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사랑했습니다 - 2부 4장
작성자 정보
- youtube링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5,288 조회
-
목록
본문
다음날은 주말이라 학교수업이 없었다. 늦게까지 자고 주희와 늦은 아침을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열고 들어가자 수연이가 손을 허리에 턱 얹고 날 노려본다. 헙...
"잘한다~ 외박도 모자라서 점심때가 다되서 들어오시네~"
"어? 학교 안갔어?"
"치~ 오늘 놀토잖아~"
"아~ 글쿠나~헤헤 미안해. 일찍 들어올랬는데.."
"음~~ 그건 그렇구, 지금까지 뭐하다 온거야?"
"어... 그게.. 학교에 일이 있어서.."
"학교에 무슨일이 있는데 밤샘을 해?"
"음.. 그게 넌 얘기해도 잘 모를꺼야"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얘기해봐~ 뭐했는데?"
허걱... 오늘따라 얘가 왜이리 집요하지.. 미치겠네.. 여자랑 있었다고 할수도 없고..
"아~ 담주에 너 생일이지? 뭐 받고싶은거 없어?"
"이봐이봐~ 말돌리는거~ 분명 뭔가 있어~~ 뭐야뭐야~ 빨리 말해~~"
"있긴 뭐가 있다고 자꾸 그러냐~ 밤새 일하다 왔구만.. 아~ 피곤하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일을하긴 했잖아.. 밤일..ㅋㅋㅋ;
"근데 밤새 일하다 왔다는 사람이 왜그렇게 깔끔한건데? 샤워도 한거 같은데?"
헉.. 아침에 호텔에서 샤워했지..
"아~ 그건 오다가 피곤해서 사우나가서 잠깐 샤워만하고 왔어~ ㅎㅎ;"
"음... 아무래도 여자랑 있었던거 같은데..."
"여자는 무슨..ㅎㅎㅎ"
"저봐저봐~ 저 어색한 웃음~ 여자랑 있었다면 누가 잡아먹나~"
"ㅎㅎㅎ;;...."
"암튼 난 친구랑 약속있어서 나가야된다. 밥 차려놨으니까 챙겨먹고~"
"그래~ 재밌게 놀고~ 용돈은 있어?"
"피~ 이봐이봐~ 찔리는게 있으니까 용돈까지 준다고하구~ 그정도는 나도있어~ 나도 외박이나 해야지~"
ㅡㅡ;
수연이가 나가고 난 잠에 빠져들었다. 밤새 자지도 못하고 주희에게 시달렸더니 온몸이 나른하다..
한참 단잠을 자다 폰소리에 깼다.
"여보세요"
"신선생? 나 최진숩니다"
"아~ 최교수님. 어쩐일로"
"자고 있었어요? 이거 내가 잠 깨웠나보네요."
"ㅎㅎ 아닙니다. 일어날때가 됐습니다."
"다행이네요. 다른게 아니라 내가 오늘 들은 얘기가 있어서 확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어제일이 최교수님 귀에 들어갔나보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전후사정은 대충 들어서 압니다. 뭐 신선생의 방식에 찬성하는건 아니지만 신성생을 탓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학생이 그런모습을 보여서 담당교수로서 제가 부끄럽습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참았어야하는데.."
"ㅎㅎㅎ 사실 그녀석은 예전부터 버릇이 없어서 저도 한번 벼르고 있었어요. 아무튼 자세한 얘기는 다음주에 학교오면 하겠지만, 이번일은 내가 책임질테니 누가 뭐라하든 신선생은 신경쓰지말고 수업에만 전념해주세요. 아시겠죠?"
"제가 최교수님께 누가 되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ㅎㅎ 아니라니까요~ 그럼 담주에 봅시다."
"예 교수님 들어가십시오"
쩝.. 사건일어난지 하루도 안됐는데 벌써 최교수님 귀에까지 들어갔구만...
