령의 속살을 끌어내며 물기에 젖은 그 위용을 드러내곤 하였다.
‘용(用)’
직경 세치가 됨직한 붉은 화인(火印). 악서령의 아랫배에 새겨진 글자 하나가 어스름한 밤의 빛에 사이한 매력을 뿜어내었다.
열락의 혼재 속에 악서령은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길들여진 육체로 아환의 양물을 자신의 비처에 담는 쾌감은 여태까지 그 어떠한 것에서도 맛보지 못한 새로운, 그리고 전혀 다른 차원의 쾌락을 가져다 주었다. 불과 보름 남짓한 시간, 그동안 거의 매일 아환의 양물을 작고 예쁜 그 입술에, 또 양 가슴의 사이에, 보름전까지만 하더라도 처녀의 저항을 숨기고 있던 비지에 담으면서 악서령은 아환에게 익숙해졌다. 어제에는 급기야 배설의 공혈까지도 아환의 거대한 육봉이 파고 들어왔다.
아환의 손에 들려 있는 나뭇가지, 회초리는 악서령에게 있어 공포와 고통의 상징이었지만 그와 상반되게 악서령에게 쾌락과 기이한 감흥의 제공물이기도 하였다. 새하얀 육체에 거미줄같이 그어졌던 빨간 줄들은 회복되고 다시 새겨짐을 반복하면서 악서령의 그 매력적인 여체에 희미한 흔적을 남겨 놓았다.
“으흠..아하..”
악서령의 아랫 입술이 가지런한 하얀 치아 사이에서 살짝 이그러지고 미미하게 벌려진 그 붉은 입술사이로 가쁜 숨결이 배어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악서령의 허리의 움직임이 점차로 빨라졌다. 모양있게 자리잡은 탄력있는 젖가슴이 작은 폭으로 빠르게 출렁이고 있었다.
차아악!
“아흑!”
악서령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며 검은 머릿채가 허공으로 비산을 하다 악서령의 뒤로 내려 앉았다. 그런 여체의 가슴에 그어지는 새빨간 선하나. 그러면서 움찔거리는 악서령의 비처가 급격한 조임을 보이고 그것은 그대로 아환의 양물로 전달되어 아환의 신경에 쾌락으로 변해 전해졌다.
착!..차앗!..쫘앗..
“아흑..악..하악…”
육체를 꿈틀이면서 몸을 비틀어 대며 아환의 매질을 피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악서령은 젖가슴에, 어깨에 작열하는 매질에 전신을 날카로운 바늘로 관통당하는 전율을 느끼면서도 이율배반적으로 찾아오는 색다른, 그렇지만 이젠 잘 알고 있는 감각을 느꼈다.
어느새 아환 역시 허리를 튕기면서 악서령의 빠른 움직임에 보조를 맞춰주고 있었다. 아환의 양물이, 그 커다란 체구가 자신의 몸에 부딪힐때마다 육중한 쇠몽둥이가 아래에서 위로 쳐올라 오는 기분을 느끼는 악서령은 마침내 절정의 순간이 찾아왔는지 무릎의 펼침과 굽힘이 가속화 되다가는 급기야 그 가녀린 육체가 뒤로 활처럼 휘어졌다.
“아아…”
질끈 감겨진 두 눈, 꽉 다물려진 입술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히다가는 악서령은 무너지듯 아환의 몸위에 자신을 실었다. 몸에 힘이 하나도 남지 않은 모양으로 축 늘어지듯 악서령은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 아환의 몸에 자신을 최대한 밀착시킨채로 그렇게 엎어졌다.
하체에 가득 전해오는 뜨거운 분출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자궁이 아환의 정액으로 가득차 올라오는 느낌. 악서령은 움찔거리면서 아환의 사정을 그 여체의 내밀한 곳으로 한껏 받아들였다.
