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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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세상에 태클 앞에 빡돌아 미치지만 나름대로 수줍은 생을 영위하는 nakadasi입니다.
간만에 경험담을 올립니다. 한 동안 경험담을 안 올렸다고, 이제 소스가 떨어진거냐, 여태도 다 구라가 아니냐-하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뭐 그거까진 이해하겠습니다.
그런데 '경담에 올린 게 여태 콩깐 거 전부죠?'는 뭡니까? -_-
경담의 글이 지금까지 14개, 이걸로 15개짼데, 26년 평생 15번 했겠습니까? -_-
처음 한게 18살때였으니... 대강 1년에 2번이란 계산이 나오는군요. 아니 무슨 설, 추석도 아니고... 누차 이야기하지만 nakadasi가 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떡치며 사는 사람입니다... 흑.
그럼... 이번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토립니다.
-어영차
최근의 nakadasi는 나이도 먹고, 얼굴도 예전같지 않고, 요즘은 하도 지랄같이 미소년이 많아서 지명도가 다운됐지만, 한창 탱글탱글할 때만 해도 노리는 아가씨가 제법 있었다. 그야말로 비오는 날 맨얼굴로 길을 나서면, 뺨에 빗방울이 떨어졌다가 주루룩 미끄러져 버릴 정도의 뽀송함에 샤랄라한 바디에 깜찍한 말빨까지... 요즘이야 개인기와 이빨이 대중화되었지만, 그때만 해도 술자리에서 여자를 웃기는 사람이 특수요원 취급받으며 여기저기 파견근무를 다녔다. 뭐... nakadasi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닌건 아니니 다른 동넨 어떨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nakadasi 놀던 때는 그랬다.(이래봐야 94~96년 이야기다... 비웃음사기 딱 좋군. 쩝.) 뭐 그래서 여기저기서 지명도 많이 받고, 더블도 뛰던, 나도 나름대로 전성기가 있었던 사람이다.(요즘은 정신적인 간통만 요구하는 피플들이 늘어나서 미치겠다. 육체도 좀 반까이해주시면 안되나요... 흑.)
예나 지금이나 조선 엽전들은 떼거지 근성이 강해서, 뭐 좋은게 있다고 몰려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떼거지들은 스스로를 패밀리라 부르기를 좋아했다. 요즘은 클랜이나 길드란 표현이 더 유행하지만. 그때만 해도 '패밀리'가 먹어주던 때였다.
그 때 모 패밀리에서 nakadasi를 따먹는게 유행이었던 적이 있다. 그땐 내가 그 인간들을 따고 다니는 줄 알고 득의양양했으나, 나이 좀 먹어 예비군 4년차가 되어 과거를 회상해보니, 이건 결국 내가 동네방네 끌려 다니며 따이던 거였다. 아... 남자는 결국 바보야. ㅠ.ㅠ
당시 지인들의 증언과 대화에 대한 조각기억, 캡쳐파일, 본인의 일기장 등을 종합해본 결과 그 당시 일부 아가씨들 사이에서 nakadasi를 딴 것을 자랑한다던가? 은근히 갈 데까지 갔다고 이야기했다던가, 은연 중에 '내가 따겠다'고 공언하는 사람도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여자들도 그런 사람이 있구나. nakadasi는 별로 패미니스트도 아니고, 젠틀맨도 아니지만, 여자를 따먹는다-는 표현을 잘 안 쓴다. 여자가 무슨 자이레틀 나무열매라고 따먹고 다니나... 그냥 떡쳤다 콩깠다 죽여버렸다(???) 등의 표현 정도에서 머무는 수줍은 사람이 본인 되겠다.
그래도 남자들은 종종 그런 표현을 쓰는지라, 일종의 남자끼리의 전유물인줄 알았더니만, 여자 중에도 그런 표현을 쓰시는 딜리셔스 우먼들이 계셨던 것이다. 흐흠...
