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 길들이기 -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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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어?"
"으응..."
예지가 방에 들어서자 재혁은 그녀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만화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지는 조금 속상했다. 딴에는 신경 쓴다고 있는 옷 없는 옷 끌어다가 갖춰입고 여기까지 온 건데도 재혁은 그녀에게 너무 무심했다. 여기 도착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신경쓰고 긴장하고 있던 자기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가방을 바닥에 쿵- 소리 나도록 내려놓고 책상으로 다가갔다. 무릎 위에서 끝나는 흰색 플레어 스커트 자락을 뒤에서부터 쓸어안듯이 하며 의자에 앉는다. 자리에 앉고 보니 허벅지가 생각보다 많이 드러난다.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모았다.
"나 공부한다?"
"으응. 그래."
만화책에서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는 재혁의 시큰둥한 대답. 예지는 그런 재혁의 머리통을 보며 생각했다. 한 대 쥐어박을까. 그렇지만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괘씸할 따름이니까. 교과서와 참고서를 책상 위에 배치하며 슬쩍 물어본다.
"만화책 재밌어?"
"응. 이거 내가 좋아하는 작가거든."
"누군데?"
"말하면 니가 알려나?"
예지는 살짝 발끈했다.
"알 수도 있지."
"카라차라고, 내용은 좀 황당한데.. 야한 그림을 잘 그려."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예지였지만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첨 들어봐."
"것봐. 말했잖아. 모를 거라고. 하나도 안 유명해."
모르는 사람 이름이 나오자 예지는 입을 다물었다. 재혁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공부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그게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삼십분만에 책을 덮고 재혁을 향해 말했다.
"한 번 봐봐."
"뭘?"
"니가 보고 있는 그 만화책."
"야한 건데?"
"저질. 맨날 야한 거나 보고 있어?"
"남이사 보건 말건, 뭔 상관이야? 내 방에서 내가 돈 주고 산 만화책 보고 있겠다는데."
"왜 상관없어? 지금 니 방에 너 혼자 있니?"
"혼자는 아니지."
"알긴 아네. 게다가 여자애가 있는데 야한걸 태연하게 보고 있단 말야?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냐?"
이렇게 쏘아 붙이자 재혁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앉은 그는 예지와 마주 보았다.
"매너?"
"그래, 매너."
"정말 매너 없는 짓 한번 해볼까?"
예지는 깜짝 놀랐다. 침대에서 서서히 발을 내려 방바닥에 선 재혁이 이쪽을 쳐다본다.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뭐, 어쩌려고 그래?"
재혁은 대답없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예지 쪽을 향한다.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구나. 여태까지 재혁이 참아왔던 게 폭발하는 건가 싶었다. 지난 며칠은... 그래, 전혀 재혁이 같지 않았다. 이제서야 본성이 드러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가슴이 떨렸다. 이제 재혁과 그녀와의 거리를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예지의 발 바로 앞에 재혁의 발이 놓여진다. 재혁이 손을 뻗는다.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자."
".......응?"
눈을 뜨자, 그녀의 앞에 재혁이 내민 만화책이 놓여있었다. 검은 색 표지에 두 여자의 얼굴이 반반씩 그려져 있었다. 마치 야누스의 상처럼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재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한 만화를 여자한테 내미는 매너없는 짓을 해 보았어. 기다려. 난 가서 마실 것 좀 가져올게."
"으응..."
얼떨결에 만화책을 받아든 예지는 문을 열고 나가는 재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순간 짜르르한 감정이 그녀의 안을 휘젓고 지나갔다.
"뭐야... 이게...."
자기도 모르게 움츠렸던 다리를 천천히 바로 한다. 안쪽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애써 무시한다. 어차피 공부하기는 그른 것 같다. 한숨을 내쉰다. 별 생각 없이 만화책을 펴본다. 만화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였다. 시작부터 얼떨결에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랑 다짜고짜 모텔에 가는 장면이 나왔다.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던 예지는 남성과 여성의 국부는 비교적 소상히 묘사된 페이지를 보고 표지를 확 덮어버렸다.
"꺅!"
그녀를 놀라게 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혼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쩐지 쑥스러워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그녀를 보고 있지 않다. 아무도 그녀의 비명을 듣지 못 했다. 재혁이가 2층으로 올라오는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일부러 소리내어 투덜거렸다.
