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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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상 경어를 생략했음을 사과 드립니다.


사람들을 가르칠만한 기본적 지식과 도덕도 안되는 내가, 학비를 벌기위해 염치불구하고 잠시 선생질 했던 때가 있었다. 2학년 무렵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커먼 사내놈들끼고 과외하던게 늘 마땅찮던 나는, 선배가 운영하는 보습학원의 자리가 비자 잽싸게 자리 하나를 얻어냈다. 풋풋한 여학생들 향기속에 가르칠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였다.

내가 맡은 반은 고2반 이었는데 기대대로 한반의 절반은 여학생이었다. 그러나 학원강사란게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니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숫기 없는 내가 다수의 학생앞에서 강의하는건 영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개인교습하고는 또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늘 나를 긴장시키는 건 쏟아지는 질문들...

그래도 어렵사리 3개월을 끌고 갈 수 있었다. 아이들을 응시하는게 어느정도 익숙해지자, 수업을 하는 요령도 터득하게 돼었다..

영어문장을 해석해주다, 막히는 단어가 나올때가 있다. 그럴 때 당황하지 않고 넌지시 물어본다(표정관리가 중요하다) "너희들 중에 이 단어 뜻 아는사람..?"

솔직히 내가 모르는 단어를 그들이 알 확률은 드물다. 그래도 명색이 선생인데.... 대답없이 정적이 흐르면 그때, 단호한 어조로 얘기한다. "그것도 몰라 앙! 그거 중요한 단어야. 내일까지 알아와. 밑줄 쫙!!!"

그렇게 어려운 단어가 중요할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우겨야 한다. 서슴없이... 그리고 집에 와서 열라 공부한다.
그 다음날 아이들이 단어의 뜻을 알아오면 나는 거기다 추가 설명만 해주면 된다. 자연스럽게... ( 이 자리를 빌어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 " 애들아 사기쳐서 미안하다. 그러나 어쩌랴,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 )

그러나 그것도 매번 통하는건 아니어서 간혹 망신을 당할때가 있다. 한 녀석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날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렇게 집요한 아이 중 대표적인 녀석이 미경이 라는 쌩 날라리 같은 녀석이었다. 그 녀석은 집요함을 넘어 간혹 낯 뜨거운 질문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할 때가 많았다.

예를 들어 농구에 관련한 문장을 공부할때가 있다. 그럼 예의 전문용어가 등장하기 마련인데, penetration(침투. 관통. 보급등을 뜻함. 농구용어로는 개인돌파를 가리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콩글리쉬 중 drive-in 이 같은 뜻 되겠다)같은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 경우는 예의 주석이 딸리게 마련이어서 그냥 넘어 갈라치면, 느닷없이 그녀의 질문이 터져 나온다. " 생님, 그럼 double-penetration 은 머예요..? "

double-penetration, 이건 포르노 용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영화에서 여자 한명이 엎드리면, 남자 둘이 아래위로 두 개의 홀을 공략하는거... 그거 말이다.

남자도 아닌 여자 아이가 그런 포르노 용어를 어디서 알았는지도 궁금하지만, 그런 질문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생글거리는 웃음까지 흘리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질문할땐 마치 악마의 얼굴을 보는 듯 했다.

고딩시절부터 수십편의 포르노를 섭렵한 덕택에 웬만한 포르노 용어는 거의 꿰차고 있엇지만, 어찌 애들앞에 그것을 설명해 줄 수 있으랴..?

파르르 떨리는 입술에 식은땀은 비오듯 하고, 게다가 이미 그 단어의 뜻을 파악한 조숙한?녀석들의 키득거리는 웃음까지... 교실안은 이내 난장판으로 변하고 만다..

신의 가혹함인지, 그런 악마같은 뇬한테 천사같은 미소가 덧 씌워져 있어서 그녀는 항상 인기 최고의 미녀였지만, 나한테는 악몽 그 자체였다.

항상 수업전 그녀가 결석했기만을 기도하지만, 수업끝나면 여기 저기 미팅자리로 날아가기 바빴던 쌩 날라리 같은 뇬이, 수업시간만은 빠지는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항상 교실 맨 앞자리에 앉는 그녀는 내가 지나칠 때면 슬며시 스커트 앞자락을 허벅지 까지 끌어올리는 엽기 적인 행동도 서슴치 않았다. 오! 신이시여..

그렇게 그녀의 괴롭힘에 시달리던 어느날, 집에서 쉬고 있는 나에게 선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미경이의 엄마가 학원에 찾아 왔다고 했다.

영문도 모르고 부랴부랴 학원에 도착한 나에게 순간 웬 중년여인의 고성이 터져나왔다. 워낙 흥분해서 말하는 터에 잘 알아들을수 없었지만, 선배와 내가 달래고 달래서 겨우 흥분을 가라않혀 놓고 전해들은 얘기는 뜻 밖이었다.