하긴 생체적으로 보면 남자가 먹는다기보단 여자가 먹는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좀전에 노가리까던 친구 모씨도 "먹긴 여자가 먹는거죠 호호"라고 심난한 멘트를 던지셨다.
### 이쯤에선 우화가 하나 나와줘야 한다. ###
nakadasi와 졸라 친한 L모군이라고 있다. 그 L모군이 일본에 갔을 때 이야기이다.
일본의 풍속업소는 우리나라 미아리같은 매춘업소와 비슷하긴 한데, 직접적인 성행위는 금지되어 있고, 여자 서비스걸이 손이나 입으로 남자를 싸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런 업소가 보통 유흥가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우리나라 명동이나 신촌에 옷가게랑 술집 사이사이로 오럴만 해주는 가게가 끼어있다면 꽤 이상하겠지?
하여간 아침부터 그 동네를 뭐하러 기어갔는지 문도 몇 곳 안 연 유흥가 사이를 터덜터덜 걸어가던 L군에게 삐끼가 하나 턱 붙더란다.
"헤이 형님! 아침부터 한 판 어때?" <- 일본말로.
아침부터 솔직히 그 짓 할 사람이 몇이나 있나. L군은 정중히 거절했다.
"에이 아침부터 무슨... 밥도 안 먹고." <- 이것도 일본말로.
그러자 삐끼가 L군의 어깨를 턱 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게 아침밥이지!" <- 일본말로.
무서운 놈들.
###
그런 패밀리 중의 한 분이 nakadasi를 호시탐탐 노리시다가 어느날 급기야 오밤중에 집에 오라고 콜을 때리셨다. 심심하다고 집에 놀러와서 RPG 게임을 하던 내 친구 녀석은 새벽 2시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 옷 챙겨입고 떡치러 가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무척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새벽에 보고 싶다고 부르는 여자를 친구 데리고 가서 돌릴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나는 사람이다. 사랑과 도덕을 소중히 생각하는 nakadasi는 친구에게 게임기 패드를 꼬옥 쥐어주며 한 마디 남기고 집을 나서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엉아 올 때까지 레벨 45까지 키워놔라."
그렇게 이야기하고 그 집에 놀러가선 술 따라주고 아양떨고 음악 틀어달라 그러고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춤추며 생쑈를 했다. nakadasi의 지론이 호스트같은 보이 프랜드다. nakadasi가 제일 존경하는 캐릭터가 조선시대 기생이다.
술상대 해주지, 세상 물정 알아서 이야기벗 되주지, 노래 할 줄 알지, 글 쓸 줄 알지, 그림 그릴 줄 알지, 떡 잘 치지... 조선시대에 사대부 여자들 제 아무리 잘났다 한들 기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게 nakadasi의 평소 지론이다. (신사임당보다 논개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놀아주니 흥에 겨워 본색을 드러내는 모 양. 춤추고 놀다가 서비스로 키스를 해준다고 하니 환히 웃으며 반기시기에 수줍지만 발랄한 버드 키스로 입술을 노크한 뒤, 내 혓바닥으로 입술을 밀어 입술의 밀림으로 그녀의 입술에 자극을 준 뒤 자물쇠에 열쇠를 끼워 비틀 듯 살짝 입술을 비틀어 입술이 열리게 하여 프렌치 키스로 들어갔다.
술맛, 안주맛이 나는게 마땅한 입술이 그럴 땐 왜 그리 맛있는지... 키스는 정말 신기한 행위이다.
키스 다음은 스킨십. 뺨을 어루만지고 흐트러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타이거 우즈의 퍼팅 자세마냥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손을 목덜미로 흘러내려 어깨죽지를 자극하였으니, 이 모든게 nakadasi의 손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요. 나의 이 손이 그녀의 긴 머리카락과 부드러운 목선의 라인을 따라 내려온 것 만으로도 그리 우아한 애무가 가능한 것이었으니, 여자 기분 좋게 하는게 순전히 지 잘난 줄 아는 남자들은 여자 몸을 한번이라도 지긋이 바라보기 바란다. 선비는 붓탓을 하지 않는 법이라 하지만, 명화가 완성될 수 있는 것은 그 캔버스와 붓이 따라주기에 가능한 것이다. 계란 후라이 잘 먹고 싶으면 프라이팬은 테팔을 쓰란 말이다...
