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얼굴색은 Friendly Color
작성자 정보
- youtube링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47 조회
-
목록
본문
아무 생각없이 집 문을 열어놓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샤워를 했다.
이 시간에 누가 방문하랴 싶었는데 방문객이 있었다. 한전에서 나온 여자분이었는데 화장실 문을 열고 고개만 빼꼼 내밀고 전기세 문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가기도 거시기하고 기다리게 하기도 거시기해서 그냥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되겠지?
꼬추 보여준 것도 아닌데 뭐.
어영차-
수년 전 언제나처럼 지극히 단순한 방법으로 여자를 꼬시고 있었다. 채팅방 열어놓고 여자 들어오기만 기다리기. 분명 이 방법은 비법이라 하기엔 은밀함이 없고 기법이라 하기엔 테크니컬하지가 않은 수작질이다. 요즘같은 꼬심질 난무의 시대엔 어디 가서 "전 채팅방 열어놓고 여자를 기다린답니다."라고 해봐야 웃음거리나 되기 쉽상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진정한 강태공도 달려드는 모기에게 자릿세를 물려가며 찌를 바라볼 뿐이고, 노련한 형사도 환기가 안 되는 차 안에서 범인의 은닉처를 노려볼 뿐이다. 월남전 당시 한 미군 스나이퍼는 한 자리에서 이틀간 엎드려서 꿈쩍도 하지 않고 매복했었다고 한다. 대변을 피하기 위해 음식도 먹지 않고, 소변은 그 자리에서 싸서 말렸다고 한다. 아직도 어떤 분야에서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그 바닥의 룰'이다. 컨베이어 벨트를 개발해내고 매년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미국의 자본주의지향 디벨로퍼들도 저 무지막지하며 단순무식한 매복습격방법보다도 테크니컬하며 다이나믹한 걸 헌팅 방법은 개발해내지 못 할 것이다.
그런 단순무지한 방법에도 수준이란걸 논할 수 있다면 성적좋은 낚시꾼은 입질이 되는 곳을 읽을 줄 알고, 베테랑 형사는 범인이 숨은 곳을 찾아내는 재주가 있으며, 훈련받은 스나이퍼는 저격 및 탈출이 용이한 포인트를 잡을 줄 안다는 것이다.
나에겐 그런 포인트를 읽어내는 재주가 있을까? 내가 만드는 방제는 과연 적합한 것일까? 채팅에 대해 고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내미는 힌트 워드는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무척 신사적인 단어를 제안하고, 어떤 이는 고리쩍말로 '얼굴이 붉어지는' 표현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고전추리물에 나오는 괴도와 탐정의 퍼즐놀이에나 어울릴 법한 기묘한 문장으로 흥미를 자극한다고 한다.
나로선 무엇이 옳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저런 방제가 맺어주는 다양복잡한 인연에 매력을 느낀 나는 내 상상력이 허락하는 모든 종류의 방제로 방을 만들어 보았고, 그런 행동에 재미가 붙다보면 어떤 때는 이게 여자 꼬시려고 하는 짓인지 아니면 원숭이에게 곶감주기같은 심리테스트 놀이인지 혼란스럽기까지 하였다.
어쨌든 그 다양한 방제들은 때론 나에게 걸어 다니는 성경과도 같은 여자를 만나게 해줬고, 돈을 요구하는 얄미운 여자와 싸우게도 해줬고, 몸이 달아오른 여자와 이름도 성도 묻지 않는 하룻밤 추억을 만들게도 해줬으며, 내 아이디를 일주일간 불귀의 객이 되게도 해주었다.
수년 전, 언제나처럼 지극히 단순하게 채팅방 열어놓고 여자 들어오기만 기다리던 그날의 방제는 '너라는 밤하늘에 나라는 폭죽을 터뜨리고 싶다.'였다. 센스하곤... 유치하기가 런던 유흥가에서 까불거리는 부잣집 망나니 한국유학생들 영어발음 수준이다. 어쩌겠는가? 내 수준이 그런걸.
10분 쯤 지났을까, 월간 디자인 부록으로 나온 멀티미디어 CD의 뉴욕 부분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던 중 채팅방에 손님이 들어왔다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나같은 수준의 여자가 있긴 있었다.
무슨 대화가 오갔었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를 노리던 남자들에 대한 신화 이야기였나? 아니면 일본영화 하나비에 대한 이야기였나? 밤길을 드라이브하는 미친 스포츠카의 젊은 오너들에 대한 비꼬는 이야기를 풀어놨었나?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저런 이야기가 아니었을텐데... 아 그래, 일단 첫 시작은 시시껄렁한 신상교환이었다. 마치 술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회인들이 명함을 교환하며 악수를 나누듯, 시끌법쩍한 술집 소음 때문에 서로의 이름이 들리지 않아 별다른 개성도 없는 성 한 글자, 이름 두 글자짜리 한국사람 이름을 나눠 기억하는 그런 개성없는 통성명을 하듯 서로의 데이터를 나누었다.