"이 녀석은 정말 공부 안 하고 이런 것만...."
그렇게 말하며 만화책을 밀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은근히 피어오르는 한 생각이 그녀로 하여금 다시 만화책을 잡게 만들었다. 그것은 호기심이라는, 아주 본능적인 생각이었다.
"살짝만 보고... 안 본 척 해야지."
영미권 소설을 좋아하는 그녀인지라 가끔은 남녀간의 섹스라던가 유사행위에 대한 묘사는 글로 제법 보기도 했었다. 베스트셀러로 올라간 소설에서는 그런 게 흔했다. 누가 탓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는 문예부실에 홀로 앉아 두근거리며 읽곤 했다. 그렇지만 남자의 물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지난 번에 재혁의 샤워 직후 모습을 아주 잠깐 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어렸을 때 같이 목욕하면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지, 구체적인 모양은 보질 못 했다. 게다가 아래로 처져 있는 그 모양새는 방금 그녀가 만화책에서 본 장면의 기립 자세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이게 발기되어 있는 상태...?"
모범생 답게 성교육은 잘 배워두었기에 남자의 성기가 일정 자극을 받으면 발기한다는 것 정도를 모르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자 남자 주인공이 누워있고 그의 물건에 다가가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나타났다. 남자의 물건은 꼿꼿이 서 있었고 여자는 그걸 움켜쥐더니 다음 컷에서는 입에 넣기 시작했다. 예지는 깜짝 놀랐다. 오랄 섹스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이걸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의 물건이라는 게 이런 크기일 줄은 몰랐다. 과장을 조금 보태 만화에서의 그것은 등장인물의 팔뚝과 비슷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게 이마에 땀이 삐질 흘렀다.
"이...이걸 입에다 넣어? 그리고 아래...거기에도 넣는다고?"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걸 대략적이나마 상상은 해보았지만 막상 그림으로 보고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손가락이 자꾸 떨린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물건에 콘돔을 씌우고 막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진짜 보네?"
"으악!!!"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예지는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들고 있던 만화책을 침대쪽으로 냅다 집어던지고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아무거나 하나 집어든다. 이미 늦었지만, 그래야 그녀의 마음이 편했다. 재혁의 말투에 아주 살짝 짜증이 배어난다.
"야."
".....왜."
"너 지금 책 거꾸로 들고 있다?"
예지의 얼굴은 아주 잘익은 홍시가 되고 만다. 황급히 책을 바로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재혁은 들고 온 쟁반을 책상 한쪽에 두고 침대에 던져진 만화책을 집어들었다.
"남의 책을 왜 집어던지고 그래? 찢어지거나 그러면 어쩌려구. 이거 개인지로 나온거라서 따로 또 살 수도 없단 말야."
"미...미안...."
재혁은 혀를 차며 만화책을 똑바로 놓았다. 쟁반에 놓인 컵을 집어 들고 예지에게 내밀었다. 투명한 유리컵에 붉은 색 토마토 쥬스가 담겨 있었다.
"토마토 쥬스 좋아하지? 자."
"어? 어..."
예지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잔을 받아들었다. 재혁이 말한대로,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쥬스는 토마토 쥬스였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준 동전을 가지고 둘이서 슈퍼에 가서 군것질을 사먹곤 했다. 그녀가 토마토 쥬스를 사는 걸 보고 재혁이는 피 마시는 뱀파이어라고 막 놀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그렇게 놀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 당시의 재혁이라면 보고 있지도 않을 야한 만화책을 태연한 얼굴로 보고 있다. 지금의 재혁을 예지는 힐끔거린다. 너무 자주 힐끔거린 걸까, 재혁은 예지의 시선을 느끼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너 먼저 볼래?"
"뭐? 내가... 그걸?"
"아까 보니까 뚫어져라 보고 있더만. 이 페이지를."
재혁이 펼쳐서 내보인 페이지는 아까의 그 장면이다. 콘돔을 씌운 물건으로 여자의 거길 향해 들어가기 직전. 예지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이 변태!! 어디다 그걸 들이대!!"
".....하아."
"하아?"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대단히 축축하고 기분 나쁜 감촉이 그녀의 하반신에 가득....