반듯하고 부드러운 여체의 라인을 따라 순류에 거슬리지 않는 애무로 어떤 남자와의 첫 육체관계를 가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봄날 쪼꼬바 녹이듯 말캉하게 녹였는데, 애무라는 것이 그야말로 봄날 쪼꼬바 녹듯 말캉-한 상태에 머물러야지, 여름날 아이스크림 녹듯 흐물하게 만들면 그 진도가 너무 과하여 반듯한 냄비요리를 만들기 어려운 것이다. 라면으로 말하자면, 면 꼬들해지지 말라고 진득히 끓이는 것은 옳으나 너무 시간이 과하면 라면 면발이 우동이 되어 젓가락으로 집어먹기도 힘든 형국에 이르는 것과 마찬가지인게다.
전에도 한번 nakadasi가 글 중에 혓바닥으로 죽어라 핥아줬더니 정말 여자가 죽어(?)버리는 바람에, 홀로 여관 창 밖에 고개 내밀고 쓸쓸히 맥주 마시며 옆방에서 떡치는 소리 들으며 긴밤 잠 못 이뤘단 이야기 한 적 있다.
'과함은 덜함만 못 하니라.'
그리곤 시간이 야심하여 침대로 갔다. 애무가 부드러웠다 하여 섹스까지 시종일관 부드러운 것은 아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섹스는 요리와 비슷하다. 재료를 다룰 때는 흠집이 나지 않고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뤄야 하나, 칼질을 할 때는 망설임없이 날카롭게 도마를 내리찍듯 칼을 놀려야 하며, 불을 더하고 빼는 찰나를 놓치지 말아야 하며, 때론 엄하고, 때론 꾸중하듯 재료를 다뤄야만 식감이 살아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듯이, 여체 역시 한없이 부드럽게 다뤄서만은 안 된다는 것을, 어느날 장난삼아 포르노에서 본걸 흉내내며 여자친구의 엉덩이를 후려치던 날 깨달을 수 있었다.
양키들의 은어 Fuck을 보자. 좀 되게 발음하면 '뻑'이다. 이 얼마나 터프한 발음인가. 이런 터프한 발음으로 행하는 행동이 과히 나긋나긋할 수 있겠는가? 치고 빠질 때를 아는 요령. 이럴 때 보면 섹스는 또한 낚시와 같다. 우럭이 힘을 쓸 땐 슬그머니 끌려가주는 척 하다가 호흡을 하는 순간 낚싯대를 팩 잡아당기는 그 손맛에 끌려본 강태공이라면, 섹스에도 비슷한 법칙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 많이 해봐야 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치고 빠지느니 때론 엄하고 때론 부드러우니 해봐야, 툭하면 nakadasi 홍콩 보내는 섹스의 여신님처럼 올라타서 1시간 동안 안 내려오는 분에게 걸리면 개평도 안 남는다. 이건 뭐 내려와줘야 슬로슬로퀵퀵을 하던지 풍차돌리기를 하던지 하지...
아무튼 남자가 리드해주길 바라는 누님들 해피하게 해드릴 땐 그렇다 그거다 뭐...
어쨌든 그런 식으로 한 차례 요리를 나눠먹은 뒤, 옆에 누워 뺨을 쓰다듬어주며 깊은 산속 암자의 동자승 다람쥐와 노닐 듯이 잔재미 스킨십을 추구하던 nakadasi에게,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천장을 바라보던 모 양께서 충격적인 한 마디를 내뱉으셨다.
"어디 가면 꼭 소문내. 자긴 내가 따먹은 거야."
