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러 - 아들의 이야기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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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하더라도 이 회색의 크고 넓은 건물, 안쪽에 모래로 된 운동장이 있는 이 건물은 그저 조용할 뿐이고 사람이라고는 열 손가락 안에 들어올 만큼 꼽을 수 있었다. 아직은 벚꽃이 피지 않은 언덕길을 넘어서 교문을 넘어오는 사람은 사실 그 보다도 더 적었다.



하지만 오늘부터는 아닌 것 같다. 이미 아침 8시가 다 되어가는 이 때에, 손가락은커녕 발가락까지 동원해도 모자랄 만큼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들어오고 있으니까.



“그거 알어? 오늘 스키코가...”



“아, 이제 조금 있으면 우리도 수험시즌이네. 정말 싫다, 싫어.”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노즈카 고교도 이제 학생들을 내보내는 한편, 신선한 인원을 충원받기도 하는 때가 온 것이다.



주변의 중상위권 학생들로부터 인지도가 꽤 높은 아노즈카 고교. 그 때문에 입시에 있어서도 약간 상위에 랭크한다. 그래봤자 타 사립고교들의 시험수준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는 딸리는 게 사실이지만, 평균이 80 이하라면 아노즈카 고교에 들어가기가 조금은 힘든 게 사실이다.



모든 학생들이 반쯤은 괴로워하면서도, 반쯤은 설레고 기분 좋게 맞는 날들...취소한다. 모든은 아닐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을 빼는 이유는, 바로 교문 앞에서 내 주장의 반증이 걸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어머...아카기 상...이다...”



“정말?...정말이네...”



아카기 츠카사 - 모든 학생들의 주목을 받으며, 혹자에게는 수군거림을, 혹자에게는 곁눈질 후 외면이라는 싸늘한 현상을 만들어 낸 그녀는, 그 싸늘함보다도 더 싸늘한 눈동자를 한 채 교문 언덕길을 걸어 올라오고 있었다. 흩날리는 숏 컷의 노란 머리, 하얀 피부가 그녀의 커다랗고 차가운 눈동자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하고 있었다.



아노즈카 고교 주변에서 그녀의 존재는 유명했다. 친구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외로운 존재. 하지만 그녀를 무시하거나 짓밟으려 했다가는, 큰 코 다칠 것이다. 작년만 하더라도 그녀를 무시하고 희롱하려던 일 백명 가까운 남자가 당했다.



이카우 공고와의 16 대 1 싸움, 와나카타 남고와의 21대 1 싸움, 폭주족인 혈호접 군단의 기마부대 - 즉, 오토바이 - 와의 다리에서의 혈투. 모두 츠카사는 한 대도 맞지 않고, 한 군데도 다치지 않은 채 끝났다.



이쯤 되면 남녀 공학을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중 츠카사가 적극적인 자세로 먼저 공격을 한 적은 없었다. 언제나 그녀를 어떻게 해 볼려던 똘마니들이 얻어터져서는 조직을 끌어들인 경우였던 것이다. 게다가 좀 불량스러워 보여도 연약해 보이는 소녀와 건장한 주제에 온 몸에서 피가 나는 남자들의 증언 중 어느 쪽이 더 신빙성 있어보이는가?



“아카기 상 말인데, 1학년 때 이지메를 당했다면서?”



“응, 머리색 때문에...도저히 바꿀 생각을 안 하고, 학교에도 계속 나와서 선배들한테 눈엣가시가 돼서 말이야...그러다가 결국 화장실에 끌려갔었는데...아카기 상, 거기에 있던 선배들을 전부 다...”



“이봐, 거기.”



서로 모여서 수군대고 있던, 그러니까 조금 큰 목소리로 아카기 츠카사에 대해 이야기 나누던 여자아이들의 그룹은, 담화의 주인공인 츠카사가 상당히 불쾌하다는 목소리로 자신들을 부르자 움찔하더니, 부들부들 떨면서 눈에 눈물까지 머금고 천천히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 아이들의 얼굴에 쓰여있는 표정은 하나같이 똑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우린 이제 죽었다!!’



“미, 미안합니다 아카기 상!!”

“저, 저희 이, 이 학교 처음이어서...”



사실 고등학생이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후인데, 그런 아이들이 이렇게 딱하게까지 비는 꼴을 보니 아무리 악명 높은 츠카사라 하더라도 도저히 그 뒤를 이을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생기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약간 어이없어질 정도로 팍삭 죽는 아이들이었다.



“...알았으니까, 가.”