미경이가 어제 밤 12시가 넘어 술에 취해 들어왔는데, 그걸 보고 놀래서 다그쳐 보니, 오늘이 선생님(나) 생일이라서 애들 몇 명과 우리집에 가서 파티를 했는데 거기서 내가 따라주는 와인 몇잔을 먹었더니 취했다고 말하더란다.

그녀는 물었다. 그것이 사실이냐고... 물론 명백한 거짓이었지만 순간 내입에서 튀어나온 대답은 놀라웠다. "예, 사실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녀는 선생의 자질을 문제삼기 시작했다. 어케 어린 제자와 술을 먹을수 있냐는... '고소'라는 단어까지 거론하며 3 시간이 넘게 이어지던 그녀의 질책과 설교를 내가 참아 낸건 참 가상한 일이었다. 다행히 선배의 설득과 나의 사죄로 그녀를 겨우 겨우 집으로 돌려보낼수 있었다.

욕설을 곁들인 그녀의 폭언도 괴로웠지만, 본질적으로 나를 괴롭힌건, 그런 거짓을 인정한 나 자신에 대한 질타였다. 바보, 등신, 천치, 내 자신이 미웠다.

왜 그랬을까.? 강하고 얄밉게만 보이던 미경이가, 엄마옆에서 조용히 고개 숙이며 지어보이던 그녀의 슬픈눈에 미혹되서 일까..? 끊임없는 자책이 이어졌다.

다음날부터 그녀는 내 눈을 바로 보지 못했다. 그나마 학원을 계속 나오는건 다행이었다.

며칠후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에서 정리를 하던 내게 미경이 찾아왔다. 분홍색 꽃이 수놓아진 쪽지와 카셋트 테잎, 그리고 꽃다발 이었다.

예상대로 쪽지엔 미안함과 감사의 뜻이 담겨있었고, 테입속엔 가상하게도 어떻게 알았는지 내가 가장 즐겨듣던 곡인 stand by your man 이 담겨있었다.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노래를다시 듣기 위해 카셋트에 손을 댈려는 찰라,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내일 7시에 한 카페에서 보자는,,, 그날은 수업을 쉬는 날이었다.

고민도 했지만, 묘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섞인 기분으로 약속장소에 도착해 보니, 그녀는 이미 창가 한구석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복을 입은 그녀는 놀라울정도로 성숙미가 넘쳐났다. 카페안의 누구도 그녀를 미성년자로 보지 못했을 것이다.

묘한 슬픔이 담긴 눈으로 나를 응시하던 그녀가, 돈까스 한그릇을 비우고는 이내 말문을 열었다
.
미경의 엄마는 취객을 상대하는 소규모 룸카페 마담이었다. 그녀는 가정불화로 남편과 헤어진후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한다.

자세한 내막은 알수 없었지만 분위기로 보아 미경의 아빠에게 죄가 있는 것 같았고, 그럼에도 아비에 대한 그리움을 견딜수 없었던 미경이, 그 날 아빠를 몰래 만나서 저녁을 함께한후, 슬픔을 이기지 못해 혼자 술을 먹고 귀가 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직업상 새벽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기에 들킬 것을 염려하지 않았는데, 그날따라 하필 엄마가 일찍 집에 돌아왔었던 거였다.

물론 꾸며낸 이야기일수도 있으나, 그녀의 눈은 진실을 담고 있었고, 그녀의 평소 인상에 비추어, 그녀가 같은 날라리 친구들과 유흘가에서 흥청망청 놀았을 것이라고 판단해 버린 나에게, 그녀의 변명은 사뭇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안개빛 조명아래 비춰진 그녀의 슬픈 눈망울은, 나를 깊은 상념에 젖게 만들었다.

결국 나는, 본분을 잊고 그녀와 술자리를 하게 돼었다. 물론 그녀에겐 음료수만 권했지만...(그럼에도 결국 그녀석은 소주를 반병이나 마셔버렸다.)

시계는 어느덧 11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택시를 잡아타고 집압까지 바래다준 나에게 미경은 자기의 집에 들어와 줄 것을 간청했다. 지금 집이 비어있는게 확실하다며..

완곡하게 거부하는 나에게 그녀는 엄마에게 다시 거짓을 말하겠다는 협박을 해왔고, 결국 나는 그녀의 강요에 굴복해야만 햇다.

풋풋한 틴에이저의 향기가 가득 배인 자신의 방으로 나를 끌어들인후 그녀는, 글라스 가득담긴 양주를 들고서 내 옆에 살포시 몸을 기대왔다.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은 내 살갗을 지속적으로 자극했고, 그녀의 향기에 도취된 나에게, 그녀는 더 이상 제자가 아닌 여성으로 느껴졌다.