"손에 뭔가를 들고 있으면 말야. 그렇게 확 움직이면 안 되지. 안 그래?"
재혁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혁이 티슈박스를 찾으러 가는 동안 예지는 자신의 치마를 망연자실하며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 그녀가 들고 있던 컵에는 아직 토마토 쥬스가 많이 남아있었고 그 상태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 이상 기울어진 컵은 그녀의 치마 위로 붉은 색 얼룩을, 아니, 얼룩 수준이 아니라 거의 반쯤은 염색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들이고 말았다.
"어..어떻게 해....난 몰라...."
울상이 된 예지 앞에 재혁이 와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티슈 박스에서 뽑아든 티슈를 가지고 그녀가 앉은 의자 주변과 바닥을 꼼꼼하게 닦아냈다. 그러나 한사코 그녀의 몸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다. 예지는 그게 불만이었다.
"내 옷은 안 닦아줘?"
그러자 재혁이 고개를 쳐들고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이더니 다른 부분을 마저 닦아낸다.
"니가 닦아."
"기왕 닦는 김에 같이 닦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면 내가 널 만져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아?"
".........그게, 무슨 소리야?"
예지가 의아함을 담아 묻자, 재혁은 뱉어내듯이 대답했다.
"전에 내가 만졌더니 소리 지르며 싫어했잖아. 이러지 말라며."
"그거야 니 혀가 내 거기에...."
그제서야 예지는 지난 며칠 간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 지르다시피 한 외침이, 재혁에게는 꽤 크게 상처가 된 모양이었다. 재혁은 그 이후 의식적으로라도 그녀를 만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니가 닦아."
어느새 주변을 다 닦고 자리에서 일어난 재혁이 예지에게 티슈 박스를 내밀었다. 예지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대답했다.
"아니.. 니가 닦아줘."
재혁과 예지의 눈이 마주친다. 재혁이 재차 묻는다.
"내가 닦아도 돼?"
"으응."
"만져도 돼?"
"어."
"소리지르거나 억지로 떼내지 않을거지? 마치 치한이나 변태 만난 것처럼 말야."
여상스럽게 말하는 재혁의 말투에서, 예지는 자신의 반응이 그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예지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예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재혁이 다시 무릎 꿇는다. 티슈를 뽑아들고 그녀의 옷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맨살에 닿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옷 위에 재혁의 손길이 닿았을 뿐인데도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러나 재혁을 밀쳐내거나 소리지르지 않았다. 쥬스는 제법 많이 흘러 치마 끝자락에서 드러난 허벅지에도 제법 묻어 있었다.
"다리 살짝 벌려봐."
예지는 재혁이 시키는대로 다리를 벌렸다. 짧은 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아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으니 다리를 벌리면 으레 팬티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예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재혁이가 보고 있으니까. 또, 보이게 될까봐 지난 번에 속옷 매장에 일부러 가서 사온 새 팬티니까.
"안쪽에도 많이 묻었네."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하듯 중얼거리며 재혁은 그녀의 다리에 묻은 쥬스를 꼼꼼히 닦아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점점 안쪽으로 향했다. 치마의 안쪽, 전혀 묻었을 리가 없는 위치까지도.
"여기가 말야. 쥬스는 아니고... 뭔가 다른 걸로 젖어있어."
"하윽...."
재혁의 손길이 결국 다시 닿고 만다. 그렇지만 예지는 이번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에 혀가 닿았던 곳이니 손이면 어떠하리. 그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은 다리 사이에서 묘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악.... 거...거긴....."
"여기, 여기... 아무래도 많이 젖은 것 같아."
"흐음.... 그...그건..."
피부에 달라붙은 팬티에, 작은 골이 생겨난다. 마치 도끼자국처럼 움푹 패여들어간 그 부분을 따라 재혁의 손가락이 춤을 춘다. 그 춤에 어울리는 노래를, 예지는 부르기 시작한다. 배운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이건만 그녀는 부를 줄 알았다.
"하윽....재...재혁아..하아...나...."
"어라? 점점 더 젖는데?"
"그게...하윽....하아....."