그는 나보다 두 살이 어렸고 마포구에 살았다. 빙고, 저랑 가까운데 사시는군요? 지방여행길 기차 안의 무료함을 잊기 위해 챙겨드는 퀴즈책의 십자말풀이를 풀 듯, 여자가 타이핑하는 문장에서 단어 하나하나를 찝어 문장을 부풀려낸다. 신촌. 얼마 전에 신촌길에서 오바이토 위에서 헤엄치는 남자를 봤어요. 어머 정말요. 정말. 제가 이 시간에 거짓을 늘어놓아봐야 나중에 늙어죽어 조상님 뵐 면목만 없을 뿐인데 진실 외에 입에 담을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푸핫 썰렁해요. 썰렁. 이런, 금쪽같은 시간을 쪼게어 채팅방에 들려주셨는데 썰렁하게 하다니 저는 족발뼈에 맞아죽어도 시원찮은 놈이에요 흑흑.
어설프고 조잡한 말장난. 그렇게 느껴도 어쩔 수 없다. 처음 보는 여자랑 투자상담을 할 수야 없는 일이고 은행털이 계획을 짤 수도 없는 거 아니겠는가? 그저 여자가 어설프고 조잡한 말장난이라고 느끼지 않아주길 바랄 뿐이다. 다행히 화면이 여러번 스크롤되는 동안 여자의 문장이 단답형에서 주관식 서술형으로 변해가는 걸로 보아 어느정도 호감 끌기는 성공한 것 같다. 시간은 해질 무렵, 이 시간이라면 쪼여볼만한 가치가 있다. Call. 나는 의자에 앉은 자세를 꼿꼿하게 고치며 느끼하지 않은 어투로 신촌에서 한 잔 할 것을 제의하는 문장을 올려보낸다.
수 초 후 올라오는 여인의 긍정적 반응. >>그래요.
Yeah, I got a Bandit's tail.
그때까지만 해도 좋았다. CD에서 흘러나오는 릴리 마를린을 되지도 않는 독일어로 따라부르며 옷을 챙겨입고 주머니에 콘돔을 챙겨넣을 때만 해도, 지갑 안의 지폐 장수를 확인할 때만 해도 안 되도 인연 만들기, 되면 떡치기라는 낙관적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약속장소로 가면서 나는 기지개를 폈다. Tally ho~
### 오랜만에 어린이를 위한 우화 한 토막.
퇴계 이황이 시골길을 지나가는데 한 농부가 검은소와 누런소를 몰며 밭일을 보는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퇴계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 전원풍경을 감상하다가 호기심이 동했는지 멀직히 떨어진 농부에게 말을 걸었다.
"여보오, 그 두 마리 소 중에서 어떤 소가 일을 잘하오?"
그러자 농부는 잠시 무언가 생각하더니 큰 소리로 대꾸했다.
"자지가 큰 소가 일을 잘 합니다!"
그 순간 두 마리의 소가 미친 듯이 달리며 밭을 갈기 시작했다. 아연한 표정으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지는 농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퇴계는 잠시 후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가던 발길을 재촉했다.
교훈 : 사내새끼들이란.
### 다시 본론으로.
신촌의 약속장소.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나가서 확인전화를 건다. 여자는 근처에 있다. 잠시 후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도착했다고? 주변을 둘러보자 근처에 그가 가르쳐준 의상착의가 비슷한 여자 하나가 휴대폰을 들고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어두워서 잘은 안 보이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이럴수가?!
말도 안돼.
나는 약속장소에 나온 여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어서 실소를 터뜨릴 뻔 했다. 아니 정확히는 비명을 지를 뻔 했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이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그녀의 얼굴은 내 고등학교 동기녀석하고 너무나 똑같이 생긴 것이었다! 어쩜 이럴 수가? 여동생인가 착각될 정도도 아니었다. 완전히 여자판 그 녀석이었다. 오 황당해. 차라리 폭탄이면 음 폭탄이군-하고 말겠는데, 친구랑 똑같이 생긴 여자라니. 아니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게 말로만 듣던 도플겡어인가? 친구녀석을 불러내서 대질심문을 시키고 싶을 정도였다. 친구 아버지의 배다른 자식은 아닐까 하는 불경스러운 상상까지 떠오를 정도였다.
"왜 그래요? 내 얼굴에 뭐 묻었어요?"
글세 뭐가 묻고 어쩌고의 문제가 아니라니깐... 나는 황당하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와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다. 제길 이대로 사고치면 Friendly Fire가 되는건가??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래도 근처의 부담없는 술집에 들어가 술을 나누며 이야기를 하다보니 처음의 당황스러운 기분은 조금 가라앉았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기분은 좀 편해졌지만 황당한 기분은 그대로였다.