따.먹.은.거.야.
아, nakadasi도 태어나서 어디 가서 여자한테 그런 말 못 해봤다. 소문내라. 넌 내가 딴 거다. 얼마나 쇼킹했는지 고구마가 다시 발딱 섰다. (잉?)
뭐 술 사주고 밥 사주고 귀여워 해주고 냄비요리까지 나눠먹자고 한다면야 방송에 나가서 떠벌리지 않는 한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저 말을 듣는 순간, 땀 뻘뻘 흘리며 다리 사이에서 펌프질해대던 자신의 모습이, 좁은 우리에 갇혀서 인간들이 주는 모이 주는대로 받아먹고 꽥꽥 거리던 거위처럼 느껴졌다. 갖은 발광을 다 해봐야 결국 먹는건 인간. 흑...
그래도 싫지는 않은 게 그만큼 과시욕이나 소유욕이 있다는 건 그만큼 nakadasi를 좋아해준다는 이야기고, 또 그 뒤로도 종종 좋아한다고 이야기해주고 그런 표현을 아끼지 않아줬던 것이다. 훗날 혹시나 복수심이나 공명심(???) 땜시 떡친 건 아닌가 걱정하며 뒷조사를 해봤지만 다행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 날 이후로 술쇼부, 노가리쇼부, 밥쇼부로 점철되어 있던 우리 관계에 콩쇼부가 뒤늦게 합류하였고, 평소에 좀 이쁘다 맘에 든다 생각만 했던 모양이 술 쳐먹다 말고 "아 콩까고 싶다."라는 말을 턱 하니 내뱉을 정도로 유쾌한 콩꾼일 줄이야.
그렇게 그녀와 이런저런 재미를 보던 어느 날이었다. 어느 바에서 만나 술을 한잔 쪼고 있는데, 스타킹 신은 다리가 귀여운 것이었다. 그래서 장난 삼아 다리를 슬쩍 만져줬다.
쓰다듬은 것도 아니다. 꾹 누른 것도 아니다. 정말 컴퓨터 위에 먼지 앉았을 때 닦아내듯 가볍게 쓱 만졌다.
그런데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회까닥 돌아가는 것이다.
"콩까고 싶다."
그녀 입에서 저 말 나온 순간 게임은 시작되는 거다. 무조건 자리 깔고 그짓해야 한다. 영화 좀 보죠, 책 좀 더 읽고요, 나 일하던 거만... 말이나 끝까지 하면 다행이다.
그래서 오늘도 여관비가 깨지겠구나 생각하며 잔머리를 굴린 뒤, 술값은 쏘라고 이야길 했다. 여관비는 내가 쏠테니. 그러자 그녀가 담배연기를 훅 내뿜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술값은 당연히 내가 내지."
잉? 그럼 여관비까지 때려주시겠다는? 아이 고마워라.
"콩은 길에서 까고."
...네?
나는 황당해서 뭐라 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다시 한번 말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녀 입에서 나온 말은 똑같았다. 콩은 길에서 깐다. 그것이 그날 그녀의 요구였다.
저기요 날씨도 조금 춥고요. 오늘 주말이라 사람도 길에 많은데 그냥 여관 들어가죠- 그랬지만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자긴 죽어도 길에서 상쾌하게 떡을 치고 싶다는 것이다.
nakadasi가 살다가 길에서 사까시를 부탁한 적도 있고(물론 사람 없는데서) 화장실 데리고 가서 떡친 적도 있지만, 여자가 길에서 콩까야 한다고 우긴 적은 처음이었다. 물론 전에도 어쩔 수 없는 현실 문제로 길에서 떡친 적은 있었지만, 그 불안감(스릴을 넘어선다)과 고통(무릎이 작살난다)을 익히 아는 nakadasi는 그녀를 설득하려 무진 애를 썼다.
