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cking과 uniform에 대한 斷想

작성자 정보

  • 유튜브링크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스타킹과 유니폼에 대한 단상

나는 스타킹을 좋아한다. 언제부터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
릴 적부터 젊은 여성의 맨다리보다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좋았다.
나는 외롭다. 일찍 장가간 친구는 큰 녀석이 중학생을 바라보지만,
나는 아직 싱글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킹으로 감싼 다리를 볼 애
인도 없다. 이 비가 그치면 날이 몹시도 추워질 것이라고 한다. 벌
써부터 옆구리가 시리다. 또한 겨울이 오면 늦봄부터 등장한 커피
색, 살색, 검정색, 흰색 등 투명한 스타킹들이 거리에서 사라질 것
이다. 아무리 아름답고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라도 맨다리보다는 스
타킹으로 감싼 다리를 더욱 좋아하지만,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킹은 커피색이다.
먼저 살색. 살색 스타킹은 얌전한 색상이라 젊은 여성들도 신겠
지만―90년대 초반, 그때 내가 다니던 광고회사 여직원 중 하나가
나보다 한살이 위인 노처녀였는데 그녀의 몸매는 제법 되는 키에
가냘파 늘씬했지만 얼굴은 약간 천박했고 퇴근만 하면 짙은 화장
에 야한 옷차림을 즐기던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는 근무 중 사내에
서는 유니폼 아래에 스타킹은 항상 살색만을 신었었다―살색, 특히
짙은 살색은 얌전함이 지나쳐 다리만 보면 할머니처럼 보일 때가
있다. 물론 같은 살색이라 지만 젊은 여성용과 할머니용은 재질의
차이에 따라 오는 색상 차이가 분명 있지만, 그래도 어쩐지 살색은
할머니를 연상케 해 좋아하지는 않는다. 한번도 그러해본 적은 없
지만 만일 짙은 살색 스타킹을 신은 젊은 여성의 다리를 끌어당겨
냄새를 맡는다면 할머니에게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날 것 같다.
하얀색 스타킹. 하얀색 스타킹은 어떨 때에는 청순한 맛은 있다.
긴 겨울이 지나고 거리의 여성들에게서 봄이 찾아왔음을 느낄 때,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의 결혼을 옷차림으로 말하는 듯 심플
한 디자인에 화사하고 고운 파스텔톤의 투피스, 그 중에서 연분홍
빛의 무릎 길이의 스커트 아래로 흰색 스타킹을 보았을 때에는 파
릇파릇한 봄나물에 군침이 돌 듯이 상큼해 보일 때가 있다. 그렇
다. 단순히 청순함만을 놓고 본다면 살색, 검정색, 커피색보다는 시
각적으로 월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여성에게서 오로지
청순함만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여
성, 더구나 아름다운 여성이라면 청순함도 좋지만 내면으로는 은근
한 성적(性的) 매력도 풍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분위기가
다양할수록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젊은 여성치고 하얀색 스타킹을 잘 소화해 내는 여성은 드문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보기에는 젊은 한국 여성의 대부분이 피부가 흰
편인데 흰 다리 위에다 다리를 더욱 희게 보이게 하는 하얀색 스
타킹으로 감싸서 그런 것 같다. 스타킹 사이즈가 조금 크거나 오래
신어서 늘어난 하얀색 스타킹으로 감싼 다리, 특히 발과 팁토(tipto
e) 부분을 보면 이상하게 그물에 걸린 물고기가 연상된다. 그래서
일까. 하얀색 스타킹으로 감싼 다리의 냄새를 맡아보면―역시 이것
도 해본 적은 없지만―거기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날 것만 같다.