소주가 두 병쯤 비었을 때, 화장실에 갔다온 그가 내 옆에 앉았다. 앗, 적극적인 자세는 마음에 들지만 넌 얼굴이... 친구녀석은 미남도 아니고 여자처럼 생긴 녀석도 아니었던지라 그녀의 외모도 썩 빼어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폭탄은 아니었다. 번개에서 그런 여자 만나면 꽤 성공했다고 말할만한 편의 외모였다. 내 옆에 앉아 조금씩 거리가 좁혀지자 그 여인의 가슴이 내 팔에 느껴졌다. 느낌이 좋은 가슴이었다. 분명한 여성의 성징인 유방의 느낌까지 느껴지자 내 마음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그의 입김이 가볍게 내 목 근처를 달궈놓을 때, 내 머릿속에서 그와 근처 여관에서 섹스를 하는 영상이 스쳐지나갔다. 옷 밖으로 느껴지는 실루엣으로 조합된 우유빛 나체의 그녀가 하얀 시트가 깔린 침대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장면. 그 부분 만큼으로는 충분히 흥분이 되는 상상이었다. 상상력을 그대로 에너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나의 성기도 조금씩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최근 재미를 본 8호 자세를 시술해봄직하다는 생각에 이르자 성욕으로 등골까지 뜨거워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상상을 계속 하다가 그의 얼굴이 환희에 가득찬 부분을 상상하자 그것은 곧 친구의 얼굴이 환희에 가득찬 모습으로 겹쳐보이면서 나의 머릿속엔 찬물이 끼얹어졌다.
이, 이건 도저히 에로틱이고 뭐고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결정적으로 여인이 내 성기를 입에 물고 펠라치오하는 부분을 상상하는 순간!
나의 성기는 철저하게 시들고 말았다. 동생 여동생하고라면 차라리 사고를 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건 아니었다. 나는 그때부터 최대한 그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여인에게 "자리로 돌아가라. 내 옆에는 고소영만 앉을 수 있다." 뭐 이런 개수작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최대한 부처님 가운데토막같은 태도를 보이며 그의 뜨거운 반응을 무시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엔 계속 사인을 보내던 그도, 나의 반응이 차갑자 싫증을 느꼈고 잠시 후엔 약간 기분이 상한 듯,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너 나랑 떡 안 칠거야?" 뭐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런 생각은 애시당초 없었다는 듯한 태도로 술과 안주만 비워댈 뿐이었다.
그렇게 친구를 닮은 여인과 나의 술자리는 끝났고, 우리는 만나서 재밌었다는 시시콜콜한 마무리 멘트를 나누며 각자의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나는 집으로 걸어오면서 그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도저히 다시 그를 만나 어떻게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 뒤로 그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는 것을 보아, 그 역시 자신의 섹시 빔을 무시한 발칙한 남자를 다시 볼 마음은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 후 가끔씩 그와의 섹스가 아쉽다는 뜨거운 상상이 들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친구가 내 거시기를 빠는 장면이 오버랩되면서 나의 성욕은 차갑게 식어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었다.
나는 가끔 친구녀석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 녀석의 얼굴을 보며 그녀를 떠올린다. 만약 내가 아닌 녀석이 그와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도플겡어를 본 자는 그 자리에서 죽는다고 한다. 그럼 녀석은 죽는건가? 아니면 두 사람은 욕정을 나눌 수 있을까? 그러면 그때의 기분은 어떤걸까? 거울을 보며 자위하는 기분일까?
그렇게 얼굴이 똑같은 남녀가 체위를 교체하며 땀을 흘리는 장면은 쉽게 상상하긴 어렵지만 혼자 있는 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해주는 재미있는 상상의 소재이기에, 나는 요즘도 가끔은 그 고약한 상상을 떠올리며 미친 놈처럼 키득거리곤 한다.
그러나 그런 상상을 할 때면 나랑 똑같이 생긴 여자가 어디선가 남자 거시기를 핥아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쾌한 상상까지 떠올라 불경한 발상을 품은 것에 대한 천벌(?)을 받기도 한다.
아, 정말 겪지 않았어야 할 경험이었나 보다.
어영차-
달리는 수레 딱 멈추듯
들끓는 마음 꾹 눌러라
이렇게 뚝 잘라 자제한다면
어둠 흩어지고 밝음 열린다
-Nakadasi and dynamic summer time.
* 최근 글쟁이 친구녀석이 '그녀'는 우리말에 없었던 잘못된 표현이니 고쳐써야 한다는 이야길 줏어와서 같이 실천하자고 하는 바람에 한번 해봤는데 조금은 어색하지만 느낌이 나쁘진 않네요. 여러분도 한번 해보심이...?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