눈을 감은채 아환 역시 사정이 주는 쾌감을 맛보며 정사의 여운을 즐기다가는 불쑥 악서령의 머릿채를 잡아 위로 들어 올렸다. 악서령은 머리카락이 뜯겨 나가는 고통을 느꼈지만 아환과 눈이 마주치고 그리고 아환이 무엇을 원하는지 그 눈속에서 그의 마음을 읽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악서령은 교구를 세워 밑으로 약간 이동한 다음 상체를 굽혔다. 그런 악서령의 얼굴이 다가가는 곳, 아환의 양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악서령은 빨간 입술을 살포시 벌리고는 아환의 남근을 한입 베어 물 듯 입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욕망의 잔재가 남아 있는 아환의 양물을 정성껏 빨고 핥았다. 정액과 자신의 비처에서 나온 애액들, 그리고 땀들이 뒤섞여 비릿한 냄새와 함께 역겨운 느낌을 주었지만 악서령은 개의치 않고 타액으로 그것을 다 씻어낸 다음 입안으로 그 것들은 삼켰다. 악서령의 목젖이 꿈틀거렸다.
악서령은 처리를 끝마친 후에도 계속해서 아환의 육봉을 입안에 넣은채 지속적인 혀와 입술의 공양을 멈추지 않았다. 적어도 아환이 그만하라고 할때까지는 그치지 말아야 함을 알기에 악서령은 입술에 아환의 검붉은 살덩이를 물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 동안 그렇게 아환은 악서령의 봉사를 즐겼다. 그런 그의 귓가에 희미한 기척이 들려왔다. 풀잎 밟는 소리,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미미하게나마 아환의 청각에 잡혔다. 들려오는 소리로 보아 십여명 정도 되어 보이는 인원이 일정한 방향, 아환과 악서령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다. 한 이삼십장 정도 거리 남짓, 발놀림을 보아하니 경신술을 익힌 무림인들의 기척이었다. 그것도 꽤 무예를 닦은 수준의 무리들이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끼고는 아환의 육체가 팽팽히 긴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악서령은 한참 아환의 양물을 입에 물고 있다가 사내의 육체가 경직이 되자 고개를 들어 의아한 눈으로 아환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는 감정이 실리지 않고 번뜩이는 눈으로 한곳을 응시하는 아환을 보고는 악서령은 무심결에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다가는 얼마 안 있어 사람들이 몰려오는 기척을 감지해 내었다.
일순, 창백해지는 악서령의 여체. 아무리 아환에게 굴복을 하였다 하더라도 얼마전까지 무림 최고의 후지기수 중의 하나 였던 악서령이었다. 최소한 칠룡 중의 만검창룡이나 소림의 우성에게는 한수 접는다고는 하지만 세인들의 평가에 있어서 다른 칠룡보다는 고절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사화 중의 일인이었다. 난화성녀 유가형이나 혈장미 석영은 남궁비나 우성에 필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무림사화는 그 미모만큼이나 뛰어난 무예로 강호의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다. 그런 그녀가 이런 외진 산속에서 사내와 관계를 갖는 다는 것 자체가 그녀의 명예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고 그녀의 사문이 화산에 커다란 누를 끼칠수 있는 일이기에 악서령이 얼마나 당황하는 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게다가 상대는 칠룡이나 그와 버금가는 명문의 자제도 아니고 오늘 처음 강호의 세인들에게 알려진 강호신예에다가 출신조차 명확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또 그와의 관계가 순수한 사랑도 아닌 성의 노리개라 할 수 있는, 그보다 더 심한 굴욕도 받아들이는 관계이기에 악서령의 긴장은 극도에 다달았다.
다급히 한쪽에 벗어서 개어놓은 옷가지로 손을 뻗어가는 악서령, 어서 의복을 챙기고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경고성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쉼없이 울려 퍼졌다. 허나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르는지 아환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그녀의 동작은 멈추어질 수 밖에 없었다.
“계속해.”