검정색. 거리에서 유심히 관찰해보면 검정색 스타킹은 매우 다양
함을 알 수 있다. 투명한 검정색 스타킹에서부터 불투명한 검정색
스타킹까지 스타킹 재질인 나일론의 두께(데니어)에서 오는 차이일
것이다. 늦은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투명한 검정색에서 겨울에는 불
투명한 검정색으로 바뀐다. 유감스럽게도 여름에는 검정색뿐만 아
니라 거리에서 하얀색이고 살색이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커피색마
저도 볼 수 없지만―현대에는 여성들의 사회적 진출이 늘어감에
따라 의복착용시 필수품으로써 정용적 성능이 더 중요시되고 있지
만 본래 스타킹은 다리의 보온의 목적인 위생적 기능에서 출발한
것이므로―검정색 스타킹만큼은 겨울에도 유일하게 볼 수가 있다.
예전에는 겨울에는 주로 두꺼운 검정색 타이즈가 주종이어서 겨울
만 되면 옛날 검정색 교복에 까까머리의 고등학교 시절에 몇 년을
입히려고 품이 넉넉해 실루엣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비록
여학생이라 지만 여성미보다는 통제의 편리성 위주의 풍성한 교복
스커트 아래에 신던 불투명한 학생용 검정색 타이즈가 연상되었지
만, 요즘은 매우 다양해 보인다. 두께도 예전보다 얇아져 둔탁한
맛이 사라졌다. 비로소 젊은 여성들이 타이즈를 벗고 겨울에도 스
타킹―물론 보온성 때문에 불투명하지만―으로 바뀐 것 같아 반갑
다. 또한 몇 년 전부터는 단순히 두께뿐만 아니라 디자인 또한 매
우 다양해짐을 겨울의 거리에서 볼 수 있다. 패턴스타킹이라 불리
는 스타킹. 그중 젊고 아름다운 여성이 한겨울에는 보기 힘든 짧은
스커트 아래로 다이아몬드 패턴 스타킹을 신은 모습을 볼라치면,
이상하게 입에 군침이 돈다. 이때에는 위에서 말한 봄날 연분홍빛
무릎 길이의 스커트 아래로 흰색 스타킹을 보았을 때의 상큼함에
군침이 도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때의 느낌을 솔
직히 말하자면 섹시함이라고 할까. 그렇다. 검정색 스타킹은 일반
적으로 섹시한 느낌을 주어 좋긴 하지만 그리 좋아하는 스타킹은
아니다. 하얀색 스타킹처럼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도 검정색 스타킹
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여성을 거리에서 보기란 드문 것 같다. 검정
색 스타킹은 체형이 크고 늘씬한 소위 말하는 '쭉쭉빵빵'한 스타일
의 여성, 그런 여성은 다리도 굵지만 길어 섹시한 느낌의 검정색
스타킹이 잘 어울릴 것이다. 하지만 그런 여성도 드물지만 이상하
게 그런 여성들은 검정색 정장을 잘 입지 않는다. 검정색 스타킹은
사실 검정색 정장에 입어야 제멋이다.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쭉쭉
빵빵한 여성은 좋아하지 않는다. 적당한 키와 어느 정도는 가냘픈
체구의 여성을 좋아한다.
