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기는 이야기 - 야설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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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하던 런던의 겨울이 끝나가고 있읍니다. 오랜만에 바라보는 청명한 하늘. 길가에 늘어선 벗나무들의 화사한 꽃봉우리들을 보면서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보지만, 왠지 가슴이 저며오는 감상에 빠져드는 군요. 그래서 젊은 시절의 가슴 아픈 추억 한 마디 적어 볼까 합니다. 야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어서 회원님들을 실망시킬까 두렵군요. 혹시 야설을 기대하셨다면, 그만 읽으시는게....
1. 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헤어진지 8-10년 이후 일거다.
친구의 집들이 잔치에 초대 받고 나는 선물 몇개를 슈퍼에서 사서 친구 집을 찾았다. 당시 친구는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지하에서 세를 얻었었고 난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벌써 찾아온 여러 친구들은 안방에 마련된 큰 교자상에 앉아서 맥주로 입가심을 하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난 친구, 그리고 친구의 아내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안방에 들어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런데 내친구의 아내는 내곁에 와서는 나한테 곁눈질을 한다. 난 왜 그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 마루로 나왔다.
'j가 왔어요' 아...j.... 난 자그마한 한숨을 숨기며 친구의 아내가 가르치는 방문을 열었다.
j는 거기서 하얀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안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쓸데없는 인사치례 몇마디 였겠지... 그리곤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후 친구의 아내를 통해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j는 아기를 낳은후 남편과 갈등이 심해져서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 갈등의 원인이 처녀성에 대한 의심이었다고 한다.... 그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난 더이상의 소식을 듣지도 않았다. 나로 인해 결국 이혼했으리란 쓰라린 회한만을 숨긴채...
2. j와의 만남.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당시 내 친구의 애인이자 현재의 아내 소개를 통해서 였다. 당시 나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종로학원에 건성으로 다니며 친구와 어울려 술과 여흥으로 시간을 죽이던 시절이었다.
내 친구는 종로의 어느 디스코텍에서 만난 여인과 애인이 되었고, 그녀는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녀가 바로 j.
j는 청량리 지나서 있던 어느 병원의 사무원이었는데, 그녀의 인상은 매우 착실하고 연약해 보인다는 정도였다.
청량리 부근에서 넷이 어울려 놀다가 주말에 낚시를 가기로 했고, 우린 야외에 나가 재밌게 놀았다. 그녀에게 심각한 감정이 전혀 없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가벼운 상대로 재밌게 어울렸던 건데 그녀는 그게 아니었다.
당시 그녀의 생활 환경은 매우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기시고, 동생은 둘이나 학교에 다니는 상황. 거기에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상이군인으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했다는 거다.
힘들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잡은 직장이 병원 사무직이었고, 그녀는 고교 졸업후 몇년동안 집안 살림과 동생 및 아버지 뒤치닥거리를 도맡는 가장역할을 해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하나의 사이다였는지도 모른다.
2. j의 유서
난 그녀를 만나면서도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었다. 내게 죄책감은 전혀 없었다. 왜냐면 난 j를 여자친구로 생각치 않았으니까. 어느날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난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을 하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어느 카페에서 만나 차한잔을 마시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일 있어?'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나를 본다. '나 어제 자살할려고 했어' 모라고...
자살이라니... 난 황당한 기분으로 그녀를 보았다.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의 신경질도 점점 심해지고.. 동생들 뒤치닥거리도 너무 힘들고... 생활은 쪼들리고.. '
'어제 아버지가 저녁 밥상을 뒤집으시더라고... 반찬이 부실하다구...난 절망했어.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구. 차라리 죽고 싶더라구... 그래서 내방에 들어와서 유서를 썼지.. 아버지, 동생들한테 하나씩 쓰고 나니, 네 생각이 나더라...그래서 너한테도 편지를 썼어.. 그런데 말야.... 유서만 써놓곤 죽지는 못했어.. 무서워서...'
난 비록 그녀를 사랑하지도 어떤 연애감정도 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고백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가난에 지친 어린 여인의 흐느끼는 모습을 보며. 그녀에겐 아마도 그런 고백을 할 상대가 없었나 보다. 나 이외엔... 난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가능한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로 웃겨 주었고... 그녀도 다행스럽게 즐거워 했던 것 같다.
3. 군대 가기전.
