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색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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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



".........."



이주희는 공포에 떨며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더욱이 엘리베이터 안이라서 그런지 그 공포감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고



그녀는 미친 듯이 엘리베이터의 열림 버튼을 두들겨 댔다.



"허억.. 허억 헉헉!!"



그녀의 얼굴은 식은 땀이 범벅이 돼어 있었다.



띵...



엘리베이터가 효과음을 내며 문을 열었고 그녀는 열리기가 무섭게 바닥에 떨어져있던 사진들을 모두 줍고는 바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와버렸다. 그녀는 왼손에 봉투를 접은 채 봉투를 꽉 쥐어 그것을 구겼고 그녀는 여기저기



주변을 살피며 떨리는 손으로 열쇠를 꺼냈다. 그녀는 열쇠구멍에도 제대로 열쇠를 넣을수 없었고 그녀는



열쇠가 들어가자 곧바로 오른쪽으로 돌리고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쾅!!



금속이 세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며 현관문이 닫혔고 이주희는 거칠게 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본채 문에 기대고 있었다.



"헉헉헉...."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오만가지 생각이 오갔다. 누가 보냈는지는 뻔했지만... 그녀는 충격을 금할수가 없었다.



조금씩 진정을 찾아가던 그녀는 마치 뒤통수에 망치로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애써 그 사실을 숨기려던 그녀는



상황이 급박함을 알았다. 이웃 주민들이 이 사진들을 보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고 그녀의 남편과 아이가 보면 그녀가



사랑하는 가정은 파멸할게 분명했다.



"............"



그녀는 숨을 고르게 쉬면서 다시 봉투를 열었다. 그녀는 거실에 풀썩 주저앉았고 무의식결에 봉투에 있던 사진들을



본다. 참 적나라했다. 더러운 암캐처럼 온몸이 정액에 범벅이 됀채 얼굴은 시체처럼 창백한 그녀가 사진에 각인돼어 있었다.



"......"



사진들은 그녀의 사타구니를 자극하며 그녀의 아픈 기억을 찔러댔고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채 울기 시작한다.



"흑흑.... 나 이제 어떡해... 여보...."



그녀는 남편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통곡했다. 누구라도 좋으니 그녀는 기댈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집에는 그녀 혼자 뿐이었다.



"......."



꾹꾹꾹...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남편의 핸드폰 번호를 연신 눌러댔다. 그녀는 번호가 다 입력됀 뒤 통화 버튼을 눌렀고 그녀는



핸드폰을 오른쪽 귀에 대고 울음 때문에 숨을 헉헉 들이쉬었다. 수신호가 계속해서 가기 시작하고 수신호가 겨우 세번



지났을 뿐인데도 그녀는 1초 1초가 1년 처럼 느껴지며 마음 한구석에 더욱 더 커져가는 불안감을 누르지 못하고



마음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걸 느낀다.



"네, 여보세요?"



마침내 전화가 연결돼고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여보?"



남편은 대답없는 아내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 여... 여보.. 저에요,, 이.. 일은 잘 돼가요?"



"잘돼가지... 당신 덕분에..."



남편의 목소리가 약간 저음이었다. 일 때문에 힘이 좀 달리는 모양인거 같았다.



"마...많이 힘들죠..? 그...그냥 당신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했어요"



사랑하는 남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화를 하던 그녀의 모습은 가히 비참하기만 하다. 사랑하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으니



그녀는 마치 자기가 그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아.... 여보 나 이만 끊을께 이제 회의가 있어서 말야... 그럼"



"아... 여...여보"



"왜?"



"아...아니.. 사랑해요, 여보"



"응... 그럼 이만.."



남편은 바빠 보이는지 전화를 뚝 끊었다. 전화가 끊기자 그녀는 또 다시 손으로 눈을 가린 채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모든 상황이 그녀는 너무나 무섭고 서러웠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그 어떤 도움도... 동정을



베풀만한 이는 없었다.....







그리고.... 시간은 가고.... 해가 지고 날이 저물어 어두운 밤이 돼었다. 그녀의 딸은 학교에서 돌아와 그녀의 품에



안기며 놀고 있었고 그녀는 그런 딸과 소파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



".. 왜 그러니 혜미야?"



"나 요번주 목요일에 그림 그리기 날인거 알지?"



"응.... 알지, 우리 혜미 그림 그리는 날인거"



"엄마도 그날 올꺼지? 12시 부터 4시까지래"



"네... 가지요, 우리 공주님"



그렇게 이주희는 딸의 애교스런 대화를 받아주고 있었다. 그때..



띠링.



그들이 대화를 하고 있을 무렵 현관문의 도어벨이 울렸고 어린 딸은 신이 난 듯 외친다.



"아빠다!"



"아빠 오셨네.."



그녀는 힘없게 몸을 일으키며 현관문으로 가 문을 열었고 문이 열리자 그녀의 남편이 집안으로 들어온다.



"나 왔어"



"오셨어요, 여보"



"응"



"아빠!"



