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 1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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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2주 정도 다녀와야겠다.”
원래 가끔 외국 출장을 다녀오시곤 했기 때문에, 아빠의 미국 출장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갑작스럽게 가게 된 그 출장이 공식적 업무 외 다른 필요에 의해 결정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미 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했다. 잠시 멈추었던 누나의 숟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어디로 가세요?”
“응, LA 근처 공장에 갔다가 뉴욕에서 누굴 좀 만나서 상의하고 올 거야. 갑자기 스케줄이 생겨서...”
“야... 아빠 좋겠다. 나는 언제나 외국 출장 한 번 보내 주려나?”
선미 누나 말고는 엄마도, 유미 누나도 말이 없었다. 업무 때문이라면 외국 출장 스케줄이 이렇게 갑자기 결정될 리가 없었다. 혹시 유미 누나의 생모가 그간 뉴욕에 살고 계셨던 건 아닐까? 그리고 아마 아빠가 급히 가셔야 하는 급한 변고가 생긴 건 아닐까? 미국에서 그 편지가 온 게 세달 전이고, 그 편지대로라면 정숙이라는 그 분은 오래 전에 눈을 감았을 테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더 오래 살아 있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유미 누나가 내 방을 노크했다. 누나의 얼굴은 우울해 보였다.
“산책하자.”
“그래, 누나.”
공원을 지나 동네 뒤의 야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에 접어들 때까지 누나는 그저 말없이 걸음만 옮겼고, 나도 누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때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앞에서 산책로를 가로질렀다. 야산에는 사람들이 키우다 내다 버린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며 번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랄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고양이가 사라진 풀숲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쟤네들은 이제 완전히 야생 고양이가 됐어.”
누나는 대꾸가 없었다. 그녀도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생모가 최근까지 살아있었다는 걸 짐작한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잘 정리되어 왔던 누나의 마음을 다시 출렁거리게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참 나쁘지, 수호야?”
“뭐가?”
“예뻐서 키우던 고양이를 나중엔 귀찮다고 내다버리고...”
“뭔가... 그럴 사정이 있어 그러겠지.”
“사정? 그러면... 고양이한테 설명이라도 해 줘야지.”
설명이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누나의 말투는 전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누나도 참... 고양이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
누나가 다시 앞장 서서 걸음을 옮겼다. 주말이기는 해도 아파트가 없는 동네라 산책로는 한적하기만 했다. 야산 중턱의 공터에는 내가 아침마다 뛰어와 운동을 하는 철봉이나 평행봉 같은 시설이 있었고, 거기가 가로등이 켜진 마지막이었다. 거기까지 걸어간 누나가 되돌아서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 고양이를 생각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었다.
“왜 못해?”
“뭘?”
“설명 말야. 왜 설명을 못해?”
“나 참, 고양이가 사람 말을 어떻게 알아?”
“그래도 해 줘야지! 이제 왜 같이 살지 못하는지... 그리고 사과도 해야지!”
누나의 말투는 격앙되어 있었고, 그제서야 나는 누나가 고양이에 자신을 비춰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누나 말이 맞아. 설명해 줘야지... 미안하다고도 하고...”
나를 노려보는 누나의 눈에 가로등에 반짝거리는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내 품에 끌어안았다. 코를 훌쩍거리는 것을 신호로 누나의 어깨가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누나가 왜 그러는지 이유는 뻔했지만, 그래도 내가 누나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해, 불필요한 질문을 했다.
“왜 이래, 누나? 무슨 일 있어?”
“나.... 떠나지 마....”
“떠나다니?”
“나... 절대 떠나면 안돼... 너는...”
“알았어. 안 떠날게. 그만 울어, 누나.”
그렇게 쉽게 약속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벌써 두 번째 나는 누나에게 무책임한 약속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게 그녀에게 위안이 되었는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던 누나의 흐느낌이 멈추고, 그녀의 두 팔이 내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나.. 우습지?”
“응, 꼭 떼쓰는 어린애 같았어.”
“너 나쁜 놈이야.”
“뭐가?”
“응큼한 생각.. 하고 있잖아?”
면목없게도 어느새 고추가 발딱 일어서서 누나의 아랫배를 밀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누나의 어깨를 감고 있던 팔을 슬며시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쓸데없는 생모 때문에 우울해 하는 것보다는, 그때의 누나에게도, 차라리 짓궂은 수작이 더 도움이 되어 보였다.
“좀 더듬어 볼까, 아가씨? 흐흐흐.”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 융기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누나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탱탱한데? 크크...”
“너 꼭 치한 같다.”
“나 치한 맞아.”
그 장난이 마음에 들었는지 누나도 손을 내려 내 엉덩이를 더듬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래, 누나?”
“너만 챙피하지... 나는 얼굴이 안보이니까 괜찮아. 하하하.”
그 장난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옆집 사람들을 대충은 다 아는 동네라서 누구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이상한 소문이 날 게 분명했다.
“그만 내려가자, 누나.”
“치한치고는... 허약하네.”
내려가는 길에도 누나는 내게 팔짱을 끼고 몸을 찰싹 붙여왔다.
“누나 이러다 혼삿길 막히면 어쩌려고 그래?”
“나 결혼 안하려고.. 혼자 살지 뭐. 이 남자, 저 남자 찝적거리면서...”
일요일인 다음 날, 선미 누나는 운전사로, 나는 짐꾼으로 아빠를 공항까지 배웅해 드렸다. 건강 조심하시라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인 척 하던 선미 누나의 태도는 아빠가 출국장으로 들어가시자마자 순식간에 돌변했다.
“수호 너는 리무진 타고 가라.”
“왜? 같이 가지?”
“응, 나 약속이 있어서...”
그럴테지... 휴일인데 어련하시려고...
“알았어, 먼저 가. 나 공항 구경 좀 하고 갈게.”
“저녁에 보자.”
김포공항은 국제선 공항으로서의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은 때였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그 국제선 청사는 너무나 비좁아 보였다. 먹고 살만 한 건지 왜 그렇게 외국에 놀러가는 사람이 많은지... 그 바글거리는 소란을 피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내 눈에 이제 막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듯, 유니폼을 입고 줄을 지어 걸어 나오는 승무원들이 보였다.