무심한 한마디의 말이 아환의 입에서 떨어졌다. 악서령은 옷가지로 향하던 손을 멈추고는 아환을 쳐다 보았다. 아환은 그러한 악서령에게 시선조차 돌리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문채 한쪽, 사람들이 몰려오는 쪽을 계속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아환의 손에 들려 있는 회초리가 올라 가자 악서령의 손에 힘이 빠졌다.
악서령은 자신의 비단 옷가지에서 손을 떼고는 힘없이 아환의 하체로 갸름한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떨리는 입술을 벌려 아환의 양물을 입에 다시 머금었다.
아환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서 자리에 앉았다. 근육으로 뒤덮인 그의 상체가 그의 움직임에 따라 꿈틀거리며 모양을 그려내었다.
이제 불과 십장이 채 되지 않는 거리까지 다가온 사람들의 기척, 아환이 손을 뻗자 아환의 옆에 떨어져 있던 그의 병기인 묵패도가 손에 잡혔다. 아환은 한손으로 도의 손잡이를 잡고는 그 상태에서 몰려오는 자들을 기다렸다. 그의 시선이 향하지 않는 비스듬한 다른 쪽에 탐스러운 둔부를 치켜 올리고 머리를 아환의 아랫도리에 파묻은 악서령이 보였다.
나무를 헤치고 사람들이 하나 둘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숲 속의 어느 한 공터에 아환이 자리를 잡고 있고 또 그와 다른 한 사람, 왠 여인이 매혹적인 엉덩이를 자신들이 나타난 방향과 어슷한 방향을 향한채 솟아 있는 것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칫하다가는 이내 천천히 아환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타낸 사람들의 하나하나의 모습이 명확하게 아환의 눈에 들어오자 아환은 그 선두에선 낯익은 한 인물의 모습을 금방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히 십이명, 선두에선 자는 아환만큼이나 커다란 체켝을 지닌 사내였다.
“나를 찾았나? 황보두균.”
선두에 선 사내, 황보두균은 살광(殺光)이 번쩍이는 눈초리로 아환을 노려 보면서 이를 갈았다.
“개새끼. 여기 있었구나.”
명가의 후손에 어울리지 않은 거친 말이지만 거침없이 황보두균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왠 일이지?”
“몰라서 묻나? 이런 처죽일 네놈 때문에 나와 황보세가의 이름이 땅에 떨어졌다. 어디서 온 놈인지는 몰라도 네깟놈 덕분에 당한 치욕을 오늘 갚아주마.”
아환이 주위를 휘둘러 보았다. 하나하나 범상해 보이는 자들이 없었다. 아마도 황보세가의 인물들인지 황보두균과 같은 문양을 새긴 무복을 입고는 안광을 빛내면서 황보두균의 주위를 호위하는 형태로 서있었다.
“물론 네 놈 혼자는 아니겠지?”
“뿌드득..그래. 네 놈의 무예가 한 수 하는 것은 안다. 허나 이 들은 황보세가의 정예. 오늘 네놈은 여기에서 뼈를 묻어야 할 것이다.”
이를 가는 황보두균의 뇌리에 낮의 광경이 떠올랐다.
아환의 무전에서 선보인 일권(一拳).
아무 초식도 없이 단순하게 내지른 일권이었다. 허나 그 자리에 있는 제법 한가닥한다는 자들은 그 일권에 담겨있는 가공할 힘을 느꼈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화려한 변화가 있지도 않았지만 아환의 일권이 뻗어졌을 때 그 직선상에 있지 않은 황보두균은 일시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형용할 수 없는 기세, 도저히 자신의 연배에서는 출수할 수 없는 권경이었다. 이는 다른 병기를 주로 하는 무인들과 달리 권각무예를 비전으로 삼는 황보세가이기에 아득한 절망감은 그 누구보다도 컸다.
단순한 일권에 그 직선 상에 있는 몇몇이 권경이 도달하지도 않았는데 무형의 기세에 주춤 뒷걸음질치고 어떤 이는 자리에 주저앉기도 하였다. 황보세가에서도 찾아 보기 힘든 기도, 가주와 세가의 원로라 불리우는 몇몇만이 보일 수 있는 정제된 일격이었다.