그리고 난 그녀와 만남이 뜸해졌다. 늦은 나이에 막판에 몰린 대학 입시로 정신이 없었던 탓이다. 난 다행히 대학에 합격을 하였고, 입학하자 마자 군대에 끌려갈 신세가 되었다. 군대가기전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고 노는데... 친구를 통해서 j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번만 만나자고... 그러지 모. 난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을 정하고 그녀를 만났다.
청량리 근처의 어느 경양식집. DJ가 신청곡을 받고 멘트도 하는 그런 3류 경양식집이었다. j는 군대 송별회를 둘이 하자며, 맥주를 시켰다. 돈은 자기가 낸다며... 난 철없이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 했다. 그녀는 나에게 작고 예쁜 포장지에 싸인 선물을 주었다. 라이타. 라이타 옆면에는 I MISS YOU. FROM J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난 이런 걸 받을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넙죽 받았다. 그리고 난 군대에 갔다. 훈련을 받으면서 결국 라이타는 잃어버렸고 그녀도 자연히 잊어 버렸다.
4. 그녀와의 첫 관계.
논산에서의 길고긴 6주 훈련을 마친 나는 평택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미군 운전수 보직을 받고는 또다시 운전교육을 총 3 개월 더 받았다. 그리고는
자대배치. 자대배치후 일병 신분으로 첫 외박. 당시에 사귀던 다른 여인과 만나 신나게 즐기다 귀대를 하려는데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녀가 꼭 한번만 보고 싶단다. 난 현실적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다음 외박때 만나기로 하고 귀대를 했다.
그 다음 외박때 난 그녀를 만났다. 나의 논산 훈련 동기들과 함께 어울려 시내 어디에선가 정말 코가 삐뚜러지게 술을 마셨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의 인사불성 상태에서 동기들과 헤어지고는 나는 그녀와 여관으로 들어갔다. 인사불성 상태라지만 여관으로 가자고 한건 나였고, 그녀도 순순히 따라왔다.
여관에 들어가 난 그녀와 관계를 가지려 시도를 하였다. 처녀였던 그녀는 통증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했고, 제대로 삽입도 되지 않아 나는 중간에서 포기하고 그냥 잠을 자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침에 헤어졌다.
5. 그녀와의 재회 그리고 이별.
그녀를 다시 만난건 역시 외박을 나와서 였다. 친구를 통해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난 귀대하는 날 저녁때 그녀와 만났다. 용산에서 군용열차를 기다리면서 후즐그레한 다방에서 그녀와 차를 마셨다.
그녀는 차를 마시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긴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난 이게 무슨 소리냐 싶어 눈을 크게 떴다. '그동안 고마왔어.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별볼일 없는 나한테 너무 잘해 줘서.. 나 사실 병이 있어. 그동안 얘기를 않했지만, 갑상선 이상이라는 병이래... 내가 이렇게 마르고 눈이 다른 사람보다 튀어나온건 다 병때문이야...'
난 다시한번 강한 충격을 받았다. 갑상선 이상이 무언지 그게 죽을 병인지 전혀 지식이 없는 나는 그녀의 고달픈 삶과 연약한 몸, 시한부 인생등 불행의 연속인 그녀의 운명이 정말 안쓰러웠다.
그녀는 나에게 하루밤만 같이 있어 달라고 간청을 했다.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께... 오늘 하루만 같이 있어줘.' 난 거절할 수 없었다. 귀대시간을 어기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뻔히 알지만, 그녀의 마지막 간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다방의 연탄난로 옆에서 그렇게 우린 밤을 새웠다. 그리곤 정말로 헤어졌다.
6. 후기
그녀가 당시 정말 죽을 병에 걸렸었는지 아니면 나한테 과장을 했었는지, 나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 자체가 너무나 고달펐었고,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나한테 매달렸던 것 같다. 난 불행히도 그녀를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매정하게 굴만큼 야박하지도 못했었다.
그리곤 거의 십년이 가까이 흘러 그녀를 다시 만났던 거다. 친구의 집들이 잔치때... 정말 그녀는 나와의 첫관계로 인해 헤어진 것일까? 난 아직도 남모를 죄책감과 그녀의 안스런 작은 눈망울 때문에 가끔 이렇게 가슴이 아려 온다.
1. 아기를 안고 있는 그녀의 마지막 모습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헤어진지 8-10년 이후 일거다.