기분이 꿀꿀해진다. 너무 싫다, 이런 기분. 느낄 수 있었다, 교문 앞에서 그저 사람 한 번 불러 세운 일 가지고 주변의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다시 한번 색안경을 끼고 들이 대는 것. ‘역시 츠카사야’ ‘역시 잔인하고 표독스러워’ 등등. 보통 사람이라면 들리지 않겠지만, 자신은 들을 수 있다.



‘...이런 운명...그래서 저주해.’



나는 왜 이런 피를 타고 태어났을까, 고민한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이 피, 이 머리카락, 이 눈...이 눈이 나를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지게 하고 있다, 사람들이 나를 버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더 멀리 들을 수 있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더 많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게 죄인가? 밤이면 모든 사물이 똑바로 보이고, 얇은 줄 위에서도 뛸 수 있을 정도로 균형감각과 운동신경이 좋다. 범죄에 쓸려면 쓸 수 있겠지. 흥, 그래서 나를 싫어하는 건가? 하지만 내가 이렇다는 건 아무도 모르는데?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단순히 눈이 크고, 머리카락이 노랗기 때문인데?



그녀가 지금 40미터 뒤에서 남자가 한명 다가온 다는 걸 기척만으로 알아챌 수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녀가 그 채취를 맡고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자신과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며, 이 학교에도 처음 나오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낼 수 있다는 걸 상상하는 사람도 없다. 결국 그들이 츠카사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녀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너무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이다.



‘...저 사람, 어깨끈 가방이네. 안 쪽에 든 건 샌드위치...’



40미터 뒤에서 다가오던 남자는 생각보다 걸음이 빨랐다. 하지만 신경질적으로 빠른 걸음이 아닌, 경쾌하게 빠른 걸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츠카사는 그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신학기라서 들뜬 기분. 자신을 보고도 기분이 좋다면, 자신을 모르는 신입생이 분명하다.



"...기분나빠...뭐가 그리 신난다는 거야...”



츠카사는 그 남자가 지나갈 길목 바로 옆에 섰다. 그 정도의 예측은 쉬웠다. 게다가 워낙 사람은 많았고, 그 남자도 그걸 의식해서 피해갈 여유는 없었다.



‘흥, 아침식사인 것 같은데...그거 없어져도 하루가 그렇게 신날지, 보자고.’



츠카사는 일부러 천천히 걸으며 그 남자가 자신의 옆을 지나가길 기다렸다. 남자는 빠른 걸음걸이로 언덕을 올라오고 있었고, 곧 츠카사 옆을 지나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온다...



지금이다!



츠카사의 손이 빠르게 그의 어깨끈 가방의 지퍼를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 샌드위치를 움켜쥔 순간 -



“아아, 그건 안 돼지. 그건 내 아침이야.”



“...?! 무슨...”



자신의 손이 잡혔다!! 그것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하다니...아니 그것보다도...도대체 누구지? 많은 생각이 겹쳤지만...사실 어떤 일에 자신이 있던 사람이 실패했을 때, 그 사람은 그 일에 자신이 없던 사람보다도 더한 자신감의 상실을 겪는다. 그것은 츠카사의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그녀는 그의 얼굴조차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어엇? 호오 - ”



“어, 어엇...”



손을 잡힌 것도 모자라, 남자는 자신의 허리를 붙잡더니 마치 춤을 추는 자세처럼 그녀의 허리를 뒤쪽으로 젖히고, 츠카사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갖다대었다. 어쩔 수 없이 그의 눈을, 반항할 새도 없이 깊게 응시하게 된 그녀의 눈에 비치는 -





자신의 눈 보다 더 깊은 -





하지만 얼어붙지 않은 -





그러나 혼돈스러운 -





깊은 회색의 눈동자 -





그리고 -





자신의 눈동자보다도 더 차가워 보이는 -





푸른 색의 머리카락 -





거기에, 그녀의 눈에 비친 그의 장난기 어린 얼굴이 처음 한 말은, 그녀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던져주었다.



“길 잃은 고양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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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그러니까 우리 2학년 C반에 개학 당일 전학 온 친구다. 이름은...이름이...에...이런, 미안하구나. 네 이름의 한자, 도저히 못 읽겠다.”



전학생이 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고 무신경한 츠카사였지만, 자신의 반에 전입생이라고 들어온 녀석의 얼굴을 본 순간 심장이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리고 그에게 곁눈질로 고정되는 자신의 시선을 막을 수 없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어는 기껏해야 그 눈길에 무관심의 가면을 씌우는 것 뿐이었다.