월요일... 조금일찍 학교에 가서 최교수님 연구실에 찾아갔지만, 부재중이다. 할수없이 돌아나오는데 누군가 어깨를 탁 친다. 돌아보자 최유진교수가 싱긋 웃고있다.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어라? 전엔 누님이라더니 다시 호칭이 바뀐건가요? 난 누나가좋던데~"
"네? ㅎㅎ 그럼 다시 누나라고 부르죠 뭐~"
"후후~ 커피 한잔 할 시간되요?"
"그럼요. 제가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그럼 제 전용 커피숍으로 안내할께요~ 가요~"
"여기가.. 전형 커피숍?"
"네. 어때요. 멋지죠~ 싸고 맛도 좋고 금방 만들어주고~^^"
"ㅎㅎ 그러네요. 저도 애용해야겠네요"
동전을 넣고 자판기에서 커피 두잔을 빼서 비어있는 벤치에 앉았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드문드문이다.
"저번 금요일에 재밌는일이 있었다면서요? 후후"
"쩝.. 벌써 소문이 쫙 퍼졌나보네요.. 이거 민망하네.."
"첨엔 태우씨가 학생을 개패듯이 두드려팼다길래 정말 놀랬는데 사정 들어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던데요~후후"
"ㅎㅎㅎ;"
"근데 시원한건 시원한건데...."
갑자기 유진누나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말없이 유진누나 얼굴을 바라봤다.
"이런얘기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태우씨도 알고 있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예. 말씀하세요"
"사실 이번일로 최진수 교수님이 좀 난처한 입장이 되셨거든요.. 오지훈 그녀석 배경이 좀 있어요"
사실 어제일로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유진누나의 말은 이어졌다.
"사실 미대 학장이랑 최교수님이 사이가 좋지않아요. 저번 학장선거때도 둘이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했거든요. 학생들은 최교수님을 선호하는데 학장은 재단에서 미는 사람이라 결국 최교수님이 아깝게 학장자리를 놓치셨어요. 학장은 계속 최교수님께 기권을 하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회유했는데 최교수님이 거절하셨어요. 그래서 학장은 최교수님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죠. 사실 학생들도 최교수님을 더 따르니까 기분도 나쁘겠죠.
거기다 이번 특강도 학장이 추천하는 강사랑 최교수님이 추천한 태우씨가 경합이었는데 최교수님 의견이 반영이되서 학장이 벼르고 있었거든요. 사실 이학교에서 특강했다면 지방대학에서 조교수 자리 하나 따내는건 일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자리도 뒷거래가 많아요. 학장이 추천한 사람도 아마 그런 사람이었던거 같구요."
"네...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이다.. 이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거 같다.
"근데 태우씨가 혼낸 오지훈이가 재단 이사장 친척이래요. 재단파인 학장은 올커니하고 최교수님께 책임을 떠넘기려는거 같아요. 지금도 그 문제로 최교수님이 불려가셨어요.."
"..그랬군요.. 저때문에 최교수님이 곤란하시게 됐네요."
"뭐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요. 오지훈 그놈도 큰소리 칠 입장은 못되니까 대충 경고 정도로 넘어갈꺼예요.^^"
커피잔을 비우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 수업시간이 되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다음엔 제대로 식사한번 해요~"
"네~ 다음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마음이 좀 심란해진다. 나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걸릴것도 없지만 나때문에 최교수님이 징계를 받는다면...
수업시간이 다되서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평소와 달리 강의실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대충 살펴보니 시디과 남학생들이 많이 안보이는것같다. 앞자리엔 주희가 예의 그자리에 앉아있었지만, 표정이 밝지못하다. 다른 여학생들도 뭔가 어수선한것이 여기도 소문이 퍼졌나보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했기에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남학생 한명이 손을든다.
"선생님, 질문있습니다"
"예. 뭔가요?"
"저기... 수업과 관련된건 아닌데요.."