아뿔싸, 나는 그녀에게 색욕을 느낀 것이다, 당혹스러운 그 감정을 추스리기도 전에, 그녀의 가쁜 심장박동이 내게 전해져 왔고, 그녀가 내뱉는 뜨거운 숨결은 내 본능을 일깨웠다. 내가 마지막 잔을 입에서 뗄무렵, 나는 내게 남아있던 마지막 이성의 제어력을 상실해 버렸다,

그녀가 내게 입술을 포개어 온 것이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대쉬에 나는 이렇다할 대항도 못해보고 침대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녀는 용감하게도 내 손을 그녀의 가슴에 갖다대더니 자신의 손으로 포개어 문지르고 있었다. 그녀의 앙증맞은 젖무덤을 손으로 느끼는 짜릿한 감촉에 나의 분신은 주체할수 없이 솟아올랐고, 그런 나의 중심부에 그녀는 살며시 손을 얹어왔다.

내 인생 최대의 비도덕이 자행되는 순간, 신의 가호였을까..? 나는 내게 남은 마지막 이성의 흔적을 끌어올려 과감히 그녀를 밀쳐냈고, 그것은 그녀의 따뜻한 혀가 내 입속을 막 침범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놀란표정, 아니 어찌보면 너무나 차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를 냉정히 뒤로하고,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밖으로 내달렸고, 어느덧 집에 돌아와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할수 있었다.

천박하기만한 나에게, 그나마 그러한 이성이 남아있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며칠간의 자책감과 번뇌에 시달리며 나는, 신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그 뒤로 학원에 나갈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다. 그녀의 얼굴을 다시 볼 자신도 없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연히 그녀와 내가 같이 주점에 있었던 것을 목격했던 같은 반 아이가, 그것을 학원내에 소문내 버렸기 때문이다.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았으나 다행히 학원을 사퇴하는 것 만으로 그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물론 선배의 도움이 컸지만....) 서서히 잊혀져 갔다. 미경이도 그후로 학원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상처를 씻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처의 꺼풀이 벗겨져 갈수록 미경의 거취에 대한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라는...

하지만 그녀의 흔적을 찾아보려 애쓰진 않았다. 나는 철이 들어가고 있었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무게가 더해져옴에 따라 그녀의 존재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질 무렵, 어느날이었다. 작년 가을의 일이다.

전날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을 퍼서 인지, 대낮부터 잠자리에 들었고, 일어나보니 시계는 자정을 가리키고 있었다. 체질상 한번 잠이 깨면 여간해선 다시 잠들지 못하는 지라, 샤워 후 버릇처럼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담배가 떨어진 걸 알아차린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독한 골초인 나는 담배를 사기위해 동네를 뒤졌으나 그 시각에 문을 연 가게는 없었다.그 때 머리에 떠오른건 게임방이었고, 담배만 사고 나가기가 웬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그냥 게임이나 할겸, 겜방에 자리를 잡았다
.
게임에 몰두해 있는 도중, 문득 옆자리에서 보내는 시선이 느껴졌고, 슬며시 고개를 돌려보니, 옆모습 만으로도 꽤나 미인임을 짐작할수 있는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 후 몇분간 그녀와 나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그녀의 시선을 느껴 고개를 돌릴라치면, 어느샌가 그녀의 시선은 모니터를 향해 있곤 했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서 그녀에게 물었다. " 혹, 저를 아시는 분인가요.?"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후 그녀가 내 쪽으로 얼굴을 향하는 순간, 내 기억의 저편에서 터질듯한 심장박동을 보내왔다. 그녀는 바로 미경이었다. 비록 세월의 흔적으로 많이 변하긴 했으나, 특유의 색스러움과 청초함을 함께 지닌 그녀의 얼굴을 나는 바로 알아 볼수 있엇다.

그녀는 나에게 부끄러움이 담긴 약간의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나는 그녀의 손에 이끌려 겜방을 나왔고, 그녀는 그런 내게 살포시 어깨를 기대 왔다. 예전의 느낌이 되살아 났다. 비록 우리 둘다 변했지만, 그 순간의 아릿함 만은 변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깨에 기댄 그녀의 얼굴에 눈물이 감돌고 있음을 알수 있었다.

택시를 타고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으려 했으나, 그녀는 굳이 강변으로 갈 것을 원했고, 할수 없이 캔맥주 몇 개를 싸 들고 고수부지로 갔다. 무척이나 쌀쌀한 가을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었다.

서로 말 없이 한동안 한강의 야경에 취해 있다가, 이윽고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온 삶의 여정은 짧지만, 꽤나 고단한 것이었다.

비록 놀기를 좋아했으나, 그만큼 총명했던 그녀는 재수 끝에 원하던 대학에 합격을 하였으나. 2학년 무렵 엄마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다.