"아이구. 우리 공주님 잘 지냈어?"



딸이 아빠를 반기며 그의 품에 안겼고 이주희의 남편은 딸에게 포옹을 해준다.



"당신, 아직 저녁 안 먹었죠? 씻고 와요.... 밥 차릴께.."



"응"



남편은 딸을 내려놓으며 그녀와 대화를 한 뒤 바로 안방으로 들어가버렸고 그녀는 부엌으로 향하여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딸아이는



밥을 기다리며 거실에서 티비를 틀어 보고 있었고 남편은 욕실 안으로 들어가 씻고 있었다.



"......"



이주희는 조용하게 생기없이 상에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가족 그 어느 누구도 그녀의 낌새를 알아차리는 사람 없었고 그녀는



죄책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밥을 차렸다. 몇분 뒤..... 남편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고 딸도 그에 맞춰 식탁으로 왔다.



이주희와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 채 밥만 조금씩 입에 넣어 우물거리고 있었다.



"당신 괜찮아? 어디 아퍼?"



"!.... 아..아니.. 아니에요 그냥 좀.."



"음...."



그녀가 기운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그게 미안한건지 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그걸 바라본다. 그녀의 어두운 표정때문에 남편도 곧 이어



표정이 약간 어두워졌다.



".........."



혜미는 엄마 아빠의 눈치는 모른 채 신나게 밥만 먹어대고 있었고 혜미는 갑자기 자기 아빠한테 말을 걸었다.



"아빠!"



"응? 왜 그러니, 혜미야?"



"우리 요번 주 목요일에 우리 학년들 전부 다 그림 그리는 날 이다! 부모님들도 오셔도 됀대!"



"목요일 날? 몇시?"



남편은 그런 딸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며 질문으로 대답한다.



"12시 부터 4시까지래!"



"아.. 그랬어? 아, 여보 그럼 당신도 갈꺼야?"



"네..... 가봐야죠.."



"당신은 몇시쯤에?"



남편은 이주희에게도 주의를 기울이며 질문을 한다. 이주희는 기운 없이 대답하였다.



"글쎄요... 1시 쯤에 갈려구요"



"그렇군..."



"엄마, 꼭 와! 늦어도 좋으니까!"



"응..."



이주희는 밥을 다시 입에 집어넣으며 딸에게 생기없이 대답했고 딸은 만족하듯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녀의 남편도 그 대화 뒤에 말없이 밥만 먹어댔고 그렇게 가족의 식사는 끝난 뒤 남편과 딸은 잘먹었다며 식탁에서 일어서



자리를 떴고 그녀는 밥상을 치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싱크대에 그릇들을 모아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는 혜미는 티비를 켜고 보기 시작했고 그녀의 남편은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 쪽으로 나가 창문을 닫고 베란다 맨 오른쪽



구석쪽으로 가버렸다.



"후....."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려 그릇들을 닦기 시작했다. 그녀는 남편을 다시 한번 슬쩍 바라보았고 남편은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일 때문에 바쁘구나... 여보.."



그녀는 남편이 사업 때문에 거래처와 또 전화를 하고 있는 줄 짐작하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잊혀질만 했는데 다시 그녀의 기억이



그녀의 머릿속 한편을 긁어대며 그녀는 사타구니가 아려움을 느끼고 허벅지를 오므렸다.



"......."



티비 소리가 환영처럼 느껴지며 까마득히 멀게 들렸고 그녀 주위엔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만 맴돌 뿐 정작 본인 자신은



어두운 침묵 속에 빠졌다....... 그녀의 무의식 한편에서 그녀는 스스로 예견할수 있었다........



악몽은 또 다시 그녀를 덮치리라는 것을...........







같은 시각.....



박의식은 포장 마차에서 혼자서 소주를 나발로 들이키며 담배를 연거푸 피워댔다. 그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알게 뭐여 씨발.... 그냥 나가버리면 돼지, 우리가 다른 년놈들 눈치 보고 박겠냐? 이 개새끼야"



그는 거친 욕설로 통화를 하며 왼손으로 소주를 한모금 들이켰고 그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아.. 씨바.. 알았다고 이 씨발놈아, 500만 무이자로 더 땡겨주면 돼지?.. 뭐? 개새... 내가 알게 뭐야..



아... 킬킬... 이번엔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티나 해야지.. 아 씨발 개새야, 너 듸질래? 아 씨발 끊어!"



그는 날카롭게 소리를 지른 뒤 거칠게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쾅!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소주잔을 탁자에 쾅 내려놓으며 다 태운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오른발로 그것을 거칠게 비벼 꺼버렸다.



"하아....... 씨빠.. 좆나 꼴려서 이러다 디지겠네.... 뭐 어때.... 몇일만 더 참자...."



그는 안주로 시켰던 계란찜을 숟가락으로 한수저 퍼먹으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씨발, 이번엔 좆나 시원한데서 놀아줄께, 아줌마.. 옷 좀 단단히 입고 오라고.... 낄낄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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