‘작은 엄마네?’
역시 예뻤다. 숙모는... 유니폼 때문에 다 똑같아 보이는 승무원들 중에서도 유독 튀어보이는 그녀... 반가운 마음에 청사를 벗어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다른 승무원들과 인사를 나눈 그녀는 리무진을 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집에 가려면 리무진을 탈텐데... 저런 차림으로 다른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청사의 경계 끝까지 그녀를 따라가던 내 발걸음이 딱 멈췄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맨 앞쪽에 세워진 승용차에 그녀가 올라탄 것이다. 작은 아빠의 차가 아닌데?
부랴부랴 택시 승강장으로 달려가 줄을 선 사람들의 양해를 구할 틈도 없이 바쁜 척을 하며 택시에 올라탔다. 공항을 빠져 나가면서 그 승용차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 차 따라가 주세요.”
사실 절반은 장난이었다. 숙모를 본 지도 오래되고 해서, 만약 그녀가 다른 약속이 있어 간 거라면, 택시를 돌려 그녀의 집에 먼저 가서 기다릴 셈이었다. 하지만 그 승용차의 방향은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약속이 있었다면 서울 쪽이지, 김포나 일산 쪽에 잡을 리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짙은 선팅 때문에 잘 분간되지는 않지만, 숙모 외에 그 차에는 운전하는 남자 뿐이었다.
“애인이가 보지?”
기사 아저씨는 내가 변심한 애인을 뒤쫓는 것으로 착각하고 계셨고, 나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라 아저씨의 생각이 맞다는 듯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어 주었다. 숙모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하지만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었다. 큰 길을 벗어난 그 승용차는 유치한 궁전처럼 지어진 모텔 몇 개가 있는 쪽을 향하더니, 차양이 쳐진 주차장 입구를 통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봐도 그 모텔에 남녀가 만나 건전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부대 시설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작은 엄마가 그 시간에 남자랑 단둘이 그런 모텔에 들어갈 만한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저기는... 가면 뭐하는 덴 가요?”
“뭐하겠어? 쯧쯧.”
“그냥 얘기하러 가는 데는 아니죠?”
“그냥, 잊어 버려. 세상에 여자가 한 둘인가?”
엄밀히 내 일도 아니고, 내 여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억울한지...
“내릴껀가?”
“아뇨. 죄송한데 전철 다니는 데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예전의 나 같으면 내 눈에 천사처럼 보이던 숙모의 비행을 보고 심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을 테지만, 그저 놀랍기만 할 뿐 마음 속에 티끌만한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아차피 삼촌도 마찬가지니, 작은 엄마도 그다지 잘못한 게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따로 따로 상대를 찾을 거라면, 유미 누나 말대로 차라리 그냥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게 더 편할텐데...
숙모를 마지막으로 보던 날 그녀와 했던 장난이 기억났다. 속옷을 벗고 내 시선을 유도하던 그녀의 야릇한 표정... 어쩌면 그때 나를 유혹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미 할아버지의 팔순 잔치가 있던 때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질퍽하게 좆물을 쏟아낸 적이 있었으니, 그녀도 내가 귀여운 시조카로 보기에는 너무나 커버렸다는 걸 알았을 텐데...
[작은 아빠, 저예요.]
[수호냐? 그래 잘 있었니?]
[잘 계셨죠?]
[응, 무슨 일이냐?]
[오늘 집에 계세요? 놀러갈까 하는데...]
[아니, 좀 바빠서 학교에 나왔어. 여기와도 너랑 못 놀아줄 것 같은데...]
[그럼, 뭐 다음에 뵙죠.]
[그래 미안하다. 집에 가 봐. 아마 네 작은 엄마는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다.]
[조금 있다 한 번 들르던지 할게요.]
숙모의 불륜을 보고나자 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다른 남자와 정사를 하고 돌아온 숙모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은 짓궂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 그 길로 숙모의 아파트를 향했다. 피시방에 들러 시간을 때우고 그녀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데, 때마침 택시에서 내리는 숙모... 그녀의 치밀성에 웃음이 나왔다. 분명 이 근처 언저리까지는 그 남자가 데려다 줬을 텐데...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도 모텔에 두 시간 이상은 있은 것이다.
“어머, 도련님!”
“작은 엄마!”
“저 보러 왔어요?”
“네. 잘 계셨죠?”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는 그녀의 태도가 신기했다. 그녀의 얼굴과 유니폼, 어디를 봐도 조금 전까지 남자와 뒹군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아직 식사 안하셨죠?”
“네. 같이 먹어요.”
“나가서 사먹어요. 제가 낼게요. 요즘 부자거든요.”
“어머, 세상에. 도련님한테 식사대접을 받다니...”
그녀가 나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혹시 나를 조카보다는, 남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흐흐흐, 상상은 자유니까, 뭐.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긴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듯 유난히 짧은 원피스 스커트... 그녀가 남자랑 무슨 짓을 했어도, 내 눈에는 역시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어때요, 도련님. 괜찮아요?”
“유부녀가 그렇게 예쁘게 입어도 되는 거예요?”
“도련님이랑 데이트하는데 대충 입을 수는 없잖아요. 저 작은 아빠한테 전화 한 통화 하고요.”
아파트에서 한 블럭만 건너자 네온이 번쩍거리는 상가가 나왔다. 양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밥집들...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싼 걸 골라 주겠다더니, 그 중에 가장 비싸 보이는 횟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나도 지갑에 있는 지폐의 숫자를 가늠해 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도련님, 능력 되겠어요?”
“맘대로 다 드세요. 거덜나면 또 벌죠, 뭐.”
“호호호, 외국 나갔다오면 회 한점에 소주가 제일 생각나요.”
나도 잘 먹는 편이지만, 그녀의 식욕도 엄청났다. 우리 집에 와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식욕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시댁 식구 앞이라서 얌전 빼느라 그런 건가? 소주를 곁들어 가며 정신없이 입에 생선조각을 집어 넣는 그녀가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아아, 배불러. 이젠 예전처럼 많이 먹질 못하겠어요.”
