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 1부 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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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렇고 그런 일들 -1>



“흐아암...”



바닥에서 자서 그런지 아침이 되자 온몸이 바늘로 쑤시는 듯 하였다. 근데 왜 바닥에서 잤던건가?..



‘아차!’



어젯밤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렇다면 지금 침대엔.. 역시나 단발머리 고등학생이 누워있었다. 많이 더울텐데도 어제 덮어준 이불 그대로 덮고 자고있는 걸 보면 아직 나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는 듯 하다.



“훠유~ 땀을 이정도나 뺐으면 나을법도 한데?”



그녀가 베고있는 나의 배게 주위에 땀이 홍건하게 젖어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이마에 손을 대 보았지만 어제보다는 양호한편 이었다.



‘근데 어쩐다... 도서관 가야되는데’



기상 후 도서관 출근, 퇴근 8시는 이미 이 방에 들어오기 전부터 계획했던 것이다. 근데 지금은 이 아픈 여고생이 이리 버티고 있으니..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난감하였다.



쌕..쌕~



하.. 그나저나 어제 봤을 때부터 코는 참 잘도 구는구나..



“으차! 일단은..”



이건 이거고 할 일은 할 일이다..



.

.

.



지글지글...



내 손에 의해 지금 탄생하고 있는 ‘된장국’ 이란 것을 나 자신이 신기하게 보는 것이 참 웃긴 상황이다. 영양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였지만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항상 니 밥은 니가 해먹을 줄 알아야 한다- 라는 신조로 나에게 약간의 음식을 가르쳐 주셔서 그렇게 까지 대충 대충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그냥 하는게 귀찮달까?

“으아~~ 더워”



일단 내가 먹을거였으면 이렇게 더위를 타면서까지 할애 할 용기는 없었지만 지금 내 뒤에 누워있는 저 아픈 여자애를 생각하면 그렇게 무심하게 할 수는 없었다. 된장국의 뜨거운 김에 맞서는 젠틀맨(?)의 의지랄까..



‘이쯤이면 김대현표 비싼 된장국 완성이군.. 크크’



그렇다, 나처럼 시크한(?) 남성에게 이런걸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을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일단 저 자고있는 애를 깨워서 먹여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저렇게 곤히 자고있는 모습을 보니 측은하기도 해서 마음이 뒤숭숭하였다.



‘아아.. 어쩌지’



그냥 냅두고 다녀올까?.. 아니.. 요즘 왜 그런 뉴스도 많지않나.. 그 뭐 꽃뱀이니 뭐니.. ?? 근데 저렇게 이쁜애가 꽃뱀도하나?? 그럴 리가 없는데.. 아니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에이씽! 좀 일어나봐요!”



온갖 생각이 다 드는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해보았으나 여전히 무응답이다. 다시 손을 대 보았지만 뭔가 그렇게 심각할 정도로 높은 열은 아니었다. 휴.. 일어나지도 않는 사람한테 뭔 짓을 해봐야 소용없을테구.. 그러니까..





“..음.. 그니까 나 없는 동안 뭐 가지고 달아나면 안되요?”

“...”



뭐.. 뭐지.. 이 이상한 화법은? 내가 궁금한거같잖아.. . 어쨌든 결정이 났다. 설마 자기 보호해준 은인인데 돈들고 튀진 않겠지.. 그리고 지인 연락처도 나에게 있으니 말이다. 결국 남겨두고 도서관으로 가기로 마음이 굳혀졌다. 뭐 밥은 식탁에 올려놓고 접시로 덮어놓으면 될 것이고.. 회복되면 알아서 가겠구나- 생각 하였다.



.

.

.



여름이라서 그런지 뭐 입을게 별로 없어서 유명 브랜드 ‘니이키’가 큼지막하게 새겨진 반바지와 간단한 티셔츠로 금새 갈아입었다. 여전히 그녀는 자고있었고 일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휴~ 옷갈아입을 때 갑자기 벌떡! 일어났으면 민망할뻔했네’



... 무슨 상상을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모르는게 아니라 쭉 봐올 때부터 저 새하얀 교복위로 솟은 봉긋한 가슴이 자꾸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나도 남자인지라 아닌 척 해도 발정난 20대는 맞긴 한가보다.



“흠.. 맞다.. 이 연락처.. 혹시 중요한 걸지도 모르니까”



그렇다.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니까 원래 있던 가슴쪽 주머니에.. 이거 뭔가 의도적이잖아?



‘그..그래도 물건은 돌려줘야지?’



내 손이 그녀의 교복 가슴으로 향하였다. 정말 이 수첩만 넣는다니까..



슥! 슥!



그런데 아무리 넣을려 해도 뺐을 때 어려움을 겪은 것처럼 쉽지가 않았다. 그녀의 아담하지만 타이트한 가슴때문인지 공간이 잘 나지 않았다. 마치 가슴을 손으로 더듬는 꼴이 되어버렸다. 아마 내 친구중 비운의 동정남들이 보면 대나무를 뽑아다 나의 종아리를 후려칠만한 대역 죄인의 상황이었다.



“..후..후..”



그냥 위에 놔도 될 것을 굳이 이렇게 야릇한 곳에 식은땀까지 흘리며 넣을려는 나의 의도가 참 궁금하였다. 혹시 너는 나의 또다른 자아 변태 대현?



“에이씨! 모르겠다”



스윽!



그냥 막되라는 식으로 그녀의 아담한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이.. 이렇게 이쁜애한테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다니! 한편으론 손에 닿는 짜릿한 쾌감에 변태 대현(?)이 몸을 움찔 하였다. 좀 밀도있는 스펀지를 누르는 느낌이라 해야되나?? 이건 뭔가 자아 붕괴같은데..



휙!

‘휴..’