"괜찮이나까 말해요"
"흠... 저... 그냥 소문으로 들은건데... 선생님이.. 고등학교 중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강의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질문자도 쭈뼛거린다.
"예. 사실입니다."
순식간에 강의실의 웅성거림이 몇배로 커진다. 질문한 학생은 뭔가 대단한걸 밝혔다는듯이 주변 학생들에게 공치사를 하고있따. 주희도 놀란 표정이다. 씁쓸하다.. 웅성거림이 가라앉을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내가 말없이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자 강의실이 정적에 싸인다.
"다른 질문있습니까? 더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고등학교도 안나오셨는데 어떻게 대학에서 수업을 하실수 있었습니까~~ 좋은 빽이라도 있습니까~~"
뒷자리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들이 놀라서 뒤로 쳐다봤지만, 한무리 남학생들이 자기들끼리 큭큭 거리면서 웃고있을뿐 누가 말했는지 나서지는 않는다.
분위기가 금새 어수선해진다.
"제가..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지금까지 수업을 받는데 애로사항이 있었습니까?"
"......"
강의실이 정적이 돈다.
"없다면 오늘 강의 시작하겠습니다"
가라앉은 분위기속에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나간후 노트북을 챙겨 강의실을 나가는데 열대여섯명의 여학생들이 강의실앞에 기다리고 있다.
"무슨일이죠?"
여학생 한명이 앞으로 나선다.
"선생님... 저희들은 선생님 편이예요. 선생님 수업도 너무 좋구요. 힘내세요~"
뒤에 서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씩 웃음이 났다.
"고마워요."
차로 향하는데 폰이 울린다. 주희다.
"여보세요"
"선생님.. 시간 있으세요.."
"오늘은 좀 피곤하네.. 다음에 얘기하자."
"네..."
"그럼..."
"저기! 선생님!!"
"어?"
"죄송해요.."
"니가 왜 죄송해."
"죄송해요.."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2,3일정도 시간이 흘렀다. 빈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리가 더 비어갔다. 그날은 뒷문으로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면서 모니터를 보고있다.
뭔가해서 다가가는데 나를 본 학생이 깜짝놀라면서 마우스를 잡고있는 애를 툭툭친다. 그제서야 나를 알아본 다른 아이들도 깜짝놀라더니 급하게 보고있던 화면을 닫는다.
"뭔데 그렇게 급하게 닫아?^^"
"아.. 아무것도 아녜요.."
아이들이 급하게 자리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은 어쩔줄 몰라한다.
얼핏봤을때 학교홈피였던거 같은데..
교탁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스크린에 연결하기전에 학교홈페이지에 접속을 해봤다. 홈피 대문 오른쪽 하단에 풀이 하나 생성되있다. 제목은 "고등학교 중퇴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수 있는가"였고 찬, 반으로 나눠놨다. 누구 때문에 이런풀이 생겼는지는 묻지않았도 뻔하다. 결과는 열어보지 않았다. 아니 열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런 풀이 생겼다는 자체가 이미 나에겐 충분히 모욕적이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티는 낼수 없었기에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마치고 학장실을 찾았다.
학장의 시선이 곱지않다.
"무슨일입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지못해 소파에 앉으란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하세요"
나도 오래 말하고 싶지않다.
"예.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강의를 그만둘테니 최교수님께는 불이익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학장은 내 제의가 의외인지 표정이 조금 밝아지는것같다.
"그래요? 흠.. 뭐 당신이 책임을 지고 강의를 그만 둔다면야.."
"오늘이 목요일이니 내일까지 수업을하고 그만두겠습니다."
"좋소. 그렇게합시다. 최교수 문제는 나중에 교수회의에서 언급될 예정이었는데 내 참고하지."
"그럼 전 이만.."