“접시는 안 드세요?”
“호호호, 도련님 눈에 제가 돼지로 보였나 봐요.”
“그렇게 드시고도 살 안찌는 거 보면 신기해요.”
그녀가 귀엽게 눈을 흘겼다.
“제가 살 없는 거... 어떻게 알고 있죠, 도련님? 혹시 보기라도 하셨어요?”
“본 것도 같고... 만져본 것도 같고.. 그래요.”
“이상하다... 아랫배는 안보여 준 것 같은데...”
“거기만 빼고요.”
야릇한 대화의 내용 때문에 자지가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유쾌하게 대하는 걸까?
“큰 누나는 날짜 잡았다면서요?”
“네, 한 달쯤 남았어요.”
“섭섭하겠네, 도련님?”
“뭐... 그다지 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큰 누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작은 누나는 애인 없대요?”
작은 누나의 애인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내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만, 한 번도 그 실체를 확인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잘 모르겠어요.”
“도련님은? 여자친구 있어요?”
“없어요.”
“어머, 세상에 여자애들이 눈이 삐었지. 도련님 같은 남자를 내버려 두다니...”
“비행기 탄 것처럼 어지러워요.”
“호호호, 진심인데...”
“사실 제가 싫어요.”
“싫다뇨?”
“제 또래 여자애들... 너무 어리고 이해심도 없고...”
“그럼, 도련님은 연상의 여자한테 관심이 있나 봐요?”
“네.”
“음...몇 살 정도?”
“작은 엄마 나이 정도요.”
“어머나... 도련님 겉늙었구나.”
그녀와의 대화는 그렇게 위태위태해서 재미있었다. 숙모와 조카의 사이에서 점점 남녀 사이로 변해 가다가, 어느 순간 다시 숙모와 조카로 되돌아오는 대화... 그 야릇함.
“작은 엄마는... 애인 없으세요?”
“큰일 날 말씀을...”
“그게 무슨 큰 일이예요? 우리나라 기혼 여자들... 많이 그런다는데...”
“하긴 애인 있다고 해서 벼락 맞는 건 아니네. 호호호.”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집요하게 그녀를 추궁하고 싶은 욕심이 꿈틀거렸지만, 애인이 있다는 대답을 들어봤자 분위기만 어색해질 것 같아,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연하의 남자에 관심 없으세요, 혹시?”
“푸훗, 관심 많아요.”
“나이는 어느 정도?”
“어릴수록 좋아요. 도련님 정도? 호호호!”
역시 짜릿했다. 농담이라는 듯 머리를 젖히고 웃어대고는 있지만 내가 그녀에게 가지는 마음을 그녀도 내게 똑같이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만난 그 남자가 숙모에게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런 질문... 우습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자하고 섹스할 수 있어요, 작은 엄마?”
“도련님, 반칙.”
“뭐가요?”
“대화의 깊이 말예요. 금을 밟은 거예요.”
역시 그녀도 그 야릇함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오늘만 반칙해요. 작은 엄마도...”
“음, 뭐 밥까지 얻어 먹었는데... 좋아요. 뭘 물었더라?”
“사랑하지 않는 남자하고의 섹스, 말예요.”
“할 수 있어요.”
“왜 이렇게 가슴이 뛰죠?”
“하하하, 못 살아. 저도 반칙 하나 할게요.”
“그러세요.”
“아까 제 또래의 여자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네.”
“제 또래 여자하고 섹스해본 적 있어요?”
일부러 소주를 한 잔 마시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망울에 호기심이 가득해 있었다. 빨리 대답을 듣고 싶다는 듯 잔을 내려놓자마자 소주를 부어주는 그녀...
“있어요.”
“세상에... 도련님 순진한 줄 알았더니... 그 여자가 도련님 사랑한대요?”
“아니요... 저보다는 섹스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푸후후, 도련님이 섹스를 잘 한다는 말로 들려요.”
“저도 한번만 더 반칙할게요.”
“네에, 무서워라.”
“작은 아빠 말고... 결혼후에요... 다른 남자랑 섹스해 본 적 있으세요?”
말을 해 놓고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한 숙모와 조카 사이라고는 하지만, 그 질문은 그녀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는 거였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나는 시댁 식구 중의 한 명이었다. 그녀가 당당하게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조금 전에 내 눈으로 확인해 놓고도... 이번에는 그녀가 소주를 한 잔 마셨고, 그 빈 잔을 내가 채워 주었다.
술을 마신 그녀는 턱에 팔을 괴고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잡아떼려고 했다면,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아니요’ 라고 대답하기에는 침묵이 너무 긴 것이다. 내가 그녀의 외도를 목격하지 않았더라도, 그 침묵만으로 짐작할 수 있었을 테니까.
“있어요.”
괜한 질문으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술잔을 내밀자 그녀가 잔을 부딪쳐 왔다. 술잔을 비우고 서로 다시 채워주었지만, 그녀에게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는데... 놀라운 그녀의 재치...
‘쨍그랑!’
“프흐흐흐!”
“하하하!”
그녀의 손에 의해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우리는 정신없이 웃어댔다. 한참을 웃다 겨우 진정하고 나니 횟집의 다른 손님들이 우리를 마치 미친 사람 보듯 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 순간에 그녀는 그런 걸 생각해 냈을까?
“주워요, 도련님. 잘 줍잖아...”
“여기서는... 주워도 별 재미가 없잖아요.”
삼촌이 집에 돌아와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인사나 하고 갈 생각으로 다시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내가 술에 취해서인지 그 날 따라 그녀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그녀도 기분이 좋았는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가는 동안 내내 팔짱을 끼고 가슴을 내 팔에 밀착시켜왔다.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다시 문이 닫히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숙모의 모습이 너무나 육감적이었다. 술기운 때문에 더 붉어진 그녀의 입술이, 술기운 때문에 더 현실감을 잃어버린 내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 대한 내 경외심을 낮추는 데도 한 몫 했다. 가슴이 무섭게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엄마, 반칙 하나 더 할게요.”
“뭔데요?”