눌린 공간 덕분에 수첩이 수월하게 들어가자 얼른 손을 떼는 나였다. 그래.. 큰일 날 뻔한거 살려줬으니까 이.. 이정도는 하나님이 용서해 주실거야 - 라는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흠..흠! 방금건 사고야 사고”



.

.

.



어쨌든 그녀의 머리에 물수건을 올려놓은 뒤 상황에 대한 쪽지를 남긴 뒤 방을 나왔다. 방금 한 일생에서 가장 나쁜(?)짓에 대한 죄책감이 약간 남긴 했지만 어쩌겠나.. 들어오면 없을텐데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윽’



그런데 이 1분마다 찾아오는 그 봉긋한 여고생 가슴 느낌은 뭘까?

.

.





이런 저런 생각을 뒤로하고 약 20분 정도 걸어가자 구청에서 세운 중앙 도서관에 들어왔다. 학창시절에도 여기서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 그 때 수능에서 삐긋하지만 않았더라면 다시 볼 일이 없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이 들기도 하고 한편으론 밉기도 하고 하였다.



“야~ 저 할아버지 아직도 계시네”



음.. 그니까 각자 다니는 도서관 보면 꼭 고정석에 있거나 매일 보는 분들이 있지 않나? 저분은 매 시간 저렇게 벤치에서 뭔가 열심히 보시곤 한다. 옛날에 몰래 스쳐지나가듯 봤을 때 어렴풋이 영어 원서같은 것이 보였던게 기억이 난다. 아직도 그 자리를 떠나시지 않고 저렇게 지키시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이건 뭐 개인 독서실이잖아?”



3층에 다다르자, 남녀공용인지라 굉장히 크게 구조된 학습실이 보였다. 사람이 거의 전무한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말이다.



‘어디보자..’



내가 옛날에 애용하던 에어컨 직빵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옆 좌석에 하얀 티셔츠에 핫팬츠 차림을 한 여자가 공부를 하고 있었다. 대학생인가?.. 휴강인가..



“에잉! 하필 저기에 앉을건 뭐람?”



이 텅빈 큰 내부에서 옆에 떡하니 앉는것도 이상하고 말이다. 하지만 땀이 많은 내 체질은 꼭 그 자리가 필요하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양보...는 개뿔 나의 고정석임을 확실하게 알려야겠군’



이 치열한(?) 세상에서 벌써부터 질 생각이 없다.



지잉!



어느새 그 대학생 옆에 가 의자를 당겼다. 이윽고 ‘넌 뭐냐?’ 하는 눈빛이 나에게 쏘아졌지만 아침부터 생판남의 가슴도 만지고온 나의 강심장은 끄덕없었다.



“흠!.. 헤헴!”

“아.. 에헴!”



그래도 민망하긴 하다.



“.. 하하.. 제가 땀이 많거든요”

“...? 아.. 네”



변명은 아니고 진실이니 뭐.. 이 여자가 이해했는지는 몰라도 살짝 당황한 기색으로 답하였다. 아주 살짝 통통한 얼굴에 뿔테안경을 끼고 앞머리를 뒤로 넘긴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햐.. 이거 대학생이었으면 꼬셔볼법한데..



‘나는 부처님이다.. 나는 부처님이다.. 나는..’



아침의 그 사건도 부처님이 저질렀나 몰라?



“그.. 그쪽도 휴강이세요?”

“네? 아.. 아니 휴강이랄까 휴학이랄까..”



자퇴랄까.. . 갑자기 귀여운 표정으로 그녀가 질문해오자 당황하였다. 일단 질문 내용부터가 매우 쪽팔리는데?..



“헤헤.. 자퇴요.. 그런데 그건 왜요?”

“아.. 자퇴하셨구나.. 헤헷 그냥 제 옆에 앉으셔서 갑자기 궁금해서요”



이.. 이여자야! 그런걸 헤헷! 하고 웃다니.. 큭.. 그건 그렇고 갑자기 궁금했다는건 또 무슨 말인지.. 그리고 왜 자퇴하고 뭐하냐는건 질문이 안오는데?!



“하하.. 별게 다.. 흐흠! 아니 그쪽은 아! 휴강이시구나”

“네..”

“..”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험!”

“..흠!”



각자 서로를 약 3초간 응시하다 헛기침을 하고 책상으로 눈을 잽싸게 돌렸다.



‘아.. 뭐지 이 어색하디 어색한 상황은’



뭐긴 뭐야.. 내가 갑자기 옆에 앉아서 그렇지?



“어디보자..”



아침공부는 머리 잘 돌아가니까 수학이라고 적어놓은 메모장을 꺼내 보았다.



‘아! 그나저나 그 애는..’



갑자기 집에 두고온 그 고등학생이 생각났다. 아마 지금쯤 이면 깨서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컸으니 어련히 잘 갔을려구..



“집중하자 집중..”



메모장에 적혀있는 대로 책을 꺼낸 나는 옆에 있는 여대생 못지않게 폼을 잡았다. 몇 시간 갈런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집중력 싸움이다. 여고생 일은 잘 될 것이고.. 잡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부터 집중한다.. 매직!”

“푸흡!..”



아.. 마음속으로 말해야 될 것을 입 밖으로 내는 꼴이란, 덕분에 저렇게 웃는 모습을 보는게 좋긴 했지만 말이다.



“아..하하.. 제 주문이에요 주문”

“큭큭.. 죄송해요.. 제가 웃음 참는걸 잘 못해서.. 푸흡!”

“아니에요! 제가 웃긴 소리를 했는데요 뭘”



죄송하다면서 웃는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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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스토리인데도 쓰는데 꽤 걸리네요 휴~ 미숙한 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추천도 지나가면서 꽝 해주시믄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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