이렇게 수업을 그만두게 된게 찝찝하지만, 속 시원했다. 처음부터 생각도 없었는데 최교수님이 워낙 간곡하게 부탁을하고 형수와의 추억도 있고해서 떠맡았는데 굳이 이런 대접을 받고 최교수님께 누를 끼치면서까지 앉아있고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수연이가 반긴다. 오늘부터 방학이란다.
그러고보니 모레가 수연이 생일이다.
"생일선물 생각해봤어?"
"음.. 글쎄.. 그냥 아빠가 알아서 해줘~"
"그럼, 내일 저녁에 부산으로 여행갈까?"
"와~ 진짜? 일요일날 올라오는거야?"
"아니~ 오랜만에 가는데 한 열흘쯤 놀다올꺼야~"
"근데 아빠 수업은 어쩌구?"
"그건 다른사람이 대신 하기로 했어"
"왜애???? 학생들이 아빠 수업이 마음에 안든대?"
수연이가 눈이 똥그래져서 묻는다.
"ㅎㅎ 그런건 아니구 아빠가 피곤해서 못하겠다고했어. 수업하니까 수연이랑 놀아줄 시간도없고~"
"웅... 정말이야?"
"당연하지~ 이번에 부산내려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회도 배터지게먹고 해운대가서 썬텐도하고 그러자~"
"히히~ 나야 아빠가 집에 있으면 좋지~ 아싸~~~ 내일 수영복 사러 가야겠다~히히히~~"
말은 안했지만 그동안 수연이가 많이 외로웠나보다. 역시 수업을 그만두기로한게 잘한것같다.
문을열고 들어가자 수연이가 손을 허리에 턱 얹고 날 노려본다. 헙...
"잘한다~ 외박도 모자라서 점심때가 다되서 들어오시네~"
"어? 학교 안갔어?"
"치~ 오늘 놀토잖아~"
"아~ 글쿠나~헤헤 미안해. 일찍 들어올랬는데.."
"음~~ 그건 그렇구, 지금까지 뭐하다 온거야?"
"어... 그게.. 학교에 일이 있어서.."
"학교에 무슨일이 있는데 밤샘을 해?"
"음.. 그게 넌 얘기해도 잘 모를꺼야"
"지금 나 무시하는거야? 얘기해봐~ 뭐했는데?"
허걱... 오늘따라 얘가 왜이리 집요하지.. 미치겠네.. 여자랑 있었다고 할수도 없고..
"아~ 담주에 너 생일이지? 뭐 받고싶은거 없어?"
"이봐이봐~ 말돌리는거~ 분명 뭔가 있어~~ 뭐야뭐야~ 빨리 말해~~"
"있긴 뭐가 있다고 자꾸 그러냐~ 밤새 일하다 왔구만.. 아~ 피곤하다~~"
말이야 바른말이지 일을하긴 했잖아.. 밤일..ㅋㅋㅋ;
"근데 밤새 일하다 왔다는 사람이 왜그렇게 깔끔한건데? 샤워도 한거 같은데?"
헉.. 아침에 호텔에서 샤워했지..
"아~ 그건 오다가 피곤해서 사우나가서 잠깐 샤워만하고 왔어~ ㅎㅎ;"
"음... 아무래도 여자랑 있었던거 같은데..."
"여자는 무슨..ㅎㅎㅎ"
"저봐저봐~ 저 어색한 웃음~ 여자랑 있었다면 누가 잡아먹나~"
"ㅎㅎㅎ;;...."
"암튼 난 친구랑 약속있어서 나가야된다. 밥 차려놨으니까 챙겨먹고~"
"그래~ 재밌게 놀고~ 용돈은 있어?"
"피~ 이봐이봐~ 찔리는게 있으니까 용돈까지 준다고하구~ 그정도는 나도있어~ 나도 외박이나 해야지~"
ㅡㅡ;
수연이가 나가고 난 잠에 빠져들었다. 밤새 자지도 못하고 주희에게 시달렸더니 온몸이 나른하다..