한쪽 팔고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나긋하게 따라오는 그녀의 허리...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감겼던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하게 떠지더니, 나를 보기가 두렵다는 듯 이내 질끈 감겼다. 고개를 90도 가까이 틀어 머리를 교차시킨 다음,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뒤덥었다. 무척이나 연한 그녀의 입술이 흡인력을 못이기고 내 입속에 빨려 들어왔다.
“음...음...”
그녀는 나를 밀어내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내 무례를 허용해준 그녀가 얼마나 고맙던지... 자신의 입속에 침입한 내 혀를 그녀가 빨아 주었다. 그 황홀함을 좀더 느끼고 싶었지만, 너무나 빠른 엘리베이터.... 땡~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우리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문이 열릴 때에는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로 멀찍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개의 세모는 어느 것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우리가 내리면 그 자리에 그냥 서 있겠다는 뜻이었다. 숙모의 손가락이 층을 누르는 단추를 향하더니, 20이라는 숫자가 써진 단추를 눌렀다.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세상에... 그녀도 나와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다시 그녀의 몸 위에 내 몸을 포갰다. 허리와 등을 감고 있는 힘껏 그녀를 잡아당기며, 부푼 사타구니를 그녀의 푹신한 아랫배에 비볐다.
“오늘만... 도련님...”
그녀가 두 손으로 내 뺨을 쥐더니 입술을 붙여 왔다. 내 입술을 물고 당기는 그녀... 그녀의 혀가 내 입속으로 들어왔고, 나는 그걸 빼내겠다는 기세로 빨아주었다. 내 손은 어느새 그녀의 스커트 위에 내려가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뭉텅뭉텅 잡히는 탄력... 다시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우리는 서로 떨어졌지만, 마치 싸움이라도 하고 난 듯 둘다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걸어가요, 우리...”
엘리베이터 맞은 편에 있는 계단을 향하는 그녀를 뒤따랐다. 19층으로 내려가려는 그녀의 팔을 내가 붙잡았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나를 그녀가 뒤따랐다. 전등이 고장나 컴컴한 층계참... 그녀를 벽에 몰아 붙여 세우고 다시 입술을 찾자, 그녀도 내 입술을 찾았다. 다시 입술을 붙이고 스커트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허벅지 안쪽 살을 쥐었다. 그녀도 내 혀를 빨아 당김으로써 승낙한다는 표시를 해 주었다.
내 손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순식간에 타고 올라갔다. 손날에 팬티의 질감이 느껴지자 중지를 세워, 금이 갈라져 있을 듯한 부위를 뒤쪽으로 길게 밀었다. 마치 솜이불과 같은 움푹 패이는 느낌.... 두터운 양쪽 살의 윤곽 사이에 중지를 길게 눕히고 좌우로 문질러가며 욕심을 차렸다. 그녀가 숨이 차는 지 입술을 떼냈다.
“아.... 도련님! 헉...헉...”
그녀의 손이 내 사타구니를 더듭어 왔다. 볼록한 융기를 확인하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강하게 기둥 둘레를 손으로 조였다. 나도 미칠 듯 흥분해 있었다. 작은 엄마의 몸을 만지게 되다니... 거친 내 손은 그녀의 음부를 덮은 팬티의 옆을 파고 들어 한쪽으로 밀기 시작했고, 팬티는 끈처럼 말려 한쪽 허벅지와 대음순 사이의 틈으로 밀렸다.
그녀가 한 손으로 내 손목을 쥐어왔다. 하지만 말릴 생각은 없다는 듯, 그 손에는 힘이 없었다. 숙모의 보지... 손가락으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문질러주자, 순식간에 매끈거리기 시작했다. 숙모가 다시 두 손으로 내 뺨을 쥐고 입술을 붙였다. 그녀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세워, 짐작되는 위치로 그 끝을 밀어넣었다.
“으음....! 음...!”
손가락이 그녀의 몸 속 깊숙이 쑤욱 밀려들어갔다. 뜨거운 보짓살이 조이며 반겨 주었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보짓살을 질컥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헤집고 다녔다. 미칠 것 같았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풍성한 유방을 주물러댔지만, 그래도 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두 손으로 그녀의 팬티를 말아 쥐었다.
“하고 싶어요, 작은 엄마...”
“아...안돼, 도련님. 그냥.. 만지기만... 응?”
내 손목을 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미치겠어요.”
“제발... 안돼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팬티를 벗기려는 나와, 벗겨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그녀... 그녀의 등이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바람에 그녀의 팬티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실랑이가 멈추고 우리는 한참 동안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성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이런... 하마터면 강간할 뻔 했네....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주저앉은 숙모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그냥 이렇게만 해요.. 도련님. 나도 도련님이 좋지만... 그래도 제가 숙모잖아요.”
“죄송해요, 작은 엄마.”
“나... 도련님이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절대로... 안할게요. 작은 엄마가 싫어하는 짓은...”
나는 그녀를 일으켜 주었고, 그녀가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 주었다.
“오늘 멋졌어, 도련님.”
원래 가끔 외국 출장을 다녀오시곤 했기 때문에, 아빠의 미국 출장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갑작스럽게 가게 된 그 출장이 공식적 업무 외 다른 필요에 의해 결정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유미 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했다. 잠시 멈추었던 누나의 숟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어디로 가세요?”
“응, LA 근처 공장에 갔다가 뉴욕에서 누굴 좀 만나서 상의하고 올 거야. 갑자기 스케줄이 생겨서...”
“야... 아빠 좋겠다. 나는 언제나 외국 출장 한 번 보내 주려나?”
선미 누나 말고는 엄마도, 유미 누나도 말이 없었다. 업무 때문이라면 외국 출장 스케줄이 이렇게 갑자기 결정될 리가 없었다. 혹시 유미 누나의 생모가 그간 뉴욕에 살고 계셨던 건 아닐까? 그리고 아마 아빠가 급히 가셔야 하는 급한 변고가 생긴 건 아닐까? 미국에서 그 편지가 온 게 세달 전이고, 그 편지대로라면 정숙이라는 그 분은 오래 전에 눈을 감았을 테지만, 어쩌면 생각보다 더 오래 살아 있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유미 누나가 내 방을 노크했다. 누나의 얼굴은 우울해 보였다.