“하하, 못 읽는 게 당연한 거, 아시잖습니까. 괜히 애 쓰지 마세요. 이지메 같은 거 당해도, 신경 안 씁니다. 저에 대한 사실 숨기지 말고 말해주세요.”



...저런 머리카락을 해도 멀쩡한 걸까. 츠카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자기의 머리카락은 그나마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저 사람 머리는...남자가 돼 가지고 머리카락은 엉덩이까지, 그나마도 색깔은 두피를 출발해서부터 파란색...우리 학교 교칙에 절대적으로 걸릴텐데!!



“아, 그럼...저, 사실 이 친구는 한국인 교환학생이다. 앞으로 1년간, 고 3 이전까지만 우리 학교에서 학생으로 다닐 거야. 이름은 강 규. 모두들, 걱정은 안 한다만...같은 반 친구로써 여겨다오. 자, 그럼 자기 소개를...”



츠카사는 잠시 규의 오른쪽 눈썹이 움찔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당연하지, 저 바보 담임...도대체 무슨 발언을 한 거야. 저 녀석이 한국인이니까, 우리보다 못한 녀석이니까 너희가 이해하라는 식이잖아. 뭐...나랑은 상관없지 만서도.



그나저나...도대체 왜 저 머리카락은 지적하지 않는 거지?



규는 잠시 화가 났던 모양이지만 - 그나마도 감각이 예민한 츠카사가 간신히 감지할 수 있을 만큼 짧고 순간적이었다 - 이내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띄우고 교탁 앞으로 나와, 외국인의 것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일본어로 말 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과 함께할 강 규라고 합니다. 강이라고 부르셔도, 규라고 부르셔도 무방합니다만 저희 한국에서는 성보다 이름을 부르는 걸 친구사이라고 보고, 또 친구가 아니어도 성을 부르는 건 이상하게 봅니다. 당연하죠, 대부분의 성은 외자인데다가 일본이나 중국, 미국만큼 다양하지 않으니까요.



아, 이야기가 샜네요. 어쨌든 저는 규로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부는, 글쎄요, 여러분이 눈살 찌푸리지 않을 정도로 합니다. 영어는 할 만큼 하고, 일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어보신다면, 많이 가르쳐 주십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거기 고양이!]”



‘아, 그리고 거기 고양이’ 는 분명히 츠카사에게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은 츠카사조차도 아주 간신히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교실 안의 다른 사람들은 전혀 듣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그 소리의 크기와 달리, 츠카사가 느끼는 충격은 굉장히 컸지만.



“무, 뭣?”



“[고양이, 너 말이야. 앞으로 잘 지내보자고, 고양이! 배고프면 언제라도 말해, 너 같은 녀석이라면 내 샌드위치보다 더 좋은 걸 줘야 하잖아?]”



츠카사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사랑을 느껴서?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일단 그녀가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그 ‘고양이’ 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아까부터 저 녀석, 나한테 고양이라고 불러대는데, 정말로 알고 그러는 걸까. 정말로 자신에 대해 알기 때문에 고양이라고 부르는 걸까?



그녀가 멍하니 앉아있는 사이, 어느 새 규는 그녀에게로 다가와 그 옆자리에 앉고 있었다.



“...아!”



“흠, 비어 있는 자리가 저쪽에도 있고 이쪽에도 있는데, 저 쪽은 남자 혼자 앉아야 한단 말이야. 그래서 여기로 왔어.”



규가 츠카사의 옆자리에 앉는 걸 본 모든 이들, 담임 교사를 포함해서 교실 안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고, 눈을 크게 뜨고 둘을 바라보았다. 츠카사와 같은 반이었던 이들이 아니더라도, 츠카사가 전학생을 싫어한다는 건 다들 알고 있었다.



언제나 츠카사의 옆자리는 빈자리였고, 때문에 전학생이 오게 되면 자연스레 츠카사의 옆쪽에 앉게 된다. 하지만 츠카사는 전학생이 자신의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특유의 눈초리로 계속 쏘아보았고, 그 기에 눌린 전학생이 어쩔 줄 모르는 사이 눈치 빠른 담임교사나 학생이 다른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게 정석이었다.



그런데 이 학생에게는 츠카사가 공격할 틈도 없이 한 방 먹고 말았다 -



다른 모든 이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침에는 츠카사가 조금 멍한 기질이 있긴 했다. 그 틈을 타서 어떻게 자리에 앉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리에 앉은 후, 츠카사를 자극한 후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것이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칫.”