자신의 엉덩이가 왜 들썩거리는지, 왜 안타까운 목소리로 재혁의 이름을 부르는지, 어느새 두 손으로 재혁의 머리를 붙들고 자기 쪽으로 당기고 있는지 예지는 알지 못 했다. 어느새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재혁이 그녀의 치마를 벗기는 것에 협력하고 있었다. 쥬스에 젖어서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하지만 팬티까지 벗겨지는 것에 순순히 협조한 사실은, 아무래도 변명이 불가능했다. 완전히 벌려진 두 다리 사이에 재혁의 얼굴이 자리한다. 아무것도 숨길 것 없이 환히 드러난 비밀의 문을 향해 그의 부드러운 혀가 노크한다.
─────────────────────────
*
환장뜨끔님! 어쩐지 닉네임이 몹시 낯이 익어요?!
*
만화책 "더블 데이트"라... 후후.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상상하는 그림체는 김형태 님이나 군마 키사라기나 같은.. 몸의 라인을 맛깔나게 그리는 거요.
제 졸작 "더블 데이트"를 H망가로 그리고 싶은 분이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제가 콘티까지는 그려드릴 수 있지만 잘 그리는 건 넘사벽 너머에 있는 재능이라.
꿈만 꾸고 있습니다.
*
트위터에서 카라차를 찾아보세요.
검색어에 "카라차"라고만 치면 저밖에 안 뜨더군요.
http://twitter.com/realkaracha
"으응..."
예지가 방에 들어서자 재혁은 그녀를 한번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만화책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지는 조금 속상했다. 딴에는 신경 쓴다고 있는 옷 없는 옷 끌어다가 갖춰입고 여기까지 온 건데도 재혁은 그녀에게 너무 무심했다. 여기 도착하기 직전까지 혼자서 신경쓰고 긴장하고 있던 자기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가방을 바닥에 쿵- 소리 나도록 내려놓고 책상으로 다가갔다. 무릎 위에서 끝나는 흰색 플레어 스커트 자락을 뒤에서부터 쓸어안듯이 하며 의자에 앉는다. 자리에 앉고 보니 허벅지가 생각보다 많이 드러난다.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모았다.
"나 공부한다?"
"으응. 그래."
만화책에서 여전히 시선을 떼지 않는 재혁의 시큰둥한 대답. 예지는 그런 재혁의 머리통을 보며 생각했다. 한 대 쥐어박을까. 그렇지만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냥 괘씸할 따름이니까. 교과서와 참고서를 책상 위에 배치하며 슬쩍 물어본다.
"만화책 재밌어?"
"응. 이거 내가 좋아하는 작가거든."
"누군데?"
"말하면 니가 알려나?"
예지는 살짝 발끈했다.
"알 수도 있지."
"카라차라고, 내용은 좀 황당한데.. 야한 그림을 잘 그려."
자신만만하게 말하던 예지였지만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첨 들어봐."
"것봐. 말했잖아. 모를 거라고. 하나도 안 유명해."
모르는 사람 이름이 나오자 예지는 입을 다물었다. 재혁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공부에 집중하려고 했지만 그게 아무래도 쉽지 않았다. 그녀는 결국 삼십분만에 책을 덮고 재혁을 향해 말했다.
"한 번 봐봐."
"뭘?"
"니가 보고 있는 그 만화책."
"야한 건데?"
"저질. 맨날 야한 거나 보고 있어?"
"남이사 보건 말건, 뭔 상관이야? 내 방에서 내가 돈 주고 산 만화책 보고 있겠다는데."
"왜 상관없어? 지금 니 방에 너 혼자 있니?"
"혼자는 아니지."
"알긴 아네. 게다가 여자애가 있는데 야한걸 태연하게 보고 있단 말야? 너무 매너 없는 거 아냐?"
이렇게 쏘아 붙이자 재혁이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 앉은 그는 예지와 마주 보았다.
"매너?"
"그래, 매너."
"정말 매너 없는 짓 한번 해볼까?"
예지는 깜짝 놀랐다. 침대에서 서서히 발을 내려 방바닥에 선 재혁이 이쪽을 쳐다본다. 그녀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뭐....뭐, 어쩌려고 그래?"