“산책하자.”
“그래, 누나.”
공원을 지나 동네 뒤의 야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에 접어들 때까지 누나는 그저 말없이 걸음만 옮겼고, 나도 누나를 방해하지 않았다. 때마침 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앞에서 산책로를 가로질렀다. 야산에는 사람들이 키우다 내다 버린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며 번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랄 장면은 아니었다. 하지만 누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 고양이가 사라진 풀숲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쟤네들은 이제 완전히 야생 고양이가 됐어.”
누나는 대꾸가 없었다. 그녀도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자신의 생모가 최근까지 살아있었다는 걸 짐작한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껏 잘 정리되어 왔던 누나의 마음을 다시 출렁거리게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참 나쁘지, 수호야?”
“뭐가?”
“예뻐서 키우던 고양이를 나중엔 귀찮다고 내다버리고...”
“뭔가... 그럴 사정이 있어 그러겠지.”
“사정? 그러면... 고양이한테 설명이라도 해 줘야지.”
설명이라고?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누나의 말투는 전혀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누나도 참... 고양이한테 어떻게 설명을 해?”
누나가 다시 앞장 서서 걸음을 옮겼다. 주말이기는 해도 아파트가 없는 동네라 산책로는 한적하기만 했다. 야산 중턱의 공터에는 내가 아침마다 뛰어와 운동을 하는 철봉이나 평행봉 같은 시설이 있었고, 거기가 가로등이 켜진 마지막이었다. 거기까지 걸어간 누나가 되돌아서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때까지 고양이를 생각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었다.
“왜 못해?”
“뭘?”
“설명 말야. 왜 설명을 못해?”
“나 참, 고양이가 사람 말을 어떻게 알아?”
“그래도 해 줘야지! 이제 왜 같이 살지 못하는지... 그리고 사과도 해야지!”
누나의 말투는 격앙되어 있었고, 그제서야 나는 누나가 고양이에 자신을 비춰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 누나 말이 맞아. 설명해 줘야지... 미안하다고도 하고...”
나를 노려보는 누나의 눈에 가로등에 반짝거리는 액체가 고이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내 품에 끌어안았다. 코를 훌쩍거리는 것을 신호로 누나의 어깨가 들먹거리기 시작했다. 누나가 왜 그러는지 이유는 뻔했지만, 그래도 내가 누나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걸 숨기기 위해, 불필요한 질문을 했다.
“왜 이래, 누나? 무슨 일 있어?”
“나.... 떠나지 마....”
“떠나다니?”
“나... 절대 떠나면 안돼... 너는...”
“알았어. 안 떠날게. 그만 울어, 누나.”
그렇게 쉽게 약속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벌써 두 번째 나는 누나에게 무책임한 약속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게 그녀에게 위안이 되었는지, 한참 동안이나 계속되던 누나의 흐느낌이 멈추고, 그녀의 두 팔이 내 허리를 감아 당겼다.
“나.. 우습지?”
“응, 꼭 떼쓰는 어린애 같았어.”
“너 나쁜 놈이야.”
“뭐가?”
“응큼한 생각.. 하고 있잖아?”
면목없게도 어느새 고추가 발딱 일어서서 누나의 아랫배를 밀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누나의 어깨를 감고 있던 팔을 슬며시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쓸데없는 생모 때문에 우울해 하는 것보다는, 그때의 누나에게도, 차라리 짓궂은 수작이 더 도움이 되어 보였다.
“좀 더듬어 볼까, 아가씨? 흐흐흐.”
내 손이 그녀의 엉덩이 융기 위를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누나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
“탱탱한데? 크크...”
“너 꼭 치한 같다.”
“나 치한 맞아.”
그 장난이 마음에 들었는지 누나도 손을 내려 내 엉덩이를 더듬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어떡하려고 그래, 누나?”
“너만 챙피하지... 나는 얼굴이 안보이니까 괜찮아. 하하하.”
그 장난을 계속하고 싶었지만, 옆집 사람들을 대충은 다 아는 동네라서 누구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이상한 소문이 날 게 분명했다.
“그만 내려가자, 누나.”
“치한치고는... 허약하네.”
내려가는 길에도 누나는 내게 팔짱을 끼고 몸을 찰싹 붙여왔다.
“누나 이러다 혼삿길 막히면 어쩌려고 그래?”
“나 결혼 안하려고.. 혼자 살지 뭐. 이 남자, 저 남자 찝적거리면서...”
일요일인 다음 날, 선미 누나는 운전사로, 나는 짐꾼으로 아빠를 공항까지 배웅해 드렸다. 건강 조심하시라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인 척 하던 선미 누나의 태도는 아빠가 출국장으로 들어가시자마자 순식간에 돌변했다.
“수호 너는 리무진 타고 가라.”
“왜? 같이 가지?”
“응, 나 약속이 있어서...”
그럴테지... 휴일인데 어련하시려고...
“알았어, 먼저 가. 나 공항 구경 좀 하고 갈게.”
“저녁에 보자.”
김포공항은 국제선 공항으로서의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은 때였다. 하긴 그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에는 그 국제선 청사는 너무나 비좁아 보였다. 먹고 살만 한 건지 왜 그렇게 외국에 놀러가는 사람이 많은지... 그 바글거리는 소란을 피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던 내 눈에 이제 막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듯, 유니폼을 입고 줄을 지어 걸어 나오는 승무원들이 보였다.
‘작은 엄마네?’
역시 예뻤다. 숙모는... 유니폼 때문에 다 똑같아 보이는 승무원들 중에서도 유독 튀어보이는 그녀... 반가운 마음에 청사를 벗어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다른 승무원들과 인사를 나눈 그녀는 리무진을 타는 쪽과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집에 가려면 리무진을 탈텐데... 저런 차림으로 다른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청사의 경계 끝까지 그녀를 따라가던 내 발걸음이 딱 멈췄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걸 알고 있다는 듯, 맨 앞쪽에 세워진 승용차에 그녀가 올라탄 것이다. 작은 아빠의 차가 아닌데?