그러나 그녀는 막무가내였다. 자꾸 그러면 자긴 그냥 간다는 것이다. 그때가 그녀가 유학가기 전, 우리들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즉, 여기서 그냥 간다는 말은 단순히 삐져서 집에 간다라는 의미를 넘어서서 한참을 못 볼건데 그거 하나 못 들어주냐는 슬픈 하소연(?)도 포함된 표현이다.
아 씨바. 군대가는 남자친구한테 아끼고 아끼던 아다 때주는 누나들 마음이 이런 것이었을까. nakadasi는 별 생각을 다 하다가 결국 비장한 각오로 그녀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술값을 치루고 나온 나는 그녀를 이끌고 좀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그 동네는 잘 놀던 곳이라 어디가 인적이 드물고, 어디가 가끔 노상방뇨하러 오는 놈이 많은지 훤히 꿰뚫던지라 아웃도어 레저를 즐길 바에야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한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마저 거부했다. 그녀는 나를 이끌고, 큰길이 훤히 보이는 골목으로 나를 인도했다.
미친다 진짜. 골목 안에 들어와서 밖을 보니 간판에 자동차에, 시민 여러분이 훤히 보인다. 애들도 종종 보인다. 이런 곳에서 뭘 어쩌자는 건가?
그런데 곰곰히 보니 빛의 특성 상, 그 골목은 아주 새까맣게 어두운 곳이었고, 그런 곳에서 밝은 곳은 훤히 보이지만, 밝은 곳에선 이쪽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물론 들어온다면 보이겠지만...
밝은 길가와 가까운 만큼 노상방뇨하러 올 사람도 없었고, 무슨 술집 입구가 근처에 있는 것도 아니니 우연히 들어올 사람도 없었다.
내심 합당한 판단이란 생각이 들자, 이번엔 고구마가 반응을 했다.
"형님, 인생은 한번이요. 시원하게 한 방 쏩시다."
"음, 그래 싸나이 한 번 싸지 두 번 싸냐.(?)"
길에서 바지를 내리고 딱딱하게 발기된 고구마를 꺼내보기도 참 간만이었다. 그녀는 꺼내진 나의 고구마를 냄비가 아닌 윗냄비(...)로 받아줬고, 간단한 워밍업을 거친 뒤, 나는 바닥에 내 옷을 깔았다.
날씨가 추우니 골이 다 아팠다. 하지만 바지를 입은 그녀가 날씨와 아웃도어라는 특성 앞에서도 용감히 아랫몸을 훌렁 까는 솔선수범 앞에서 나는 '먹히는 자의 깨갱'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담한 아웃도워 바비큐 파티가 시작되었다.
'사까시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 사까시가 아니고 작전이다. -_-(왜 이러지 요즘.) 장소가 장소이고 자세가 자세이니 만큼, 그 상황에서 주변 상황을 경계하지 않는다는 건 무식한 작태이다.
nakadasi는 틈틈이 골목 입구를 살피며 허리를 움직였다. 사람들은 가끔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아무도 짙은 어둠에 갈무리된 우리의 떡 포지션을 눈치까지 못 했다. 이러니 신창원도 못 잡았지.
이럴 때 스릴은 쾌감과 연결되는 것이겠지. 묘한 쾌감이 온몸을 감쌌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니 무릎이 울퉁불퉁한 바닥에 긁혀 피부가 까지는 느낌도 어느 정도 참을 수 있게 됐다. 그렇다. 누가 뭐래도 콩의 힘은 위대하다.
그러나.
우리에게 위기가 찾아왔으니, 결국 노상방뇨남이 찾아온 것이다.
끼득거리며 담배를 물고, 지퍼까지 내리며 성큼성큼 들어온 그.