한참 단잠을 자다 폰소리에 깼다.
"여보세요"
"신선생? 나 최진숩니다"
"아~ 최교수님. 어쩐일로"
"자고 있었어요? 이거 내가 잠 깨웠나보네요."
"ㅎㅎ 아닙니다. 일어날때가 됐습니다."
"다행이네요. 다른게 아니라 내가 오늘 들은 얘기가 있어서 확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
아.. 어제일이 최교수님 귀에 들어갔나보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도 전후사정은 대충 들어서 압니다. 뭐 신선생의 방식에 찬성하는건 아니지만 신성생을 탓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학생이 그런모습을 보여서 담당교수로서 제가 부끄럽습니다."
"정말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참았어야하는데.."
"ㅎㅎㅎ 사실 그녀석은 예전부터 버릇이 없어서 저도 한번 벼르고 있었어요. 아무튼 자세한 얘기는 다음주에 학교오면 하겠지만, 이번일은 내가 책임질테니 누가 뭐라하든 신선생은 신경쓰지말고 수업에만 전념해주세요. 아시겠죠?"
"제가 최교수님께 누가 되는군요.. 정말 죄송합니다."
"ㅎㅎ 아니라니까요~ 그럼 담주에 봅시다."
"예 교수님 들어가십시오"
쩝.. 사건일어난지 하루도 안됐는데 벌써 최교수님 귀에까지 들어갔구만...
월요일... 조금일찍 학교에 가서 최교수님 연구실에 찾아갔지만, 부재중이다. 할수없이 돌아나오는데 누군가 어깨를 탁 친다. 돌아보자 최유진교수가 싱긋 웃고있다.
"아~ 교수님 안녕하세요"
"어라? 전엔 누님이라더니 다시 호칭이 바뀐건가요? 난 누나가좋던데~"
"네? ㅎㅎ 그럼 다시 누나라고 부르죠 뭐~"
"후후~ 커피 한잔 할 시간되요?"
"그럼요. 제가 한잔 대접하겠습니다"
"그럼 제 전용 커피숍으로 안내할께요~ 가요~"
"여기가.. 전형 커피숍?"
"네. 어때요. 멋지죠~ 싸고 맛도 좋고 금방 만들어주고~^^"
"ㅎㅎ 그러네요. 저도 애용해야겠네요"
동전을 넣고 자판기에서 커피 두잔을 빼서 비어있는 벤치에 앉았다. 방학이라 학생들이 드문드문이다.
"저번 금요일에 재밌는일이 있었다면서요? 후후"
"쩝.. 벌써 소문이 쫙 퍼졌나보네요.. 이거 민망하네.."
"첨엔 태우씨가 학생을 개패듯이 두드려팼다길래 정말 놀랬는데 사정 들어보니까 속이 다 시원하던데요~후후"
"ㅎㅎㅎ;"
"근데 시원한건 시원한건데...."
갑자기 유진누나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말없이 유진누나 얼굴을 바라봤다.
"이런얘기 해야하는건지 모르겠지만 태우씨도 알고 있는게 좋을거 같아서요."
"예. 말씀하세요"
"사실 이번일로 최진수 교수님이 좀 난처한 입장이 되셨거든요.. 오지훈 그녀석 배경이 좀 있어요"
사실 어제일로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유진누나의 말은 이어졌다.
"사실 미대 학장이랑 최교수님이 사이가 좋지않아요. 저번 학장선거때도 둘이 마지막까지 엎치락뒤치락 했거든요. 학생들은 최교수님을 선호하는데 학장은 재단에서 미는 사람이라 결국 최교수님이 아깝게 학장자리를 놓치셨어요. 학장은 계속 최교수님께 기권을 하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회유했는데 최교수님이 거절하셨어요. 그래서 학장은 최교수님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죠. 사실 학생들도 최교수님을 더 따르니까 기분도 나쁘겠죠.