부랴부랴 택시 승강장으로 달려가 줄을 선 사람들의 양해를 구할 틈도 없이 바쁜 척을 하며 택시에 올라탔다. 공항을 빠져 나가면서 그 승용차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 차 따라가 주세요.”
사실 절반은 장난이었다. 숙모를 본 지도 오래되고 해서, 만약 그녀가 다른 약속이 있어 간 거라면, 택시를 돌려 그녀의 집에 먼저 가서 기다릴 셈이었다. 하지만 그 승용차의 방향은 아무래도 수상쩍었다. 약속이 있었다면 서울 쪽이지, 김포나 일산 쪽에 잡을 리는 없었으니까. 게다가 짙은 선팅 때문에 잘 분간되지는 않지만, 숙모 외에 그 차에는 운전하는 남자 뿐이었다.
“애인이가 보지?”
기사 아저씨는 내가 변심한 애인을 뒤쫓는 것으로 착각하고 계셨고, 나도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상태가 아니라 아저씨의 생각이 맞다는 듯 일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어 주었다. 숙모가 설마... 그럴 리가 있겠어? 하지만 내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었다. 큰 길을 벗어난 그 승용차는 유치한 궁전처럼 지어진 모텔 몇 개가 있는 쪽을 향하더니, 차양이 쳐진 주차장 입구를 통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무리 봐도 그 모텔에 남녀가 만나 건전한 이야기를 나눌 만한 부대 시설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작은 엄마가 그 시간에 남자랑 단둘이 그런 모텔에 들어갈 만한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가 없었다.
“저기는... 가면 뭐하는 덴 가요?”
“뭐하겠어? 쯧쯧.”
“그냥 얘기하러 가는 데는 아니죠?”
“그냥, 잊어 버려. 세상에 여자가 한 둘인가?”
엄밀히 내 일도 아니고, 내 여자도 아닌데 왜 그렇게 억울한지...
“내릴껀가?”
“아뇨. 죄송한데 전철 다니는 데까지만 데려다 주세요.”
예전의 나 같으면 내 눈에 천사처럼 보이던 숙모의 비행을 보고 심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을 테지만, 그저 놀랍기만 할 뿐 마음 속에 티끌만한 분노도 생기지 않았다. 아차피 삼촌도 마찬가지니, 작은 엄마도 그다지 잘못한 게 없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따로 따로 상대를 찾을 거라면, 유미 누나 말대로 차라리 그냥 결혼하지 않고 사는 게 더 편할텐데...
숙모를 마지막으로 보던 날 그녀와 했던 장난이 기억났다. 속옷을 벗고 내 시선을 유도하던 그녀의 야릇한 표정... 어쩌면 그때 나를 유혹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이미 할아버지의 팔순 잔치가 있던 때 그녀의 허벅지 사이에 질퍽하게 좆물을 쏟아낸 적이 있었으니, 그녀도 내가 귀여운 시조카로 보기에는 너무나 커버렸다는 걸 알았을 텐데...
[작은 아빠, 저예요.]
[수호냐? 그래 잘 있었니?]
[잘 계셨죠?]
[응, 무슨 일이냐?]
[오늘 집에 계세요? 놀러갈까 하는데...]
[아니, 좀 바빠서 학교에 나왔어. 여기와도 너랑 못 놀아줄 것 같은데...]
[그럼, 뭐 다음에 뵙죠.]
[그래 미안하다. 집에 가 봐. 아마 네 작은 엄마는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다.]
[조금 있다 한 번 들르던지 할게요.]
숙모의 불륜을 보고나자 더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다른 남자와 정사를 하고 돌아온 숙모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은 짓궂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 그 길로 숙모의 아파트를 향했다. 피시방에 들러 시간을 때우고 그녀가 사는 아파트 입구에 들어서는데, 때마침 택시에서 내리는 숙모... 그녀의 치밀성에 웃음이 나왔다. 분명 이 근처 언저리까지는 그 남자가 데려다 줬을 텐데... 왔다갔다 하는 시간을 어림잡아 계산해도 모텔에 두 시간 이상은 있은 것이다.
“어머, 도련님!”
“작은 엄마!”
“저 보러 왔어요?”
“네. 잘 계셨죠?”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는 그녀의 태도가 신기했다. 그녀의 얼굴과 유니폼, 어디를 봐도 조금 전까지 남자와 뒹군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아직 식사 안하셨죠?”
“네. 같이 먹어요.”
“나가서 사먹어요. 제가 낼게요. 요즘 부자거든요.”
“어머, 세상에. 도련님한테 식사대접을 받다니...”
그녀가 나를 도련님이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쓰는 이유는 혹시 나를 조카보다는, 남자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흐흐흐, 상상은 자유니까, 뭐.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안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긴 다리를 자랑이라도 하듯 유난히 짧은 원피스 스커트... 그녀가 남자랑 무슨 짓을 했어도, 내 눈에는 역시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어때요, 도련님. 괜찮아요?”
“유부녀가 그렇게 예쁘게 입어도 되는 거예요?”
“도련님이랑 데이트하는데 대충 입을 수는 없잖아요. 저 작은 아빠한테 전화 한 통화 하고요.”
아파트에서 한 블럭만 건너자 네온이 번쩍거리는 상가가 나왔다. 양 옆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밥집들...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싼 걸 골라 주겠다더니, 그 중에 가장 비싸 보이는 횟집으로 쏙 들어가 버리고, 나도 지갑에 있는 지폐의 숫자를 가늠해 보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도련님, 능력 되겠어요?”
“맘대로 다 드세요. 거덜나면 또 벌죠, 뭐.”
“호호호, 외국 나갔다오면 회 한점에 소주가 제일 생각나요.”
나도 잘 먹는 편이지만, 그녀의 식욕도 엄청났다. 우리 집에 와서는 단 한 번도 그런 식욕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시댁 식구 앞이라서 얌전 빼느라 그런 건가? 소주를 곁들어 가며 정신없이 입에 생선조각을 집어 넣는 그녀가 무척이나 귀여워 보였다.
“아아, 배불러. 이젠 예전처럼 많이 먹질 못하겠어요.”
“접시는 안 드세요?”
“호호호, 도련님 눈에 제가 돼지로 보였나 봐요.”