친구의 집들이 잔치에 초대 받고 나는 선물 몇개를 슈퍼에서 사서 친구 집을 찾았다. 당시 친구는 신림동의 다세대 주택 지하에서 세를 얻었었고 난 약속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벌써 찾아온 여러 친구들은 안방에 마련된 큰 교자상에 앉아서 맥주로 입가심을 하며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난 친구, 그리고 친구의 아내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안방에 들어가 친구들과 어울렸다.
그런데 내친구의 아내는 내곁에 와서는 나한테 곁눈질을 한다. 난 왜 그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따라 마루로 나왔다.
'j가 왔어요' 아...j.... 난 자그마한 한숨을 숨기며 친구의 아내가 가르치는 방문을 열었다.
j는 거기서 하얀 포대기에 싸인 아기를 안고 있었다. 난 그녀에게 그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쓸데없는 인사치례 몇마디 였겠지... 그리곤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 그후 친구의 아내를 통해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j는 아기를 낳은후 남편과 갈등이 심해져서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 갈등의 원인이 처녀성에 대한 의심이었다고 한다.... 그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난 더이상의 소식을 듣지도 않았다. 나로 인해 결국 이혼했으리란 쓰라린 회한만을 숨긴채...
2. j와의 만남.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당시 내 친구의 애인이자 현재의 아내 소개를 통해서 였다. 당시 나는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종로학원에 건성으로 다니며 친구와 어울려 술과 여흥으로 시간을 죽이던 시절이었다.
내 친구는 종로의 어느 디스코텍에서 만난 여인과 애인이 되었고, 그녀는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를 나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그녀가 바로 j.
j는 청량리 지나서 있던 어느 병원의 사무원이었는데, 그녀의 인상은 매우 착실하고 연약해 보인다는 정도였다.
청량리 부근에서 넷이 어울려 놀다가 주말에 낚시를 가기로 했고, 우린 야외에 나가 재밌게 놀았다. 그녀에게 심각한 감정이 전혀 없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가벼운 상대로 재밌게 어울렸던 건데 그녀는 그게 아니었다.
당시 그녀의 생활 환경은 매우 좋지 않았다.
어머니는 일찍 돌아기시고, 동생은 둘이나 학교에 다니는 상황. 거기에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상이군인으로 정상 생활이 불가능했다는 거다.
힘들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잡은 직장이 병원 사무직이었고, 그녀는 고교 졸업후 몇년동안 집안 살림과 동생 및 아버지 뒤치닥거리를 도맡는 가장역할을 해야 했다. 그런 그녀에게 나는 하나의 사이다였는지도 모른다.
2. j의 유서
난 그녀를 만나면서도 다른 여자를 사귀고 있었다. 내게 죄책감은 전혀 없었다. 왜냐면 난 j를 여자친구로 생각치 않았으니까. 어느날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난 바쁘다는 핑계로 거절을 하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어느 카페에서 만나 차한잔을 마시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일 있어?' 그녀는 커피를 마시며, 나를 본다. '나 어제 자살할려고 했어' 모라고...
자살이라니... 난 황당한 기분으로 그녀를 보았다.
'사는게 너무 힘들어서... 아버지의 신경질도 점점 심해지고.. 동생들 뒤치닥거리도 너무 힘들고... 생활은 쪼들리고.. '
'어제 아버지가 저녁 밥상을 뒤집으시더라고... 반찬이 부실하다구...난 절망했어.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구. 차라리 죽고 싶더라구... 그래서 내방에 들어와서 유서를 썼지.. 아버지, 동생들한테 하나씩 쓰고 나니, 네 생각이 나더라...그래서 너한테도 편지를 썼어.. 그런데 말야.... 유서만 써놓곤 죽지는 못했어.. 무서워서...'
난 비록 그녀를 사랑하지도 어떤 연애감정도 들지 않았지만, 그녀의 고백에 가슴이 무거워졌다. 가난에 지친 어린 여인의 흐느끼는 모습을 보며. 그녀에겐 아마도 그런 고백을 할 상대가 없었나 보다. 나 이외엔... 난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었다. 그리고 가능한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로 웃겨 주었고... 그녀도 다행스럽게 즐거워 했던 것 같다.
3. 군대 가기전.
그리고 난 그녀와 만남이 뜸해졌다. 늦은 나이에 막판에 몰린 대학 입시로 정신이 없었던 탓이다. 난 다행히 대학에 합격을 하였고, 입학하자 마자 군대에 끌려갈 신세가 되었다. 군대가기전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술마시고 노는데... 친구를 통해서 j로부터 연락이 왔다. 한번만 만나자고... 그러지 모. 난 가벼운 마음으로 약속을 정하고 그녀를 만났다.