나는 그녀를 성급히 일으켜 옷을 입힐만한 시간적 여유도 안 주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를, 진짜로 죽.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그 자리에서 그를 죽이려 했다 한들, 바지가 발목께에 똘똘 말려있는 주제에 뭘 할 수 있었겠는가? 달려들어서 고구마로 아구창을 날릴까? 초스피드로 딸딸이를 쳐서 놈의 얼굴에 찍 싸버린 다음 놈이 기절한 틈에 도망을 갈까?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nakadasi는 결국 그녀의 프라이버시라도 보호하자는 결론을 내리고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가렸다. 자기 얼굴은 훤히 드러낸 채...
3미터 전방까지 와서야 우리를 발견한 노상방뇨남.
"허걱."
"그만 보고 나가요!"
그녀는 찍소리 안 하고 고개를 돌리고 있었고, 나의 증오섞인 손짓 앞에서 당황하던 남자는 지퍼를 내리며 허겁지겁 밖으로 빠져나갔다.
남자가 나간 것을 확인한 nakadasi는 일단 아쉬움이 남으니까 허리를 몇 번 더 움직인 다음(독한 놈) 몸을 일으켰다. 사태를 파악한 그녀는 허겁지겁 옷을 입었고, 주인에게 버림받은 그녀의 팬티를 주머니 안에 챙긴 nakadasi는 아쉬움을 토로한 뒤 그녀를 비스듬히 가린 채 밖으로 걸어나가야 했다.
그런데 이 씨발놈, 아 욕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이 인간이 담배를 피며 벽에 기대어 우리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뭐 야단을 치겠다던가 돈을 뜯어내겠다던가하는 심뽀까진 아니고, 그저 어찌 생겨먹은 가오들인지나 확인해 보자는 의도였지 싶다.
어쨌든 조명이 빤해지니 nakadasi 가오는 그대로 팔려버렸고, 그녀의 얼굴도 반띵은 팔렸다. 남자는 굉장히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노상방뇨를 하기 위해.(?)
쪽이 팔린 nakadasi는 그녀와 함께 현장을 급격이탈하려 했으나, 여기서 그녀의 폭탄선언이 이어진다.
"나 담배 놓고 나왔어."
담배?! 지갑도 아닌 담배?! 우리 그냥 가자 응? 그러나 그녀는 안하무인이다. 결국 그녀는 성큼성큼 걸어 그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그땐 말렸지만 훗날 돌아보니 다시 들어간 것을 잘한 것이, 그 골목 안에선 노상방뇨남이 본연의 목적인 노상방뇨를 행하고 있었던 것이다.(아무렴 딸딸이를 치고 있었을까...)
우리가 당황하던 모습을 떠올리며 낄낄대는 낮짝으로 소변을 갈기던 그 치는 갑자기 나타난 아까 그 년놈 앞에 크게 놀라 몸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난 그때 그놈이 혹시 술김에 우리한테 오줌이라도 갈기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다.)
그녀는 놈의 옆을 지나 우리들이 정을 통하던 자리 옆에 떨어진 담배를 집었고, 그놈의 옆을 지나 돌아오면서 고개를 돌려 놈의 물건을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잔인하게 복수했다.
"풋."
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우리의 뒷모습을 쳐다봤고, 그렇게 그녀와 나는 현장을 탈출해 거리를 노닐다가 헤어졌다.
그것이 그녀와의 마지막 콩이었다.
그녀는 외국으로 떴고, 나는 한국에 남았다. 쪽팔린 추억과 까진 무릎을 남기고 그렇게 님은 떠나가셨다.
그리고 그 다음주 한 아가씨와 떡대면을 하는 자리에서 그 아가씨가 말했다.
"어머 오빠 무릎 왜 이래?"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싸우다 까졌지."
-어영차
벌써 1시네요... 이제 얼른 자야지. 오늘은 무슨 꿈을 꾸려나 힝...
요즘 읽는 책에 멋진 말이 있더군요. 오늘은 그 말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길몽보다 좋은 것은 숙면이다."
- 깊은 밤, 10년지기 여자친구 끝까지 손 한번 못 잡아보고 해외출장을 보내고 온 날 밤 술에 살짝 취한 nakadasi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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