“그렇게 드시고도 살 안찌는 거 보면 신기해요.”
그녀가 귀엽게 눈을 흘겼다.
“제가 살 없는 거... 어떻게 알고 있죠, 도련님? 혹시 보기라도 하셨어요?”
“본 것도 같고... 만져본 것도 같고.. 그래요.”
“이상하다... 아랫배는 안보여 준 것 같은데...”
“거기만 빼고요.”
야릇한 대화의 내용 때문에 자지가 꿈틀거리며 고개를 들었다. 누구에게나 그렇게 유쾌하게 대하는 걸까?
“큰 누나는 날짜 잡았다면서요?”
“네, 한 달쯤 남았어요.”
“섭섭하겠네, 도련님?”
“뭐... 그다지 그렇지 않아요. 솔직히 큰 누나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작은 누나는 애인 없대요?”
작은 누나의 애인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내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만, 한 번도 그 실체를 확인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잘 모르겠어요.”
“도련님은? 여자친구 있어요?”
“없어요.”
“어머, 세상에 여자애들이 눈이 삐었지. 도련님 같은 남자를 내버려 두다니...”
“비행기 탄 것처럼 어지러워요.”
“호호호, 진심인데...”
“사실 제가 싫어요.”
“싫다뇨?”
“제 또래 여자애들... 너무 어리고 이해심도 없고...”
“그럼, 도련님은 연상의 여자한테 관심이 있나 봐요?”
“네.”
“음...몇 살 정도?”
“작은 엄마 나이 정도요.”
“어머나... 도련님 겉늙었구나.”
그녀와의 대화는 그렇게 위태위태해서 재미있었다. 숙모와 조카의 사이에서 점점 남녀 사이로 변해 가다가, 어느 순간 다시 숙모와 조카로 되돌아오는 대화... 그 야릇함.
“작은 엄마는... 애인 없으세요?”
“큰일 날 말씀을...”
“그게 무슨 큰 일이예요? 우리나라 기혼 여자들... 많이 그런다는데...”
“하긴 애인 있다고 해서 벼락 맞는 건 아니네. 호호호.”
대답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집요하게 그녀를 추궁하고 싶은 욕심이 꿈틀거렸지만, 애인이 있다는 대답을 들어봤자 분위기만 어색해질 것 같아, 대화의 방향을 돌렸다.
“연하의 남자에 관심 없으세요, 혹시?”
“푸훗, 관심 많아요.”
“나이는 어느 정도?”
“어릴수록 좋아요. 도련님 정도? 호호호!”
역시 짜릿했다. 농담이라는 듯 머리를 젖히고 웃어대고는 있지만 내가 그녀에게 가지는 마음을 그녀도 내게 똑같이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만난 그 남자가 숙모에게 어느 정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이런 질문... 우습지만... 사랑하지 않는 남자하고 섹스할 수 있어요, 작은 엄마?”
“도련님, 반칙.”
“뭐가요?”
“대화의 깊이 말예요. 금을 밟은 거예요.”
역시 그녀도 그 야릇함을 즐기고 있는 게 분명했다.
“오늘만 반칙해요. 작은 엄마도...”
“음, 뭐 밥까지 얻어 먹었는데... 좋아요. 뭘 물었더라?”
“사랑하지 않는 남자하고의 섹스, 말예요.”
“할 수 있어요.”
“왜 이렇게 가슴이 뛰죠?”
“하하하, 못 살아. 저도 반칙 하나 할게요.”
“그러세요.”
“아까 제 또래의 여자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네.”
“제 또래 여자하고 섹스해본 적 있어요?”
일부러 소주를 한 잔 마시며,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눈망울에 호기심이 가득해 있었다. 빨리 대답을 듣고 싶다는 듯 잔을 내려놓자마자 소주를 부어주는 그녀...
“있어요.”
“세상에... 도련님 순진한 줄 알았더니... 그 여자가 도련님 사랑한대요?”
“아니요... 저보다는 섹스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푸후후, 도련님이 섹스를 잘 한다는 말로 들려요.”
“저도 한번만 더 반칙할게요.”
“네에, 무서워라.”
“작은 아빠 말고... 결혼후에요... 다른 남자랑 섹스해 본 적 있으세요?”
말을 해 놓고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친한 숙모와 조카 사이라고는 하지만, 그 질문은 그녀로서는 대답할 수가 없는 거였다. 그녀에게는 여전히 나는 시댁 식구 중의 한 명이었다. 그녀가 당당하게 아니요 라고 말할 수 없다는 걸 조금 전에 내 눈으로 확인해 놓고도... 이번에는 그녀가 소주를 한 잔 마셨고, 그 빈 잔을 내가 채워 주었다.
술을 마신 그녀는 턱에 팔을 괴고 말없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잡아떼려고 했다면, 이미 시기를 놓친 것이었다. ‘아니요’ 라고 대답하기에는 침묵이 너무 긴 것이다. 내가 그녀의 외도를 목격하지 않았더라도, 그 침묵만으로 짐작할 수 있었을 테니까.
“있어요.”
괜한 질문으로 어색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술잔을 내밀자 그녀가 잔을 부딪쳐 왔다. 술잔을 비우고 서로 다시 채워주었지만, 그녀에게 뭐라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시 침묵이 이어졌는데... 놀라운 그녀의 재치...
‘쨍그랑!’
“프흐흐흐!”
“하하하!”
그녀의 손에 의해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주울 생각도 하지 않고, 우리는 정신없이 웃어댔다. 한참을 웃다 겨우 진정하고 나니 횟집의 다른 손님들이 우리를 마치 미친 사람 보듯 하고 있었다. 어떻게 그 순간에 그녀는 그런 걸 생각해 냈을까?
“주워요, 도련님. 잘 줍잖아...”
“여기서는... 주워도 별 재미가 없잖아요.”