검정색 스타킹. 검정색 스타킹으로 감싼 젊은 여성의 다리를 끌
어당겨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검정색 스타킹 다리에서는 이상하
게 구수한(?) 발냄새만이 날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검정색 스타킹
의 다리에서 발냄새가 날 것 같기보다는 섹시한 냄새―물론 그런
냄새는 실재하지는 않지만―만이 날 것 같은, 검정색 스타킹을 정
말 잘 소화하던 여성을 본 적은 있었다. 광고회사를 다릴 무렵. 내
사무실 아래에 조그만 건축사무소가 있었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일
하던 여자였다. 건축사는 아니고 일종의 비서였는데 그녀는 20대
초반의 여성답게 나름대로 멋을 부리곤 했었다. 가끔은 화려했지만
대부분은 캐주얼 차림이어서 예쁜 멋은 있었지만 여성미는 나에게
는 없어 보였다. 나는 원래 캐주얼 차림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
녀의 얼굴도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다. 그녀의 얼굴은 언뜻 보면 헐
리우드 여우(女優) 매릴 스트립을 꼭 빼닮았다. 그런 그녀가 아주
섹시하게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런 날이 바로 검정색 정장에 반투명
의 검정색 스타킹을 신던 날이었다. 나는 그때 느꼈다. 여성에게서
옷차림 외에 스타킹으로도 달리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끝으로 커피색 스타킹. 내가 제일 좋아하는 스타킹이다. 제일 섹
시해 보이는 스타킹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내 취향을 정확히 말해
야겠다.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야한 옷차림에 검정이나 빨강 망사
스타킹 차림의 쭉쭉빵빵한 여성을 섹시하다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이런 여성들은 한마디로 천박함의 극치이지 진
정으로 섹시한 여성은 아니다. 정말로 섹시한 여성은 어느 정도의
청순함을 자락에 깔고 단정함과 섹시함이 적절한 조화를 이룰 때,
나는 그런 여성에게서 참다운 섹시함을 느낀다. 이런 면 때문인지
아니면 이제 적지 않은 내 나이 때문이지는 몰라도 나는 캐주얼한
차림의 여성보다는 드레시한 정장이나 단정한 유니폼의 여성을 좋
아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커피색 스타킹이 나에게는 제일로 섹시한 스타킹이다. 맨
다리보다는 단정한 차림―원래 교양 있는 여성이라면 맨다리를 보
이는 것은 실례로 알고 있다―이지만 커피색만큼 은근히 섹시한
색의 스타킹은 나에게는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거리에서나 전
철에서 여성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커피색 스타킹은 주로 젊은
여성들이 즐겨 신는 것을 볼 수 있다. 간혹 40대로 보이는 여성도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럴 때에는 십중팔구
드레시한 정장 차림의 여성이다. 이런 차림으로 전철 의자에 앉아
있는 40대 여성을 본다면, 나는 그녀의 직업을 어림잡을 수가 있
다. 생활설계사(보험모집인) 같은 세일즈를 하는 여성이다. 세일즈.
본인도 세일즈를 해보았지만 세일즈맨(또는 우먼)에게서 옷차림은
매우 중요하다. 남에게 신뢰감을 주어야하는 입장에서는 단정해야
하지만 자신을 표현해야하는 측면에서는 무조건 단정만 해서는 안
된다. 세일즈의 목표인 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아름답고 세련되어 보이면 더욱 좋
다. 특히 세일즈우먼에게서는 그 중요도가 더 하다. 이런 면에서 4
0대의 세일즈 하는 여성도 커피색 스타킹을 즐겨 신는 것은 아닐
까 한다. 한마디로, 커피색 스타킹이야말로 가장 여성적인 스타킹
이라는 생각이다.
요즘에는 여고생들의 교복도 매우 세련되었다. 위에서 검정색 스
타킹을 이야기하면서 언급한 옛날의 그 촌스럽고 펑퍼짐한 단색
교복과 학생용 검정색 타이즈에서 직장 여성의 유니폼에 가까운,
나름대로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살린―조금은 되바라진 여학생들은
일부러 교복을 줄여 타이트함을 강조하지만―교복에 거의 커피색
스타킹을 신는다. 자세히 보면 이 또한 성인용 커피색 스타킹보다
는 투명도가 얇은,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학생용인 듯한 커피색 스
타킹이지만 아무튼 여고생들도 왜 커피색 스타킹을 신는 걸까. 아
마 내 생각애는 한참 멋―그중 요즘에는 섹시함이 중요한 키워드
인 세상인데―을 부리고 싶은 그녀들의 눈에도 커피색이 제일 섹
시해 보여서 그런 것은 아닐까.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거리의 여고
생들 너무나 섹시하다. 특히 성숙한 체구의 여고생이 블라우스와
베스트와 스커트로 이루어진 유니폼 스타일 같은 교복의 품을 줄
여 타이트함을 강조하고 스커트 길이 또한 원래의 기장보다 짧은
무릎 위로 올라가는 길이에 커피색 스타킹을 신고 그 아래에 하얀
색 양말을 신은 모습을 볼 때, 그런 다리를 볼 때……. 커피색 스
타킹과 하얀색 양말과의 콘트라스는 정말로 군침이 돌 지경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넘어뜨려 그 다리를 빨고 핥고 싶은 충동을 느
낌을 솔직히 고백한다. 그러하면 커피색 스타킹의 다리는 내 입에
서, 내 혀에서 달콤하게 녹을 것만 같다. 마치 커피맛 캔디처럼. 그
러나 오해는 마시라. 나도 소위 말하는 원조교제는 절대 반대하는
사람이니까 말이다. 원조교제는 불법 이전에 도덕적으로 도저히 용
납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역시 남성이기에, 일반적
으로 시각적 자극에 민감한 남자이기에 그런 충동을 느낀다는 것
뿐이다.
