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더 주면 진료도 놀이기구도 빨리…합법적 새치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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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닥은 병원 접수·예약을 중개하는 앱이다.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시간에 진료 예약을 하고, 그 시간에 맞춰 병원에 찾아가면 된다.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로 이용자의 편의를 도왔지만, 지난해 9월부터 멤버십 유료가입 후 병원 접수·예약을 가능하게 했다. 멤버십 비용은 월 1100원, 연간 1만1000원이다.
큰돈이 아니기에 가입 버튼을 누르려던 성은 씨는 “줄 서는 것도 돈을 내야 하나”는 생각에 찝찝함을 지울 수 없었지만 울며 겨자먹기로 월 이용권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똑닥 유료결제서비스가 불러온 파장은 생각보다 컸다. 이용료는 월 1100원이지만 서비스의 목적이 병원 접수·예약이란 점에서였다. 쉽게 말해 진료 예약에 쓰는 시간을 월 1100원에 사는 격이다.
서비스에 대한 의견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렸다. 줄을 서거나 시간을 들여야 하는 노력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는 긍정 평가,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논란은 물론 “환자는 구분없이 모두 진료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언을 어긴 게 아니냐는 부정적인 평가다.
논란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의 도마에 오를 정도로 확대됐다. 똑닥 서비스를 운영하는 비브로스 측은 “돈을 더 내면 먼저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상품은 지금도 앞으로도 없다”며 “진료 순서는 환자의 응급도, 의료진의 판단, 병원의 상황 등에 따라 결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똑닥의 유료 앱 서비스는 단순히 똑닥과 연계된 병원의 접수·예약을 모바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돈을 더 내면 먼저 진료를 받게 해주는 상품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병원 측에서 똑닥으로만 진료 접수를 받거나 현장 접수를 먼저 마감한 후 똑닥으로만 접수를 받는 경우에는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료 공공성을 해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무시할 만큼 작은 규모도 아니다. 비브로스가 지난 2017년 4월 처음 서비스를 내놓을 당시 이용 가능했던 연계 병원은 600여 곳이었지만 현재는 1만3000곳을 넘는다. 누적 가입자 수는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국민 5명 중 1명이 쓴다는 얘기다. 서비스의 인기에 유사 앱이 우후죽순 쏟아졌지만 똑닥 이용자 수가 압도적이다.
맘카페 등지에서는 “똑닥 안 쓰고 영유아 검사 예약가능한 곳 있나요?” 등의 질문이 꾸준히 올라온다. 특히 소아과가 많은 신도시에서 똑닥은 필수 앱으로 통할 정도로 이용자가 많다. 인천 검단신도시에서 5세, 3세 아이 둘을 키우는 최희진(37) 씨는 “최근 신도시로 이주한 뒤 무조건 사용해야 하는 필수 앱이란 소리를 들었다”며 “동네 대부분의 소아과, 이비인후과에서 똑닥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똑닥 서비스 논쟁은 1년 전 한 커뮤니티에 올라 지상파 방송까지 타며 큰 화제를 모았던 글을 떠올리게 한다. ‘놀이공원 매직패스에 분노한 아버지’의 글이다.
매직패스는 롯데월드가 2006년 도입한 놀이기구 탑승 예약 시스템이다. 하나의 놀이기구를 이용함에 있어서 매직패스를 구입한 이에게는 별도의 출입구를 제공함으로써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 줄과 무관하게 바로 탑승할 수 있는 제도다. 5회 이용에 4만9000원, 10회에 8만9000원이다.
당시 자신을 초등학교 4학년, 1학년의 아버지라고 소개한 그는 “매직패스는 불공정의 시작”이라며 “정상적으로 기다린 사람들과 달리 돈을 더 내고 특별한 혜택을 받는 일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문의 글은 삽시간에 큰 화제를 모았다. 자본주의에서 황당무계한 글이란 의견이 다수를 이뤘지만, 글쓴이에 동조하는 댓글도 꽤나 많았다. 다른 이의 시간을 돈으로 뺏은 게 아니냐는 논지였다.

매직패스 논쟁에 기름을 부은 건 2023년 4월 2일 한 지상파 방송에서 정재승 KAIST 뇌과학과 교수가 던진 발언이었다. 정 교수는 “(매직패스는) 새치기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라며 “먼저 줄을 선 사람이 먼저 서비스받는 게 당연하다. 놀이공원에서 주로 줄을 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 그런 걸 보면 어떤 가치를 배우게 될까”라고 질문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에선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한 상품이라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이자 흔한 가격 차별(동일한 상품을 구입자에 따라 다른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일 뿐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지상주의자들 또한 원하는 재화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거기에는 단서가 붙는다. ‘타인의 권리를 침범하지 않는 한’이란 중요한 조건이다.
2000년대 “사랑 이제 돈으로 사겠어”로 이어진 원빈의 대사는 사랑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보여줬다. 물, 공기, 시간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것들이 돈 주고 사는 시대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공평한 시간마저 사고팔게 된 시대, 이제 다음은 무엇을 사고팔까.
“줄서기와 같은 비시장적 방식이 시장논리로 대체되는 경향은 현대 생활에 깊이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우린 더 이상 그러한 현상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공항, 놀이공원, 의사 진료실에서 벌어지는 새치기 권리 구매 현상은 30년 전만 해도 거의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 침범하고 있는 영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으로부터 11년 전 샌델 교수의 말이 가볍게 들리지 않는 시대가 왔다.
http://n.news.naver.com/article/050/0000070864
놀이기구도 좀 그렇긴 하지만
의료서비스는 평등해야하는것 아니냐는 의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