청량리 근처의 어느 경양식집. DJ가 신청곡을 받고 멘트도 하는 그런 3류 경양식집이었다. j는 군대 송별회를 둘이 하자며, 맥주를 시켰다. 돈은 자기가 낸다며... 난 철없이 맥주를 마시며 즐거워 했다. 그녀는 나에게 작고 예쁜 포장지에 싸인 선물을 주었다. 라이타. 라이타 옆면에는 I MISS YOU. FROM J라는 말이 적혀 있었고. 난 이런 걸 받을 사이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넙죽 받았다. 그리고 난 군대에 갔다. 훈련을 받으면서 결국 라이타는 잃어버렸고 그녀도 자연히 잊어 버렸다.
4. 그녀와의 첫 관계.
논산에서의 길고긴 6주 훈련을 마친 나는 평택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았다.. 미군 운전수 보직을 받고는 또다시 운전교육을 총 3 개월 더 받았다. 그리고는
자대배치. 자대배치후 일병 신분으로 첫 외박. 당시에 사귀던 다른 여인과 만나 신나게 즐기다 귀대를 하려는데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녀가 꼭 한번만 보고 싶단다. 난 현실적으로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아 다음 외박때 만나기로 하고 귀대를 했다.
그 다음 외박때 난 그녀를 만났다. 나의 논산 훈련 동기들과 함께 어울려 시내 어디에선가 정말 코가 삐뚜러지게 술을 마셨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의 인사불성 상태에서 동기들과 헤어지고는 나는 그녀와 여관으로 들어갔다. 인사불성 상태라지만 여관으로 가자고 한건 나였고, 그녀도 순순히 따라왔다.
여관에 들어가 난 그녀와 관계를 가지려 시도를 하였다. 처녀였던 그녀는 통증으로 인해 고통스러워 했고, 제대로 삽입도 되지 않아 나는 중간에서 포기하고 그냥 잠을 자고 말았다. 그리고는 아침에 헤어졌다.
5. 그녀와의 재회 그리고 이별.
그녀를 다시 만난건 역시 외박을 나와서 였다. 친구를 통해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난 귀대하는 날 저녁때 그녀와 만났다. 용산에서 군용열차를 기다리면서 후즐그레한 다방에서 그녀와 차를 마셨다.
그녀는 차를 마시며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자긴 얼마 살지 못할 거라고...
난 이게 무슨 소리냐 싶어 눈을 크게 떴다. '그동안 고마왔어. 나한테 너무 잘해주고... 별볼일 없는 나한테 너무 잘해 줘서.. 나 사실 병이 있어. 그동안 얘기를 않했지만, 갑상선 이상이라는 병이래... 내가 이렇게 마르고 눈이 다른 사람보다 튀어나온건 다 병때문이야...'
난 다시한번 강한 충격을 받았다. 갑상선 이상이 무언지 그게 죽을 병인지 전혀 지식이 없는 나는 그녀의 고달픈 삶과 연약한 몸, 시한부 인생등 불행의 연속인 그녀의 운명이 정말 안쓰러웠다.
그녀는 나에게 하루밤만 같이 있어 달라고 간청을 했다. '다시는 연락하지 않을께... 오늘 하루만 같이 있어줘.' 난 거절할 수 없었다. 귀대시간을 어기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뻔히 알지만, 그녀의 마지막 간청을 거절할 수는 없었다.
다방의 연탄난로 옆에서 그렇게 우린 밤을 새웠다. 그리곤 정말로 헤어졌다.
6. 후기
그녀가 당시 정말 죽을 병에 걸렸었는지 아니면 나한테 과장을 했었는지, 나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녀의 삶 자체가 너무나 고달펐었고, 그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나한테 매달렸던 것 같다. 난 불행히도 그녀를 사랑하지는 못했지만, 매정하게 굴만큼 야박하지도 못했었다.
그리곤 거의 십년이 가까이 흘러 그녀를 다시 만났던 거다. 친구의 집들이 잔치때... 정말 그녀는 나와의 첫관계로 인해 헤어진 것일까? 난 아직도 남모를 죄책감과 그녀의 안스런 작은 눈망울 때문에 가끔 이렇게 가슴이 아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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