그녀는 돌파구로 결혼을 선택했고, 대학 동기이던 그녀와 남편은, 그러나 얼마안가 헤어지게 되었고, 상실감을 극복코자 다시 학업을 잇기를 희망했던 그녀는, 학비를 벌기 위해 다니던 법률 사무소 직원과 재혼을 하게 되었으나, 얼마간의 행복은 그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과 더불어 막을 내리게 되엇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그녀는 한마디로 '팔자가 센'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으나, 20대 중반의 그녀의 얼굴엔 어느새 그러한 삶의 궤적이 그려져 있었다.
짙은 담배연기와 함께 회한의 눈물을 뿌리던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 엄마에게 억척스런 생활력을 물려받은 덕택에 그녀는 학업을 마칠수 있었고, 과거를 망각하기 위해, 그리고 그녀의 새로운 삶을 위해 유학길에 오를 예정이라고 하였다.

이미 수속도 마친 상태고, 그곳엔 그녀가 의지할수 있는 마지막 기둥인 아빠가 있는 곳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잊었다고 다짐하던 그녀에게 어느 순간부터 나의 얼굴이 떠오르기 시작했고, 그것이 간절한 그리움으로 바뀌자 어느 순간 나를 찾아 나섰다고 했다.

다행히 그 후로 주소이전이 없었던 덕택에 쉽게 우리집 주소를 알수 있었고, 우리 집에 전화를 걸어 지금의 내가 혼자 살고 있는 이곳의 주소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내 집 위치도 확인하고, 며칠 동안 집앞을 서성대기도 했으나, 웬지 직접 대면할 용기가 없어 지금껏 망설였다고 한다. 오늘도 결국 밤늦도록 집압을 서성이다, 밤이나 새워볼 요량으로 근처 겜방에 들어 갔는데 우연히 내가 그곳에 들어갔던 것이다.

나의 위로에 어느덧 발랄함을 되찾은 그녀는 내 이야기도 듣기를 원했고, 나도 그녀에게 나의 지난 삶을 들려줬다. 그녀의 싱그런 미소에는 예전처럼 천사가 담겨져 있었다.

얼마의 즐거움 속에 우리 둘은 어느덧 택시에 몸을 싣고 우리 집을 향했다. 그 순간은 말이 필요치 않았다. 이제 우리는 둘다 자유인 이었기에 예전과 같은 고뇌도, 번민도 필요없었다.

추악한 육욕이 아닌, 짧지만 아련했던 사랑의 기억으로 어느새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녀의 몸은 뜨겁게 진동했지만 결코 멈추지를 않았다. 내 생애 최고의 열락이었으며, 그것은 내 생애 최고의 비도덕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바뀌어 가는 순간이었다.

한번의 열락이 끝났으나 그녀의 젖은 몸은 이내 놀라운 탄력과 부드러움으로 내몸을 다시금 조여왔으며, 결국 그 사랑의 몸부림은 밤이 새도록 지속됐다. 우리 둘다 마치 인생의 모든 에너지를 한번에 쏟아 붓는 듯 했다.

격정의 의식은 삼일간이나 이어졌다. 우리는 밤낮으로 서로의 몸을 탐험했고, 서로의 진실을 확인하고 쏟아내었다. 그녀는 행위 내내 자기를 사랑했냐고 끊임없이 되물었고, 그것은 어쩌면 나또한 간절히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말이기도 했다. 그 동안 내 삶을 짓눌렀던, 그러나 정체를 몰랐던 답답함이 씻겨 내려가는 순간 이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채, 또 그 소중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우리는 헤어졌다. 그녀는 결국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났고, 나 또한 그녀를 잡지 않았다.

그녀에겐 나보다 새로운 삶이 더 필요했고, 나 또한 둘이서는 이룰수 없는 나만의 삶의 목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둘 사이에 아직 정해진 미래는 없다.

그녀와 나는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고 있으며, 그 때마다 식지않은 열정을 확인해 보곤한다. 그러나 이별이 없는 만큼 정해진 약속 또한 없다. 그녀가 새로운 삶에 성공적인 첫발을 디딜 무렵, 나 또한 그녀를 놓아주려 할런지는 그 누구도 알수 없다.

나는 오늘도 내 방에 남아 있는 그녀의 향기를 느끼며, 내 기억의 언덕너머 그녀와 마주한다.



***)글을 쓸 때 마다 느끼는 점은 필력의 한계와 더불어 작가님들에 대한 존경입니다.
체험된 경험을 풀어내는 것이 이토록 힘든데, 창작의 고통은 얼마나 클지 추론할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양심으로 가감없는 진실임을 고하며, 그녀의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음을 밝힙니다.
긴 글 읽어주신 것에 머리숙여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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