재혁은 대답없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예지 쪽을 향한다.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드디어 올 것이 오는 구나. 여태까지 재혁이 참아왔던 게 폭발하는 건가 싶었다. 지난 며칠은... 그래, 전혀 재혁이 같지 않았다. 이제서야 본성이 드러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가슴이 떨렸다. 이제 재혁과 그녀와의 거리를 1미터도 채 되지 않는다. 예지의 발 바로 앞에 재혁의 발이 놓여진다. 재혁이 손을 뻗는다.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
"자."
".......응?"
눈을 뜨자, 그녀의 앞에 재혁이 내민 만화책이 놓여있었다. 검은 색 표지에 두 여자의 얼굴이 반반씩 그려져 있었다. 마치 야누스의 상처럼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그걸 보고 있자니 재혁의 목소리가 들린다.
"야한 만화를 여자한테 내미는 매너없는 짓을 해 보았어. 기다려. 난 가서 마실 것 좀 가져올게."
"으응..."
얼떨결에 만화책을 받아든 예지는 문을 열고 나가는 재혁의 뒷모습을 보았다. 순간 짜르르한 감정이 그녀의 안을 휘젓고 지나갔다.
"뭐야... 이게...."
자기도 모르게 움츠렸던 다리를 천천히 바로 한다. 안쪽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애써 무시한다. 어차피 공부하기는 그른 것 같다. 한숨을 내쉰다. 별 생각 없이 만화책을 펴본다. 만화는 어떤 남자의 이야기였다. 시작부터 얼떨결에 소개팅으로 만난 여자랑 다짜고짜 모텔에 가는 장면이 나왔다. 무심코 페이지를 넘기던 예지는 남성과 여성의 국부는 비교적 소상히 묘사된 페이지를 보고 표지를 확 덮어버렸다.
"꺅!"
그녀를 놀라게 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혼자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어쩐지 쑥스러워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그녀를 보고 있지 않다. 아무도 그녀의 비명을 듣지 못 했다. 재혁이가 2층으로 올라오는 기척도 들리지 않는다. 그녀는 일부러 소리내어 투덜거렸다.
"이 녀석은 정말 공부 안 하고 이런 것만...."
그렇게 말하며 만화책을 밀어놓으려고 했다. 그러나 은근히 피어오르는 한 생각이 그녀로 하여금 다시 만화책을 잡게 만들었다. 그것은 호기심이라는, 아주 본능적인 생각이었다.
"살짝만 보고... 안 본 척 해야지."
영미권 소설을 좋아하는 그녀인지라 가끔은 남녀간의 섹스라던가 유사행위에 대한 묘사는 글로 제법 보기도 했었다. 베스트셀러로 올라간 소설에서는 그런 게 흔했다. 누가 탓하는 것도 아닌데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는 문예부실에 홀로 앉아 두근거리며 읽곤 했다. 그렇지만 남자의 물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지난 번에 재혁의 샤워 직후 모습을 아주 잠깐 보긴 했지만 말 그대로 잠깐이었다. 어렸을 때 같이 목욕하면서 보았던 것과는 다르다는 것 정도만 알아볼 수 있었지, 구체적인 모양은 보질 못 했다. 게다가 아래로 처져 있는 그 모양새는 방금 그녀가 만화책에서 본 장면의 기립 자세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이게 발기되어 있는 상태...?"
모범생 답게 성교육은 잘 배워두었기에 남자의 성기가 일정 자극을 받으면 발기한다는 것 정도를 모르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기자 남자 주인공이 누워있고 그의 물건에 다가가고 있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나타났다. 남자의 물건은 꼿꼿이 서 있었고 여자는 그걸 움켜쥐더니 다음 컷에서는 입에 넣기 시작했다. 예지는 깜짝 놀랐다. 오랄 섹스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이걸 이렇게 구체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자의 물건이라는 게 이런 크기일 줄은 몰랐다. 과장을 조금 보태 만화에서의 그것은 등장인물의 팔뚝과 비슷한 크기였기 때문이다. 자기도 모르게 이마에 땀이 삐질 흘렀다.
"이...이걸 입에다 넣어? 그리고 아래...거기에도 넣는다고?"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걸 대략적이나마 상상은 해보았지만 막상 그림으로 보고나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다음 페이지로 넘기는 손가락이 자꾸 떨린다.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의 물건에 콘돔을 씌우고 막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걸 진짜 보네?"