이야기가 너무 스타킹에만 머문 것 같다. 이제부터 오늘하고 싶
은 유니폼 이야기로 넘어간다. 사실 이야기가 쓸데없이 길어진 것
은 유니폼과 스타킹은 뗄래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
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스타킹은 왠지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 성에
한창 호기심이 많았던 사춘기 때에는 하도 스타킹이 궁금해 몇 번
란제리 가게에서 누나에게 선물할거라며―나에게는 여자 형제가
없다―사서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
다. 스타킹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또한 새 스타킹에서는 이상한, 스
타킹 특유의 냄새가 난다는 것을. 그 냄새가 바로 나일론 냄새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아무튼 그때 그 냄새가 아직도 여성의
냄새로 각인 되어 내 뇌리에 남아있다. 그때도 왜인지는 모르겠으
나―내가 요구한 것인지, 란제리 가게 주인이 그냥 건네준 것인지
는 지금 기억에 없지만―내가 샀던 스타킹은 대부분 커피색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는 그때의 스타킹 촉감과 커피색과 거기에서
나던 나일론 냄새가 여성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그렇다고 나를 페티시스트 또는 복장도착자로 오해는 말라.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아직 페티시트적인 면은 있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외롭다. 만일 나에게도 애인이 생긴다면, 그래서 애인과 사랑을 나
눌 수 있게만 된다면 내가 스타킹이나 유니폼에 대한 집착은 어쩌
면 잊혀질지도 모른다. 아니지, 완전히 잊지는 못해도 자연스러운
성적 취향 정도로만 남을 것이다. 남자라면 약간이든 심하든 나름
대로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다.
또 말이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이제 본격적으로 유니폼에 대한
예찬(?)을 할까 한다.
언제부터인지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이 좋았다. 왜인지는 스타
킹처럼 확실치는 않다. 언제부터인지는 더욱 그러하다. 다만 돌이
켜보건대 위에서 살색 스타킹에 대해 말하면서 언급한, 퇴근해서는
짙은 화장과 야한 옷차림을 즐겨하던 내가 다니던 회사의 여직원
에게서부터인 것 같다.
그전까지 나는 여성의 유니폼에 관심, 아니 인식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다만 그때까지 내가 좋아한 젊은 여성의 옷차림은 정장
차림이었다. 캐주얼, 특히 면티와 청바지 차림은 싫었다. 그것은 여
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그 여직원의 얼굴은 비록 천박해 보였
지만 늘씬하고 가냘픈 체형 때문에 다리 곡선은 보기 좋았다. 하지
만 그 다리에 사무실 근무 중에는 항상 살색 스타킹만을 신어 아
쉬움이 컸지만, 그때 아쉬움으로 자주 쳐다보면 그녀의 모습 중 그
녀의 다리 위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 있던 블라우스와 베스트와 스
커트로 이루어진 유니폼이 자주 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인 것 같다.