거기다 이번 특강도 학장이 추천하는 강사랑 최교수님이 추천한 태우씨가 경합이었는데 최교수님 의견이 반영이되서 학장이 벼르고 있었거든요. 사실 이학교에서 특강했다면 지방대학에서 조교수 자리 하나 따내는건 일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이 자리도 뒷거래가 많아요. 학장이 추천한 사람도 아마 그런 사람이었던거 같구요."
"네... 그렇군요.."
몰랐던 사실이다.. 이거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한거 같다.
"근데 태우씨가 혼낸 오지훈이가 재단 이사장 친척이래요. 재단파인 학장은 올커니하고 최교수님께 책임을 떠넘기려는거 같아요. 지금도 그 문제로 최교수님이 불려가셨어요.."
"..그랬군요.. 저때문에 최교수님이 곤란하시게 됐네요."
"뭐 그래도 너무 걱정하진 마요. 오지훈 그놈도 큰소리 칠 입장은 못되니까 대충 경고 정도로 넘어갈꺼예요.^^"
커피잔을 비우자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전 수업시간이 되서 이만 가봐야겠네요. 다음엔 제대로 식사한번 해요~"
"네~ 다음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마음이 좀 심란해진다. 나에게 책임을 묻는다면 걸릴것도 없지만 나때문에 최교수님이 징계를 받는다면...
수업시간이 다되서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평소와 달리 강의실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대충 살펴보니 시디과 남학생들이 많이 안보이는것같다. 앞자리엔 주희가 예의 그자리에 앉아있었지만, 표정이 밝지못하다. 다른 여학생들도 뭔가 어수선한것이 여기도 소문이 퍼졌나보다.
그래도 수업은 해야했기에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남학생 한명이 손을든다.
"선생님, 질문있습니다"
"예. 뭔가요?"
"저기... 수업과 관련된건 아닌데요.."
"괜찮이나까 말해요"
"흠... 저... 그냥 소문으로 들은건데... 선생님이.. 고등학교 중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강의실이 웅성대기 시작한다. 질문자도 쭈뼛거린다.
"예. 사실입니다."
순식간에 강의실의 웅성거림이 몇배로 커진다. 질문한 학생은 뭔가 대단한걸 밝혔다는듯이 주변 학생들에게 공치사를 하고있따. 주희도 놀란 표정이다. 씁쓸하다.. 웅성거림이 가라앉을때까지 말없이 기다렸다. 내가 말없이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자 강의실이 정적에 싸인다.
"다른 질문있습니까? 더 궁금한거 있으면 물어보세요"
"고등학교도 안나오셨는데 어떻게 대학에서 수업을 하실수 있었습니까~~ 좋은 빽이라도 있습니까~~"
뒷자리에서 누군가 소리친다. 앞자리에 앉아있던 여학생들이 놀라서 뒤로 쳐다봤지만, 한무리 남학생들이 자기들끼리 큭큭 거리면서 웃고있을뿐 누가 말했는지 나서지는 않는다.
분위기가 금새 어수선해진다.
"제가.. 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지금까지 수업을 받는데 애로사항이 있었습니까?"
"......"
강의실이 정적이 돈다.
"없다면 오늘 강의 시작하겠습니다"
가라앉은 분위기속에 수업이 끝났다.
학생들이 나간후 노트북을 챙겨 강의실을 나가는데 열대여섯명의 여학생들이 강의실앞에 기다리고 있다.
"무슨일이죠?"
여학생 한명이 앞으로 나선다.
"선생님... 저희들은 선생님 편이예요. 선생님 수업도 너무 좋구요. 힘내세요~"
뒤에 서있던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씩 웃음이 났다.
"고마워요."
차로 향하는데 폰이 울린다. 주희다.
"여보세요"
"선생님.. 시간 있으세요.."
"오늘은 좀 피곤하네.. 다음에 얘기하자."
"네..."