"으악!!!"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예지는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들고 있던 만화책을 침대쪽으로 냅다 집어던지고 책상 위에 놓인 책을 아무거나 하나 집어든다. 이미 늦었지만, 그래야 그녀의 마음이 편했다. 재혁의 말투에 아주 살짝 짜증이 배어난다.
"야."
".....왜."
"너 지금 책 거꾸로 들고 있다?"
예지의 얼굴은 아주 잘익은 홍시가 되고 만다. 황급히 책을 바로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쥐구멍에 숨고 싶은 생각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재혁은 들고 온 쟁반을 책상 한쪽에 두고 침대에 던져진 만화책을 집어들었다.
"남의 책을 왜 집어던지고 그래? 찢어지거나 그러면 어쩌려구. 이거 개인지로 나온거라서 따로 또 살 수도 없단 말야."
"미...미안...."
재혁은 혀를 차며 만화책을 똑바로 놓았다. 쟁반에 놓인 컵을 집어 들고 예지에게 내밀었다. 투명한 유리컵에 붉은 색 토마토 쥬스가 담겨 있었다.
"토마토 쥬스 좋아하지? 자."
"어? 어..."
예지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잔을 받아들었다. 재혁이 말한대로,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쥬스는 토마토 쥬스였다.
"그걸 기억하고... 있었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준 동전을 가지고 둘이서 슈퍼에 가서 군것질을 사먹곤 했다. 그녀가 토마토 쥬스를 사는 걸 보고 재혁이는 피 마시는 뱀파이어라고 막 놀리기도 했었다. 지금은 다르다. 이제는 그렇게 놀리지도 않을 뿐더러 그 당시의 재혁이라면 보고 있지도 않을 야한 만화책을 태연한 얼굴로 보고 있다. 지금의 재혁을 예지는 힐끔거린다. 너무 자주 힐끔거린 걸까, 재혁은 예지의 시선을 느끼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왜 그렇게 쳐다봐? 너 먼저 볼래?"
"뭐? 내가... 그걸?"
"아까 보니까 뚫어져라 보고 있더만. 이 페이지를."
재혁이 펼쳐서 내보인 페이지는 아까의 그 장면이다. 콘돔을 씌운 물건으로 여자의 거길 향해 들어가기 직전. 예지는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눈을 가렸다.
"이 변태!! 어디다 그걸 들이대!!"
".....하아."
"하아?"
그러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대단히 축축하고 기분 나쁜 감촉이 그녀의 하반신에 가득....
"손에 뭔가를 들고 있으면 말야. 그렇게 확 움직이면 안 되지. 안 그래?"
재혁이 혀를 차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재혁이 티슈박스를 찾으러 가는 동안 예지는 자신의 치마를 망연자실하며 내려다보았다. 방금 전 그녀가 들고 있던 컵에는 아직 토마토 쥬스가 많이 남아있었고 그 상태에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반 이상 기울어진 컵은 그녀의 치마 위로 붉은 색 얼룩을, 아니, 얼룩 수준이 아니라 거의 반쯤은 염색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물들이고 말았다.
"어..어떻게 해....난 몰라...."
울상이 된 예지 앞에 재혁이 와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티슈 박스에서 뽑아든 티슈를 가지고 그녀가 앉은 의자 주변과 바닥을 꼼꼼하게 닦아냈다. 그러나 한사코 그녀의 몸에는 손을 대지 않으려고 했다. 예지는 그게 불만이었다.
"내 옷은 안 닦아줘?"
그러자 재혁이 고개를 쳐들고 그녀를 힐끗 보았다. 그리고 이내 고개를 숙이더니 다른 부분을 마저 닦아낸다.
"니가 닦아."
"기왕 닦는 김에 같이 닦을 수도 있는 거잖아."
"그러면 내가 널 만져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아?"
".........그게, 무슨 소리야?"
예지가 의아함을 담아 묻자, 재혁은 뱉어내듯이 대답했다.
"전에 내가 만졌더니 소리 지르며 싫어했잖아. 이러지 말라며."
"그거야 니 혀가 내 거기에...."
그제서야 예지는 지난 며칠 간의 수수께끼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녀가 너무 놀란 나머지 비명 지르다시피 한 외침이, 재혁에게는 꽤 크게 상처가 된 모양이었다. 재혁은 그 이후 의식적으로라도 그녀를 만지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니가 닦아."