절망감에 빠져드는 황보두균의 심정에 불을 지른 것은 그런 아환의 무전을 보고 나타난 중인들의 반응이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비롯한 칠룡과 사화에게 찬사와 경이로움을 보내던 자들이 아환의 무예에 경탄을 하면서 선망어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었다. 같은 칠룡 중에서도 남궁비와 수가위 마저도 아환에게 찬탄이 담겨진 시선을 보내질 않는가. 천궁의 귀인이라는 은아려라는 여인도 아환의 일권에 눈을 빛내면서 그 이후 아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황보두균의 절망과 좌절은 그 색이 변질되어 버렸다. 분노와 저주, 그리고 질투가 혼재된 살심(殺心)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아환의 무전을 끝내고는 아환이 자리에 앉자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아환에게 쏠렸다. 일개 외가 무사 나부랑이로만 알았던 커다란 사내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번 사화지연은 그 모습을 바꾸었다.
원독에 찬 황보두균의 시선을 아환은 느꼈지만 그를 무시한 채 아환은 남궁비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환하고 밝은 감탄에 찬 남궁비의 얼굴이 황보두균의 심장에 비수가 되어 내리 꼽혔다. 칠룡의 수좌인 남궁비는 항상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모습이어서 뇌룡(惱龍)이라 불리우기도 하였다. 그런 남궁비가 저렇게 밝은 모습을 보이다니.
사화지연은 유가형과 악서령, 그리고 석영이 피곤을 이유로 물러갈 것을 중인에게 말한 후 자리를 뜨자 자연스레 연회가 마무리 되어졌다. 그러면서 남궁비의 만류를 뒤로 하고 홀로 자리를 뜬 아환을 황보두균은 세가의 인원을 데리고 쫒은 것이었다.
“근데 하필 이런 자리에 오나?”
왜 여자와 좋은 시간을 보내는데 찾아왔냐는 아환의 물음에 황보두균의 눈가가 가늘게 접혀지며 찌푸려졌다.
“그래, 서둘러 자리를 뜬 이유가 창녀와 관계를 갖고자 함이었나? 출신이 비천하니 하는 짓도 그렇지. 보아하니 미리 창녀를 이곳에 부른채 사화지연에 왔구나. 하는 짓도 창녀와 버금가는 음탕한 놈. 네깟놈의 피로 내 손을 더럽혀야 하다니..”
창녀라는 말이 나오자 아환의 아래에 머리를 파묻은 여체가 움찔거렸다.
창녀, 창녀라니..그 말은 악서령의 여린 가슴을 후벼파듯 사정없이 상처를 내었다. 고결한 여인의 표상이었던 자신이 창녀라니. 악서령은 유곽에 가지 않았지만 창녀라는 어휘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어떤 짓을 행하는 지도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천하디 천한 여자들이라 생각하고 여인으로서 못할 짓이라 생각했었다. 그런 창녀라는 단어가 이제 자신에게 적용이 되다니..
아환의 남근어림에 축축하고 따뜻한 물기가 느껴졌다. 악서령의 고운 눈에서 눈물이 샘솟듯 흘러나와 아환의 아랫도리를 적셨다. 입에 물려진 아환의 육봉 때문에 소리는 크지 않지만 오열이 배어나왔다. 그런 악서령의 귓전에 들려오는 전음에 악서령의 상처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창녀? 천향매화가? 크크크..이봐, 계속 창녀의 짓을 해야지.’
악서령의 파괴된 정신, 그리고 아환의 명령에 길들여진 여체는 머리를 다시금 움직였다. 혀로 입안에 들어온 아환의 양물을 휘감아 빨아 당겼다.
미묘하게 움직이는 여체, 그럼에 따라 하얀 박을 쪼개놓은 것 같은 둔부가 꿈틀거렸다. 황보두균을 비롯한 황보세가의 인물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별다는 긴장을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아환의 태도에 신경쓰이면서도 매혹적인 여체로 눈길을 힐끗 힐끗 가져갔다. 그런 그들의 눈에 담겨 있는 것은 질펀한 욕망이었다.