"그럼..."
"저기! 선생님!!"
"어?"
"죄송해요.."
"니가 왜 죄송해."
"죄송해요.."
통화는 그렇게 끝났다.
2,3일정도 시간이 흘렀다. 빈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고 오히려 자리가 더 비어갔다. 그날은 뒷문으로 강의실로 들어갔는데 학생들이 한곳에 모여 웅성거리면서 모니터를 보고있다.
뭔가해서 다가가는데 나를 본 학생이 깜짝놀라면서 마우스를 잡고있는 애를 툭툭친다. 그제서야 나를 알아본 다른 아이들도 깜짝놀라더니 급하게 보고있던 화면을 닫는다.
"뭔데 그렇게 급하게 닫아?^^"
"아.. 아무것도 아녜요.."
아이들이 급하게 자리로 돌아가고 그 자리에 앉아있던 학생은 어쩔줄 몰라한다.
얼핏봤을때 학교홈피였던거 같은데..
교탁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스크린에 연결하기전에 학교홈페이지에 접속을 해봤다. 홈피 대문 오른쪽 하단에 풀이 하나 생성되있다. 제목은 "고등학교 중퇴자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수 있는가"였고 찬, 반으로 나눠놨다. 누구 때문에 이런풀이 생겼는지는 묻지않았도 뻔하다. 결과는 열어보지 않았다. 아니 열어볼 필요도 없었다. 이런 풀이 생겼다는 자체가 이미 나에겐 충분히 모욕적이다.
그래도 학생들에게 티는 낼수 없었기에 평소처럼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마치고 학장실을 찾았다.
학장의 시선이 곱지않다.
"무슨일입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마지못해 소파에 앉으란다.
"바쁘니까 용건만 간단히 말하세요"
나도 오래 말하고 싶지않다.
"예.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강의를 그만둘테니 최교수님께는 불이익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학장은 내 제의가 의외인지 표정이 조금 밝아지는것같다.
"그래요? 흠.. 뭐 당신이 책임을 지고 강의를 그만 둔다면야.."
"오늘이 목요일이니 내일까지 수업을하고 그만두겠습니다."
"좋소. 그렇게합시다. 최교수 문제는 나중에 교수회의에서 언급될 예정이었는데 내 참고하지."
"그럼 전 이만.."
이렇게 수업을 그만두게 된게 찝찝하지만, 속 시원했다. 처음부터 생각도 없었는데 최교수님이 워낙 간곡하게 부탁을하고 형수와의 추억도 있고해서 떠맡았는데 굳이 이런 대접을 받고 최교수님께 누를 끼치면서까지 앉아있고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자 수연이가 반긴다. 오늘부터 방학이란다.
그러고보니 모레가 수연이 생일이다.
"생일선물 생각해봤어?"
"음.. 글쎄.. 그냥 아빠가 알아서 해줘~"
"그럼, 내일 저녁에 부산으로 여행갈까?"
"와~ 진짜? 일요일날 올라오는거야?"
"아니~ 오랜만에 가는데 한 열흘쯤 놀다올꺼야~"
"근데 아빠 수업은 어쩌구?"
"그건 다른사람이 대신 하기로 했어"
"왜애???? 학생들이 아빠 수업이 마음에 안든대?"
수연이가 눈이 똥그래져서 묻는다.
"ㅎㅎ 그런건 아니구 아빠가 피곤해서 못하겠다고했어. 수업하니까 수연이랑 놀아줄 시간도없고~"
"웅... 정말이야?"
"당연하지~ 이번에 부산내려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회도 배터지게먹고 해운대가서 썬텐도하고 그러자~"
"히히~ 나야 아빠가 집에 있으면 좋지~ 아싸~~~ 내일 수영복 사러 가야겠다~히히히~~"
말은 안했지만 그동안 수연이가 많이 외로웠나보다. 역시 수업을 그만두기로한게 잘한것같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