어느새 주변을 다 닦고 자리에서 일어난 재혁이 예지에게 티슈 박스를 내밀었다. 예지는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대답했다.
"아니.. 니가 닦아줘."
재혁과 예지의 눈이 마주친다. 재혁이 재차 묻는다.
"내가 닦아도 돼?"
"으응."
"만져도 돼?"
"어."
"소리지르거나 억지로 떼내지 않을거지? 마치 치한이나 변태 만난 것처럼 말야."
여상스럽게 말하는 재혁의 말투에서, 예지는 자신의 반응이 그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예지는 대답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런 예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재혁이 다시 무릎 꿇는다. 티슈를 뽑아들고 그녀의 옷을 닦아내기 시작한다. 자신의 맨살에 닿는 것도 아니고 그저 옷 위에 재혁의 손길이 닿았을 뿐인데도 예지는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그러나 재혁을 밀쳐내거나 소리지르지 않았다. 쥬스는 제법 많이 흘러 치마 끝자락에서 드러난 허벅지에도 제법 묻어 있었다.
"다리 살짝 벌려봐."
예지는 재혁이 시키는대로 다리를 벌렸다. 짧은 치마를 입고 의자에 앉아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앞에 무릎 꿇고 앉아있으니 다리를 벌리면 으레 팬티가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예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재혁이가 보고 있으니까. 또, 보이게 될까봐 지난 번에 속옷 매장에 일부러 가서 사온 새 팬티니까.
"안쪽에도 많이 묻었네."
묻지도 않은 말에 대답하듯 중얼거리며 재혁은 그녀의 다리에 묻은 쥬스를 꼼꼼히 닦아냈다. 그리고 그 손길은 점점 안쪽으로 향했다. 치마의 안쪽, 전혀 묻었을 리가 없는 위치까지도.
"여기가 말야. 쥬스는 아니고... 뭔가 다른 걸로 젖어있어."
"하윽...."
재혁의 손길이 결국 다시 닿고 만다. 그렇지만 예지는 이번에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지난 번에 혀가 닿았던 곳이니 손이면 어떠하리. 그렇게 생각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생각하는 그녀의 마음은 다리 사이에서 묘한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악.... 거...거긴....."
"여기, 여기... 아무래도 많이 젖은 것 같아."
"흐음.... 그...그건..."
피부에 달라붙은 팬티에, 작은 골이 생겨난다. 마치 도끼자국처럼 움푹 패여들어간 그 부분을 따라 재혁의 손가락이 춤을 춘다. 그 춤에 어울리는 노래를, 예지는 부르기 시작한다. 배운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노래이건만 그녀는 부를 줄 알았다.
"하윽....재...재혁아..하아...나...."
"어라? 점점 더 젖는데?"
"그게...하윽....하아....."
자신의 엉덩이가 왜 들썩거리는지, 왜 안타까운 목소리로 재혁의 이름을 부르는지, 어느새 두 손으로 재혁의 머리를 붙들고 자기 쪽으로 당기고 있는지 예지는 알지 못 했다. 어느새 그녀는 엉덩이를 들어 재혁이 그녀의 치마를 벗기는 것에 협력하고 있었다. 쥬스에 젖어서 어쩔 수 없다고 그렇게 자기 자신에게 변명을 하지만 팬티까지 벗겨지는 것에 순순히 협조한 사실은, 아무래도 변명이 불가능했다. 완전히 벌려진 두 다리 사이에 재혁의 얼굴이 자리한다. 아무것도 숨길 것 없이 환히 드러난 비밀의 문을 향해 그의 부드러운 혀가 노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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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장뜨끔님! 어쩐지 닉네임이 몹시 낯이 익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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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더블 데이트"라... 후후.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상상하는 그림체는 김형태 님이나 군마 키사라기나 같은.. 몸의 라인을 맛깔나게 그리는 거요.
제 졸작 "더블 데이트"를 H망가로 그리고 싶은 분이 있었으면... 참 좋겠네요.
제가 콘티까지는 그려드릴 수 있지만 잘 그리는 건 넘사벽 너머에 있는 재능이라.
꿈만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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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카라차를 찾아보세요.
검색어에 "카라차"라고만 치면 저밖에 안 뜨더군요.
http://twitter.com/realkara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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