“이봐! 그럼 나를 죽인 다음엔 이 창녀는 어떡할꺼지? 네 놈들이 무더기로 나와 싸운 것을 알고 있을텐데.”
유난히 창녀라는 단어에 힘을 주면서 아환이 황보두균에게 질문을 던졌다.
“죽은 자는 말이 없지. 언뜻 보자니 꽤 반반한 계집같은데 실컷 즐긴 후에 네 놈의 뒤를 따르게 해주지.”
“그게 명가의 자제가 할 말인가?”
“크핫핫하! 감히 네 놈따위의 주둥이에 오를 세가의 이름이 아니다. 잔말말고 일어나 목을 길게 늘이거라.”
“호오..그렇게 자신있나? 낮에 낭패를 보았으면서도 덤빈단 말인가? 사화보다도 낮은 경지로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사화의 무예가 고절함은 나도 알지. 그 계집들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지만 계집은 계집! 얼마 있지 않아 내 발바닥을 핥으며 내 손아귀에 떨어질 것이다.”
“아무래도 한수 숨겨진 것이 있나보군.”
아환이 악서령의 머릿채를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아직 아환의 양물을 입에 문채 봉사를 하고 있는 악서령, 한번 사정을 했지만 이내 다시 발기되어 우뚝 솟아오른 육봉이 악서령의 입안을 가득채웠다.
황보두균이 조금만 주의가 깊거나 심기가 있는자라면 한쪽에 개어져 있는 악서령의 비단 옷에 놓여진 검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그 검이 범상치 않음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황보두균에게는 그러한 점이 없었고 아환의 다음에 이어진 말에 의한 그 ‘창녀’라 불리운 여인의 행동에서 비로소 그 ‘창녀’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이봐! 창녀. 네가 저 명가의 후예와 한번 어우러려 보아라.”
아환의 말이 떨어지자 악서령은 고개를 들고 아환을 쳐다보다가 그의 눈에 담겨있는 강압의 힘에 옷가지로 교수를 뻗어갔다. 옷을 차려 입고 검을 들려고 하는 모양이었지만 아환의 이어진 말.
“창녀가 옷가지 따위 걸치지 않으면 어때. 그냥 해.”
멈칫, 악서령의 교구가 정지되다가는 잠시 몸을 부르르 떨더니 옷가지를 손에서 놓고는 그위에 포개 놓은 자신의 청하검(靑霞劍)을 들었다. 연한 하늘빛이 감도는 화려한 검집에서 검을 빼어들었다.
창..
그때까지 여체의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던 황보세가의 사람들은 세가지의 심상치 않은 느낌을 받았다. 하나는 여체가 생각보다 극치의 아름다움을 보이는 것이었다. 어디 한 곳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조각상 같은 희디흰 여체의 곡선이 황보세가의 사내들에게 욕망을 부채질하였다. 또하나, 그러한 여체의 몸에 그어지 붉은 선들. 아마 채찍이나 다른 것에 의한 매질같아 보이는 그물같이 그어진 빨간 줄들이 기묘한 느낌을 주었고 마지막으로 그 욕정덩어리의 여체가 보여준 검을 뽑아드는 한 동작에 황보세가의 무인들의 육체가 팽팽한 긴장을 보였다.
잘 정련되어진 동작. 일류의 무인들이 보여줄 수 있는 그러한 동작에 빼어들어진 검에서 보이는 푸른 검광이 예사 보검이 아님을 짐작하게 하였다.
그런 황보세가의 사내들의 경악은 마침내 악서령이 몸을 돌리고 그들에게 검을 겨눌 때 극도에 다달았다.
“천…천향매화..”
“천향매화?”
“설마..”
“어찌..”
“악소저!”