그때 알았다. 유니폼 베스트(조끼) 안에 입은 블라우스가 가장 여
성스러운 셔츠라는 것을. 적당한 풍성함으로 여성의 부드러운 실루
엣을 나타내며 특히 풍성한 소맷부리가 팔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
스럽게 펄럭일 때의 그 모습.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유니폼을 백과사전에서 찾아보면 실제 직장에서 유니폼을 입는
여성들은 아마도 그리 좋아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제복(유니폼)은 자유복과 달리 목적하는 바에 따라 특정한 형태
와 필요한 장식 및 기능을 구비하고 있는데 특색이 있다. 전형(典
型)은 군복 관복, 종교복, 의례복, 경기용, 스포츠복, 학생복, 기타
에서 볼 수 있다. 또 근래에는 기업에서도 업종에 알맞은 제복을
정하는 곳이 많아졌다.
이렇게 시작하는 유니폼의 백과사전적 정의를 한마디로 요약하
자면 '어떠한 소속 집단의 동질성을 구속하는 의미의 복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가 담긴 유니폼을 좋아할 여성은 드물
것이다. 내게 비록 애인은 없지만 그래도 남성과 여성이 옷에 대해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큰 마음먹고 장만한 외출복을 처음 입고 거리를 활보하
다가 자신과 똑같은 옷을 입은 여성과 우연히 마주치기라도 하루
종일 속상해 하지만, 남자는 자신의 새로운 양복을 입고 거리를 걸
어보니 조금은 눈에 튈 정도의 스타일이라 느껴지면 왠지 사회적
소속감을 상실한 것 같아 꺼림칙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직장에서 자유복을 입고 있는 젊은 여성보다는 유
니폼을 입은 여성을 좋아한다. 특히 그 여성이 아름다운 여성일 경
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만일 유니폼 착용이 의무인 어떤 회사에서
여직원들에게 복장 자유화를 한다면 십중팔구 대부분의 여성들은
캐주얼한 옷차림을 애용할 것이다. 그것은 간이정장인 유니폼보다
는 캐주얼한 옷이 훨씬 편할 테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나는 유니폼을 입은 여성을 좋아한다. 특히 젊고 아름다
운 여성이 블라우스와 베스트와 스커트로 이루어진, 이왕이면 유니
폼의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원단 자체가 고급스러운 경우라면 더
욱 좋다.
왜 나는 유니폼 입은 여성을 좋아하는가. 위에서 스타킹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보면 내 취향을 대략 짐작하겠지만 나는 여성스러
운 여자를 좋아한다. 나는 여성스러움에서 섹시함을 느낀다. 여성
답다는 것은, 진정 여성스러워 섹시하려면 그 바탕에 단정함이 깔
려야 한다. 하늘하늘하고 반투명한, 한마디로 속이 비치는 얇고 노
출이 심한 야한 옷차림에 검정 망사 스타킹을 신은 여자도 때로는
섹시하게 보이겠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겉으로 확연히 드
러나는 섹시함보다는 단정해 보이면서도 내면에 은근히 여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섹시함이 오래도록 질리지 않으며 보면 볼수록 끌
리기 때문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런 내 취향의 근저에는 아마
도 내 나이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보다 먼저 한국인 특유의 미의식
(美意識)도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사극이나 한국 고전소설들을 보면 간혹 이런 장면이나 표현을
볼 수 있다.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가까운 처마 밑으로 피한 돌
쇠의 눈에 마침 옆에 같이 비를 피해 선 어느 이름 모를 처자의
비에 젖은 하얀 모시적삼으로 살며시 비치는 살에 돌쇠는 군침을
꿀꺽 삼키지 아니 할 수 없었다." 그렇다. 한국, 한국인의 성적 의