“?!”



“에에?!”



모두들 놀랄 수 밖에 없는 반응. 츠카사가...천하의 츠카사가...전학생을 받아들였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고의 남자들, 심지어 공고의 운동부까지도 한 수 접어주고 들어간다는, 만화나 소설에서 있을 법한 야쿠자급 미소녀 아카기 츠카사. 그 츠카사가 -



자리를 양보했다!!



“여, 잘 지내보자고. 내 이름은 아까도 들었겠지만, 강 규라고 해. 한국에서는 별로 없는 외자 이름이지. 으응, 사람의 손을 무시하는 건 좋은 버릇이 못 돼, [고양이]”



이번에도 ‘고양이’는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자신을 향해 악수하자고 내민 손을 계속 무시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더니 다시금 이렇게 자신의 신경을 원초적으로 긁는 말을 내뱉는다...츠카사의 머리에 혈관 마크가 새겨지면서 그것이 폭발하기 직전 -



“흠, 그쪽에서 안 하겠다면 내가 해야지.”



“...?!”



츠카사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손은 어느 새 규의 오른손에 의하여 붙잡혀 있었다. 또 다시 당했다. 또 다시, 자신이 눈치 채기도 전에 자신의 신경보다 먼저 자신의 육체에 대한 지배권을 빼앗긴 것이다.



‘이건...이건 말도 안돼!’



평범한 인간에게 자신이...두 번씩이나 기선 제압을 허락하다니...만약 저 사람이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는 적이었다면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하고 죽었을 것이 뻔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



잠시 그런 생각에 빠져 있던 츠카사가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 새 자신의 주변에 있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같은 반의 학생 모두가 자신과 규 쪽을 보고 입을 쩍 벌리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



그 모습을 보니, 츠카사도 여기서 더 할 마음은 생기지 않았다. 더 무시하면서 시선을 끄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날뛰어서 시선을 끄는 것도 싫다. 바보들이기는 하지만 이 바보들이 던지는 호기심과 경멸의 시선은 언제 받아도 너무 날카로운 칼이다.



“...알겠으니까 이 손이나 좀 놔.”



“예, 예.”



츠카사는 손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계속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지? 어떻게 인간 주제에 나보다 더 반사 신경이 빠를 수 있단 말이야? 그건 말도 안 돼, 인간 따위의 움직임을 내 신경이 감지 못 하는 건 있을 수 없단 말이야! 혹시, 음양사인가? 아니, 음양사는 음양오의를 다룰 뿐 육체는 인간과 다를 바 없다고...그럼...나와 같은 부류...그 중에서도 나보다 강한 사람?



“아, 그나저나 오늘 1교시가 뭐지? 시간표를 몰라서 그냥 교과서 다 가지고 와 버렸는데.”



“1교시는, 수학이야.”



사실 츠카사는 공부에 손놓은 학생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약간 상위 진학학교인 아노즈카 고교에서도 전교 10등 안에 들어가는 수재 중 한명.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위대학 진학은 문제도 아닌 학생인 것이다. 행실이 - 문제지만.



“어, 너 같은 애가 시간표를 다 알고 다니냐?”



“...무슨 소리야, 나 같은 애라니.”



츠카사는 기분이 나빠서 물어보면서도, 자신이 왠지 규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긴, 사실 아까 아침부터 규에게 말려들어간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여기서 공격을 안 한다면 더욱 더 몰릴 수 있으니...



“너 같은 애, 그래. 그렇게 눈은 커다란 주제에 항상 화난 듯 찌푸리고 다니고, 주변에 입소문은 다 퍼져있고, 남녀공학의 여학생 주제에 성깔도 더럽고 싸움도 잘 해서 공고 녀석들 조차도 슬슬 피해 다닐 정도에다가 남의 샌드위치를 훔치려고 하는 여자. 그런 애가 어떻게 시간표를 외우고 다니나, 궁금해서.”



이미 수업이 시작해서 작게 말했기에 망정이지, 아침 쉬는 시간처럼 크게 말했다가는 다시 한 번 주목을 끌만한 말이었다. 게다가 이번에는 츠카사 본인의 혈압이 평소보다 세 배는 높아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평소에도 이런 일 정도로 싸움을 벌이지는 않는다. 아슬아슬하게 참는 라인 안 쪽인 것이다. 사실 아무도 시험을 안 해봐서 그렇지 츠카사의 인내심은 상당한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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