너무 놀라 일순 멍해진 사내들.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다름아닌 천향매화, 그것도 발가벗은 나체의 천향매화를 보고서 사내라면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으랴. 아름다움으로 무림의 으뜸이라 평함을 받고 있는 악서령이었다. 일반 후지기수들이라면 그 옥용을 한번 보는 것만이라도 꿈에서 그린다고 하는 천향매화였다. 항상 그 얼굴을 면사로 가리고 있는 악서령이지만 가끔 사화지연등의 자리에 맨 얼굴을 드러내어 그 고운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황보두균을 비롯한 몇몇의 입에서 천향매화란 말이 나오자 다른 이들 역시 대경실색하였다.
악서령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앙다문 작은 입이나 그린 듯 가늘게 뻗쳐진 눈매에 묻어나오는 것은 수치와 분노, 그리고 살기였다. 평생 단 한명의 사람에게 보여줄것이라 생각했던 몸이었다. 그런 소중한 몸이 십여명의 사내들에게 낱낱히 보여졌다. 두 소담스러운 젖가슴과 그 위에 앙증맞게 매달려 있는 작은 유실에 보드라운 수풀로 뒤덮여져 있는 비처까지 사내들에게 숨김없이 드러내어 보여졌다.
악서령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한 악서령을 바라보는 황보세가의 무인들의 눈가에는 몽롱함과 욕정이 피어 올랐다. 천하제일의 미모답게 그 여체에서 피어오르는 매혹은 저항하기 힘들었다. 앞으로 탄력있게 돌출된 두 젖가슴이나 감추어진 비림까지 송두리째 사내들의 시선속으로 악서령의 나신이 투영되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비처의 바로위에 새겨진 ‘용(用)’까지도..
‘네 명예, 화산의 명예를 잃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할꺼야. 손속에 사정을 두어서도 안되고.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좋은 말이지. 선공은 항상 유리한 법이야.’
악서령의 귓가에 아환의 전음이 들려왔다. 굳이 아환의 전음이 아니더라도 악서령은 이들을 살려 보낼 마음이 없었다. 아환에게 그 수치를 당한 것과는 별개로 항상 자신을 추앙하던 사내들에게 치부를 샅샅히 드러내고 창피한 모습을 보인지라 이들을 살려 두어선 안되었다. 악서령은 아까의 정사로 인하여 비처에서 흘러 내려 다리를 타고 내려오는 희끄무레한 아환의 체액을 신경쓸 겨를 없이 땅을 박차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유운신법(流雲身法).
구름이 흐르듯 유유히 신형을 펼치는 경신술이지만 악서령의 급한 마음으로 변형되어진 신법은 악서령의 희뿌연 잔영을 남긴채 황보세가의 무사들에게 악서령의 나신을 밀어내었다. 약 오장여의 거리가 순식간에 단축이 되어지고 악서령의 유방이 출렁이며 언뜻 언뜻 비처의 속살이 그 윤곽을 나타내었다 모습을 감추면서 악서령이 그들의 앞까지 달려나올 때에도 사내들은 미처 방비를 하지 못하였다.
발을 굴러 땅을 딛고 허공에 떠오른 악서령의 발가벗은 육체, 그리고 떠오르면서 벌려진 다리사이로 밤하늘에 환히 드러난 악서령의 음부의 속살..그 악서령의 치켜올려진 청하검이 허공에서 수십송이의 푸른 매화를 그려내었다.
이십사수 매화검의 매화현현(梅花現現). 허공에 새겨진 매화 송이가 순간적으로 황보세가의 무인들을 덮쳐내렸다. 그제서야 황보두균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뒤로 물러서며 천왕권의 천왕폐성(天王閉城)의 초식으로 두 주먹을 교차하며 매화검기를 권경으로 쳐내었지만 미처 방비를 해내지 못한 다른 몇몇의 황보세가의 정예들은 그 검기를 그냥 뒤짚어썼다.
“크악!..”
“커억..”