식(性的 意識)은 한마디로 은근한 멋일 것이다. 평소에는 불투명한
흰색 모시적삼이지만 비에 젖기라도 하면 살갗에 달라붙어 속살을
반투명하게 내비치는 장면의 한국적 에로티즘. 이런 유전적 특질로
인해 오늘날의 스타킹이 남자들의 취향과 부합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사실 작년까지 나만 스타킹의 다리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작년 드디어 오래도록 사용하던 DOS용 고물 PC를 펜티엄
급으로 개비하여 비록 모뎀이지만 나도 집에서―PC방에서는 제약
이 따르므로―인터넷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중 페티시 동호회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들어가 보니 엄밀히
말해 각종 패티시즘적 취향의 남자들보다는 대부분 스타킹을 좋아
하는 남자들의 모임이었다. 나는 거기서 확인할 수 있었다. 나 말
고도 스타킹을 좋아하는 남성들이 한국에는 많다는 것을. 또한 스
타킹 애호가(?)보다는 그 수가 훨씬 적지만 유니폼을 좋아하는 남
자들도 있다는 것도 아울러 확인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애인은 없지만 내가 아는 선배 중에 플레이보이에 가
까운 양반이 있다. 그는 나보다 7살이 위인 올해 마흔세 살의 이혼
남이다. 한때에는 잘 나아가는 사업가였지만 부도로 모든 것을 잃
고 요즘은 나처럼 별 볼일 없이 지내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 사람
은 아직도 애인이 많을뿐더러 일찍이 어린 나이부터 청춘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다. 생각해 보라. 70년 말 명문대생인 것도 큰 장점
인 시대에 그 나이 때부터 자가용을 끌었다면 대충 짐작이 가질
않겠는가. 그런데 그 양반이 나에게 하루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청년실업가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젊은 시절, 하루는 거래
차 은행에 들렀다가 창구의 여자가 하도 마음에 들어 데이트를 신
청했다고 했다. 그런데, 그 후로 다시는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
가 왜냐고 묻자 은행에서 유니폼을 입고 있던 모습은 그리 예뻐
보였는데 데이트 장소에 자유복을 입고 나온 여자는 정말 한심해
보이더란다.
여성들이여,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이여. 만일 그대가 직장에서
불편하기 그지없고 개인의 개성보다는 조직의 통일성을 강요하는
유니폼을 입고 근무하는 것이 불만일지라도, 그래서 날이 더워지는
늦봄에도 하체를 갑갑하게 압박하는 팬티스타킹을 신어야 하는 불
편이 있더라도 너무 탓하지 말기를 바란다. 옷이 날개라고 하듯 여
성, 특히 젊고 아름다운 여성일수록 오히려 여성스러운 복장으로
일하고 있을 때, 그때 당신은 제일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모든 남자가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적지 않은 남자들은 무조건
야한 여자나 차림에서 섹시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단정하면서도 은
근하게 여성적인 매력을 발산할 때. 그때 그런 여성에게서 진정으
로 성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인식한다면 아마도 내일부터 당
신의 유니폼을 좀 더 깨끗하게, 이왕이면 좀 더 우아한 실루엣으로
돋보이도록 신경을 쓸 것이며, 스타킹은 커피색을 즐겨 신을 것일
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3년 전, 정확히 말하자면 1999년 겨울이
었다. 나는 당시 독립을 꿈꾸던 사람들을 따라 백화점에 입점했었
다. 수원에 있는 N백화점이었는데 그것도 정식 입점은 아니고 입
구에 간이매대를 꾸민 임시 매장이었다. 백화점은 여름에는 시원하
고 겨울에는 따뜻하다지만 그곳 백화점의 겨울은 아주 혹독했다.