삼촌이 집에 돌아와 있을 시간이었기 때문에 인사나 하고 갈 생각으로 다시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내가 술에 취해서인지 그 날 따라 그녀가 유난히 예뻐 보였다. 그녀도 기분이 좋았는지,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가는 동안 내내 팔짱을 끼고 가슴을 내 팔에 밀착시켜왔다.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다시 문이 닫히자 우리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숙모의 모습이 너무나 육감적이었다. 술기운 때문에 더 붉어진 그녀의 입술이, 술기운 때문에 더 현실감을 잃어버린 내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이 그녀에 대한 내 경외심을 낮추는 데도 한 몫 했다. 가슴이 무섭게 방망이질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엄마, 반칙 하나 더 할게요.”
“뭔데요?”
한쪽 팔고 그녀의 허리를 감았다. 나긋하게 따라오는 그녀의 허리... 내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 감겼던 그녀의 두 눈이 휘둥그레하게 떠지더니, 나를 보기가 두렵다는 듯 이내 질끈 감겼다. 고개를 90도 가까이 틀어 머리를 교차시킨 다음, 입술로 그녀의 입술을 뒤덥었다. 무척이나 연한 그녀의 입술이 흡인력을 못이기고 내 입속에 빨려 들어왔다.
“음...음...”
그녀는 나를 밀어내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내 무례를 허용해준 그녀가 얼마나 고맙던지... 자신의 입속에 침입한 내 혀를 그녀가 빨아 주었다. 그 황홀함을 좀더 느끼고 싶었지만, 너무나 빠른 엘리베이터.... 땡~ 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우리는 순식간에 떨어졌고, 문이 열릴 때에는 그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로 멀찍이 서 있었다.
그녀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일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개의 세모는 어느 것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우리가 내리면 그 자리에 그냥 서 있겠다는 뜻이었다. 숙모의 손가락이 층을 누르는 단추를 향하더니, 20이라는 숫자가 써진 단추를 눌렀다. 짜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세상에... 그녀도 나와 같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얼굴에 장난기어린 미소가 떠올랐다.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다시 그녀의 몸 위에 내 몸을 포갰다. 허리와 등을 감고 있는 힘껏 그녀를 잡아당기며, 부푼 사타구니를 그녀의 푹신한 아랫배에 비볐다.
“오늘만... 도련님...”
그녀가 두 손으로 내 뺨을 쥐더니 입술을 붙여 왔다. 내 입술을 물고 당기는 그녀... 그녀의 혀가 내 입속으로 들어왔고, 나는 그걸 빼내겠다는 기세로 빨아주었다. 내 손은 어느새 그녀의 스커트 위에 내려가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었다. 뭉텅뭉텅 잡히는 탄력... 다시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우리는 서로 떨어졌지만, 마치 싸움이라도 하고 난 듯 둘다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걸어가요, 우리...”
엘리베이터 맞은 편에 있는 계단을 향하는 그녀를 뒤따랐다. 19층으로 내려가려는 그녀의 팔을 내가 붙잡았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가는 나를 그녀가 뒤따랐다. 전등이 고장나 컴컴한 층계참... 그녀를 벽에 몰아 붙여 세우고 다시 입술을 찾자, 그녀도 내 입술을 찾았다. 다시 입술을 붙이고 스커트 아래로 손을 집어넣어 그녀의 허벅지 안쪽 살을 쥐었다. 그녀도 내 혀를 빨아 당김으로써 승낙한다는 표시를 해 주었다.
내 손은 포근하고 부드러운 허벅지를 순식간에 타고 올라갔다. 손날에 팬티의 질감이 느껴지자 중지를 세워, 금이 갈라져 있을 듯한 부위를 뒤쪽으로 길게 밀었다. 마치 솜이불과 같은 움푹 패이는 느낌.... 두터운 양쪽 살의 윤곽 사이에 중지를 길게 눕히고 좌우로 문질러가며 욕심을 차렸다. 그녀가 숨이 차는 지 입술을 떼냈다.
“아.... 도련님! 헉...헉...”
그녀의 손이 내 사타구니를 더듭어 왔다. 볼록한 융기를 확인하더니, 참을 수 없다는 듯 강하게 기둥 둘레를 손으로 조였다. 나도 미칠 듯 흥분해 있었다. 작은 엄마의 몸을 만지게 되다니... 거친 내 손은 그녀의 음부를 덮은 팬티의 옆을 파고 들어 한쪽으로 밀기 시작했고, 팬티는 끈처럼 말려 한쪽 허벅지와 대음순 사이의 틈으로 밀렸다.
그녀가 한 손으로 내 손목을 쥐어왔다. 하지만 말릴 생각은 없다는 듯, 그 손에는 힘이 없었다. 숙모의 보지... 손가락으로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문질러주자, 순식간에 매끈거리기 시작했다. 숙모가 다시 두 손으로 내 뺨을 쥐고 입술을 붙였다. 그녀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손가락을 세워, 짐작되는 위치로 그 끝을 밀어넣었다.
“으음....! 음...!”
손가락이 그녀의 몸 속 깊숙이 쑤욱 밀려들어갔다. 뜨거운 보짓살이 조이며 반겨 주었다. 내 손가락이 그녀의 보짓살을 질컥거리는 소리가 날 정도로 헤집고 다녔다. 미칠 것 같았다. 다른 손으로는 그녀의 풍성한 유방을 주물러댔지만, 그래도 갈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두 손으로 그녀의 팬티를 말아 쥐었다.
“하고 싶어요, 작은 엄마...”
“아...안돼, 도련님. 그냥.. 만지기만... 응?”
내 손목을 쥔 그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미치겠어요.”
“제발... 안돼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팬티를 벗기려는 나와, 벗겨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그녀... 그녀의 등이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는 바람에 그녀의 팬티를 놓칠 수 밖에 없었다. 실랑이가 멈추고 우리는 한참 동안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이성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았다. 이런... 하마터면 강간할 뻔 했네.... 죄책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주저앉은 숙모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우리... 그냥 이렇게만 해요.. 도련님. 나도 도련님이 좋지만... 그래도 제가 숙모잖아요.”
“죄송해요, 작은 엄마.”
“나... 도련님이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여기까지는 괜찮아요.”
“절대로... 안할게요. 작은 엄마가 싫어하는 짓은...”
나는 그녀를 일으켜 주었고, 그녀가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 주었다.
“오늘 멋졌어, 도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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