은은한 월광에 치솟아 오르는 수줄기의 피분수가 아로새겨졌다. 사내들이 미처 방비를 갖추기 전에 펼친 단 한초식으로 두명의 사내가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졌고 세명의 사내는 전신 곳곳에 검기에 의한 상처를 입었다. 노린 것인지 아닌지 악서령은 황보두균에 정면으로 맞서기 보다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펼친 초식이라 황보두균이 아닌 다른 이들에게 끼친 경력은 대단하여 순식간에 네다섯을 전투불능의 상태로 빠뜨렸다.
악서령은 그 상태에서 동작을 멈추지 않고 비스듬히 다리를 벌려 몸을 세우고는 청하검을 빠르게 수평으로 선을 그었다. 비열이 기묘한 모양으로 일그러진 상태에서 펼처진 쾌검의 한 동작에 떠오르는 사내의 머리..조금전의 아름다운 천하제일의 여체를 보고난 후여서인지 그 부릅뜬 눈에 담겨져 있는 것이 고통이라기 보다는 욕정이었고, 어이없음이었다.
“천왕출현”
쾅! 굉음에 가까운 진각과 함께 세찬 권경이 악서령의 갸녀린 육체로 짓쳐들어왔다. 악서령은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면서 검을 사선으로 번갈아 휘두르며 그 권영을 흐트렸다. 그러고는 물러선 그 자세에서 검을 곧추세우고는 안광을 반짝이며 황보두균을 노려보았다.
“악..악소저, 왜 이러는 거요? 천하의 천향매화가 이 무슨 짓이요?”
“…”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있는 악서령은 대답을 하지 않고 검을 내려 그 끝이 황보두균을 향하게 하였다. 과연 무림사화라는 평을 듣기에 충분한 실력을 보이는 악서령이었다. 정제된 동작에 그녀의 경지가 어림잡아졌다.
이제 남아 있는 황보세가의 정예는 불과 아홉, 그 중 둘은 중상을 입어 싸움에 참가하는 것조차 힘들어 실제로 싸울 수 있는 이는 일곱밖에 남지 않았다. 각자 주먹을 말아쥐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황보세가의 무인들. 하지만 얼핏 얼핏 눈길이 악서령의 나신으로 향하는 것은 들끓는 청춘인지라 어쩔 수 없었다.
“어떻게 천향매화가 이런 행동을..이러고도 화산의 금지옥엽이라 할 수 있겠소? 어서 검을 거두시오.”
황보두균의 노기에 찬 음성은 악서령에게 있어 수치나 분노를 삭이기 보다는 오히려 그위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화산의 명예, 자신의 명예..악서령의 두 눈에서 나오는 빛이 새파래졌다. 살기.
“죽은 자는 말이 없다 했지요.”
영롱한 음성이 빨간 입술을 헤집고 흘러 나왔다. 조금전에 자신이 아환에게 했던 말, 그 말을 그대로 악서령이 되풀이해서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은 이 자리의 모두를 죽이겠다는 말. 황보두균은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노기를 갈무리하고 이를 갈면서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런 황보두균의 두 손이 마치 피칠을 한 듯 새빨갛게 물들었다. 기공을 끓어 올리는 품세에 악서령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황보두균의 손이 붉게 물들더니 이제는 얼굴까지 색이 점차 변해갔다. 목 부위에서부터 올라오는 붉은 기운은 급기야 황보두균의 얼굴 전체를 빨갛게 물들였고 그 모양새를 보아 옷속에 감추어진 전신도 붉은 기운으로 뒤덮여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긴장된 눈빛으로 그 것을 바라보던 악서령의 아리따운 봉목이 크게 뜨여졌다 그러면서 신음처럼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
“사혈장(死血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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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습니다. 이번 주는 마음이 바빠서..
틈날때마다 조금씩 썼지만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이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주 2회라는 약속을 간신히 지키기는 했지만 지난 주에 못올린 한편을 올리지 못함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얼마 있지 않아 휴가를 가려고 합니다. 그렇지만 그 휴가기간 중에도 계속 수라기는 쓸 예정입니다.
제가 지난 번에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천궁은 여인들로만 이루어진 세력이라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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