가난한(?) 백화점 덕에 1층은 난방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으며,
더구나 바깥 출입문과 안쪽 출입문 사이에 위치한 간이매장이라
추위는 거의 살인적이었다. 그리고 장사마저 제대로 되지 않아서
고통은 극에 달했었다. 결국은 봄에 빈손으로 매장을 철수해야 했
지만 그래도 그 혹독한 겨울 동안 나의 작은 위안이 되던 것이 있
었다. 어떤 여성이었다. 그녀는 그곳 일층의 잡화매장에서 근무하
고 있었던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본 적이
없을 정도로 속으로만 좋아했던 여자였지만, 우연히 먼 거리에서
그녀의 명찰을 본 적이 있었다. 비록 이름은 읽지 못했지만 그녀
가슴에 달린 명찰의 색상으로 보아 백화점 직원은 아니고 개인 매
장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원인 것 같았다. 그녀의 나이는, 백화점
에 있었던 두어 달간의 짧은 기간 동안 그녀를 가까이서 자세히
본 적은 한번도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스물둘에서 스
물셋이나 많으면 스물넷 정도로 보였다. 그녀의 얼굴은, 얼굴 역시
멀리서 훔쳐보던 것이 전부여서 정확한 기억은 지금 없지만 그녀
는 심은하를 닮았다. 요즘의 살집 오른 심은하가 아니라 데뷔 초기
의 청순했던 심은하의 인상을 지닌 여자였다. 나는 처음에 그녀의
눈에 반했다. 멀리서 본 그녀의 얼굴 중 짙고 고와 보이는 속눈썹
이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저녁 무렵 제품에 대해 물어보는 고
객도 없고 날도 엄청 추워 잠시 일층 계단가의 로비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때 유리로 된 출입문이 열리고 두 명의 매장 여직
원이 들어와 내 옆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만 깜짝
놀랐다. 두 명 중 하나가 바로 그녀였다. 나는 떨리는 가슴으로 그
녀를 훔쳐보았다. 등을 돌리고 있는 그녀여서 얼굴은 자세히 볼 수
는 없었지만 흘낏흘낏 훔쳐본 그녀의 뒷모습은 어느 정도는 볼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여자의 육체가 그렇게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당연히 그녀는 옷을 입고 있었다. 물론 그녀
의 옷은 백화점 유니폼이었다. 중간조의 회색 블라우스와 그보다
약간 짙은 베스트와 스커트로 이루어진 그곳 백화점 유니폼을 입
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소위 말하는 쭉쭉빵빵한 몸매의 소유
자도 아니었다. 키는 대략 1미터 64센티미터에서 기껏해야 67센티
미터 정도에다 체형은 적당히 마른 편이었다. 그렇다고 깡마른 정
도는 아니고 가슴은 봉곳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몸매였
다. 그런 그녀의 육체를 유니폼이 감싸고 있었고, 그녀의 자연스럽
게 늘어뜨린 팔에는 부드러워 보이는 질감의 블라우스의 풍성한
소맷부리가 그녀의 팔 움직임에 따라 저연스럽게 펄럭이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는 뒤로 단정히 넘겨 뒤통수에 동그랗게 쪽을 지고는
검정색 망사로 장식한 시뇽 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십 년만이
라도 젊은 나이고 또한 남에게 당당할 수 있는 위치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나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일 뿐이었다.
다만 그날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었다면 그녀의 다리였다. 그녀
의 다리 역시 매우 아름다웠지만 그 다리에는 유감스럽게도 스타
킹은 신겨 있지 않았다. 그저 발에 흰색 양말만을 신고 있었을 뿐
이었다. 그 백화점의 여직원 대부분이 그러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백화점 규정인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다리에 커피색 스타킹을 신
길 수 있다면 그녀의 다리와 그녀가 더욱 아름답게 돋보일 수 있
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이었다. 우연히 그 백화점에 들렀다. 지하매장에서 야채
를 사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나는 일부러 일층을 빙 둘러보았다. 그
러나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하기야 그녀를 다시 본다고 해도 그저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가는 것이 고작이었겠지만 그래도 곁눈질이라
도 그녀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다.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아름다운 여자였으
면 좋겠다. 마음씨도 따뜻하고 이해도 잘하는 여성이이라면 더욱
좋겠다. 만일 그런 애인이 나에게 생긴다면, 그녀가 나를 진정으로
이해한다면 블라우스와 베스트와 스커트로 이루어진 유니폼을 입
히고 그 스커트 아래로는 커피색 스타킹의 다리를 보리라.
아, 나에게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관련자료

댓글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2030을 위한 링크 모음 사이트 - 전체 8,355 / 1 페이지
번호
제목
이름
알림 0